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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청 부활전
작가 : 망생이
작품등록일 : 2016.8.23

알려진 동화 속 내용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인당수에 빠져야만 했던
우리의 주인공 심청은 다시 살아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옥황상제는 그 소원을 들어주되 조건을 내건다.
인간세상으로 흩어진 명세경 조각을 모아오라는 것,
허나 허락된 시간은 단 100일.
그 100일 동안 심청은 살기 위해 명세경의 흔적을 뒤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며 많은 일들을 겪는다.

 
수령 길들이기
작성일 : 16-09-10 18:10     조회 : 483     추천 : 0     분량 : 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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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관아의 내동헌에서는 한 관노가 문 밖에서 최원에게 아뢰고 있었다.

 

 “나리, 이몽룡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드시라 이르게.”

 

 이몽룡이 원의 방에 들어서자, 곤장 맞은 상처 때문에 자리에 엎드려 있던 최원이 일어나 앉으려 했다.

 

 몽룡이 황급히 손을 내저어 말리는 시늉을 했다.

 

 “몸도 편치 않으신데, 그냥 계시지요.”

 

 원이 옆으로 돌아누우며 말했다.

 

 “그럼 예가 아닌 줄 압니다만, 사정이 이러하니 용서하십시오.”

 

 “아닙니다. 전혀 괘념치 마십시오.”

 

 “헌데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소식을 전해 듣고, 문안 차 왔습니다. 그래, 얼마나 고초가 많으셨습니까.”

 

 “모든 것이 제 불찰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맞습니다.”

 

 ‘?...’

 

 “중앙에서 바로 내려오셔서 잘 모르시나본데, 새 부임지로 오셨으면, 이곳 사정에 맞게 일을 처리하셨어야지요. 너무 그렇게 곧이곧대로 하다가는, 부러지고 맙니다.”

 

 “그 말씀인즉슨, 이 지역 토호와 아전들의 이익을 위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르라... 이 말씀입니까?”

 

 갑자기 몽룡이 크게 웃었다.

 

 “말씀도 성격 그대로 이십니다. 직접적으로 그리 대놓고 말씀하시니, 이거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닙니다.”

 

 “한양에서 수찬까지 지내신 분이, 더구나 대비마마의 사촌 오라비 아니십니까. 공께서 앞장서 고향 지역의 기강을 바로 세우지는 못 할망정, 새 수령 길들이기에 동참하시다니요.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그 말에 몽룡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이거 저야말로 서운합니다. 제가 고향 사정에 밝은 처지라, 같은 중앙 관리 출신으로서 그저 조언을 해 드리고자 한 것뿐인데, 이리 나무라시니 무척 당혹스럽고 불쾌합니다. 최 부사께선 제 조언 따윈 필요치 않으신 듯하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몽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우뚝 멈춰서더니,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앞으로의 일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일 년에 두 차례 있는 감찰사의 근무 평가와 아전들의 비협조, 주민들이 수령을 고발하는 부민 고소(部民告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날 것입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십시오. 오늘 일에 대해 사과만 하신다면, 대인배로서 내 기꺼이 도와드리지요.”

 

 말을 마친 몽룡이 문을 거칠게 홱-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갔다.

 

 최원은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여기던 신념이 흔들렸다.

 

 화도 나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역겨움도 느껴졌다.

 

 문득 심청을 처음 만난 날,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방에서 너무 서책만 읽으셨나 봅니다. 세상 공부도 좀 하시는 게 어떤지요.”

 

 청의 말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에서야 세상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점점 심청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춘향의 방에서 나오던 자신을 보고, 오해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관찰사 앞에서 그녀는 자신을 감싸주었다.

 

 왜 그랬는지, 궁금하면서도 고마웠다.

 

 *****

 

 “자, 한 잔 따라 보거라.”

 

 춘향은 몽룡이 보낸 두 사내 곁에 앉아, 묵묵히 술을 따르고 있었다.

 

 “옳지, 옳지. 진즉에 이리 고분고분 할 것이지 말이야.”

 

 “만복아, 그리 좋냐?”

 

 “아, 좋고말고요. 길상형님은 안 좋습니까?”

 

 “왜 안 좋겠느냐. 네가 좋아하는 걸 보니 흐뭇해서 그러지.”

 

 “역시 내 생각 해주는 건, 형님밖에 없습니다. 내 그 보답으로 양보할 테니, 형님 먼저 재미 보쇼.”

 

 “그럼 그럴까? 실은 아까부터 이놈의 엉덩이가 자꾸 들썩거려서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겠구나.”

 

 길상이 춘향의 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춘향아~ 이리 오너라. 내 오늘 평생 잊지 못할 밤으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춘향이 손을 뿌리치며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네놈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

 

 그러자 두 사내 모두 낄낄대며 웃어댔다.

