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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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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6 화
작성일 : 16-07-07 10:37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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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장에 서다.(5)

 

 

 

 옛적, 그날의 기억이 새롭다.

 남천방가(南天方家). 송 대의 새로운 명문으로 발돋움한 신흥의 무가였다. 의기를 가훈으로 삼고, 강호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몸가짐과 그를 뒷받침하는 무력으로 대송강호에 위명을 떨치는 가문이었다.

 

 무명은 남천방가의 연무장의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붉은 혼례복을 입은 그는 옷과는 어울리지 않게 창백하게 굳어있었다.

 짙은 붉은색의 옷이었기에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의 등은 흠뻑 젖어들고 있었다. 등에 꽂힌 한 자루 단검에 의해.

 그의 주변에는 방가의 정예라 할 수 있는 백이십의 남천단원이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탐용과 살기의 기세가 방가의 장원을 가득 메웠다.

 저 앞에 방씨일족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득의만만하여서 무명을 바라보았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중년인과 젊은 여인. 그 여인. 그녀가 바로 그의 등에 칼을 꽂은 당사자였다.

 “흐흐흐. 검귀 여기까지다. 네놈이 죽어줘야, 우리 세가가 더욱 크게 부흥할 수 있다.”

 “....”

 방가주의 득의한 웃음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무명은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인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름, 방수련. 이 방가의 장녀가 그녀였다.

 방수련은 그의 눈을 감히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녀 주변에서 시작된 소음들이 그를 귀찮게 했지만, 무명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이때는 그와 그녀의 혼롓날이었다.

 우연찮은 선행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그녀를 구하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부부의 연에 이르기 직전까지 왔건만, 이리되고 보니, 그 곤경이란 것도 모두 자신을 유인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았나 싶었다.

 능욕당할 위기에 처한 여인을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어서, 부득이 검을 들었건만,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의 곁에 그녀가 다가왔을 때는 당시의 흉수들에게 감사까지 할 정도의 심정이었건만. 그것이 모두 꾸며진 일이었던 것인가.

 “아프군….”

 너무나 평이하여 지금 등에 칼이 깊숙이 꽂히고, 절정고수들의 살기가 만장한 포위망에 갇힌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하하! 내가 아무렴 너 같은 떠돌이에게 내 딸을 줄 것 같더냐. 네놈이 비록 검귀라 불린다고 하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네놈의 죽음 덕분에 우리 남천방가의 위명이 대송남북을 뒤흔들 테니, 그것은 감사히 여기마! 우하하하.”

 방가주의 빈정거리며 기운차게 외쳤지만, 무명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장담컨대, 군문을 벗어난 이후,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앗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건만, 저들은 그를 일방적으로 살인귀로 몰아가며 호시탐탐 생명을 노리고 있었다. 그가 정말 살인귀인지 아닌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겠지.

 그들은 다만 무명의 쟁쟁한 위명이 중요할 따름일 테니 하지만, 그는 그런 것보다도 그녀의 배신이 가장 아팠다. 아니 처음부터 작정했었다면, 배신은 아니겠지. 그것은 기만이겠지.

 지난 그녀와의 추억이…. 그토록 즐거웠던 추억들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비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방수련은 그 눈물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비록, 가문의 계략에 의해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그의 마음만은 진심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위한 눈물이었다.

 눈물이 떨어지고,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흔들림 없는 눈초리가 서늘하다. 한순간에 사람이 뒤바뀐 것 같았다.

 그의 눈을 직시한 방수련은 두려움에 몸부림치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움찔, 움찔하더니, 등 뒤에 깊숙이 박혀있던 단도가 조금씩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캉! 소리와 함께, 그녀가 꽂았던 치명적인 칼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한순간 등에서 피가 길게 치솟았다, 그 한줄기 피로서 무명은 그녀와의 추억을 떨쳐버렸다. 절로 뽑혀 나온 칼날이 울리는 소리가 새삼 날카로웠다. 방가주는 흠칫 놀란 눈으로 무명을 보았다. 뭔가 심상치가 않다. 그는 불안을 감지하기가 무섭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얼 멀뚱히 보고 있어! 쳐라! 어차피 요혈을 꿰뚫린 놈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당장 남화살진(南花殺陳)을 펼쳐라!”

 방가주의 호통에 남천단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들의 반사광이 눈부셨다.

 “흡!”

 무명이 숨을 들이켜며, 손을 내뻗자, 한 건물의 벽이 부서지며 무명의 검이 마술처럼 빨려 들어왔다.

 “아니!”

 “창!”

 검을 뽑으며 몸을 날렸다. 검을 쥔 손들이 하나, 둘. 핏줄기를 꼬리 삼아 하늘로 치솟았다.

 “우아악!”

 남천단 마지막 일인을 끝으로 온전히 두 발로 땅을 딛고 있는 이들은 저 방가일족과 무명밖에 없었다. 백이십의 절정고수들이 사라져버린 그들의 오른손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살기가 만장하던 방가장원은 이제 고통과 비명에 가득 차고 말았다.

 방가일족은 모두 핼쑥하게 질려서, 누구도 나설 수 없었다. 그들은 극도의 공포에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되어버렸다. 무명은, 검귀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무명은 잠깐 어지러움을 느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과도한 움직임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얗게 질려있는 방가일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명은 천천히 피에 찌든 붉은색의 혼례복을 벗었다.

