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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검은 심장의 마도사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검은 심장의 마도사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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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 최종 병기 리벨 라이온은 홀로 배덕자가
되어 영욕의 세월 10년을 보내야 했다.
동료들의 죽음 앞에 용족의 개가 되어야 했던 오늘을 부수다.
마도 제국 알터 레그눔의 유산을 발견하고 잃어버린 마도비학을 얻어
역사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 순간 리벨, 그가 징벌의 길을 걷다.

용족과 인간, 대립된 두 존재의 분쟁과 다툼, 평화와 공존을
리벨, 지금 그의 손에 모든 질서가 결정된다.
바로 이것이 심장이 검게 타 버린 한 위대한 마도사의 기록이다.

 
제 9 화
작성일 : 16-07-07 12:54     조회 : 571     추천 : 0     분량 : 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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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족을 구해 주고 상처까지 치료하다니, 자신의 행동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엔 자그마한 후련함이 있었다.

 용족에게 은혜를 입힌 인간.

 자신이 했던 행동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것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없군.’

 이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죽으면 더욱 골치 아픈 사람이다. 무사히 살려냈으니 나중에 골머리 썩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거면 되었다.

 그는 복잡한 심정을 안고 그녀를 뒤로하며 동굴 속을 걸어갔다.

 

 동굴을 어느 정도 나아가니 허리를 잔뜩 숙여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크기로 좁아졌다.

 마법 등불의 푸르스름한 빛에 의지해 한참을 나아갔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동굴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리벨은 이곳을 처음 와 본다.

 젠더크는 예전에 이곳을 기어서 갔다고 했다. 그의 덩치를 떠올린 리벨은 그리움과 아련함이 뒤섞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곳에 다시 찾아오겠다던 젠더크는 결국 가장 격렬했던 전투에서 죽었다.

 ‘젠더크, 당신은 최후의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저를 저주하고 있었습니까, 아니면 그래도 제게 살아남으라고 외치고 있었습니까? 그 어느 쪽도 제가 감당하기 버거울 것임을 알면서…….’

 대답없는 질문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하며, 그는 동굴을 나아갔다.

 슬슬 허리가 아파올 무렵이었다.

 휘이이이―

 앞에서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큰 공간이 있다는 증거였다.

 “드디어……!”

 리벨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그는 좁은 동굴에서 빠져나와 거대한 공동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엔 거대한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푸른빛의 암석, 혹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투박한 외양의 성문이었다.

 겉면에는 커다란 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조각이나 글씨도 보이지 않았다.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는 푸르른 대문은 어제 세워진 듯 반듯하게 서 있었다.

 “이것이…… 알터 레그눔의 유적인가……!”

 리벨은 10년 만에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실감했다. 목에 걸린 유적의 열쇠를 강하게 거머쥐며, 그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사리 움직여 문으로 다가갔다.

 높이는 20미터에 폭은 그 배가 넘는 듯했다. 마치 거대한 창고를 지키는 문 같기도 했다. 다가가면 갈수록 커 보이는 위용에 리벨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은 그 대부분이 사라진 알터 레그눔의 흔적. 하지만 단 하나의 흔적만으로도 최초의 왕국이라 불린 강대한 나라의 힘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벨은 조심스럽게 문의 중앙으로 다가갔다.

 문의 하단에는 거대한 원이 새겨져 있었다. 지름은 5미터 정도.

 리벨은 그 부분을 더듬거리다가 자그마한 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긴장하며 유적의 열쇠를 꺼냈다. 기묘하게 꺾여 있는 직사각형의 모양은 그 홈과 꼭 맞았다.

 리벨은 심호흡을 하며 목걸이에서 열쇠를 분리했다.

 “젠더크…….”

 그는 여기까지 자신을 이끈 한 사내의 이름을 읊조리며 열쇠를 들어 천천히 홈으로 가져다 댔다.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인간이 용족에 비해 나은 점을 말하라면, 우선 그 끈질김을 내세울 수 있으리라.

 리벨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곳에 도달했다. 인간이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죽지 못해 살아왔고, 포기할 수 없어 버텨 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찰칵.

 작은 소리와 함께 열쇠가 홈에 들어갔다.

 그 순간, 원에서 기묘한 문양이 떠오르더니, 움직이지 시작했다. 직각으로 꺾이고 사선으로 뻗어 나가며 수직선과 수평선이 교차하는, 기묘한 문양이었다.

 파아앗!

 수십 개의 톱니바퀴를 잘게 부수어 흩뿌려 둔 듯이 보이는 문양은 곧 찬란한 청람색 빛을 뿜어내었다.

 그그그극……!

 열쇠를 끼운 부분이 서서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직후 원 안에 있던 문양이 기계적인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찰칵……!

 각 부분, 부분이 정말로 톱니바퀴인 양 움직이던 문양은 이윽고 하나의 문장(紋章)을 완성했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선과 굳건한 대지, 그리고 수백 수천 개의 첨탑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

 알터 레그눔의 문장이었다.

 강대한 고대의 왕국을 상징하는 문장은 다시금 한차례 빛을 발했다.

 청람색에서 황금빛으로.

 그리고 마침내 유적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극! 그그그긍……!

 리벨은 그 앞에서 희열에 찬 표정으로 격양되어 양팔을 벌렸다.

 그는 황금빛을 전부 끌어안는 모습으로 소리쳤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

 알터 레그눔의 유적이 수백 년 만에 드디어 그 문을 열었다.

 한 인간의 유지와, 한 인간의 의지에 의해.

 

 에테르나 레가티.

 리벨은 그것이 이 유적의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

 용족의 공격 아래 패망이 확실시된 알터 레그눔이 남겨 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안에는 알터 레그눔의 역사를 비롯한 각종 기록과 그들의 유산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마치 보물 창고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단 하나의 열쇠만이 있을 뿐이고, 인간이 아니면 열 수가 없었다.

