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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예쁜 별
작가 : 가짜수염
작품등록일 : 2018.1.1

'IC- 031' 행성을 탐사하게 된 인공위성 '이카로스'. 하지만 외딴 별에 추락하고 맙니다. 칠흑 같은 우주 속에서 홀로 남게 된 이카로스, 하지만 그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인공위성과 별의 사랑 이야기 막을 올립니다.

 
어둠 속에서 유리잔 찾기.
작성일 : 18-02-03 13:54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7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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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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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에게 이름을 지어준 지 며칠이 지났다.

 나는 얼음같이 싸늘했던 스텔라의 모습이 좀처럼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차마 말을 걸어볼 수 없었다.

 지금의 스텔라는 처음 봤을 때 그 모습인데 어째서 나는 스텔라를 볼 때면 그때의 싸늘했던 모습이 떠오를까?

 분명히 스텔라의 싸늘한 모습보다 따스한 모습을 더 많이 봤는데, 왜 스텔라를 볼 때면 싸늘한 모습이 내 눈앞에 계속 아른거릴까?

 어째서 좋았던 날들이 더 많았는데 나쁜 날만 머릿속에서 강렬하게 남아서 나를 괴롭힐까?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고 싶다.

 예전처럼 나는 스텔라에게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주고, 스텔라는 내게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하지만 그 날로 돌아가기엔 우리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함께 걸었던 발자국을 따라 함께 웃었던 날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발자국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하얀 방에 갇혀있었던 내 모습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사나운 맹수 앞에 서 있는 나약한 미물처럼 자신감과 용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왜냐하면, 하얀 방에 나와서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가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가 떨어질 수 없고 매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더 멀어진다는 끔찍한 상황이 도래할까 봐 스텔라에게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다시 예전의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고, 스텔라의 환한 모습을 보려면 하얀 방에 갇혀있었던 내 모습이 아닌, 뭔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변해보려고 애써봤지만, 나의 용기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로 도망갔는지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아 매번 실패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때까지 스텔라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스텔라가 먼저 이야기의 막을 올렸고, 나는 늘 스텔라의 이야기에 대답을 해주거나, 묵묵히 듣기만 했다.

 나는 변해야 한다.

 용기를 내서 스텔라보다 먼저 말을 걸어봐야 한다.

 하지만 스텔라에게 어떻게 무슨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안녕 스텔라.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같아. 스텔라, 오랜만에 스텔라의 그림을 보고 싶어. 스텔라는 이때까지 내가 보여줬던 사진 중에서 어떤 사진이 가장 아름다웠어?’

 

 멍청한 나는 왜 하나같이 낡고, 상투적인 이야기밖에 떠올리지 못할까?

 이런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은 내가 한없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스텔라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카로스, 안녕? 혹시 무슨 일 있어? 며칠째 아무 말도 없어.”

 

 이번에도 스텔라가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달리기 시합을 할 때 왼발이 먼저 갈지 오른발이 먼저 갈지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고민하다가 출발신호를 놓치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스텔라의 물음은 어찌 보면 좋은 기회였다.

 솔직한 나의 마음과 혼자 외로이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전부 털어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스텔라가 자신 때문에 고민하고, 이렇게 나약한 내 모습을 알게 된다면 내게 더 멀어지고 미워할까 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아냐. 별일 없어. 괜찮아.”

 

 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별일 없다는 듯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나를 숨기고 말았다.

 그러나 스텔라는 이런 내 모습이 진심이 아닌 것을 아는 듯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집요하게 내 진심을 알아내려고 했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아 보여. 혹시 나 때문에 그러는 거야? 괜찮아. 내게 솔직하게 전부 말해줘.”

 “…….”

 

 나는 스텔라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내 기분을 알아내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며칠 전에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스텔라의 모습에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따뜻한 모습으로 내게 먼저 다가오려는 것일까?

 혹시 내가 고민만 해왔던 것을 지금 스텔라는 내게 말을 걸며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며칠 전에는 도대체 왜 그런 모습이었을까?

 나는 스텔라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끝내 짜증이 터지고 말았다.

 

 “이카로스, 괜찮아. 뭐든지 좋으니까…….”

 “아무 일도 없어! 왜 그렇게 나를 알려고 애쓰는 거야?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엉켜버린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풀어내어 아름다운 스웨터나 목도리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실타래를 가위로 난도질을 하고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이미 뱉어버린 화 때문에 분위기는 하얀 종이 위에 검은 잉크를 엎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게 다가오려는 스텔라를 보며, 나는 그런 식으로 화냈으면 안 됐다.

 나는 더는 행복한 그 날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였다.

 내게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스텔라를 잔혹하게 넘어뜨린 나는 착잡한 죄책감만 숨길뿐이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짙고 어두운 정적은 내 가슴을 까맣게 물들게 했고, 서서히 조여왔다.

 하루가 지나고, 괴로움에 굴복당한 나는 부품을 모조리 뽑아내 던지고 부쉈다.

