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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청 부활전
작가 : 망생이
작품등록일 : 2016.8.23

알려진 동화 속 내용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인당수에 빠져야만 했던
우리의 주인공 심청은 다시 살아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옥황상제는 그 소원을 들어주되 조건을 내건다.
인간세상으로 흩어진 명세경 조각을 모아오라는 것,
허나 허락된 시간은 단 100일.
그 100일 동안 심청은 살기 위해 명세경의 흔적을 뒤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며 많은 일들을 겪는다.

 
거핵(擧劾)
작성일 : 16-09-08 12:35     조회 : 431     추천 : 0     분량 : 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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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죄를 고하라!”

 

 전라 관찰사가 호통 쳤다.

 

 그러나 최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밧줄에 묶인 채, 자신이 업무를 보던 동헌 마당에 꿇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정 그렇다면, 내가 대신 읊어 보지. 첫째, 백성들이 굶어 죽는데도 구휼에 힘쓰지 않았다. 둘째, 훈련을 위해 병사들이 관할 지역을 지나는데도 미리 이동 경로를 살피지 않아 사고를 당했다. 셋째, 그 시각 기생의 치마폭에 싸여있느라 사고 대처 지휘를 제 때 하지 못했다. 맞는가?”

 

 “아닙니다.”

 

 “인정하지 못하겠단 것인가?”

 

 “비록 부임된 지 며칠 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첫째와 둘째는 저의 소관이니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세 번째는 아닙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럼 기생 춘향의 집에 간 사실이 없단 말인가?”

 

 “맞긴 하오나, 다른 볼 일이 있어 간 것입니다.”

 

 “기생집에 다른 볼 일이라...”

 

 관찰사가 어이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비겁한 변명이 아닙니다. 그곳에 객으로 머물고 있는 사람에게 전할 물건이 있기에 갔던 것뿐입니다.”

 

 “내가 듣기론 춘향의 방에 한참을 머물렀다 하던데?”

 

 “그, 그건...”

 

 “들이라!”

 

 관찰사의 명이 떨어지자, 관군 둘이 동헌 문을 양쪽에서 활짝 열었다.

 

 그러자 춘향이 안으로 들어와서는 고운 자태로 서있었다.

 

 춘향과 이방이 눈길을 주고받았다.

 

 이방이 고개를 가로젓자, 춘향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곧이어 관찰사가 물었다.

 

 “기생 춘향은 거짓 없이 고하라. 부사 최원과 어제 만난 일이 있는가?”

 

 “예.”

 

 “그래, 둘이 무엇을 했는가?”

 

 “남녀 간의 일을 어찌 입 밖으로 내어 놓겠습니까.”

 

 춘향이 농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은 발끈하여 항변했다.

 

 “거짓입니다! 맹세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나으리, 그리 말씀하시니 서운합니다. 증인도 있지 않습니까?”

 

 춘향이 뒤를 돌아보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

 

 그곳엔 심청이 서있었다.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전라 관찰사의 물음에 춘향이 답했다.

 

 “미천한 이년의 집에 객으로 머물고 계시는 한양에서 온 심청 아가씨입니다.”

 

 “심청은 거짓 없이 말하라. 어제 최원과 춘향,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남녀 간의 일을 소녀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럼 본 것만을 사실대로 말하라.”

 

 심청은 망설여졌다.

 

 원과 좋은 사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는 작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으로 본 것이 있지 않은가.

 

 복잡한 머릿속을 헤매느라 빨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관찰사가 재촉하였다.

 

 “어서 말하라.”

 

 “최원 나리께서 춘향의 방에서 나오셨습니다.”

 

 “그 뿐이더냐? 뭔가 짐작되는 것은 없었느냐?”

 

 “....”

 

 청은 원의 얼굴이 상기 되어 있던 것과 춘향이 풀어헤쳐진 자신의 옷고름을 매던 모습에 대해 말 할 것인지, 아닌지 갈등하고 있었다.

 

 “어서 말씀 하시지요.”

 

 이번에는 춘향이 재촉했다.

 

 그런데 심청에게 종용하는 듯한 춘향의 표정에 무엇인가 있음을 느꼈다.

 

 “전혀 없었습니다.”

 

 기대한 답이 아닌 듯, 심청을 보는 춘향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반면, 원은 심청의 말에 힘을 얻은 듯 항변했다.

 

 “진실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러자 춘향이 끼어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심청 아가씨를 처음 뵌 날, 아가씨와 부사 나으리는 한양에서부터 인연이 있다고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하오니 부사 나으리를 감싸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사실인가?”

 

 관찰사의 물음에 청이 즉각 답했다.

 

 “예.”

 

 ‘!!’

 

 “허나 악연이지요. 결코 호의적인 사이가 아니니, 소녀의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춘향과 청의 날카로운 눈빛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관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기생 성춘향과 부사 최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응급한 사건이 발생한 시각에 자리를 비운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관찰사에겐 풍문거핵(風聞擧劾 : 풍문만으로도 외관을 탄핵할 수 있음)의 권한이 있다. 풍문으로 관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반박할 명분이 있는가?”

 

 최원은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이 관찰사의 입장이었어도, 그리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면 판결을 내리겠다. 남원 부사 최원은 들으라. 두 건의 업무 태만과 한 건의 부적절한 처사에 대하여 각각 스무 대씩, 총 육십 대의 곤장형에 처한다.”

