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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밤과 달의 학교
작가 : 소수이
작품등록일 : 2018.2.21

여느 때처럼 허리 빠지게 일하고 돌아온 날, 난생 처음 보는 불청객과 함께 한 장의 편지가 제이드의 문앞에 도착한다. '귀하의 윈터 명문 아카데미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신청도 하지 않은 학교에 입학이라니? 게다가, 그 학교가 사실은 뱀파이어들의 주둔지라니? 20년 인생 최대의 난관에 부딪힌 제이드 시에라.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사이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5화 윈터 명문 아카데미
작성일 : 18-02-21 01:09     조회 : 228     추천 : 1     분량 : 7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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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리앙은 결국 제이드가 고른 흰색 말을 샀다. 짐을 실을 수 있는 안장도 함께 구매하고서 둘은 마구간을 나섰다.

 

 제이드는 걸어가는 내내 말에게 신경을 쏟았다.

 

 이렇게 예쁜 말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말도 그녀가 마음에 든 것인지, 이마로 자꾸만 그녀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이름을 지어주는 게 어떻습니까. 시에라 영애.”

 “내가요? 그래도 돼요?”

 

 자신의 돈으로 산 말이 아니었기에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에드리앙의 제안에 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에드리앙은, 목에 뭐가 걸린 것 마냥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데이블로스씨, 왜 그래요? 뭐 잘못 먹었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이드는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면서도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말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먼저였다.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떠올랐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생각났어요, 이름!”

 “어떤 이름입니까.”

 “데이블로스씨 성을 따서 데이라고 부를래요. 하얗고 예쁜 게 둘이 닮았거든요. 당신이 산 말이기도 하고.”

 “데이……말입니까.”

 

 제이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에드리앙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며, 에드리앙은 차마 싫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이름을 붙여도.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데이, 앞으로 잘 부탁해. 가는 길이 좀 험하기야 하겠지만, 밥은 잘 챙겨줄게.”

 

 에드리앙이 뭐라고 생각하건, 제이드는 신경 쓰지 않고 데이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데이도 이름이 마음에 든 것인지 얌전히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식량인가요?”

 “제가 가서 사올 테니, 시에라 영애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알겠어요. 빨리 다녀와요.”

 

 제이드와 데이를 둘 놔두고서, 에드리앙은 가까운 곳에 자리한 가게로 향했다.

 

 거기에서 그는 말린 육포와 과일, 빵과 치즈 등 이틀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샀다.

 

 에드리앙이 식량을 사는 동안 제이드는 데이의 갈기를 계속해서 쓰다듬고 있었다.

 

 데이가 그녀의 머리카락 끝을 우물거리는 것도 가만히 놔두었다.

 

 자기 몸의 두 배는 되는 덩치였지만, 어쩐지 그 모습마저도 강아지처럼 귀엽게 느껴졌다.

 

 “거기에 가서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치, 데이?”

 

 들어본 적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학교를 생각하자니 다시 기분이 침울해졌다.

 

 그녀는 마냥 들떠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드리앙도 윈터에 간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고, 그녀가 물어봐도 도착하기 전까지는 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덕분에 제이드의 머릿속에서는 별의별 상상이 다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가령 도착하자마자 순혈이 아닌 걸로 판명이 나서 어디 지하창고로 끌려간다든가.

 

 뱀파이어들을 속인 죄로 평생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들의 하인이 된다든가.

 

 하나같이 그녀가 순혈이 아니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상상이었다.

 

 그녀의 상상이 점점 더 과장될 때 쯤 에드리앙이 다시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양 손 가득 넉넉한 크기의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

 

 “왔습니다.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출발해야죠, 암요. 그렇고말고요.”

 

  침울한 제이드의 목소리에 에드리앙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손에 든 가방을 데이의 안장에 매달아놓았을 뿐이다.

