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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히어로 메이커
작가 : 케디티
작품등록일 : 2017.12.27

누구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
작성일 : 17-12-27 00:14     조회 : 420     추천 : 1     분량 : 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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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날이 밝았다.

 별 이유도 없이 날이 밝아왔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애매하게 침침한 방에서 눈을 떴다.

 어차피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는 핸드폰의 알람 진동이 나를 깨웠다. 누워있는 침대의 스프링과 함께 울리며 기분 나쁜 소리는 정말이지 사람을 깨우는 것에 있어 일품이었다.

 

 애매하게 비어있는 배를 손으로 벅벅 긁은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불 밖은 너무나도 상냥하지 못했다. 살을 에는 추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가족들은 이미 출근을 하거나 등교를 한 상황이었다.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내가 할 일은 하나였다.

 

 주섬주섬 걸어와서는 식탁의 의자를 끌어서 빼낸 뒤, 그 위에 앉는다. 텅 비어있는 식탁 위에는 뒤늦게나마 식사를 할 나를 위해 아직 냉장고로 들어가지 않는 반찬통들과 밥그릇을 기다리는 수저 한 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전기 밥솥의 레버를 돌린다. 푸식거리는 소리와 함께 압력이 빠져나간다. 건조한 기계음을 들으며 꾸껑을 연다. 따듯함을 유지하고 있는 밥알들은 윤기가 흘렀다. 물을 받아둔 밥그릇 속에 대가리가 잠겨있는 주걱을 꺼내들었다.

 

 뽀얀 김이 흘러나오는 밥알더미 속으로 찔러넣어서 한 덩이를 떠올린다. 그대로 밥그릇에 담아낸 뒤, 뚜껑을 닫고는 레버를 잠근다. 삐리릭 하는 기계음이 잘 먹으란 인사를 사무적으로 한다.

 

 몇 걸음 걸어서 준비되어있는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따끈한 밥알들과 차갑게 식은 반찬들이 적당히 뒤섞여서 입 안에서 뭉개져 목 뒤로 넘어간다.

 

 그렇게 별 것 아닌 식사를 하는 중, 무심코 TV를 켰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더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고등 학교에 다닐 때 자주 보고 듣고 배웠던 내용들을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누가 믿겠냐 싶지만, 내가 사는 이 나라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에서 거대 로봇이나 괴수들이 나타났고, 그것들과의 전쟁을 하는 것이 일과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금 그걸 증명하듯 약간 떨어지는 화질의 영상 속에는 공상과학 영화나 어린이 프로에 나올 법한 것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빽빽히 솟아 있는 빌딩의 숲 가운데에 우뚝하니 선 거대한 공룡 모습의 로봇이 입에서는 광선을 내뿜고 등에 돋아있는 골판이 번쩍였다. 그리고 클로즈 업 되는 화면에는 우스꽝스러운, 지금에서 봐도 제정신인가 싶은 복장의 사람이 그것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봤던 내용이라, 이 뒤의 내용도 알았기에, 밥그릇을 비우는 것에 전념했다. 깔끔하게 비운 뒤에, 화면으로 눈을 돌리자, 시원하게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로봇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하늘 어딘가로 날아가는 그 사람을 주목하며 영상이 끝났다.

 

 “우리는 이런 영웅들 덕분에 이렇게 생활을 영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희망 가득한 표정의 아나운서가 말을 한다. 그럼 그럼. 이게 누구 덕분인데. 저 사람들 아니었으면 지금쯤 어디 광산 같은 곳에서 저 멋짐이 흘러넘치는 로봇들을 만드는 재료를 캐고 있었겠지.

 

 생각해보면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 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몰랐다.

 어디까지 타락해 버린걸까 하는 자신에게 자조감을 느꼈다.

 반찬통의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집어넣으려 한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노란 포스트 잇. 그 곳에는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쪽지 한 장이 붙어있었다.

 

 “아들, 오늘도 파이팅!”

 

 어머니였다. 괜시리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며 냉장고 문을 열고 반찬들을 정리했다. 냉장고의 찬 기운이 시큰거리던 콧잔등을 더욱 시큰거리게 했다.

 

 힘을 내라고는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악감이다.

 

 이런 자식에게 계속해서 끝없는 사랑과 기대를 가지고 인내하시는 당신은 참 굉장하다 생각했다.

