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 방법이요...?"
"네. 어떻게 그리 빠른 속도를 내며 빠르게 공격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서요."
점심 시간이 끝나기 15분 전. 그들은 음식들은 다 먹고 디저트를 해치운 다음에서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버님이 수련이나 훈련은 하지 말고, 사교계에서 여러 귀족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했습니다. 허나 저는 장차 발로드 가를 이끌 가주가 될 사람이니 사교계나 그러한 것은 저보다 제 동생에게 부탁을 했죠."
"아, 저기... 그러면 수련은 어떤 식으로 하셨던 건가요? 이야기를 얼추 들어보면 아버님의 반대로 인하여 검을 배우기가 참으로 힘들었을 것인데?"
"처음에는 자신에게 알맞는 검을 익히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도검창을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무기를 택한 일수가 두 달은 걸린 것 같네요."
"두 달씩이나요?"
"네. 저와 반대로 다른 귀족 가문들의, 기사 가문의 자제들은 미리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기를 고르고 수련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타 무기에 대한 반격이나 반응도 할 뿐더러 자신과 같은 무기를 가진 자도 어느 정도 상대를 할 수가 있습니까요. 그만큼의 경험치가 축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확실히...!"
"그래서 당신이 쓰는 검은 동양에서 많이 쓰는 무기라 하던데."
"네. 그 날 축제에선 익숙한 게 보이길래 그대로 들고 나왔어요. 예전에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검이기도 하니까요."
"루크 님의 아버님은 대장장이신가 보네요."
"마을 외곽 쪽이기는 하지만 꽤나 알아주는 대장간이예요. 가끔은 귀족들의 검을 만들거나 혹은 학원에 대부분이 아버지가 만드신 검이기도 해요."
"대단하시군요. 확실히 대회에서도 쓰던 모든 무기들의 품질이 높긴 하였지만, 아버님이 만드신 건 줄을 몰랐군요."
"레이나 양. 당신은 귀족이면서도 희한하게 저 같은 평민에게도 경어를 사용해주시네요."
"그게 귀족의 예절이니까요."
그녀는 붉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면서 말을 한다. 그 모습에 잠시나마 목덜미를 보았다.
"예쁜 머리카락이네요, 레이나 양의 머리카락은."
"어머님이 남겨주신 마지막 유품이기도 해요."
"아... 제, 제가 그, 실례되는 말을 한 것이 아닌지...!"
"모두가 그러더군요. 머리카락을 칭찬하고, 제가 이리 말하면 다들 당황하면서 말을 더듬는군요."
"그, 그런가요."
무심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칭찬을 했다가 그만 들어선, 아니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버린 모양이다. 그러나 레이나는 그러한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는 왜 안절부절해 하지 못하는 루크를 보며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본다.
"곧 있으면, 예비종이 울리겠네요."
"아, 네."
"그러면 저 먼저 일어나볼게요. 그리고 제가 충고해 드리고자 싶은 것은, 무기의 본질을. 그 무기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을 한다면 훈련이나 수련을 할 때 편한 느낌이 들겁니다."
그리 말하고서는 살짝 부는 바람에 실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남겨준 그 말을 곱씹으며 루크도 생각을 했다.
무기. 모든 유명한 검사들도 자신의 무기의 극의를 깨닫고 하니 말이다. 루크는 스승의 말이 떠오른다. 맨 처음, 아니 세 번째 만남에서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자신과 같은 동양의 무기로 이 세상의 정점을, 극의를 깨우쳐주겠다는 스승의 호언장담. 그렇다. 우선은 기술이 아니다. 동양의 검을 '도' 라고 하는 무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루크는 예비종 소리를 듣고서는 교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 잊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폐하. 요새 들어서 델브란의 숲에서 괴수들이 인근 마을을 번번히 내려온다는 탄원서가 자주 옵니다.
"거 참. 그 쪽의 녀석들은 자기 구역에서는 절대로 안 나가는 녀석들인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 사람들을 보내기는 했습니다. 얼마 안가서 수확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으니까요."
"역시나 일처리가 참 빠르단 말이야. 그러고 보면 며칠 뒤면 교황의 방문이 있다지?"
"네. 8월 초에 방문을 예정하고 있습니다만, 너무 시간이 없어요. 다음으로 미룰까요?"
"아니야. 그대로 진행해. 괜스레 교황에게 밉보였다가는 사는게 고달퍼진다고. 그러니 우선은 제일 중요한 일은 델브란 숲의 녀석들과 교황의 방문인가. 그나저나 숲에는 누굴 보냈지?"
"라자크- 우르가와 웨니, 이렇게 총 두 명을 보냈습니다."
"라자크는 분명히 자기가 원해서 간 것이고, 웨니는 도대체 왜? 나보다 더 한 게으름뱅이가 그런 의욕을 내뿜다니?"
"예전부터 마법 재료에 환장을 하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예전에 이상한 마력을 감지했다고는 합니다만."
"그러면 가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좋아. 일단 숲의 건은 그 둘에게 맡기고. 만약에 무슨 변수가 생겼다면 그 즉시 병력을 지원하겠어, 머지않아 교황 늙은이도 오니 그에 대한 환영 인사도 해야할 터이고."
"네. 그러면 속히 인원을 모아 준비하겠습니다."
"아, 맞다. 리디아. 요번 축제에서 베르크만이라 잘 대화했어?"
"그, 그게 무슨 소리이신지?"
"아니, 축제의 마지막에서 무슨 둘이 기분 좋게 대화하는 모습이 보여서 말이지. 커플로 보였단 말이지, 리디아도 역대급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 어땠어?"
"그, 그 날은 별로 아무 일도 없었으니 사, 상관하지 마세요! 그, 그럼 저는 먼저 가봅니다!!"
문을 쾅 닫으며 얼굴이 빨간 채로 돌아가는 리디아. 그리고 황제는 약간 골려준 것 가지고 저리 반응, 아니 진짜로 있던 일은 저리 말하니 도대체 그 두 명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돌연, 표정이 변하며 무언가를 훓어보면서 크게 고민을 한다.
"델브란의 숲이라... 개시를 시작한 건가, 이단자들이여...."
황제는 이단자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며, 마치 그것들이 살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럴리가 없지. 그 녀석들이 그리 쉽게 죽을 수 있을리가 없겠지. 루인 워커."
"예, 폐하."
루인 워커라고 부르자 곧장 나타나는 한 남자. 달빛을 머금은 머리와 외관은 아직 루크 정도의 또래로 보였다. 허나 그의 나이는 적어도 성인의 나이이다.
"요즘 들어 기괴한 소문이나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네. 대부분이 기이한 현상들을 목격하거나 체험을 했다는 뒷골목의 증언들이 수두룩합니다."
"흐음. 역시나 이단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걱정마십쇼. 뭐 어떻게든 잘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너무 낙천적인 생각이다, 루인. 허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즉시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하거라."
"하긴, 위험하기 전에 처리하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쉽사리 덤비지 말아라.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특이한 일이 있다면 바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소년은 그 말을 끝으로 모습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뭔가 작은 태풍이라도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드는 황제.
"아. 그때 축제 때 봐두었던 소년을 조사했던 보고서가 여기 있을 터인데."
자신의 서랍을 뒤지면서 점찍어둔, 루크를 기록한 서류를 찾는 황제. 고생 끝에 뒤집어 놓은 결과 가까스로 찾아낸 한 장의 서류.
"흥미롭군."
황제는 루크의 신변이 적힌 서류를 읽으면서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