 

 제이드가 가지고 온 가방에, 새로 산 옷에, 식량까지. 무겁지 않을까 싶었지만 데이는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제이드는 도착하면 맛있는 간식이라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에드리앙을 돌아보았다.

 

 말을 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그녀는 데이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어떻게 올라가면 되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녀의 질문에 에드리앙이 선뜻 대답했다.

 

 그가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짓하자 제이드는 그의 곁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놀라지 마십시오.”

 

 그렇게 한마디를 던져놓고서 에드리앙은 제이드를 번쩍 들어올려, 데이의 등 위에 올려주었다.

 

 순식간에 몸이 붕 뜬 제이드는 비명을 삼켰다.

 

 이런 감각이 처음은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에드리앙이 자신을 안아 올렸던 순간을 떠올리며 제이드는 작게 투덜거렸다.

 

 “나 어린 아이 아니라니까.”

 “제 눈에는, 어린 애가 맞습니다.”

 

 에드리앙이 웃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이거.’

 

 제이드는 곁눈질로 에드리앙을 흘겨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을 선택했다.

 

 대답해봤자 지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이드가 고개를 돌려버리자 에드리앙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말았다.

 

 그리고는 손쉽게 그녀의 뒤로 올라타며, 데이의 고삐를 손에 쥐었다.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요.”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말에 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이러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문득 든 생각에, 그녀는 뒤에 있는 에드리앙에게 등을 붙였다. 기댈 곳이라고는, 거기밖에 없었다.

 

 덕분에 에드리앙은 의도치 않게 그녀의 뒤에 바짝 붙은 모습이 되었다.

 

 그 상황에 당황한 건, 에드리앙뿐이었다.

 

 “…저, 시에라 영애. 떨어지는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달리는 도중에 떨어지면 적어도 뼈 한 군데는 부러질 것 같은데요.”

 “제가 잡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좀 가주십시오- 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왔다.

 

 에드리앙은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흔들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그녀에게 당황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출발하겠습니다.”

 

 한마디를 끝으로, 둘은 빠르게 마을을 벗어났다.

 

 ***

 

  윈터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난하지 않았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탓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긴 했지만. 비싼 값을 하는 건지, 새로 산 옷은 무척이나 따듯했다.

 

 

 제이드는 후후 입김을 불며 손을 녹였다.

 

 에드리앙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몇 분 뒤면 윈터에 도착하게 될 터였다.

 

 “시에라 영애. 저기, 입구가 보이십니까?”

 

 에드리앙의 말에 제이드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우거진 숲 사이로, 성벽 비슷한 것이 보였다.

 

 “저기가 윈터 아카데미에요?”

 “예. 여기가, 윈터 아카데미입니다.”

 

 윈터 아카데미는 제국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길을 모르는 일반인이 찾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을 만큼 깊숙한 곳이었다.

 

 제이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성벽을 바라보았다. 저 끝까지 펼쳐진 성벽은, 웬만한 마을보다 규모가 커보였다.

 

 윈터라는 이름답게 성벽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갈 겁니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성벽의 입구 쪽으로 데이를 몰며 에드리앙이 말했다. 제이드는 불안함 반, 호기심 반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뭘 주의해야 하는데요?”

 

 “순혈 여성이 윈터에 입학하는 건 무척 오랜만이라서, 다들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니 다가오는 이가 있어도 눈 마주치지 마시고, 무시하세요.”

 

 제이드는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아무리 그녀가 배짱이 크다지만, 뱀파이어 소굴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데이의 하얀 갈기를 내려다보았다.

 

 에드리앙이 조언한대로, 그녀는 웬만해서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거기, 누굽니까.”

 

 성벽의 입구에 다다르자 위에서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이드는 시선은 내리 깐 채로, 귀만 기울였다.

 

 “에드리앙 데이블로스다. 문 열어.”

 

 제이드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톤에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에드리앙은 그녀에게 말할 때와 달리 싸늘한 말투로 남자에게 대답을 했다.

