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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검술학원의 낙제생인 루크는 어느때와 같이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따돌림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도중. 부스스한 긴 흑발과 묘하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동양의 검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으신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akrmak3tp@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17-4화. 교황의 방문.
작성일 : 18-02-06 16:42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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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른 날의 아침. 루크는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본다. 새벽 5시. 아직은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일어난다. 스승을 처음 만날 그 날부터 자신이 더 노력을 해야 검을 익힐 수가 있기 때문에 주말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서는 마을을 돌아다니는, 뜀박질을 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아직은 더운 날씨이기는 하나 새벽이나 밤이 되면 쌀쌀해졌기에 가벼운 겉옷을 입고 달린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달리기에 발목도 많이 삐고, 숨도 차기도 했지만 이제는 몸이 점점 좋아지는 반응을 나타내는 것인지 요 며칠 사이에 한계치를 넘어도 지치지가 않았다. 기라는 힘 덕분일까? 어느 정도를 다리에 주입하면 약간 편해지는 것이 나쁘지가 않았다. 또 한 어제 만난 새로운 스승은 하체의 단련을 하라고 하였으니 말이다. 평상시보다 내는 기의 양을 조절하면서 뛰는 건 어렵지만 익숙해져야겠지.

 

 "후아...."

 

 약간은 거센 숨을 내쉬면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서서히 걸음을 통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에 들어서 땀을 잘 배출하는 몸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윽고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서는 천천히 걸어서 다리의 근육을 혹사시키지 않게 하였다. 너무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루크는 잠깐 서서는 다리를 주무르며 지친 근육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집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아직은 아침이 오기는 멀었다곤 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한 소리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새벽의 상쾌함과 목표치를 달성한 쾌감일까? 갈색머리의 소년은 요란한 소리가 들린 곳으로 발을 옮긴다.

 

 이른 새벽이다. 가벼운 옷차림과 함께 겉옷을 준비하여 저택에서 나온 붉은 머리칼의 소녀.

 

 "아직은 쌀쌀하구나."

 

 나지막한 혼잣말과 함께 쌀쌀한 새벽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약간 빠른 걸음과 동시에 저택을 나선다.

 

 새벽의 공기는 묘하게 신선했다. 숨이 텁텁 막히는 저택의 공기와는 달리 새벽과 아침의 경계의 공기는 그녀를 홀가분하게 바꾸어준다. 물론 그것은 기분이다. 허나 그녀는 그러한 기분을 안고 달리는, 이른바 혼자 달리는 이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붉은 머리카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 살랑인다. 머리끈을 통해 단정하게 묶기는 했지만 말이다. 서서히 구보로 통해 달아오르는 몸은 곧 땀을 일으키게 하며 잠깐 멈춰서는 겉옷을 벗고는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갖는 시간은 이 새벽일지도 모른다. 수련은 학원에서 하고는 있으나 대부분 자신의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도 많았고, 자신을 따르는 동급생의 소녀들도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학원에서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과 행동 때문에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던 적이 수두룩 하였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갈색머리의 소년. 그녀는 저번에 하였던 학원의 축제에서. 우연찮게 만나 결투를 한 그 소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강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약하지도 않은 소년의 모습. 검을 포기하고 넘어지는 나를 무심코 구한 순한 소년을 생각한다. 왜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전부터 레이나 드 발로트 자신은 남자에게 호의를 받은 적이 단언컨데 없었다. 물론 그녀의 외모와 재력을 보고 심상찮게 다가오는 녀석들도 많았지만, 다들 그녀의 악의가 없는 순수한 말투와 검의 대한 강함 때문에 그녀를 좋게 보아도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관계들이 많았다.

 

 그녀의 말투. 무엇보다도 검의 대한 강함 자체가 그녀가 갖고 있었으면 안됐다.

 

 사교회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많으니, 그녀에게 아군보다 적군의 수가 많았다. 대부분 차인 귀족 남성들은 그녀에 대한 악담을 늘어 놓았으며, 여 귀족들은 검을 왜 쥔 것일까? 몸에 난 잔 상처와 굳은살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레이나의 외모는 다른 여성들의 비해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물론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말처럼 내가 자신들의 바램에 맞춰 행동을 하면 그건 꼭두각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 자신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신념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그녀라도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갖은 폭언과 무례한 행동은 상처는 받되 참을순 있다. 허나 만약에, 아주 우연이라도 자신의 여동생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다칠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말이다.