 한겹한겹 벗으며, 무명은 착잡하게 올라오는 감정의 편린들을 느끼며 옷을 벗었다. 혼례복 안에 평범한 검은 무명옷을 입고 있던 무명은 옷을 벗고, 방수련을 한번 바라보던 무명은 그대로 방가를 떠났다.

 방가일족 중 나서서, 그를 막을 생각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압도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명의 무위는 그들로부터 검을 잡을 생각마저 지우게 하였다. 그의 앞에서 검을 뽑았다가는 그들의 손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일로, 무명의 별호는 검신이 되었다. 방가의 의도와는 반대로 그들이 무명의 위명을 더욱 높여주었고, 남천방가는 강호동도들의 비난과 주력 무인들이 불구가 되어버렸기에 봉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방수련은 강호상에 희대의 악녀 등으로 화하여 소문이 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천일화, 강남제일미라 불리며 칭송을 받던 여인이었건만, 그녀는 그렇게 세인들의 배척을 받으며 남천방가는 강호에서 잊혀갔다.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과 욕심의 결과였다.

 

 무명은 그 후로 삼 년간 강호를 떠돌고, 은거하니 무명은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스스로 검에 귀의하였다. 그 후 삼십 년, 스스로 자부하기를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진정한 검신(劍神),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한때 검신이라 불리며 뭇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던 이는 이렇게 한 구의 시신으로 남아있다.

 

 양운정은 한참을 그렇게 시신을 바라보았다. 무명으로서 살아왔던 수많은 일이 뇌리를 가득 메웠다. 한순간이나마 다시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 애정과 배신. 그럼에도 한 자루 검에 의지해 독보천하 했던 자신의 모습. 허나, 허상이었다. 삶과 죽음이 시간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으리오.

 가슴을 차오르는 허무감이 온몸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천하제일이면 무엇 하나, 무명이란 인간으로서 세상에 남긴 것이 무엇이 있던가. 그저 홀로 독보하고 쓸쓸히 죽음 맞이하였으니, 이 얼마나 의미 없는 삶이었던가. 한때 천하제일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여도 지금의 사람들이 수백 년 전의 천하제일을 기억이나 하겠는가. 이곳에서 쓸쓸히 외로운 시간을 홀로 보내며 나는 무엇을 했던가.

 삼십 년이란 세월이었다. 그가 이곳에서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까지의 시간은. 그 시간 동안 그가 매달린 것은 한 자루의 검뿐이었다.

 검은 그에게 친우이며 애인이고, 자식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양운정은 무명으로서 죽음에 이르렀을 때로 돌아갔다.

 

 “하아아...”

 긴 숨을 내쉬었다. 죽는 순간까지 놓지 않으리라 여겼던 그의 애검을 집어들었다. 이 검과 함께한 세월이 무려 오십 년. 사부로부터 받은 철검이었다.

 이 검 한 자루로 무수한 수라장을 파헤쳐 왔다.

 무명은 이 검 한 자루에 인생을 걸었었다.

 “내 나이 칠십하고도 일곱. 비록 늦은 나이지만, 나이 스물일곱에 진정한 검로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반백여 년. 이제야 겨우 스승의 가르침을 깨닫고, 나의 검을 찾으니 검명(劍名)을 무명(無名)이라 하리라.”

 무명은 검을 뽑았다. 낡은 철검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맑은소리를 토하며 검이 뽑혔다.

 동굴은 한순간 무명의 검 아래 놓였다.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건만, 그의 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의 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없었다.

 그의 검은 분명히 이 동굴의 공간을 지배했다.

 “....”

 어느 틈에 무명의 철검은 얌전히 검집에 들어가 있었다.

 무명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검을 떨구었다.

 검은 땅에 떨어졌다.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며, 그는 쓸쓸히 두 눈을 감았다.

 

 무명은 눈을 감고, 양운정은 눈을 떴다.

 “검명은 무명이라. 그래 그것이었지, 그 경지를 이루고자 삼십여 년의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구나. 무명검(無名劍)…….”

 비틀린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짙었다. 미소는 곧 허탈한 웃음이 되어 동굴에서 높이 울렸다.

 “하. 하하하. 하하하.”

 힘없이 주저앉아 시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웃어대었다.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 그래. 검즉아(劍卽我). 검은 곧 나였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검은 검일 뿐이지. 내가 누군지 이제야 알겠다.”

 그의 웃음은 이제 곧 흥소(興笑)로 변하여 광장에 울려 퍼졌다.

 “으하하하! 난 무명이 아니다, 양운정도 아니야. 난 그저 나일 따름이다.”

 그는 새로운 자신에 대해 자각을 함과 동시에 그의 안에서 무엇인가 변했다. 그는 정말로 하늘에 감사하며 땅에 축복을 빌고, 새로운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듯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지금 이때에, 양운정은 죽어간 철홀의 마지막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말마따나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리라. 이렇게 마음의 중심을 다잡자, 몸속에 잠들어 있던 내력이 미약하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육(靈肉)이 일치하고, 심혼(心魂)이 맞물리는 순간이었다.

 “....”

 양운정은 말없이 시신을 바라보았다.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슬며시 어깨에 손을 대니, 확! 하고는 한순간에 먼지로 화해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한때 무명이었을 때와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 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새로운 자신으로 사는 삶을 시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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