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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3화. 무림으로3.
작성일 : 16-03-29 19:50     조회 : 649     추천 : 0     분량 : 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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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무림(武林)으로··· (3).

 

 

 도민우가 망연히 한쪽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있을 때 일행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막내가 해치운 놈까지 모두 모인 걸 확인했으니 이제 시작해 볼까요?”

 “아니야! 저 시체를 발견하고 누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기다리자는 겁니까?”

 “누군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시체가 보일 거야. 그렇게 되면 결국 나오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시체를 미끼로 놈들을 유인해 한 명씩 제압하자는 겁니까?”

 “놈들이 눈치 채기 전까지는 꽤 효과적인 작전 같지 않나?”

 “그러다가 나머지 놈들이 도주를 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발바닥에 땀이 나게 추격전을 벌이는 건 질색이라고요.”

 “그게 아니고··· 한 놈이 되었든 두 놈이 되었든 한 놈씩 나오는 놈은 모두 내가 해치울 테니 자네들은 포위하고 있다가 도주할 기미가 보이면 공격하게.”

 일행들이 몸을 숨긴 채 지켜보고 있는 곳은 숲속에 숨은 듯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채의 나무집이었다.

 도민우에게 당한 사내가 쓰러져 있는 곳에서 오십여 장 정도의 거리. 예의 목옥은 산길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 있었는데 사냥꾼들이 쉬어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밥 한 끼를 지을 시간이 지나도록 목옥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바람은 청량하고 멀리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너무도 맑았다.

 실로 평화로운 오후···

 도민우는 그 평화로움에 젖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무림(武林)이라는 곳에 온 모양이구나.’

 현실에서 늘 그를 짓누르던 지긋지긋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통증이 없을 뿐인데 몸이 날아갈 것 같고 축복을 받은 느낌이었다.

 놀랍고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CRPS의 통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차라리 무림에서 사는 게 낫다는 기분이기도 했다.

 이때, 도민우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소리 없이 움직여 산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민우가 고개를 돌려보니 목옥에서 한 사내가 나와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는 게 보였다.

 도민우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쳐갔다.

 일행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야수를 방불케 했다.

 빠르게 숲을 산을 치달려 내려가면서도 나뭇잎 스치는 소리하나 들리지 않았다.

 도민우가 지켜보는 사이 혈비 하단표는 목옥에서 나와 시체로 다가가는 사내를 향해 접근하는 중이었고 나머지는 목옥 쪽으로 치달려 가고 있었다.

 ‘나무집에서 나온 저 사람은 시체 가까이 도착하는 순간 얼굴만 삐쩍 마른 저 남자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할 것 같구나.’

 지금의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하지만 꿈이라도 당연히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야 할 테고 현실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도민우는 그냥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없어 동료들과 합류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도민우가 도착한 건 이미 한 걸음 늦은 시각, 혈비 하단표는 목옥에서 나온 사내를 죽이고 그의 머리에 박혀 있던 한 자루 비수를 뽑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비수는 상대의 귀 바로 위에 박혀 손잡이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혈비 하단표는 비도를 빼내 죽어 있는 사내의 옷에 피를 닦으며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아··· 미안하이. 가는 길에 선물한 셈 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내 흔적을 남기는 꼴이 되어서 말이야. 물론 아깝기도 하고···”

 도민우는 혈비 하단표의 태연한 행동에 내심 진저리를 쳤다.

 ‘앞으로는 이런 광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

 끔찍한 것은 둘째 치고 무엇보다도 죽어 있는 사람의 얼굴과 마주치는 게 정말 싫었다. 하지만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하는 곳이 무림이라면 결국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민우가 시체의 얼굴을 무심코 내려다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목옥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혈비 하단표와 함께 뛰어가 보니 목옥 안에는 이미 십여 구의 시체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 * *

 

 고도 낙양(洛陽)은 문물이 발달해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대읍이다.

 이 낙양의 중앙통은 그야말로 천하의 모든 물자가 집결하는 곳인지라 화려하면서도 활기에 넘쳤다.