 

 ‘!!’

 

 “허나 부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파직시키지는 않겠다. 그럼 속히 형을 이행하라!”

 

 “예!”

 

 사령 둘이 원을 곤장대에 엎어 묶고는 곤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마치 타들어 가는 듯한 엄청난 고통이 원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최원은 신음 한 번 내뱉지 않고 매를 받아내었다.

 

 *****

 

 “그만 제 집에서 나가 주시지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춘향이 심청에게 말했다.

 

 목소리에선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날 이용하고자 한 것이오?”

 

 심청의 날 선 질문에 춘향은 코웃음을 쳤다.

 

 “천방지축에다 어리숙한 줄 알았더니, 제법 눈치가 있으십니다.”

 

 “대체 이유가 뭐요? 새 사또를 골탕 먹이려는 속셈이 뭐냔 말이오!”

 

 “그 또한 스스로 알아내 보시지요. 향단아!”

 

 즉시 향단이 달려왔다.

 

 “예, 아씨.”

 

 “손님들 나가신단다. 배웅해 드려라.”

 

 “예.”

 

 춘향이 방으로 들어가자, 향단이 큰 소리를 쳤다.

 

 “일각(一刻 : 15분) 안에 방에 뻗어있는 술주정뱅이 데리고 어서 나가세요! 안 그럼...”

 

 그 때였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이리 오너라! 어서 나오란 말이다!”

 

 향단이 대문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향단이 대문을 열어주자, 우락부락한 사내 둘이 들이닥쳤다.

 

 “무슨 일이십니까?”

 

 서른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 길상이 향단에게 말했다.

 

 “예가 기생 춘향의 집이 맞더냐?”

 

 “맞습니다만...”

 

 “이몽룡 나리께서 보내셨다. 얼른 술 한상 거하게 내 오거라. 그리고 춘향이도 어서 나와 술시중을 들라 해라!”

 

 “우리 아씨는 아무 손님이나 받지 않으십니다.”

 

 이십 대로 보이는 사내, 만복이 흥분해서는 길길이 뛰었다.

 

 “아무나? 시방 우리보고 아무나라고 했냐? 이년을 그냥 확!”

 

 만복이 향단의 뺨을 때리려 솥뚜껑 같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때였다.

 

 “그만 두지 못할까!”

 

 어느 새 마당으로 나온 춘향이 소리쳤다.

 

 그러자 만복이 손을 거두고는 음흉한 눈으로 춘향을 훑어보았다.

 

 “소문대로 미인이구만. 그래, 오늘밤 우리 기분을 흡족하게 만들어 줄 준비가 되었는가?”

 

 “대체 뭘 믿고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이몽룡 나리께서 예서 맘껏 즐겨도 좋다고 허락하셨다.”

 

 그 말을 듣자, 춘향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 분 것이 아니니, 그 분의 약조는 내 알 바 아니다.”

 

 “뭐야? 지금 우릴 갖고 노는 게야? 이씨!”

 

 만복이 분에 못 이겨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깨부쉈다.

 

 그러자 길상이라는 사내가 낮게 읊조렸다.

 

 “만복아, 동생아, 좀 기다려 봐라.”

 

 금세 만복이 행패 부리던 걸 멈추더니, 씩씩거리고 서있기만 했다.

 

 길상이 춘향에게 차분히 말했다.

 

 “우리가 이몽룡 나리의 치부를 하나 잡고 있어. 너도 알고 있지? 명나라에서 가져온 그 위험한 물건 말이야. 그걸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거든. 알다 뿐인가? 직접 그 일을 해결해 드렸지. 그래서 나리께선 우리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신다고. 오늘도 네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이리 말하라 하셨다. 이몽룡 나리와 넌 한 운명이니, 나리의 약점이 곧 네 저승길이라고 말이야.”

 

 춘향이 주먹을 꽉 쥐는데,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노여움 때문이었다.

 

 *****

 

 최만춘이 사랑채에서 서책을 읽고 있는데, 부인이 탕약을 들고 들어왔다.

 

 “영감, 마지막 탕약입니다. 어서 드시지요.”

 

 “병은 이미 다 나은 듯한데...”

 

 “의원이 마지막까지 다 드셔야 효험이 있다 했습니다.”

 

 최만춘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탕약을 마셨다.

 

 “억삼이라는 의원이 정말 명의인가 봅니다. 한양의 내놓으라 하는 의원들이 모두 손을 들었는데, 이리 쾌차하시니, 꿈만 같습니다.”

 

 “다 부인의 덕이요. 고맙소.”

 

 “별말씀을요. 안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본분인 것을요. 주상전하께도 곁에서 살뜰히 챙겨드릴 중전마마가 계시면 좋으련만...”

 

 최만춘은 부인의 말에 생각이 깊어졌다.

 

 “영감께서 간택령을 서두르자는 상소라도 올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직 선왕의 삼 년 상도 끝나지 않았는데, 큰 일 날 소리!”

 

 “예외 없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 종묘사직을 튼튼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상께서 하루빨리 후손을 보셔야지요. 또한 우리 팥쥐가 중전이 된다면, 장인인 영감께서 주상전하를 지켜드리기에도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배씨부인이 간교한 미소를 흘리는 모습을 최만춘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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