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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 인생 가장 빛나던 그 순간
작가 : Jaxon
작품등록일 : 2016.9.10

"<급구, 일단 클릭> 인생에 다시는 없을 최고의 아르바이트입니다."
군에서 제대한 철우는 인터넷 아르바이트 공고문을 통해 위와 같은 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 간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담소인지 개인작업실인지 모를 그 장소에서 철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흰 백발 머리의 할아버지에게 현재와 다른시간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을 보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 되어 있는 이 신기한 장소에서 철우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인생 가장 빛나던 그 순간 ep1-2
작성일 : 16-09-10 10:57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9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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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누구세요?”

 “오늘 면접 보기로 한 이철우 입니다.”

 씩씩한 철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 철우를 맞이해준다.

 “어서 오세요. 5월말인데 아직 날씨가 쌀쌀하죠? 어서 들어오세요.”

 친절하게 자신을 맞이해 주는 모습을 보고 철우는 ‘면접 오기 전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 여성을 따라 철우는 컨테이너 안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들어간다. 안에 들어가 신발을 벗어 왼쪽에 있는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신발장 안에 놓여있는 검정색슬리퍼를 꺼내 신는다. 밖에서 보인 컨테이너의 느낌과 달리 안에는 제법 카페분위기처럼 진한 갈색으로 안이 꾸며져 있는 게 철우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들어서자마자 왼쪽 끝에 또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문이 보이고 바로 그 옆에 일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무용 책상이 보인다. 그 여성은 플라스틱 재질의 의자를 하나 가져온 다음에 책상 앞에 매우 편안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철우에게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커피라도 한잔 드릴까요?”

 “아닙니다. 커피는 괜찮습니다. 시원한 물 한잔만 마셔도 되겠습니까?”

 “네 잠시 계세요. 가져다 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제가 떠다 마시겠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시면 지금 이 옆에 보이는 문 보이시죠? 거기가 사무실인데 바로 열면 왼쪽에 정수기가 있어요. 그 옆에 유리탁자위에 컵들이 놓여있으니 한잔 마시고 오세요.”

 면접을 보기 위해 조금 빠른 발걸음을 했던 철우는 목이 마른 상태였다. 철우는 갈증이 난 상태라 침을 한번 삼키고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의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연다.

  손잡이를 돌리고 열어본 그 사무실안도 밖에처럼 비슷하게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중간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1인 소파 의자가 있고 그 앞에는 다양한 미술도구들과 플라스틱 의자가 있다. 그리고 철우가 바라보는 곳에서 맞은편 왼쪽에 또 다른 문이 보인다. 여성의 말대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는 정수기와 그 옆에 유리탁자가 있고 그 옆에는 1인 소파와 같은 약간 밝은 주황색 4인용 정도 되어 보이는 큰 소파가 또 다른 문을 바라보고 있는 구조로 배치가 되어 있다.

  현관문과 연결된 공간과 사무실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꾸며져 있어서 그런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를 느낀 건 철우가 그 사무실 안으로 물을 마시기 위해 한발을 들여 놓았을 때다. 철우의 심장이 다시 미칠 듯이 뛰기 시작한다. 그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한발을 들여놓자마자 이 컨테이너 건물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느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다시 깨어난 것이다. 어쩌면 감정이 스스로 나타났다는 표현이 철우에게 더 적절하다. 이 감정이 언제 사라졌었는지조차 철우는 기억을 못하고 있다. 그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을 다시 느끼고 있는 자신이 매우 당황스러울 뿐이다. 철우는 자신에게 나타난 현상의 원인이 혹시 이 사무실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얼굴과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사무실 안을 전체적으로 훑기 시작한다.

 “왜 그러세요?”

  물 마시러 사무실 안에 들어가지 않고 몸의 반만 사무실 안을 넣어놓고 있는 철우의 행동이 그 여성에게 이상하게 보였다.

 갑작스런 질문에 철우는 살짝 놀란다.