 항상 자격증 공부를 위해 이것 저것 책과 씨름하던 것도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리모컨을 들어서 버튼 하나로 TV의 전원을 내리고는 욕실로 향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지, 그 뒤에 배운 내용들이 떠올랐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해냈다. 20년 전 오늘을 기점으로, 그 어떤 괴물도, 로봇도, 우리의 영웅도 나오지 않은 마지막 전투의 날이었다고.

 

 그 전투를 기록한 것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장렬했다고 했다. 아무튼 그 덕분에 난장판이던 사회는 정리가 되고, 이렇게 안정적이게 되었다. 우리는 이 영웅들을 잊지 않고 언제나 모두를 지키기 위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배웠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인데도, 그렇게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렇게 일들이 충격적이었고, 되풀이 하기 싫어서 젖먹이 시절 때부터 사람들의 뇌에 강제로 주입한 덕분이라 생각했다.

 

 학생 시절 때만 해도 확실히, 이것이 맞는 말이었고, 그들에게 고마워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이렇게 졸업을 한 뒤, 무직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완벽하게 사회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 당시에 필요하던 직업들이 천천히 사라졌다. 예를 들어, 대피를 안내하는 안내원을 들 수 있다. 그런 괴물들이 나타나는 것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캐치해내서 주변 50m내의 사람들을 전부 안전한 대피소로 피난시켜야 했다. 위험한 만큼 수익도 좋았다. 알아 본 결과, 그 내전이 종식된 이후, 몇 년 간 존재하기는 했으나, 정부에서 이제 거대로봇과의 전쟁은 끝났다 선포함으로써 자취 조차 볼 수 없게 되었다.

 

 아마 그렇게 사라져간 무수한 직업들 중 하나가 내 직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멋대로 경제 순환 구조를 뒤바꿔버린 그들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확실히, 여기까지 오면 누가 봐도 의료적인 상담이 필요할 정도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생산성 없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잡념을 정리하는 것에는 바깥 바람을 맞는 것 만한 것이 없다.

 

 간단하게 세면대에서 양치질과 세면을 끝내고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초록색의 후드 티를 입는다. 가벼운 조깅 삼아 나갈 생각으로 트레이닝복 바지를 주워 입는다. 주머니에 지갑과 핸드폰, 예비용 배터리를 쑤셔넣는다. 안타까울 정도로 네모낳게 불룩 튀어나온 모습과 그 무게감이 안도감을 준다.

 

 열쇠를 챙겨들고 문을 열고 나선다. 문을 열자마자 찬 바람이 몰아친다. 우와. 역시 사회는 춥구나. 시덥지 않은 농담을 중얼거리며 밑창이 조금 달아서 평평해진 운동화에 꾸기듯 양말신은 발을 밀어 넣는다.

 

 문 밖으로 나와서 문을 닫고, 열쇠구멍에 맞게 열쇠를 찔러넣고 살짝 돌린다. 누가 열쇠 닫히는 소리가 “짤각”이라고 했던가? “탁” 소리가 나며 닫힘을 주장하는 것을 느낀 뒤, 재차 확인 삼아 문고리를 돌려서 당겨본다. 이 녀석 만큼은 믿음을 보장한다는 느낌으로 잠금쇠가 문을 꼭 물고서는 놓아주지 않았다. 문고리에서 손을 뗀다. 그 뒤에는 한 손은 핸드폰에, 다른 한 손은 후드 주머니에 찔러넣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와중에 화면을 켜는 버튼을 누른다. 간단한 잠금 화면이 맞이해준다. 엄지손가락으로 동그란 것을 꾹 눌러 밀어서 잠금 해제. 그리고서 간단하게 게임 어플 몇 개가 있는 메인 화면에서 네모난 것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모양의 버튼을 누른다. 화악 들어가는 듯한 연출과 함께 다양한 아이콘들이 보인다. 거기서 삼각형이 하나 달랑 있는 것을 누른다.

 

 누르자, “뮤직 플레이어”라는 이름을 깔끔한 디자인의 로고가 나온 뒤에, 목록들이 주르륵 떴다. 분명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 파일들의 이름일 것이다. 한번 더 눌러서 고르는 것은 음악 목록이었다.

 

 내가 상황에 맞춰서 듣고 싶은 것들만 모아둔 것. 그것들이 이 것이다.

 

 “영웅”, ”강철의 저항자들”, ”날개의 전설” 등등, 신나는 만화 주제가만 가득한 것들이었다. 헤드셋을 눌러쓰고는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일렉기타를 베이스로 한 드럼의 신나는 박자가 귀에 잔뜩 쏟아져 들어온다. 박자에 맞춰서 고개를 까닥이고 있자,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이 작은 철제 상자에 발을 내딛으며 외출을 시작했다.

