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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이별의 슬픔에 눈물을 흘린 짐
작성일 : 18-04-08 08:00     조회 : 478     추천 : 0     분량 : 6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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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왕자의 명령에 40여 명의 스코틀랜드 기사단이 차례로 궁전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리처드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공주님께서 제게 레이디를 호위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적이 있는데, 공주님의 명령대로 제가 레이디를 호위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처드 경이 나를 호위해 준다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리처드는 이전에 에반젤린 공주에게 충성 맹세를 했을 때와 똑같이 오른손을 가슴에 갖다대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이 리처드가 기사도의 명예를 걸고 레이디를 호위해 드리겠습니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두 번째 충성 맹세를 한 셈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변장한 자신에게 두 번째 충성 맹세를 한 것이 우스웠지만,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리처드 경, 고마워요."

 

  리처드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지난 번 레이디께서는 저의 호위를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혼자 성문을 빠져나가셨었는데, 지금은 저의 호위를 받아들이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리처드는 혹시라도 그녀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했다.

 

  지금 이 순간, 리처드의 마음은 에반젤린 공주와 그녀 둘 중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지만, 에반젤린 공주의 마음은 이미 로버트 왕자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의 마음이 이미 로버트 왕자에게 기울어져 있음을 알았기에 리처드의 호위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지금은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 이유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언젠가는 알려드릴 것을 약속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왕자에게 기운 내 마음과는 달리 리처드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텐데, 리처드의 호위를 받아들이지 말걸 그랬나?'

 

  이런 생각이 들자 에반젤린 공주가 리처드에게 말했다.

 

  "이제 스코틀랜드 기사들이 나를 호위하고 있으니, 리처드 경이 나를 호위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리처드가 미소를 지었다.

 

  "스코틀랜드 기사들은 로버트 왕자의 명령이 있을 때만 레이디를 호위하겠지만, 저는 레이디께서 어디를 가시던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레이디를 안전하게 호위해 드릴 것이니, 사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또한 공주님께서 제게 레이디를 호위해 달라는 명령을 내리신 만큼, 저로선 공주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호위하고 싶다면, 좋을 대로 하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스코틀랜드 기사단 대부분이 궁전을 빠져나가자 로렌스가 에반젤린 공주와 리처드를 재촉했다.

 

  "레이디, 리처드 경, 어서 갑시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와 함께 궁전을 빠져나가며 생각했다.

 

  '리처드도 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야 나를 잊을 수 있을 텐데......'

 

  바로 이때 에반젤린 공주의 뇌리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위니였다.

 

  '그래, 맞아! 위니는 천사처럼 착하고 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씨를 가졌으니, 리처드의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거야!'

 

  에반젤린 공주는 추녀로 변장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리처드라면 위니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래, 위니가 있지!"

 

  에반젤린 공주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리처드가 정중히 물었다.

 

  "위니가 누구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더없이 착하고 순수한 나의 둘도 없는 친구랍니다. 위니도 나와 함께 스코틀랜드에 가기로 했으니, 리처드 경도 곧 만나게 될 거예요."

 

  "제가 레이디의 친구이신 위니란 숙녀 분을 만나면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위니는 평민이니, 그냥 위니라 부르세요."

 

  리처드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레이디의 친구이시니, 위니 아가씨라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을지는 위니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해요."

 

  궁전을 빠져나간 스코틀랜드 기사단 일행이 국경에 당도한 것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조각처럼 잘생긴 로버트 왕자를 구경하러 나온 인파로 인해 행차가 지체되어 일주일이나 걸린 것이다.

 

  이때 위니는 짐과 병사들과 함께 국경 울타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40여 명의 스코틀랜드 기사단과 함께 돌아온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마자 위니는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아가씨!"

 

  "위니!"

 

  헤어진지 십여 일만이었지만,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는 마치 십여 년만에 재회한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꼭 껴안았다.

 

  "아가씨가 저 때문에 잡혀가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주시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르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눈물을 흘리는 위니의 손을 꼭 잡았다.

 

  "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군요. 위니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세요. 게다가 전 이제 런던의 궁전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되어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어서 미소를 지어봐요."

 

  에반젤린 공주가 미소를 짓자 위니도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께서 런던의 궁전을 자유롭게 왕래하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예요. 런던의 궁전에 가시면 저도 데려가 주시겠어요?"

 

  위니는 웅장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궁전을 구경해 보고 싶었다.

 

  "네, 당연하지요. 조만간 위니를 데려가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위니를 궁전에 데려가기 전에 레이디 제인을 내쫓아야겠다는 생각에 한마디 덧붙였다.

 

  "다만, 지금은 런던의 궁전에 레이디 제인이라는 못된 시녀장이 있으니, 그녀를 내쫓은 후에 위니를 데려갈게요."

  이때 로버트 왕자가 위니에게 말했다.