 “예? 아! 아닙니다. 그..사무실 안이,, 그... 안에도 잘 꾸며놓은 것 같아서요.하하.”

 철우는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나머지 한 발도 얼른 움직여 사무실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다. 몸을 완전히 들여놓고 그 안을 바라보니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 그 사무실을 맴도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다. 철우는 아까 전에도 같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이제는 갑작스레 찾아온 감정에 조금은 적응이 되 보인다. 철우는 원래 사무실에 들어온 목적인 물을 마시기 위해 몇 걸음 움직여 정수기 옆에 유리탁자위에 놓인 3개의 유리컵 중 맨 왼쪽에 있는 컵을 들고 정수기에서 냉수를 가득 채워 물을 한 번에 들이킨다. 그래도 모자랐는지 반 정도 더 따라서 물을 마신다. 그 때 갈증이 해소되는 동시에 갑자기 찾아왔던 감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철우는 유리컵을 제자리에 놓고 몸을 돌려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 그 사무실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보고는 그 안에서 나온다. 사무실 문을 닫기 전에 철우는 한 번 더 사무실 안을 바라보며 천천히 문을 닫는다.

 “사무실 분위기 어때요?”

  이 여성은 이 사무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걸까? 어떤 의도로 물어보았을까? 철우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말했다가 괜히 어렵게 찾은 알바도 못하게 되고 정신이상자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 느낌이.......”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정의내리고 그 감정을 속 시원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그냥 간단하게 답변을 한다.

 “사무실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정확히 정의할 수 없지만 이 건물을 들어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느낀 감정은 처음 느껴보는 꽤나 나쁘지 않은 감정이었기에 그저 좋았다고 말을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철우는 생각했다. 형식상의 답변으로 받아드릴지 모르지만 철우는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말한 답변이다.

 “그렇죠? 아 죄송해요. 시간도 늦었는데 제가 시간을 너무 뺏으면 안 되니 이제부터 일 관련해서 말씀드릴게요.”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하는 그 여성을 보며 철우는 하늘에 있는 천사가 웃으면 이런 웃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5

  민호는 가로등에 수구려 앉아 담배 한 개빌 다 피고 자신의 두 발 사이로 떨어뜨린다. 두 발 사이에는 담배꽁초가 3개 놓여 있다.

 “아직 멀었나?”

 민호는 아까 철우가 걱정했던 것처럼 혹시나 괜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까 약간 걱정스런 마음으로 20M정도 떨어진 가로등에 주황불빛으로 환히 비추이는 컨테이너 건물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보니 20:35분을 가리킨다.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을 하고 반대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그리고 다시 담배 한 개빌 꺼내어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할 때 컨테이너건물 안에서 철우가 나온다. 민호는 담배를 다시 집어넣고 철우에게 간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뭔 일 있었냐?”

 “응? 내가 오래 있었다고?”

 철우는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본다. 그 안에서 느껴지기에는 10분도 안 지난 것 같았는데 벌써 30분 이상 시간이 흘러가 있다.

 “역시 이상해....”

 “뭐가? 뭐가 이상한데?”

 “야!! 민호야 있잖아 사실.....그...음....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철우는 가장 친한 친구인 민호에게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하고 싶지만 괜한 놀림을 받을까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다.

 “왜 무슨 일인데? 너 혹시 알바 떨어졌냐?”

 “아니야. 내일부터 일 하기로 했어.”

 “오!! 진짜 축하한다. 근데 뭐가 문젠데 그래? 야 그보다 아까 너 면접 봐준 사람 여자인 것 같은데 어때 예뻤어?”

 민호는 철우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철우도 지금은 그런 민호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나름 괜찮았어.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더라.”

 “오 이철우 그 여자한테 빠진 거 아니야?

 “헛소리 좀 그만하고 빨리 집에나 가자.”

 “안에 또 사람들 있었어? 여자 있었어? 여자?”

