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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검술학원의 낙제생인 루크는 어느때와 같이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따돌림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도중. 부스스한 긴 흑발과 묘하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동양의 검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으신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akrmak3tp@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10-6화. 휴식, 그리고 만남.
작성일 : 18-02-06 16:32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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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의, 극의요?"

 

 "그래, 소년. 내게 검을 배우거라. 그러하면 이 나라에선 꽤 벤다고 자부하는 녀석들은 전부 상대할 수가 있다."

 

 "그, 그건 비약이 좀 심하지 않나요?"

 

 "비약이 아니다, 소년. 내가 마음 먹고 너를 제대로 가르친다면야 웬만한 놈들은 손도 못 댈 거다."

 

 류월랑은 잠시 동굴 내부로 더 들어가더니 아직 젖지 않은 나뭇가지와 이름 모를 짐승의 털을 한 뭉치 가져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내려놓고는 천천히 불을 지핀다.

 

 "슬슬 어두워지니까 불을 지피기는 해야겠지. 소년이 기절해서 잠든 사이에 동굴 내부를 돌아보니 이런게 있더라고."

 

 류월랑은 그리 말하긴 하였지만 희미하게 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루크는 아마 내가 기절한 사이에 구해온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소년. 궁금한게 하나 있다만. 어째서 검술을 배우는 거지. 무언가 이루고 싶은 거라고 있는 건가?"

 

 "그런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멋대로 입학 신청을 해놓으셔서 검술 학원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그러면 소년은 그게 불만인 건가? 검을 배운다는 것이."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저는 아버지가 하는 가업을 이어 받을 줄 알았거든요."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지?"

 

 "대장간이요. 무기를 만들거나, 농기구를 만드는 일을 하세요."

 

 "흐음. 그렇군."

 

 류월랑은 기를 눈에 집중하여 소년의 몸을 보았다. 아직 미완성이기는 하나 폭발적인 근육과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자리 잡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 소년이야말로 자신의 검을 이어받을 수 있는 소년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본인이 잘 모르겠다고하는 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 검에 어울리는 탁월한 육체를 가졌지만 정신은 아직 덜 여물었다.

 

 "그렇다면 소년은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건가?"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소년. 너무 큰 걱정은 말거라. 그 나이에는 아직 자신이 해야할 일을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아. 심지어 나같은 놈도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서는 방황하고 있지. 그래도 말이다, 소년. 너가 진정으로 강해지고 싶다면야 나의 검술을 보거라."

 

 류월랑은 그리 말하고서는 도를 뽑아들었다. 자신의 애도이자, 누군가의 유품인 그 도를 말이다.

 

 "우선은, 제일 기본적인 것은 보법이지. 아무리 힘이 강해도, 아무리 좋은 기술을 쓴다 하여도 발놀림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허공에 칼질을 하는 미치광이일 뿐이지. 이 보법은 남들한테도 자세히 보여준 적도 없는 보법이다."

 

 순간 류월랑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비틀거린다, 마치 아지랑이를 보는 듯한 기분. 그리고는 이내 류월랑은 몸은 이내 더욱 아른거리며 이윽고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헛것을 보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곳도 온통 류월랑의 아른거리는 모습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어깨에 손을 갖다대는 류월랑과 그 반응에 격하게 놀란 루크는 비명을 지른다.

 

 "뭐, 뭔가요, 이건?"

 

 "아지랑이다. 물론 비가 오는 탓에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리고 곧장 다음을 보여주마. 일도(一刀). 광희(光熙), 이어서 보법을 이용하마."

 

 아까 전에 보인 아지랑이라는 보법과 함께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류월랑. 그리고는 방금 보았던 아지랑이와는 다르게 완벽한 상태의 류월랑이 여러명 있었다. 빛나는 검을 들고 말이다.

 

 "우, 우왓! 뭐, 뭐죠 이건? 마법? 마법인가요?"

 

 "아니. 이것이 완벽한 아지랑이다. 급조한 빛으로 만든 것이기는 하나 얼추 잘 되었군."

 

 류월랑은 빛나는 검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다시 검집에 그대로 돌려놓았다. 루크도 이내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아주 알아채기 쉽도록 변했다. 류월랑도 이런 기분은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대부분 자신의 기술을 남들에게 보여주면 질타와 비난 섞인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 소년은 정말로 감탄을 머금은 그 모습을 보니 왠지 기뻤다.

 

 루크도 마찬가지로 아까 전 어린 소녀 마법사를 보았을 때도 신기했지만 이건 더 하였다. 마치 책에서 본 마법. 실로 감탄을 숨길 방법이 없었고, 그저 감탄사만을 남발하는 루크였다.

 

 "소년. 내가 보여준 것은 아주 극히 일부야. 그리고 너는 이 검술을 받아들이기에 아주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지."

 

 루크의 손을 덥석 잡고는 주무르는 류월랑. 역시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아주 좋아. 마치 풍신의 몸과 비슷하구나."

 

 "네? 풍신?"

 

 "우리 대륙의 강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녀석도 이러한 몸을 지니고 있었지. 헌데 너는 아주 이상적이지. 필시 너는 내게 검을 배운다면야 아주 강해질 것이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소년."

 

 "저, 정말로 강해지는 건가요?"

 

 "그래. 그리고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하였다. 내가 내뱉은 말을 절대 물리지 않는다."

 

 류월랑은 진지한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루크도 그 시선을 보고선 다시금 불안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멀리 온 동양 대륙의 사람이 나를 믿어준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저, 저는 재능도 없거니, 하물며 검술도 최하위인데 진짜로 제가 강해질 수 있을까요? 아직 자신도 없고."

 

 "소년. 자신을 믿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어. 만약 이 운명, 혹은 기연을 놓친다면야 너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서는 평범히 졸업을 하고 살아가겠지. 물론 평범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아까 전에도 말했듯이 나와 소년의 운명은 억지로 뜯는다고 해도 뜯어질 수가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말을 하지. 소년 나의 제자가 되어라. 누구도 너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겠다. 누구도 너를 쉽사리 덤비지 못하게 만들어주겠다. 누구 하나도 너를 비아냥하는 사람 없이 존경에 이르게 해주마."

 

 믿음. 루크는 이 남자가 자신을 굳게 믿는 것을 보았다. 크나큰 기대. 거절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속으로는 이 사람의 제자가 된다면야 얼마나 강해지는 것일까? 이 사람과 함께 다닌다면 신기한 일이 가득하지 않을까. 같은 검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인연.

 

 "저는 강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는 어제처럼, 남들에게 무시받지 않는 매일처럼, 저는 강해지고 싶어요."

 

 "좋다. 오늘부터 너는 나의 제자이다, 소년. 서양의 아이에게는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구배지례를 갖춰 예를 올리거라."

 

 류월랑은 루크에게 구배지례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준비가 끝났는지 류월랑은 자신의 애도를 옆에 내려놓고는 품위를 갖춘 채로 루크를 마주보았고, 루크도 구배지례가 준비되었는지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홉 번의 절이 끝나자 류월랑은 루크의 손을 잡으며 말을 꺼낸다.

 

 "이제부터 잘 부탁한다.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쏟아내어주마. 그리곤 다 쏟아내줄 쯤이면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소년일 것이다."

 

 "자, 잘부탁드립니다!"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하는 루크와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웃는 류월랑.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대륙에서는 새로운 별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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