 

 “아, 네, 네! 문 열겠습니다, 잠시 만요!‘

 

 에드리앙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 남자는 허둥대며 성벽 문을 열었다.

 

 제이드는 그 상황을 모두 머릿속에 담으며 몸을 긴장시켰다.

 

 드드득.

 

 무거운 마찰음과 함께 성벽 문이 열리는 것이 들렸다.

 

 에드리앙은 망설임 없이 그 열린 틈새로 데이를 몰고 들어갔다.

 

 성벽 안으로 들어서자, 피부에 차가운 냉기가 돌았다. 성벽 바깥보다 더 추운 것인지 입김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주변 풍경을 살펴보고 싶었으나, 그러다가 누군가의 관심을 끌게 될까봐 무서웠다.

 

 그녀가 지금까지 상상했던 장면들이 떠올라서 더욱 무섭기도 했다.

 

 “시에라 영애. 오늘은 바로 숙소로 데려다 드릴 테니, 거기에서 하룻밤 푹 쉬십시오.”

 “숙소요? 따로 제 숙소도 있나요?”

 “순혈을 아무 곳에서나 재울 수는 없죠. 다른 학생들이랑은 달리 1인용 방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인용이라는 말에 제이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적어도 뱀파이어와 룸메이트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밤에 누가 몰래 들어오고, 그런 일은 없겠죠?”

 “그런 일이 없도록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제이드의 질문에 에드리앙은 평소와 다르게 딱딱하게 대답했다.

 

 무얼 생각한 것인지, 그의 표정에 기분 나쁜 기색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 이름을 부르십시오. 바로 달려갈 테니까.”

 “데이블로스씨가요?”

 “예. 제가 당신을 데려왔으니, 그 정도는 책임 져야죠.”

 

 ‘책임감을 느끼긴 하나보네.‘

 

 제이드는 문득 에드리앙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말투는 진지했지만, 진심인지 아닌지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다.

 

 성벽 안으로 들어선지 몇 분이나 되었을까. 갑작스럽게 소란이 들렸다.

 

 제이드는 점점 가까워지는 웅성거림을 들으며, 에드리앙에게 등을 기대었다.

 

 “저기, 데이블로스님 아니야?”

 “같이 있는 건 누구지?”

 “이번에 발견했다는, 그 순혈 아냐?”

 “시에라 가문의?”

 

  웅성거림은 하나같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으나, 그 사이에서 제이드는 자신의 성을 똑똑히 들었다.

 

 “…다들, 날 알고 있는 거예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에드리앙에게 물었다. 그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예. 순혈 신입생이 들어오는 건, 오랜만이니까요.”

 “얼마나 오래 되었는데요?”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10년이나요?”

 

 그녀가 모르는 일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제이드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땅을 쳐다보았다.

 

 뱀파이어란 사실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자꾸만 놀랄 일들만 늘어갔다.

 

 “여기서 내리면 됩니다, 시에라 영애.”

 

 에드리앙은 어느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제이드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소설 속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눈부신 황금색과, 흰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카데미의 벽부터 바닥까지 하나같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드넓은 교정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서, 꼭 설원처럼 보였다. 그 위에 몇몇 군데 찍혀있는 발자국이 유일하게 인적을 드러냈다.

 

 “와…!”

 

 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뱀파이어와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잊은 채 그녀는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시에라 영애.”

 

 에드리앙이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그녀는 여태 내리지 않고 말을 타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아, 미안해요. 여기가 생각보다 너무 예뻐서…”

 “괜찮습니다. 이제 내리시죠.”

 

 에드리앙이 손을 내밀자 제이드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의지해 땅에 내려왔다.

 

 “데이, 수고했어. 나중에 보러 갈게.”

 

 데이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서 제이드는 몸을 돌렸다.

