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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밤과 달의 학교
작가 : 소수이
작품등록일 : 2018.2.21

여느 때처럼 허리 빠지게 일하고 돌아온 날, 난생 처음 보는 불청객과 함께 한 장의 편지가 제이드의 문앞에 도착한다. '귀하의 윈터 명문 아카데미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신청도 하지 않은 학교에 입학이라니? 게다가, 그 학교가 사실은 뱀파이어들의 주둔지라니? 20년 인생 최대의 난관에 부딪힌 제이드 시에라.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사이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2화 정체불명의 공주
작성일 : 18-02-21 01:02     조회 : 236     추천 : 1     분량 : 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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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해 봐요.”

 “제 이름은 에드리앙 데이블로스-“

 “아니. 그거 말고, 그 뒤에. 그 뒷부분.”

 

 제이드는 자신이 반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을 정도로 당황한 상태였다.

 

 난생 처음 보는 남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서 학교 입학서를 건네주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거기에다가 공주라니?

 

 이보다 황당한 경우는 없었다.

 

 “아, 물론 윈터의 공주라고 했습니다만. 이건 사실상 별칭입니다.”

 

 에드리앙의 말에 제이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눈을 떴더니 갑자기 왕족이 되었다는 전개는 아닌가보다. 그녀는 한 손으로 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윈터의 공주라는 건, 윈터에 다니는 순혈 여성을 뜻하는 말이죠.”

 

 잠깐. 이건 또 무슨 소리래.

 

 제이드는 그만 말하라는 신호로 한 손을 들어올렸다.

 

 에드리앙은 그녀의 뜻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파란색의 눈동자가 흥미롭게 일렁였다.

 

 공주라는 고비를 넘겼더니, 이번엔 순혈이라니.

 

 사람에게 순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처음 들었다.

 

 귀족 중 극히 일부가 조상의 핏줄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저 사람이 말하는 순혈은 어쩐지 그런 의미가 아닐 것 같았다.

 

 에드리앙은 잠시 제이드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순혈이라는 얘기입니다. 순혈, 뱀파이어.”

 “……네?”

 

 삐끗, 음이 나갔다. 제이드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자신이 들고 있던 화병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와장창 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은 풀로 붙인 듯 에드리앙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뱀파이어, 라고요?”

 “네. 뱀파이어.”

 

 에드리앙은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이 평온한 음성으로 답했다. 오히려 그는 제이드의 반응을 재미있어 하는 눈치였다.

 

 “뱀파이어의 존재를, 아예 모르셨습니까?”

 “알 리가 없잖아요. 아니, 그거, 뭐, 동화 속에나 나오는 얘기 아니었어요? 할머니들이 겁줄 때 애기해주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당장 당신의 눈앞에 있잖습니까. 시에라 영애.”

 

 그의 말에 제이드는 다시 한 번 굳어버리고 말았다. 눈앞에 있다니.

 

 '그럼, 내 앞에 서있는 남자가 뱀파이어란 말이야?'

 

 다시 그를 살펴보니, 뱀파이어란 말이 그럴 듯 하긴 했다.

 

 아까 마법처럼 눈앞에 짠하고 나타나기도 했고,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기엔 생김새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 희미하게 맴도는 피비린내까지.

 

 정황상, 그는 뱀파이어일 가능성이 높았다.

 

 제이드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자, 에드리앙이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명색이 순혈 뱀파이어라는 그녀는, 몰라도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당신의 사정은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시에라 가문은 몇 백 년 전에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변두리에 후계자를 숨겨두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죠.”

 

 자신의 성을 듣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치마 자락을 꾹 쥐었다.

 

 그는 분명 시에라 가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알기로 시에라 가문은 대단한 가문이 아니었다.

 

 아니, 가문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만큼 규모, 명예나 부, 작위 중 그 어느 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평민 사이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제이드는 부모님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었다.

 

 그 탓에 그녀는 어머니의 어머니, 즉 외할머니의 손에 자라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의 말을 믿죠?”

 

 그녀가 생각하기에 전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제이드가 자라는 동안 할머니는 단 한 번도 뱀파이어나, 순혈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뱀파이어의 ‘뱀’ 자도 꺼내지 않았다.

 

 제이드가 뱀파이어라는 말은, 여태 살아온 인생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순혈 뱀파이어라는 건, 혈족 전부가 뱀파이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따지면 그녀와 함께 살았던 할머니도 뱀파이어였다는 뜻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제이드의 할머니는 2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뱀파이어가 병에 걸려 죽는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제이드는 뾰족한 눈빛으로 에드리앙을 노려보았다.

 

 이건, 저 남자의 수작일지도 모른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드리앙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관없습니다. 믿어도, 믿지 않아도. 당신은 저를 따라오게 될 테니까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제이드의 표정이 구겨졌다.

 

 “설마, 강제로 끌고 가기라도 하겠다는 얘기예요?”

 

 “저랑 같이 가거나, 다른 분들에게 호위를 받고 가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원로회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

 

 에드리앙은 호위라고 말했지만, 말하는 뉘앙스는 부정적이었다.

 

 즉 그와 함께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갈 것이라는 소리였다.

 

 “어째서죠?”

 “당신은 순혈이니까. 순혈은 우리 뱀파이어에게 있어 무척 귀한 존재입니다. 이런 변두리에 살게 둘 수는 없겠죠.”

 

 제이드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자신이 들은 것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윈터라는 이름을 가진 학교는 처음 듣는데. 어디에 있는 거죠?”

 “아스텔라 제국과 리안느 왕국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산맥에 둘러싸여 있어서 일반인들은 잘 접근하지 못하죠.”

