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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스타샤 -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8.3.26

[로맨스판타지/강한여주/능력자 여주/빙의(?)/차원이동/정령물/피폐물 절대 네버 아님/먼치킨 주인공들/남주는 과연 누굴까]

거대 조직의 간부 킬러로 살다가 죽어버린 그녀, 눈을 떠보니 그 흔한 호수도 아닌 숲 한가운데도 아닌 먼지 가득한 창고에 떨어지게 되었다는것을 알게 됬는데..

"나는 강하다."

".....!"

"이 대륙에서 나를 이길 자는 몇 안된다. 그러므로 호위기사는 필요없다."

"그럼 당신, 어둠속에 몸을 숨긴 자객들을 대적할수 있나요?그것도 여러명이라면요."

"나는 할수 있어요. 당신을 노리는 자객들이 몇명이던간에 헤치울수 있을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어요. 어때요, 그래도 나같은 인재가 탐나지 않나요?"

*주 2회 랜덤 연재를 지향합니다 :)
*리메 버전입니다

 
귀인(貴人)들과의 만남 (5)
작성일 : 18-03-26 16:56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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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인(貴人)들과의 만남> (5)

 

 두려움을 넘어서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찔함을 느꼈다. 머리가 띵해졌다. 상대를 잘못 봤다. 자신이 감히 상대 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두려움에 생각이 파편 조각처럼 퍼졌다.

 

 하지만 이른은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는 생각을 간신히 갈무리하고 고개를 숙였다. 달달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움직여서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어떤 벌이던 달게 받겠습니다.”

 

 순순한 그녀의 사과에 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보다 상황 판단이 빠른 아이네.’

 

 하지만 현은 한번 떠보기로 했다.

 

 “치안대에 넘겨도요?”

 

 순간 그녀의 몸이 움찔 거리는 것을 보았으나 이른은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하였다.

 

 “제가 방금 당신께 저지른 죄는 치안대에 넘겨져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저 그것만으로 마음이 풀리신다면 기꺼이 신고하셔도 좋습니다.”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답변이었으나 이런 답변을 할 수 있는 이는 의외로 많지 못했다. 어느 누가 고의로 일을 저질러놓고 벌을 받고 싶을까. 그런 안타까운 현실을 다시 되새기고 현은 이른을 내려다보았다.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현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일어나세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일어나세요.”

 

 아까 보단 훨씬 누그러진 현의 목소리에 이른은 엉거주춤 몸을 세웠다.

 

 ‘귀엽네.’

 

 얼굴이 빨개진 이른을 보며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내 수면을 차오르는 생각을 고이 접고 말하였다.

 

 “잘못한걸 아셨다면 그걸로 됐어요.”

 

 “네?”

 

 의외인 현의 답변에 이른은 잘못 들었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다쳤잖아요.”

 

 현이 뻔뻔하게 말하자 이른은 잠시 황당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인명피해가 날 뻔 했다며 분개하던 사람치고는 꽤나 뻔뻔한 답변이었다. 이른은 황당함에 그 생각을 바로 입 밖으로 낼 뻔 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현은 이른의 따가운 눈빛을 느꼈으나 못 본체 하곤 창밖을 내다보며 말하였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전 이만 가봐야겠네요.”

 

 태엽 인형이 말하는 것과 같이 다소 어색한 톤이었으나 그 사실을 알아챈 것은 이른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멍하니 현을 바라보았다. 신기한 여자였다. 아니, 이상하달까. 하지만 이내 결론을 내렸다.

 

 ‘…특이한 여자.’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 외모도 외모였지만 당연하게 잘잘못을 따지는 결단력은 흔하지 않았다.

 

 “저, 저기…!!”

 

 이른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불렀으나 현은 이미 몸을 돌려 가게를 빠져나간 뒤였다. 가게에 홀로 남은 그녀는 멍하니 서 있다가 중얼거렸다.

 

 “…이상한 사람.”

 

 *

 

 한편 가게를 나온 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류!!!”

 

 그때 현을 따라서 가게를 나온 르안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르안님?”

 

 “류,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르안은 안도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말하였다.

 

  "류, 저 여자 조심해야해. 위험한 여자야.“

 

 갑작스러운 그의 충고에 현은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이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여자라, 암살자라서 그런가. 그래봤자 자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나갈 때까지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던 여자의 눈빛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르안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그는 울컥 하며 말하였다.

 

 "저 여자, 네가 생각하는 것만치 단순하고 고분고분한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

 

 그렇다. 적어도 그가 아는 이른은 자신이 생각하는 강자에겐 한없이 순종적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언제 어디서 기습을 할 줄 모르는 무서운 여자였다. 자신에게 무례하다 싶은 상대에겐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신청하지 않고 언제나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상대가 방심한 틈에 해치우는 게 희열이 느껴진다나. 그녀가 암살자라는 것에도 한몫을 하였지만 그녀의 주인인 에릭은 딱히 그것에 대해서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 또한 한 몫 하였다. 그저 뒤탈만 없으면 상관없다고 하였으니, 뭐.