 

 에드리앙은 근처에 있던 시종에게 데이를 맡기고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럼, 숙소로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에드리앙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제이드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힐끔거리며 주위를 구경했다.

 

 수군거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둘의 앞에 직접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지나치게 평화롭다는 생각을 하는 도중에, 앞서 걸어가던 에드리앙이 걸음을 멈추었다.

 

 덕분에 그의 등에 퍽, 부딪힐 뻔한 제이드는 주춤대며 멈추어 섰다.

 

 “무슨 일이에요, 데이블로스씨?”

 “……시에라 영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평상시의 에드리앙답지 않게 딱딱한 태도였다.

 

 제이드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의 어깨 너머로 상황을 살폈다.

 

 “에드리앙. 이제야 돌아온 건가?”

 

 낯선 남성의 음성이 들렸다. 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러자, 에드리앙의 앞에 서있는 30대의 남성이 보였다.

 

 그는 에드리앙의 쌍둥이 형이라 해도 믿을 만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에드리앙보다 10년 정도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정도였다.

 

 “……아버지.”

 

 에드리앙의 입에서 흘러나온 아버지란 말에 제이드는 속으로 놀라움을 삼켰다.

 

 ‘아버지라니. 형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데?’

 

 “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와봤다. 역시, 이 아비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아시면서, 왜 굳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시에라의 여식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다.”

 

 부자간이지만, 둘 사이를 오고가는 대화는 지극히 사무적이었다.

 

 에드리앙은 마치 제이드를 숨기기라도 하듯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시에라 영애는 이제 막 긴 여행을 마치고 왔습니다. 몸도 피로할 테니 만나는 건 다음으로 미루시죠.”

 “서운하게 구는구나, 에드리앙. 이 아비가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텐데.”

 “서운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시에라 영애에게도, 쉴 시간은 주셔야죠.”

 

 제이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으나,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에드리앙이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적대적이면 적대적이었지, 살갑지는 않았다.

 

 자신 때문에 부자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제이드는 곤란한 표정으로 에드리앙과 그의 아버지를 번갈아보았다.

 

 “에드리앙,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겠군. 다음에 다시 오도록 하지.”

 

 에드리앙이 물러나지 않자, 그의 아버지가 먼저 한 물러났다. 에드리앙을 닮은 파란 빛의 눈이, 제이드에게 닿았다.

 

 “시에라 영애. 인사는, 다음에 제대로 드리도록 하죠. 오늘 하루는 편히 쉬십시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에드리앙과는 달리, 냉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제이드가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에드리앙은 그녀의 손을 잡고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데이블로스씨, 잠깐만요. 어딜 가는 거예요?”

 “숙소로 안내해드린다고 했잖습니까.”

 “아버지인데, 인사도 안 드리고 이렇게 가도 돼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음에 또 오실 테니까요.”

 

 아버지의 앞이 아닌데도, 에드리앙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제이드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데이블로스씨. 왜 그렇게 굳어있어요?”

 “……시에라 영애. 제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해도, 귀 담아 듣지 마십시오.”

 

 에드리앙의 보폭을 따라가느라, 제이드는 뛰다시피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겨우 그와 속도를 맞추며 그녀는 다시 물었다.

 

 “왜요? 데이블로스씨의 아버지잖아요?”

 “……제 아버지는, 원로회의 수장입니다.”

 

 원로회. 익숙한 이름에 제이드는 멈칫했다. 에드리앙은 분명 원로회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했었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얻기를 바랄 거라고. 과거에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제자리에 멈추었다.

 

 “아버지인데,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예요? 원로회가 대체 뭔데요?”

 

 제이드가 멈추어 서자, 에드리앙도 덩달아 걸음을 세웠다. 그는 딱딱한 얼굴로 제이드를 돌아보았다.

 

 “당신의 삶을 제멋대로 조종하고자 하는 이들이죠."

 “……”

 “그리고 저는, 그들로부터 당신을 지킬 겁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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