 

 "쨍그랑!"

 

 "아."

 

 짦은 외침. 딴생각을 하며 걷고 있던 그녀는 그만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는 그 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나오는 상점가의 사람.

 

 "무, 무슨 일이야!?"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온다.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서는 바닥에 산산히 부숴진 접시를 본다.

 

 "아... 저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그만...."

 

 실수. 레이나 드 발로트에게 있어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실수. 지금껏 새벽 구보를 하면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하... 오늘 배달해야 할 물건들인데...."

 

 "저, 정말로 죄송합니다. 사례를 하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봐요, 꼬마 아가씨. 일단은 비켜봐요. 접시는 다시 만들면 되니까."

 

 젊은 여성은 한숨을 푹 내쉬며 레이나에게 비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빗자루와 함께 철제 쓰레받기를 갖고 나왔다. 그리고는 소녀에게는 쓰레받기를 건넨다. 무심코 받아들인 소녀는 멀뚱멀뚱하게 쳐다본다.

 

 "꼬마 아가씨. 이건 나도 잘못이 있기는 한데. 오늘 배달할 물건이지만 괜히 밖으로 내놓았으면 안 됐네."

 

 "그게, 무슨 소리이신지...?"

 

 "일단은 치우기나 하죠. 자요, 내가 쓸테니까 조심해서 받아요."

 

 "아, 네."

 

 사그락사그락. 깨진 유리조각이 바닥을 긁으며 내는 소리와 함께 천천이 일어나는 먼지. 레이나는 깨진 접시의 조각을 바라본다.

 

 "너무 쳐다보지 마요, 그러다 조각이 튀어 눈에 들어가요."

 

 "네...."

 

 "그나저나 이런 시간에 구보를 하다니. 신기하네요. 우리도 한 꼬마 녀석이 달리고 있기는 한데."

 

 "꼬마요?"

 

 "네. 제가 어릴 때부터 봐온 녀석이라서요. 툭하면 울고, 시무룩하면서 하는 일은 이상하게 실패하는 꼬마지만 그래도 착해요. 누구보다 착한 아이라서 무심코 응원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말이죠. 정말로 손이 많은 가는 동생이죠."

 

 "그러시군요."

 

 레이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딴생각을 하다가 접시를 깨트리고 말았고, 주인이 나와서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같이 치우고 있으면서 자신도 잘못이 있다고 하였고. 또 무의미한 이 공기를 깨고 싶었는지 추억을 담은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뭔가 다른 느낌이다. 적대해 온 사람들과는 달리, 그 소년과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 메아 누나네. 이른 시간에 일어난 건 처음보네."

 

 루크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곳은 상점가였다. 그리고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챙겨준, 루크에게 있어 엄마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뭐가, 깨진 건가?"

 

 어렴풋이 보이는 윤곽은 허리를 약간 숙이며 무언가를 쓸고 있는 모습이였다. 그리고 붉은 머리칼의 누군가도 함께 있었다.

 

 "누구지? 그녀가 여기에 있을리는 없고."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 무심코 심장이 더욱 뛰기 시작한다.

 

 "교황님. 오늘의 일정은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이 근방에 있는 고기는 다 처리한 것 같고, 오늘은 휴일이 아닌가. 그러니 푹 쉬시는 것이 좋겠네, 추기경. 내일 있을 황제와의 대면에 같이 가야하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그러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아, 부르기 전에 이 고기들 좀 처리해주면 안되나? 외진 숲이라 별 소리는 안들리겠지만 혹여나 모르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그러면 속히 고깃덩어리들을 치우겠습니다."

 

 "인근 산에라도 버리면 동물들이 알아서 먹을 터이니 걱정은 말게나."

 

 네글라스 유리오는 밤을 샜다. 허나 표정은 피곤함이 아닌 기대와 흥분이 뒤섞인 표정이였다. 무성한 풀 위에서 숨을 껄떡이는 고기들을 보며 살려달라는 그 모습을 보면 참으로 흥분을 해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그 기분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미친 놈...."

 

 은빛을 머금은 소년은 나무에 걸터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욕을 하고서는 속히 황제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작가의 말
 

 네이버 베스트 리그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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