 

 물론 그녀가 에릭의 유능한 보좌관이라 쉽사리 건들 지는 못하겠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이른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녀를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도 생각하였다.

 

 “류, 그녀는…!”

 

 “르안님.”

 

 자신의 말에 갑작스레 끼어드는 무미건조한 음성에 르안은 흠칫 하였다. 분명 화가 난 것이 아닌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왠지 모르게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뭐지…?’

 

 르안은 잠시 움찔한 자신의 행동에 속으로 놀랐으나 이내 착각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현이 입을 열어서 그에게 물었다.

 

 “왜 르안님이 저에게 충고를 하시는 거죠?”

 

 “뭐…?”

 

 “저에 대해서 걱정하셨다면 그런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경고할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제게 말해주셨어야죠.”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으나 그는 그 안에 미약하게 한기가 깃들어있는 것을 느꼈다. 그때 현이 말을 이었다.

 

 “죽더라도 아무것도 모르고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그 말에 뭐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르안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스피니아 공작가(家)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네우스의 존재는 가주와 후계자, 그리고 제국의 황제를 제외하고는 극비였다. 그들은 스피니아 가(家)의 그림자들이다. 빛이 가득한 이 세상에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될 존재들. 총 네 명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각 제국의 동, 서, 남, 북을 주시하며 관활하고 있다. 아무리 에릭의 보좌관이라 하더라도 가문 대대로 비밀로 부친 네우스의 존재에 대해서 그의 허락 없이 발설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그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자 현은 그가 말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말하였다.

 

 "충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 인진 모르겠지만 르안님께서 저를 걱정해주시는 것은 잘 알겠어요.“

 

 "류, 나는…!!"

 

 "괜찮습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가볼게요."

 

 뭐라 말하려던 그의 말을 가로막고 현은 굳은 얼굴로 어깨에 잡힌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저택으로 향하였다.

 

 "하아…."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한데 더욱 머리를 아프게 하는 르안 때문에 현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에릭과 관계있는 일인건가. 아님 극비로 가문에 관계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가 말해주기 전까지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결국 추측으로 끝날 것이란 걸 깨닫고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뭐, 아무렴 상관없으려나. 언젠간 말해주겠지.

 

 그렇게 복잡하게 밀려드는 생각들을 차근차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현은 자신의 주위를 배회하는 나비 하나를 발견했다. 날이 어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비는 타오르는 불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건?'

 

 자신을 눈치 챘다는 사실이 반가운지 붉은 빛의 나비는 애교스럽게 그녀의 주위를 맴돌다가 이내 포르르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무언의 행동인 듯하였다. 그에 현은 뭐에 홀린 듯이 날아가는 나비를 쫓아갔다.

 

 하지만 정말 나비가 맞는 것일까. 나비가 날아가는 속도는 나비답지 않게 더욱 빨라졌고 그에 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뛰기 시작하였다.

 

 "잠깐…!!!"

 

 나비는 점점 어둑한 길목으로 향했고 현은 가까스로 나비의 속도를 따라잡으며 뛰었다.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기묘한 붉은 빛을 발하던 나비가 멈춰 서자 현 또한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멈췄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막다른 골목이었다. 나비는 처음 만났을 때의 속도로 포르르 그녀의 주위를 날더니 이내 한곳에 머물렀다. 나비가 갑자기 막다른 골목을 향해 날아 현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비가 내려앉은 곳을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뛰었던 탓일까. 실타래처럼 뒤엉킨 머릿속은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답을 내주지 않았다. 나비는 자신의 머리칼보다 더욱 진한 붉은빛을 은은하게 발하는 여인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베일에 가까운 후드를 쓰고 있었으나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묘하도록 아찔했다. 그에 현은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누구…"

 

 아깐 분명히 사람이 없었다. 그나저나 왜 저런 곳에 사람이 있는 거지?

 

 그때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 갑작스러운 통증에 현은 한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아픔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당신은…도대체…?"

 

 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후드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아찔한 미소에 현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입 꼬리를 올려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 웃음이 신호가 된 듯이 현과 그녀가 밟고 있던 지면엔 신비로워 보이는 마법진이 나타나 빛을 발하였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하…? 이건 또 뭔…!!"

 

 그러나 마법진의 빛이 강해질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정신 탓에 현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마법진에서 발하는 빛이 희미해짐과 동시에 현의 모습 또한 희미해지자 묘한 분위기의 여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흩날리는 바람과 같이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밀은 모두 풀리게 돼 있단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으렴.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이스타샤…"

 

 그 말을 끝으로 어두운 골목 안에는 방금 전까지 누가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날따라 환한 달빛이 방금 전까지 그들이 있었던 그 자리를 은은하게 빛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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