 특히 인간 중에서도, 알터 레그눔의 후예라 불릴 자격이 있는 이들만이 열쇠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 자격이란 바로 혈통이었다. 그것도 알터 레그눔의 귀족 혈통.

 알터 레그눔이 멸망한 이래 그 피는 점점 옅어지거나 혹은 격세유전으로 어떤 이들에게만 짙게 나타나곤 했다.

 젠더크의 경우에는 에테르나 레가티의 앞까지 도달했지만, 그란디오네와 약간의 유물, 그리고 유적의 열쇠를 손에 넣었을 뿐이다. 그는 혈통이란 조건이 맞지 않아 유적을 열 수 없었던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니면 젠더크가 앞을 읽었던 것인지…….”

 리벨은 손에 들린 책을 덮었다.

 그것은 고대인들이 후일 찾아올 이를 위해 비치해 둔 안내서였다.

 에테르나 레가티의 중앙에는 온갖 보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황금과 장식물, 예술품이 알터 레그눔을 상징하는 ‘천의 탑’과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좌우로는 각각 3개의 문이 있었다. 각자 저택이나 성, 신전의 입구를 조각한 문이었다.

 리벨은 저 안에 각각 알터 레그눔의 유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발견한 사람의 자유였다.

 실제로 그가 문을 들어오고서 처음으로 발견한 책, ‘유산의 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멸망한 왕국의 의지를 이어도 좋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용해도 좋다. 다만 이것을 용족에게 넘기지는 마라. 용족에게 멸망당한 나라의 한을, 상속자는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고대인들은 이 유산이 언제 누구에게 상속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자기들의 의지를 먼 미래의 후손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만족하기로 했던 모양이었다.

 망국의 한을 풀지 않아도 좋다. 다만 용족에게 이용당하지만 않게 해 다오.

 리벨은 당연히 그 뜻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가지고 나가는 것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유산의 서와 유적을 열 때 사용한 열쇠만 있으면 그는 그 어떠한 ‘문’을 통해서도 에테르나 레가티를 방문할 수 있었다.

 유산의 서에는 열쇠를 끼우는 홈이 있었다. 열쇠를 홈에 끼운 채 아무 문이나 좋으니 닫혀 있는 문에 가져다 댄다.

 그 순간, 그 문은 에테르나 레가티로 통하게 된다.

 이것은 용족이 사용하는 그 어떤 마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터 레그눔의 진정한 힘이 여기 있었군……!”

 상대의 전략과 전력을 분석하며 살았던 리벨은 다른 용족보다도 용족의 마법에 대해 해박한 인간이었다.

 용족의 마법은 강력하다. 그렇지만 강력할지언정 강대하진 않았다.

 마법은 그것 자체만으로 한계가 있었다.

 마술과 마법.

 마술은 마법의 하위 기술이다. 체계가 불명확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위력 또한 천차만별이다. 혁명군에도 마술사는 여럿 있었다.

 마법은 마술을 체계화하여 확실한 틀을 잡고 체계를 짜 올려 강화한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의 힘을 뒤트는 마법은 체계화라는 틀 안에 힘을 가두고 말았기에 한계가 있다. 그것은 용족의 한계이기도 했다.

 알터 레그눔은 달랐다.

 그들은 마력을 술수로 치부하지도 않았으며, 틀 안에서 체계화하지도 않았다.

 고대의 강대한 왕국은 마력이 가는 길[道]을 읽고, 비추어 인도했다.

 마도(魔道).

 알터 레그눔이 그토록 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마도의 좌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강대했던 나라가 어째서 용족에게 멸망당했던 걸까?’

 리벨은 눈살을 찌푸렸다.

 알터 레그눔은 강대한 힘을 완성한 나라였다. 비록 용족이 인간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멸망할 리 없었다.

 에테르나 레가티의 기록 보관소에는 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있을 터였다. 리벨은 기록 보관소의 위치를 확인한 뒤, 다시 책을 덮었다.

 이곳에 들어오고서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제이나가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일단 유산의 서를 품 안에 넣고는 열쇠를 다시 목걸이와 조립해 목에 걸었다.

 열쇠가 없는 이상 만에 하나 이 책이 용족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그들은 책을 열 수 없을 것이며, 에테르나 레가티에 접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열린 문을 향해 걸어 나오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새로운 숨결이 새로운 각오를 불러일으켰다.

 ‘젠더크, 고대의 유산과 당신의 유지, 확실히 이어받았습니다.’

 그가 문을 나오자 거대한 문이 스르륵 닫히며 문 자체가 점차 투명해지더니, 이내 빛의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이제부터는 오직 유산의 서와 유적의 열쇠를 통해서만 에테르나 레가티를 접할 수 있으리라.

 알터 레그눔의 상속자는 문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그저 빈 공간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강대한 왕국의 유산을,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것을 물려받았다.

 “마도의 힘과 최후의 마도사(魔道師)인가…….”

 리벨은 미소 지었다. 입매는 평소의 가면과도 같았으나, 그 눈빛만큼은 세상을 꿰뚫을 듯 날카롭게 벼린 칼날과도 같았다.

 그가 10년의 세월 동안 가슴속에서 갈고닦은 칼이 드디어 속박에서 해방되었다.

 고대의 유산이 다시 빛을 보았고, 한 남자의 가슴속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서 있던 최후의 마도사는 세상 모든 용족을 향해 선언했다.

 “그랑 솔리스, 너희의 위대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가 왔다.”

 그것은 지독할 정도로 고독한 선전포고였다.

 하나 이제 그것을 무시할 이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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