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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28
작성일 : 18-01-04 20:57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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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던 아인이 맞은 편에 앉아있는 렌을 보며 퉁명스레 말했다.

 

 "부탁인데 뒤돌아 앉을래?"

 

 렌은 스스로도 그런 모습인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한숨을 푹 내쉰 아인이 이번엔 미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울을 벗어 놓고 뚱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미로.

 

 모두가 만물상에 들어와 있는 바람에 미로 일행은 더이상 산맥으로 향하지 못하고 멈춰 섰다.

 산맥 주위를 둘러싼 마기 때문에 모습이 변해버린 탓에 렌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길어진 은발이 늘어져 고개를 숙인 렌의 무릎을 간질였다.

 물론 내려다본 그 무릎마저 가냘퍼서 렌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반면 어깨를 스치던 미로의 칠흑같이 검은 단발은 댕강 잘려 나간 것처럼 귀밑을 겨우 간질였다.

 

 물론 머리만 짧아진 건 아니었다.

 미로는 한창 자라나는 나이의 어린 미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아마 금세 마기를 차단했기에 변화가 크지 않았던 것일 테다.

 

 하지만 렌의 경우, 꽤나 많이 마기를 흡수한 탓인지 상당히 여성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래도 중간에 미로 덕에 숨을 틀어막아 어중간한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어떡할 거야?"

 "뭘 어떡해. 일단 움직여야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묻는 아인에게 뚱한 얼굴의 미로가 답했다.

 

 

 [내 예쁜 아가가.. 어여쁘던 그 아가가..]

 

 "이러고? 이러고 어딜 움직여!"

 

 

 넋이 나간 듯 시름시름 앓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실체화한 상태가 아니라 그 목소리는 미로에게만 들렸다.

 눈썹을 치켜 뜨는 미로를 뒤로하고 질겁하며 고개를 든 렌에게 아인이 짜증 섞인 시선을 던졌다.

 

 

 "꼴 보기 싫으니까 제발 뒤돌아 앉을래?"

 

 싸늘한 얼굴로 독설을 내뱉는 아인 때문에 렌은 금세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도 싫다!"

 

 고개를 숙인 채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렌.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나 믿기 싫은 모양이다.

 

 뭐, 좀 징그럽기는 하다만.

 한숨을 내쉰 미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단 산맥 쪽으로 움직이자. 너희는 안에 있어."

 "잠깐, 나도 같이.."

 

 따라 일어나려는 아인의 어깨를 꾹 눌러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픽 웃은 미로가 렌을 가리키며 말했다.

 

 

 "밖으로 나가서 마기를 쐬면 너도 저렇게 될지도 몰라."

 "아. 얌전히 안에 있을게."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된 건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미로는 염력으로 결계를 펼쳐 마기를 차단한 후 만물상을 벗어나 다시 수레를 끌었다.

 물론 렌은 눈에 띌 정도로 동요했지만.

 

 

 고개를 숙인 자신의 시야에 드리우는 긴 은빛 머리칼. 그게 싫은 듯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가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아인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다시 숙이기를 수차례.

 

 

 "으아악!! 기분 나쁘다고!!!"

 

 자신의 변화된 몸이 소름 끼치는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시끄러!! 꼴 보기 싫으니까 방으로 들어가던지!!"

 "나도 싫다고! 나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키득거리며 웃은 미로가 다시 앞을 바라봤다.

 이 일대를 뒤덮고 있는 듯한 짙은 안개가 시야를 흐리고 있었다.

 

 이렇게 짙은 마기는 처음이었다.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마기를 정화하는 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수레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 미로가 걸음을 서둘렀다.

 

 

 

 

 ***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티폰산맥.

 어두운 기운이 음습한 산맥으로 바뀌어 있었다.

 

 목구멍을 긁는 듯한 기괴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곳을 기점으로 이 땅을 우리가 차지한다."

 "예."

 

 왕좌라도 되는 듯 산맥 꼭대기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에서 몸을 일으킨 검은 그림자.

 검은 그림자는 수많은 마물들 앞에 당당히 서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갈 곳 잃은 내 형제들이여! 우리의 손으로 이 땅을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땅으로 만들 것이다!!"

 

 우워어어어!!!!

 

 엄청난 괴성이 산맥을 뒤흔들었다.

 그들의 환호를 보고는 만족한듯 미소 지은 검은 그림자가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어리석은 인간들. 그 허망한 자리 싸움을 통해 이 땅은 우리가 차지할 것이다.

 

 그는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천천히 문지르며 섬뜩한 미소를 머금었다.

 

 

 

 

 ***

 

 

 

 산맥 전체를 뒤덮는 환호 소리.

 산맥으로 들어섰던 후드를 쓴 남자는 미간을 좁히며 산맥의 중심부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저 환호 소리의 중심에.. 계신 것은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는 차분히 움직였다.

 산맥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 마물들 중, 그 누구도 그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그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

 

 

 

 티폰산맥으로 가는 길.

 짧은 머리카락이 꽤나 편하여 마음에 드는지 미로의 발걸음은 비교적 가벼웠다.

 반면 어중간한 여자의 모습을 한 자신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렌은 방에 틀어박혀 꼼짝 않고 있었지만.

 

 

 짙은 안개처럼 주위를 둘러싼 마기는 산맥까지도 계속 이어져 있는 듯 했다.

 미로는 천천히 걸음을 늦추다 끝내는 멈춰 섰다.

 자신이 뭘 보고 있는건지 확실할 수 없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뿌연 안개 사이로 산맥이 그 윤곽을 드러냄과 동시에, 산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오두막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기가 퍼지기 전에도 티폰산맥은 보기에는 좋지만 살기에는 좋지 못한 곳이라서 근처 마을이라고 해도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오두막이라니.

 

 

 고개를 갸웃거린 미로가 수레를 끌고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혹시 사람이 살고 있었다면 지금 분명 마기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상태일 테니.

 

 그런데 오두막으로 다가간 미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오두막의 한정거리 이내에 들어가자,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마기가 차단되어 있었다.

 놀란 미로가 결계를 풀자, 깨끗한 공기가 그녀를 맞이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두막 주변을 살피던 미로는 수레를 내려놓고 오두막으로 달려갔다.

 

 

 "계십니까?"

 

 그리고는 낡아빠진 나무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두번째로 미로의 목소리가 들려 왔을 때에서야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느린 걸음으로 다가온 그 인기척은 잠시 문 앞에서 멈칫하더니 이내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미로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과 마주했다.

 

 

 

 

 ***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듯 합니다."

 

 보고를 올리는 로벨리아의 가주, 엘리엇 로벨리아를 바라보던 그녀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왕궁의 대회의실.

 아직 미혼인 관계로 왕녀라는 직위의 레이라 로단테.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엘리엇의 말을 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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