 이틀이 지나고, 나의 모든 전원을 꺼버릴 각오로 메인 전원 스위치에 전류를 보내려던 찰나였다.

 

 “있잖아. 혹시 우리가 약속했던 그 날 기억나? 그리고 어떤 약속을 했는지…….”

 

 영원토록 나를 괴롭힐 것 같던 정적은 스텔라의 목소리 덕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나는 스텔라에게 화를 내며 싫은 말을 뱉었는데도 불구하고, 스텔라는 내게 화를 내기는커녕 따스한 목소리로 내 마음속으로 한 발자국씩 다가왔다.

 스텔라는 화를 낸 나의 모습을 보고 나서 더 냉혹하고 잔인하게 나를 벼랑으로 내몰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리어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니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스텔라의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난 얼어붙어 버렸고, 스텔라는 이런 나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항상 함께하기로 했잖아. 이카로스가 나를 싫어하고, 떠나갈까 봐 무서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스텔라는 내게 더 가까워지려고 간절하게 말하며 다가왔지만,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스텔라는 나의 미지근한 모습에도 좌절하지 않고, 내가 왜 침울한지 집요하게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럼 솔직하게 이야기해줄래? 나를 불안하지 않게 해줘.”

 

 나는 바보다.

 나는 스텔라를 품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침묵과 고함으로 스텔라를 더욱 불안에 떨도록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내게 다가오는 스텔라의 모습을 가만히 보니, 어쩌면 스텔라는 내게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전부 알지도 않는 스텔라의 생각과 행동을 나의 상상으로 생각하고 결정 내려서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아닐까?

 나는 스텔라의 진심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고, 깊은 심연에 잠겨 있던 나의 용기와 자신감은 동쪽의 수평선에서 해가 떠오르듯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서 대답해줘!”

 

 스텔라의 외침은 내게 진심을 알려달라는 듯이 간절하게 절규했다.

 스텔라의 목소리는 나의 마음을 완벽하게 끄집어내기에, 충분한 힘을 가졌다.

 나는 여전히 떨리고 무서웠지만,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스텔라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걱정시키고 불안에 떨도록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냐면, 사실 안 한 것보다는 못했어. 혹시 내가 너의 이름을 지어줄 때 너를 쳐다보다가 예쁘다고 말했던 것 기억나?”

 “응…….”

 

 스텔라는 내 이야기를 듣고 그 날이 떠올랐는지 모래가 저녁노을처럼 붉게 물들었다.

 

 “내가 이때까지 봤던 별 중에서 제일 예뻐서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새어 나왔어. 그리고 스텔라에게 예쁘다고 칭찬하면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지리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너의 모습은 얼음보다 더 차가워 보였고, 난 처음 보는 너의 모습에 놀랐어. 그런 너의 모습을 보니까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무서웠어. 그래서 이때까지 네게 말을 할 수 없었어. 미안해.”

 

 마침내 나는 사실대로 전부 말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들어줄 상대가 없었던 나는 늘 혼자 속으로 삭이며 숨겨왔는데, 처음으로 내 모든 것을 꺼내고 나니까 속이 꽤 후련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진심이 깊은 갈등과 어색함으로 얼룩진 미궁 속으로 향하게 될지, 아니면 응어리진 오해를 푸는 황금열쇠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용기 내어 말한 나의 진심이 스텔라에게 닿아 예전처럼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지만, 결정은 스텔라의 몫이기에 나는 스텔라의 대답을 숨죽여 기다렸다.

 스텔라가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의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나는 스텔라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스텔라의 대답은 내가 생각했던 대답과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도 이 말을 듣고, 이때까지 나 혼자 스텔라의 침묵에 고민하던 것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때는 이카로스에게 왜 그런 모습으로 보였는지 모르겠어.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라 부끄러워서 그랬는데 이카로스에게는 그렇게 보였구나.”

 “부끄러워서 그랬던 거야? 나는 네가 그런 모습에 정말 무서웠단 말이야.”

 “그때 당시에 지금의 이카로스처럼 내 감정을 전부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치?”

 

 스텔라의 모래는 오랜만에 아름답게 빛을 내며 나를 덮어주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텔라의 품은 봄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들판 같았다.

 

 “이카로스, 이것만 알면 돼.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나 우리는 함께 있다는 것 말이야. 그리고 다음부터는 혼자 고민하며 결정 내리지 말고 나한테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아 줘. 혼자 고민을 계속한다면 너도 모르게 더 큰 고민을 데려와.”

 

 나는 스텔라가 어떤 생각 하는지도 모른 채로 늘 그래왔듯이 혼자 지레짐작하며 판단해왔다.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여전히 서툴렀다.

 함께하기로 했던 약속은 잊어버린 채, 스텔라에게 진심을 숨겨왔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나 때문에 괜히 스텔라를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했다.

 

 “고마워. 그리고 숨겨서 미안해. 다음부터 안 그럴게.”