 철우는 어린애처럼 들떠있는 민호가 한심한 듯 고개를 저리저리 흔들며 쳐다본다.

 “아 그냥 빨리 가자고 피곤하다.”

 “나는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잖아. 잠깐만......너 혹시!”

 민호가 약간 음흉한 눈빛으로 철우를 바라본다.

 “아! 그런 거 아니라고!!!!”

 “어쩐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했다. 이해해 철우야 그럴 수도 있지 뭐.”

 “하아....아무 일도 없었다....제발 조용히 가자 조용히.”

 철우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이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복잡한 상태인데 민호가 옆에서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더욱 정신이 분산되어있다.

 “알았어. 장난 안 할게. 그럼 내일부터 저 여자랑 같이 일하는 겨?”

 “아니. 저 여자는 내일부터 안 나오고 나 혼자 내일부터 일해. 원래 알바 안구해지면 내일까지 더 일하려 했는데 마침 내가 집도 가깝고 본인도 사무실에 놓고 온 물건이 있어서 겸사겸사 면접도 보게 되었다 하더라고.”

 “그래? 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야? 인수인계 같은 절차 없이 너 혼자 할 수 있어?”

 “응, 진짜 최고의 아르바이트인 것 같아. 무튼 나는 내일부터 출근이다.”

 “무슨 일이기에 바로 혼자서 일 할 수 있는 거지?”

 “.....그건 내가 내일 일하고 나서 알려줄게. 나도 직접 해봐야 알 것 같아. 빨리 집이나 가자.”

 철우와 민호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걸어가고 있다.

 “그려 빨리 가자. 잠시만 전화 왔다. 여보세요? 엄마 왜?”

 민호는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고 철우는 그런 민호와 같이 걷다가 잠시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 저 멀리 가로등에 비치는 컨테이너건물을 지긋이 바라본다. 많은 빌라들 틈 사이에 껴 있는 그 단층 컨테이너건물이 주변을 밝게 비추는 가로등 불빛보다 더 환하게 철우의 눈에 들어온다. 인적이 드물어 어두침침할 것 같은 그 컨테이너건물 주변이 다른 주변보다 왠지 모르게 더 밝게 느껴진다.

  다음 날 철우는 일기예보에는 잡혀있지 않은 비 소식에 장대우산을 쓰고 어제의 그 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다. 그 건물에 13:30분까지만 도착하기만 하면 되어 어제보다 다소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며 걷고 있다.

 “어제도 그렇지만 오늘도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안보이네?”

 마치 이 길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처럼 빌라들은 많은데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철우는 주머니에서 작게 접어놓은 A4용지 종이를 꺼낸다. 종이를 펴보니 ‘근무 시 유의사항’이라는 제목의 프린트물의 내용을 읽는다. 어제 면접을 봐준 그 여성이 친절하게 다음 알바 할 사람을 위해 몇 가지를 적어준 것이다.

 

 

 

 

 근무 시 유의사항

 

 1. 13:30분 이전에 출근을 하더라도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또한 문이 열려있지도 않으니, 반드시 13:30분이 된 후부터 초인종을 누르지 마시고

 그냥 문을 열어 들어가시면 됩니다.

 만약 문이 잠겨있으면 오늘은 일이 없는 것으로 아시면 됩니다.

 (일이 없더라도 근무로 인정이 되어 급여에는 차질이 전혀 없습니다.)

 

 2. 들어가시면 사무실(작업실, 상담실)에 노크를 하고 안에 계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후에 저와 면접했던 책상을 보시면 선생님께서 메모지에

 ‘오늘의 할 일’들을 적어서 올려놓으니 그 일들만 하시면 됩니다.

 다른 일은 안하셔도 되지만

 중요한건 선생님께서 맡기신 일들은 꼭 하셔야 됩니다.

 (퇴근 시간 전에 마칠 수 있는 일들만 주시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3. 선생님께서 다리가 약간 불편하시기 때문에 업무 중 초인종 벨소리가 울리면 현관문 쪽이 아닌 사무실(작업실, 상담실)안에 있는 문을 열어

 손님을 반겨주시면 됩니다.