 

  "나는 레이디와 위니가 에든버러 궁전에 살도록 거처를 마련해줄 생각이네. 레이디와 위니만 괜찮다면 말이야."

 

  그러고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레이디의 뜻은 어떻소?"

 

  에반젤린 공주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위니가 기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왕자님, 정말 저와 아가씨가 함께 에든버러 궁전에서 살 수 있나요?"

 

  "물론이지, 레이디만 동의하신다면......"

 

  에반젤린 공주는 변장한 채 에든버러 궁전에서 살면 불편할 것 같았지만, 기뻐 들뜬 위니를 보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님께서 거처를 마련해 주신다면, 궁전에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위니는 에든버러 궁전에서 사는 것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어 환호성을 질렀다.

 

  "야! 내가 궁전에서 살게 된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환호성을 지른 위니의 모습이 어찌나 천진난만한지 로버트 왕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위니가 좋다면 평생 궁전에서 살도록 해주지."

 

  위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로버트 왕자에게 되물었다.

 

  "정말 평생 궁전에서 살 수 있나요?"

 

  "물론이지."

 

  고개를 끄덕인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잉글랜드 공주께서 나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레이디가 스코틀랜드에 머무신다면 언제든 궁전에서 살도록 해주겠소."

 

  로버트 왕자는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에게 벌써 정이 들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왕자님의 호의는 감사드리지만, 저는 공주님과 동행해야 하니, 공주님께서 왕자님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공주님을 따라가야 하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듣자 위니가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저도 아가씨와 동행해야 하니, 아가씨께서 어디로 가시던 간에 저도 따라가야 하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버트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레이디와 위니가 에든버러에 머무는 동안이라도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할 것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오."

 

  바로 이때 리처드가 마차를 몰고 울타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재회하는 동안 리처드가 마차를 구해온 것이다.

 

  리처드는 마차에서 내려와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에게 정중히 말했다.

 

  "제가 에든버러까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에게 마차를 몰게 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수고를 부탁드릴게요."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손을 잡고 마차를 타자 리처드도 마차에 올랐다.

 

  리처드는 위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멀미가 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더없이 잘생긴 리처드를 보는 순간, 완전히 반해버린 위니는 솜방망이처럼 마구 뛰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멀미를 한 적이 없으니, 기사님께서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어요."

 

  위니는 아직 리처드의 이름을 몰라 기사님이라 부른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와 위니를 서로 소개시켜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리처드를 가리키며 위니에게 말했다.

 

  "위니, 이 분은 공주님의 호위기사이신 리처드 경이예요."

 

  그러고는 위니를 가리키며 리처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경, 내 친구 위니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위니에게 호감을 갖도록 칭찬의 말을 덧붙였다.

 

  "위니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니, 잘 부탁드려요."

 

  리처드가 미소를 지었다.

 

  "저의 성심을 다해 위니 아가씨를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위니는 리처드가 자신을 아가씨라 부르자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그냥 위니라 불러주세요."

 

  리처드는 위니의 호칭을 어떻게 부를지 몰라 에반젤린 공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위니 아가씨를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까?"

 

  이렇게 묻는 리처드는 위니에게 호의적인 것처럼 보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어간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위니가 원하는대로 불러주세요."

 

  "그럼, 레이디의 뜻대로 위니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리처드는 말과는 달리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위니 아가씨라 불러야겠어.'

 

  로버트 왕자는 에반젤린 공주와 리처드의 대화가 끝나자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레이디, 이제 국경을 넘어도 괜찮겠소?"

 

  "네."

 

  태어나서 한번도 잉글랜드를 떠난 적이 없었던 에반젤린 공주는 국경을 넘는 것이 낯설었지만, 로버트 왕자는 한시라도 빨리 국경을 넘어 에든버러로 돌아가고 싶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동의하자 로버트 왕자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이제 국경을 통과한다!"

 

  스코틀랜드 기사단 일행이 일제히 국경 울타리 문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모두 레이디께 경례!"

 

  이곳 병사들의 대장인 짐이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경례를 붙이도록 명령한 것이다.

 

  짐과 50여 병사들의 경례를 받은 에반젤린 공주는 감격한 나머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킵틴 짐! 병사님들! 모두 고마웠어요!"

 

  위니도 손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캡틴 짐과 병사님들이 그동안 저를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짐과 병사들이 경례를 붙이는 가운데,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를 태운 마차가 국경을 넘어가버리자 짐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추녀로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한 짐이었기에 이별의 슬픔을 참을 수 없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이디, 당신을 말할 수 없이 사랑하지만, 하찮은 캡틴인 저 따위가 감히 사랑한다고 입에 올릴 수 없기에 저의 진심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공주님에 못지 않은 우아한 품위를 지닌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만, 저보다 백배는 나은 리처드 경이 레이디께 호의가 있는 것 같으니, 리처드 경과 결혼하시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디, 리처드 경과 결혼하셔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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