 

 오랜만에 스텔라의 환한 모래를 보며 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스텔라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렇게 하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생각해보니까 우리의 모습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맞아. 서로를 잘 모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 내가 너를 좀 더 알았더라면 이렇게 숨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근데 서로를 알아가려면 어떡해야 하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와 스텔라는 멋쩍은 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만나기 전까지 누구와도 제대로 된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스텔라,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응! 그러자! 이카로스가 먼저 해볼래? 이카로스의 자기소개 듣고 싶어!”

 

 처음 해보는 것들은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지 스텔라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려면 자기소개를 해야만 한다.

 

 “그래! 나는 이카로스라고 하고, 지구에서 왔어. IC -031 행성을 탐사하다가…….”

 

 열심히 나를 소개하던 중에, 스텔라는 갑자기 나의 소개에 끼어들었다.

 

 “이카로스, 겉모습과 과거가 아닌 성격과 마음을 알고 싶어.”

 

 과연 겉모습이 아닌 성격을 소개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나름대로 나를 잘 소개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텔라는 내 소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스텔라가 먼저 해줘.”

 

 스텔라의 성격은 어떤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궁금했던 나는 마침내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든 스텔라가 얼마나 자기소개를 잘 하는지 보고 싶었다.

 스텔라는 잠깐 중얼거리더니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숲속의 공기처럼 맑은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혼자 우주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저 수많은 별도 나처럼 혼자일까? 아니면 나만 혼자일까? 가끔 울적해서 운석에 부딪혀 조각나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 하지만 어느 날부터 광활한 우주에도 나의 친구는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어. 그래서 친구가 생기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고, 상상 속의 내 친구를 모래로 그려가면서 지냈어. 이런 모습을 보며 나를 봤을 때 나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 또 칭찬이나 나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부끄러워서 ‘나도 좋아.’, ‘고마워.’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감정을 숨기려고 해. 좋아하는 것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고, 싫어하는 것은 외로워질 때야.”

 

 나는 스텔라의 소개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고,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스텔라의 진심은 내 마음속으로 달려와 춤을 추는 듯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텔라를 절대로 외롭게 내버려 두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텔라는 혼자 지내는 시간 동안 친구가 생길 때를 염두에 두며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내 삶 속에서 친구가 생긴다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지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인공위성처럼 수명이 다 되면 버려질 존재고, 누구와도 소통이 안 됐기 때문이다.

 스텔라의 자기소개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스텔라의 진심이 느껴졌어. 고마워. 그리고 다시는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을게.”

 “고마워! 이카로스, 다시 한번 잘 부탁해!”

 “응! 근데 나는 아직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어. 스텔라처럼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

 “괜찮아! 너의 깊은 곳에 잠들어있는 진심 어린 마음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하는 거야! 간단하잖아.”

 

 스텔라의 힘찬 응원에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존재를 뒤돌아보며, 하얀 방에 갇혀서 잃어버렸던 나의 진심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담담하게 나의 모든 것을 스텔라에게 들려줬다.

 

 “음……. 알겠어. 한 번 해볼 테니까 끝까지 잘 들어줘. 나도 내 곁에 친구가 있어 주길 원했어. 하지만 언젠가 나는 다른 인공위성처럼 망가지거나 수명이 다되면 버려질 존재고, 누구와도 소통이 안 되는 나는 앞으로 계속 친구를 만들지 못할 것이리라 생각했어. 그래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나의 모든 것을 묻었어. 하지만 깊게 묻어둔 내 감정을 이제 꺼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내 옆에 있으니까 말이야.”

 

 가까스로 내 감정을 스텔라에게 전해줬다.

 그리고 나는 혹시 스텔라가 또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스텔라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스텔라는 내 소개가 만족스러웠는지 상냥하게 말했다.

 

 “그거 봐. 잘 하잖아! 이카로스가 날 외롭게 만들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나는 이카로스 옆에 항상 있고 싶어! 오늘의 계기로 우리를 조금 알게 된 거야. 어때?”

 “좀 더 가까워져서 기뻐! 그리고 부탁이 있어.”

 “어떤 부탁이야?”

 

 막상 말하려니 부끄럽고, 낯간지러워져서 잠시 망설이게 됐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우리는 부끄러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내가 너에게 항상 솔직해질 수 있도록 도와줘.”

 

 나의 작디작은 목소리를 스텔라가 들었는지 모래는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빛나는 모래는 며칠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았다.

 나는 스텔라가 왜 겉모습이 아닌 진심을 소개하길 원했는지 며칠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예를 들어서 선물상자의 포장지가 아름답다고 해도, 안에 들어있는 선물이 볼품없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물론 포장지가 볼품없다면 상자를 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포장지는 꽤 괜찮았고, 스텔라는 안에 어떤 선물이 들어있는지 알기를 원한 것이다.

 열어보니 다행스럽게도 서로가 교환한 선물은 근사하고,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선물이 언제나 아름답게 빛나도록 항상 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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