 중요한건 어떠한 손님이 오든지 안으로 반겨주시면 됩니다.

 

 이 3가지만 근무시간동안에 잘 지켜주시면 됩니다.

 당신에게 찾아온 인생에 다시는 없을 최고의 아르바이트 잘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매월 첫째 주에 책상 위를 보시면 흰 봉투에 월급이 들어있습니다.)

 

 

 “제가 시간을 너무 뺏으면 안 되니 이제부터 일 관련해서 말씀드릴게요. 말씀드린다기보다는 제가 일 관련해서 적어 놓은 이 종이를 보시는 게 더 도움이 되실 거예요. 지금 보시지 마시고 나중에 따로 편한 시간에 보세요.”

  철우는 종이를 보며 어제 마지막으로 면접을 봐준 여성이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해준 모습이 떠오른다. 궁금한 게 참 많았는데 알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해서 정신이 없었음에도 그 와중에 철우는 한 가지 일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했다.

 “혹시 제가 알바 한다고 문자를 보냈을 때 저보다 먼저 문자를 보낸 사람들이 있었나요?”

  철우의 질문에 그 여성은 휴대폰 확인을 못하고 있었다가 알바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고 사람들에게 연락이 온 게 있나 확인하려던 찰나에 철우에게 문자가 왔다고 한다. 철우의 거주지가 일하는 이곳과도 가까워 철우의 문자를 읽어 본 후에 잠시 생각을 한 다음에 답변을 보내었다고 한다. 답변을 보내고 나니 4명 정도가 철우보다 먼저 문자를 보냈었다고 했다. 그래도 어차피 문자를 보낸 사람들 중 철우가 일하는 곳과 거주지가 제일 가까워서 어차피 철우를 뽑았을 것이라 하며 철우에게 운이 좋았다고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철우는 문자를 나름대로 고민하다가 그 시간에 보낸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어제부터 계속해서 여러 번 읽어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종이의 글을 눈으로 다시 한 번 본 후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앞을 보니 어느덧 컨테이너건물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는 밤이고 가로등불빛 때문에 몰랐었는데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들어오는 파란색컨테이너건물이 제법 그 빌라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컨테이너 건물에 현관문이라.....의외로 잘 어울리네.”

 철우는 현관문 앞에 서서 파란색의 컨테이너건물을 본 다음에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본다. 철우는 정확히 13:30분인 걸 확인한 후에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기 전에 어제 희한한 밝은 빛을 내뿜었던 나무푯말을 바라본다. 어제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까 철우는 살짝 기대감을 품고 그 푯말을 바라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계속 이렇게 서 있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 안에 들어가기 전에 살짝 분주한 마음을 정돈한다.

 “이철우 파이팅!”

 마치 나무푯말에게 다짐을 하듯 말을 하고 현관문을 열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6.

  밤이나 낮이나 이 안은 시간이 멈춘 또 하나의 독립된 공간처럼 모든 게 그대로 다. 안에 들어서니 어제 느껴진 전체적인 건물 안의 포근함이 철우를 반겨준다.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여성이 적어준 종이의 내용을 떠올리며 어제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들어갔던 사무실 쪽으로 몸을 향한다. 종이에 적혀져있던 내용처럼 정말 책상위에 뭔가 적혀져있는 메모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우선 사무실에 있는 그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는 게 먼저여서 사무실 입구로 간 다음에 호흡을 가다듬고 노크를 한다.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세가 조금 있어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된 이철우라고 합니다.”

 “네.”

 사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짧고 간결한 대답에 철우가 이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머뭇거린다. 유의사항 2번의 내용이 떠오른다. ‘들어가시면 사무실(작업실, 상담실)에 노크를 하고 안에 계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후......‘라는 유의사항의 내용이 떠오르며 여기서 말하는 인사를 드리는 것이 그냥 이렇게 인사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안에 들어가서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를 몰라서 고민을 한다.