 “리안느 왕국이라니. 한참 북쪽에 있는 지역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쪽은 날씨가 상당히 추우니, 옷은 단단히 챙겨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에드리앙은 겨울용 치고는 얇아 보이는 제이드의 옷을 보며 말했다.

 

 아스텔라 제국은 현재 제이드가 살고 있는 지역을 말했다.

 

 아스텔라 제국은 총 3개의 왕국에 맞닿아 있었는데, 그 중 리안느 제국은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위치 때문인지 리안느 제국은 혹독한 겨울 날씨로 유명했다.

 

 그만큼 설원이 아름답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따듯한 제국의 기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얼어 죽기 딱 좋은 곳이었다.

 

 제이드가 바로 그 따듯한 제국 기후에 익숙해진 사람들 중 한 명 이었다.

 

 “그렇게 말해도, 전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요.”

 

 다짜고짜 나타나서는 학교에 입학하라 하고, 뱀파이어라 그러고.

 

 거기에다가 대륙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간다며 느닷없이 옷을 챙기고 하다니.

 

 제이드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준비는 지금부터라도 하면 됩니다.”

 “에드리앙 데이블로스, 아니, 데이블로스씨.”

 “예, 시에라 영애.”

 “한 대만 때려도 돼요?”

 

 제이드는 진심이라는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쥔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느닷없이 나타나 제 삶을 뿌리 채 흔들려고 하는 저 남자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나긋나긋하게 웃어 대며 대답을 피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함께 가는 동안 생각해보겠습니다, 시에라 영애.”

 

 주먹을 휘두르려 하는 그녀에게 아가씨답지 않다든가, 폭력적이라는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에드리앙은 오히려 그런 그녀를 보며 옅게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질문 아닌 질문을 뱀처럼 유연하게 피하고는, 제이드에게 한쪽 손을 내밀었다.

 

  제이드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그는 눈짓으로 그녀의 발밑을 가리켰다.

 

 “유리 밟으면 큰일이니까, 조심하십시오.”

 

 그제야 제이드는 자신이 화병을 깨트렸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녀의 발 주위로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사방에 퍼져 있었다.

 

 한 발걸음만 잘못 디뎌도 발에 유리가 박힐 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는 맨발이었다.

 

 ‘망했다. 할머니가 가장 아끼던 화병이었는데 …….’

 

 제이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발밑을 보고 있자, 에드리앙이 먼저 움직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아……!”

 

 그는 말 한마디를 툭 던져 놓고서 양손으로 제이드를 번쩍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그녀의 몸이 공중에 붕, 하고 떠올랐다. 얇은 치맛자락 너머로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단단한 팔이 느껴졌다.

 

 제이드는 무거운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깃털같이 가볍지도 않았다.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몸에 잔 근육도 어느 정도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제법 무게가 나갈 텐데도 불구하고 에드리앙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너무나 손쉽게 그녀를 들어올렸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제이드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그에게 안겨 있었다.

 

 자칫 잘못 움직였다가 유리 파편 위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에드리앙은 몇 걸음 만에 손쉽게 유리 파편들을 지나쳤다.

 

 그리고는 그녀가 유리를 밟을 일이 없도록 멀찍이 떨어진 곳에 내려주었다.

 

 쓸데없는 접촉을 배제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례는 무례였다.

 

 제이드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허리춤에 양 손을 올리고서 에드리앙을 향해 말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사람을 그렇게 허락도 없이 들어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데이블로스씨.”

 “혹 영애가 다칠까 걱정이 되어서.”

 “제가 10살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 정도는 알아서 피할 수 있어요.”

 “제 눈엔, 영애가 10살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어 보여서.”

 

 에드리앙이의 말에 제이드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보니 그가 뱀파이어라고 했지?'

 

 이야기 속의 뱀파이어는, 수 백 년은 거뜬히 살아간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가 정말 뱀파이어라면, 그녀의 몇 배나 되는 세월을 살아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에드리앙을 바라보았다. “……데이블로스씨는 그럼, 몇 년 사신 거예요?”

 

  사람을 번쩍 들어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며 다그칠 때는 언제고.

 

 어느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조심스럽게 묻는 그녀를 보며 에드리앙은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녀는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반응을 예측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덕분에 그는 뜻밖의 즐거움을 얻었다.

 

 “20년.”

 “……네?”

 “20년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뭐야. 나랑 동갑이잖아요!"

 

  순간 긴장하고 있던 제이드는 맥이 탁 풀렸다. 20살이면, 자신과 똑같은 나이였다.

 

 '뱀파이어는 다 100년 넘게 살고 그런 것 아니었나.'

 

 그녀는 속았단 표정으로 에드리앙을 한 번 흘겨보았다.

 

 “20년이면 나랑 끼니도 똑같이 먹었네요 뭘. 어디서 어린애 취급이람.”

 “먹는 게 중요한가 보네요, 영애는.”

 “당연하죠. 잘 먹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구요.”

 

 제이드는 자연스럽게 대답하다가, 어느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먹을 것에 대해 얘기하니 생각났다.

 

 뱀파이어가 무엇이든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마물이 아니던가!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 역시 사람의 피를 먹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사람을 눈앞에 두고 태평하게 먹을 것 얘기나 하다니. 제이드는 스스로의 무신경함에 혀를 내둘렀다.

 

 “안색이 나쁘네요, 시에라 영애. 무슨 일 있습니까?”

 

 에드리앙은 순식간에 변한 제이드의 표정에 의아함을 느꼈다.

 

  워낙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는 탓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제 딴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는데, 제이드가 흠칫하며 한 걸음을 물러섰다.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반응에 에드리앙이 인상을 찌푸리던 찰나.

 

 망설임, 그리고 막연한 불안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이블로스씨. 사람 피, 먹어봤어요?”

 

 진지한 그녀의 질문에, 그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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