 

 “가만히 두지 않으면 어찌 할 것이냐? 관청에 고발이라도 할 것이냐? 그럼 우리도 거기 가서 할 말이 있지. 며칠 전, 강진으로 향하던 병사들이 산사태로 죽은 일이 단순한 우연이아니라, 이몽룡 나리와 너의 사주로 우리가 중국에서 들여온 화약을 터트려 생긴 일이라고 말이야.”

 

 “...”

 

 “순순히 우리 뜻에 따르는 게 좋을 것이야.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가 입만 뻥끗하면 너와 이몽룡 나리는 황천길이란 말이다. 황천길보다야, 우리와 즐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협박하던 길상이 춘향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춘향이 길상의 뺨을 후려갈겼다.

 

 “기생년 주제에... 이 년이!”

 

 화가난 길상이 춘향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춘향이 안간힘을 다해 양손으로 남자의 손을 떼 내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점점 눈앞이 아득해지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억삼과 심청이 세숫대야를 하나씩 들고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는 안에 담긴 피처럼 시뻘건 물을 두 사내의 얼굴에 확- 끼얹었다.

 

 “앗, 따가워!”

 

 억삼과 심청은 두 사내가 얼굴을 움켜쥐고 나뒹굴고 있는 사이, 향단이 들고 들어온 빨래 방망이를 건네받아 정신없이 사내들을 두들겨 팼다.

 

 “왜에서 들여온 고추라는 독초가루 물이다! 당장 강물에 뛰어들어 씻어내지 않으면, 점점 더 타들어가듯 맵고 쓰리고 아플 것이야! 또 다시 이곳에 발을 들이면, 그 땐 네 녀석들 입 안으로 이 독초가루 물을 들이부을 것이다!”

 

 아픈 와중에도 억삼의 말이 들렸는지, 두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춘향의 방을 뛰쳐나갔다.

 

 “아씨, 괜찮으십니까?”

 

 향단이 춘향을 걱정하며 살폈다.

 

 “괜찮다. 그만 나가 보거라.”

 

 춘향이 매무시를 단정히 하며 말했다.

 

 “예, 아씨.”

 

 향단이 막 방에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억삼이 양손으로 가슴을 꼭 움켜쥐고는 놀란 표정으로 멈춰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 다치셨습니까?”

 

 향단의 말에 춘향과 심청의 시선이 억삼에게 꽂혔다.

 

 심청의 눈에도 억삼이 많이 놀란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게... 어, 아까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담이 들린 듯하구나.”

 

 “어서 가서 누우셔요. 얼른 물 끓여서 뜨거운 찜질 해드릴 테니.”

 

 “그럼 그럴까.”

 

 억삼과 향단이 방을 나가자, 춘향이 입을 떼었다.

 

 “왜 도와주신 겁니까? 제가 밉지도 않으십니까?”

 

 “나도 모르겠소. 요즘 왜 이리 남의 일에 나서는 건지. 이제야 철이 드는 건지도 모르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 건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분명한 건, 머릿속으로 셈하는 대신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하다는 것이오.”

 

 “...”

 

 “그쪽도 좀 편해졌으면 좋겠소.”

 

 “!!”

 

 “미안하지만 밖에서 다 들었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이몽룡이라는 자와 저런 불한당들에게 겁박 당하지 말고, 새 사또에게 다 털어놓는 것이 좋을 듯하오. 하루의 말미를 주겠소. 만약 새 사또에게 한 짓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관아로 가서 고발할 것이오.”

 

 심청이 방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춘향은 감춰두었던 망가진 가야금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어루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춘향이 관아로 향했다.

 

 “나리, 기생 춘향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관노가 최원에게 고했다.

 

 “오해를 살 여지가 있으니,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전해라.”

 

 잠시 후, 관노가 다시 고했다.

 

 “긴요한 일이니, 꼭 봬야겠다고 합니다.”

 

 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춘향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면담을 청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잠시 갈등하던 원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사적으로는 만날 일이 없는 사이고, 공적인 일이라면 절차를 거치면 될 일이라 일러라.”

 

 “예.”

 

 일각 후, 관비가 문밖에 대령했다.

 

 “나리, 조반상 올리겠습니다.”

 

 “오냐.”

 

 문이 열리고 허름한 옷을 입은 관비가 들어섰다.

 

 그런데 매일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춘향!”

 

 춘향은 상을 들여온 뒤, 재빨리 문을 닫고 원 앞에 앉았다.

 

 “송구합니다. 허나 긴히 의논할 것이 있어 찾아온 것이니, 부디 내치지 말아 주십시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원은 너무 놀라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도 그의 눈앞에 앉아있던 젊고 아름답던 춘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주름지고 거친,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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