 “저....그럼 선생님 잠시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고민만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우선 말부터 꺼내본다. 바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철우는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나 생각을 한다.

 “네”

 조금 늦은 대답소리에 철우는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의 손잡이를 돌리고 천천히 문을 연다. 그리고 서서히 흰 백발의 남성이 철우의 눈에 들어온다. 어제 자신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흰 티에 낡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그 선생님이라는 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어제는 못 본 원목이젤에 올려놓은 도화지에다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된 이철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그러는 건지 원래 말이 짧은 건지 아니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낯설어서 그러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을 철우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미술용 연필로 스케치하는 소리만 들리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문득 그림을 집중해서 그리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사무실에서 느낀 어제와 같은 감정은 아니지만 백발의 머리카락과 흰 티셔츠 때문인지 얼굴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천장에 달린 전구 조명에 반사되어 살짝살짝 반짝이는 주변의 장식품들보다 철우의 눈에 그 선생님의 모습이 유난히 더 빛나 보인다. 그와 상관없이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흐른다.

 “저..... 그럼 일 보겠습니다.”

 “네.”

 더는 그림 그리는 걸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철우가 먼저 말을 하자 예상했던 대로 간결한 대답이 철우에게 날아온다. 대답을 들은 후에 철우는 문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닫아준다. 철우는 두 눈을 손으로 비비고 눈을 깜빡거려본다. 아까 자신의 눈에 약간 환하게 비친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이상이 생겨서 그렇게 보인건지 의심을 해본다.

 “병원 가야 되나? 요즘 왜 이러지?”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요즘 몸에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해본다.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자.”

  자신을 타이르고 철우는 책상위에 올려 진 메모지를 보기위해 그 여성이 앉아있었던 편안한 검정색 쿠션의자에 앉는다. 의자에 앉으며 ‘이제 이 의자의 주인은 나구나.’라고 생각을 한다. 철우는 책상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메모지를 가까이서 읽어본다. 딱 봐도 연세가 있는 선생님이 직접 손으로 휘갈긴 글씨다.

 

 

 - 오늘의 할 일 -

 

 당신이 죽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소원 중에

 3번째로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 2009. 5. 31 -

 

 철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게 뭐야? 진짜 이게 끝이야?”

 메모지의 뒷면에 또 할 일들이 적혀 있지는 않나 넘겨보지만 이 한가지 밖에 적혀있지 않다.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유의사항 2번의 내용과 오늘의 할 일을 계속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

 “정말...... 이것만 하면 되나?”

 굳이 일이라고 하기도 뭐한 이 일을 하면서 하루에 2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다는 게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어제 이곳에 온 이후부터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왠지 ‘이곳’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그 여자도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고 했으니 시키는 것만 잘하자. 군대에서도 시키는 것만 잘해도 군 생활 잘한다는 소리 들었으니 그 연장선이라 생각하자.”

 철우는 의자를 돌려 사무실문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문을 연다. 여느 화장실과 별 다를 바 없는 작은 화장실 안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서 사용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좌변기에 앉아 조심스럽게 큰 용무를 보면서 어제부터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분명 뭔가 있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단순히 그냥 넘길 사건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철우는 나중에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실마리를 풀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화장실에서의 용무를 마무리 짓는다. 좌변기의 물을 내리고 거울 앞으로가서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빤히 쳐다본다.

 “근데 선생님은 뭐 하는 분이지?”

 선생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모든 게 궁금하고 더욱이 이 컨테이너 안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안에 있으면서 철우가 한 가지 깨달은 건 이 컨테이너 안에서는 알 수 없는 기운이 계속 철우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걸 느낀다. 거울 옆에 수건에 손을 닦고 거울을 보며 자신을 한번 정돈한 다음에 뒤돌아 화장실 문을 열자 초인종 벨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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