 

 밖에 나서자 마자 들어온 것은 찬 바람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시동이 꺼져있어, 차갑게 잠들어 있는 차량 몇 대와 사람 하나 없는 그런 앙상한 아파트 단지.

 나를 제외한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 하나 똑바로 할 수 없는 나 혼자 이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는 그런 소외감이 밀려왔다.

 

 매번 느끼는 그런 것이었다. 슬슬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무서웠지만, 생각하는 것 자체로도 그렇게 될 까봐 억지로 흘러가는 가락에 맞춰서 떠내려 보낸다.

 

 집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것 보다는 이 싸늘함이 나았다. 할 것 없이 돌아다니며 정해진 기기 안의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갈까 하고 마음 속으로 정해두고는, 주차장 맞은 편의 놀이터로 향했다. 바람 따라서 힘 없이 움직이는 그네를 보고 있으면 그나마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었다.

 

 온기 같은 것은 애초에 개념 단위로 없었는지 싶을 정도로 차디찬 벤치에 엉덩이를 대고, 등받이에 몸을 걸친다.

 

 굽어있던 등뼈를 쭈욱 편다.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밖에 들릴지는 모르지만, 몸을 타고 귀 속에 울려왔다. 찬 바람이 그 사이에 들어오는 듯한 시원함이 찾아온다.

 

 묵어있던 폐속의 공기를 뱉어낸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찬바람을 들이마셨다. 남아있던 몽롱한 잠기운이 달아난다.

 

 오늘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그러던 중, 눈 앞에 어린아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만화에나 나올법한 우주복 같은 오리털 패딩에, 청바지. 털로 장식된 부츠와 털실로 이어진 벙어리 장갑 한 쌍. 그리고 니트 모자와 귀마개.

 

 이런 아이가 아직도 현존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원래 그래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에 생기는 위화감이 놀이공원을 감싸고 있었다.

 

 그 위화감을 조성하는데는

 

 한 열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형형색색의 모래놀이용 모종삽을 들고 모래성을 쌓고 있었단 사실도 한 몫 두둑히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걸 구경하는 것 만큼 시간을 떼울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보호자도 보이지 않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하니 겸사겸사 보호자가 올 때 까지만이라도 지켜보고 있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다섯 곡 정도 흘러갔을까?

 

 저 아이는 정말로 끈기 있게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제법 디테일도 살아있다. 어떻냐고 보면, 예술품 처럼 세세한 부분이라기 보다는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이 있었다.

 있어야 할 위치에 성벽이 있고, 필요한 곳에 망루와 해자가 있었다.

 

 부모님이 역사학자라도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나중에 커서 뭐라도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일어났다.

 

 이걸 지켜보던 것이 나 혼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그게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로봇. 적어도 멋지던 TV속 그 로봇들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짐승 혹은 해부된 표본 같은 것들이 적당히 반쯤 섞인 것 같은 보기만 해도 공포심을 가져오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더 큰 문제는, 그것이 눈을 번쩍이고 있었고, 뿌연 먼지조차 일으키지도, 모터 소리 하나 없이. 인기척 하나 없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내뱉는 것으로 화룡점정했다.

 

 “타겟을 확인. 이제부터 제거 작전에 들어간다.”

 

 이야. 정말로 만화에 나올법한 일들만 일어나는구나. 싶어서 이게 꿈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 리얼한 추위와 저 소리는 거짓이 아니었다.

 

 손 하나가 기괴하게 변형되어 만들어진 공상과학적 요소 가득한 총이 겨눈 것은 그 어린아이였다.

 보통 소리라도 지르고 도망가거나 해야 했지만, 저 아이는 불행히도 성 만들기에 집중하느라 모르는 것 같았다.

 

 에너지가 모인다고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소리가 들려오고, 얼마 아나서 발포할 것 처럼 보였다.

 

 아마 목격자인 나도 제거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 도망쳐야 했지만.

 도망쳐야 했지만…

 

 정말 내가 미울 정도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튀어나간 몸은, 그 아이에게로 향했다.

 

 ‘또 약간 어른이 되었어~’

 

 급하게 움직이느라 벗겨진 헤드폰. 그 전에 남은 가사가 귀에 맴돌았다.

 

 
작가의 말
 

 항상 2차 창작만 하다가 처음 오리지널 작품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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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18-01-19 18:52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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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1) 2017 / 12 / 27 421 1 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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