 반면에 점포들 사이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대조적으로 어딘가 음습한 분위기를 지닌 낙양의 이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민우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삼일 만에 귀환한 곳은 낙양 뒷골목에 있는 동진여이(同塵與餌)라는 이름을 지닌 객점이었다.

 여이(與餌)란 음식을 나눈다는 뜻이니 술과 음식을 파는 객잔의 명호로는 특이할 게 없었다. 하지만 앞에 붙은 동진이라는 문구가 범상치 않았다.

 동진이라면 자신의 지덕과 재기를 감추고 속세와 어울린다는 의미인바 빈민가의 허름한 객잔치고는 실로 의미심장했다.

 도민우가 편액을 보며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잠시 걸음을 멈췄다.

 “뭐해! 들어가지 않고.”

 도민우가 입구에 서서 주춤거리자 함께 임무에 나섰던 금천귀리(禁闡鬼吏) 풍야소(豊野疎)가 어깨를 쳤다.

 대략 오십대 중반의 연륜이 묻어 있는 얼굴, 깊은 주름이 적당한 기품을 풍긴다. 특징이 있다면 눈빛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맑다는 점이었다.

 금천귀리 풍야소는 이번 청부를 지휘한 인물이었다.

 “아··· 예!”

 도민우가 건성으로 대꾸하며 객점의 뒷마당으로 통하는 옆쪽의 문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동진여이로 귀환하는 지난 삼일 동안 도민우는 일행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상황판단이 안 되는 건 둘째 치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니 오히려 일행들이 말을 걸까봐 노심초사했을 뿐이었다.

 헌데 간단한 대답 외에는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아도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도민우가 깃들어 있는 몸의 주인이 원래 말이 없는 성격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눈치를 보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동진여이였다. 게다가 함께 했던 일행 모두 이곳에서 함께 기거하는 건 물론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이 몸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의 도민우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동진여이는 입구 자 형태의 이층 건물이었는데 길과 연결되어 있는 정면의 주청(酒廳)을 제외하면 전체가 객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중앙에 우물이 있는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에 서면 주청을 비롯해 삼면의 객실들이 모두 한 눈에 들어오는 구조였다.

 ‘방으로 들어가 소지품을 뒤져보면 이 몸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느 방인지도 모르니 미치고 까무러치겠구나.’

 숙소로 돌아왔는데 자신의 방이 어느 곳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도민우가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서 궁리하고 있을 때 열두 살 가량 되어 보이는 점소이 소년이 앞을 스쳐갔다.

 “잠깐!”

 도민우는 방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고 점소이를 불러 세웠다.

 이상한 건 점소이의 반응이었다.

 도민우가 불러 세우자 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어 부동자세로 얼음이 되어 있었다.

 “부탁이 있는데···”

 “네? 넵! 말씀만 하세요.”

 도민우가 왼손에 말아 쥐고 있던 권갑을 내밀었다.

 “이것 좀 내 방에 갖다 둬. 난 지금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네!”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점소이의 얼굴이 별거 아니었다는 듯 다소 펴졌다.

 “잠깐!”

 권갑을 받아들고 몸을 돌리려는 점소이를 도민우가 다시 불러 세웠다.

 점소이의 몸이 다시 얼음이 되었다.

 “너··· 내 이름은 알고 있니?”

 “장··· 장천상(張天祥)··· 대협 아닌가요?”

 ‘옳거니! 헌데 대협이라니 아부가 너무 심하군.’

 도민우가 내심으로 쾌재를 불렀다.

 도민우는 한 가지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점소이를 머리를 흩뜨렸다.

 “앞으로는 그냥 형으로 불러.”

 점소이의 표정이 괴이해졌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 도민우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아닌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도민우는 마당에 선채 점소이 소년이 회랑을 끼고 늘어서 있는 수많은 방들 중 한곳으로 들어가 권갑을 놓고 나오는 것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도민우는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방도 알았고 이름 또한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성격 또한 어느 정도는 알아낸 셈이었다.

 ‘단지 불러 세운 것만으로 저 꼬마가 겁을 먹는 걸 보니 성격이 좋은 친구는 아닌 모양이군. 그러니까··· 남들과 말도 섞지 않는데다 까칠한 성격이라···? 독불이었다는 말인데···’

 도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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