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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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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4 화
작성일 : 16-07-07 10:36     조회 : 444     추천 : 0     분량 : 7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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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장에 서다.(3)

 

 

 

 상황은 끝났다. 양운정을 제외한 다른 육인은 당장에라도 도망하고 싶었다. 당당한 무인이라도 도리가 없었다. 붉은 늑대의 절절한 울부짖음은 그들에게 원초적인 살의를 선사했고, 두려움에 몸을 떨게 했다. 붉은 늑대는 악에 받쳐서 한없이 울고, 성을 내며 발을 굴렀다. 쿵쾅거리며 요란한 소리가 땅을 뒤흔들었다. 막무가내로 일으키는 살기가 요란하게 뒤채었다. 당장 목이 달아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붉은 늑대는 단순한 살육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초원의 전사였다. 몸부림이 일시에 멈추고, 그들 중 한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라. 정확히 한 시진 후 추격하겠다.”

 붉은 늑대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이를 악문 채, 한 자, 한 자를 짓씹듯이 말했다.

 “이것은 우리의 주군과 정당히 검을 겨루어 승리한 자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다.”

 그를 비롯한 붉은 늑대들의 두 눈은 당장에라도 피를 쏟을 것처럼 한 없이 붉고, 붉었다.

 양운정은 묵묵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초리에서 필살의 의지와 원한이 또렷했다. 더 말할 것은 없었다. 그는 묵묵히 검을 들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이내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바짝 얼어서, 크게 눈을 뜬 채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양운정은 그런 그들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이제, 도망치자.”

 

 붉은 늑대는 자신들이 한 말을 지켰다. 그들은 일단 움직이지 않았다. 양운정은 본영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일행들과 떨어지고자 했다.

 “그들은 십중팔구 나를 쫓을 것이다. 너희는 각자 흩어져 본영으로 복귀하라, 나는 반대쪽으로 가겠다.”

 “백호님!”

 “나 하나로 끝날 일이다. 너희까지 목숨을 내어놓을 필요는 없어. 게다가 붉은 늑대들이 나를 쫓음으로써 생기는 병력의 공백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너희는 속히 복귀하여 북로삼군을 이끌어 남은 몽골군을 칠 수 있도록 하라. 이것은 분명 마지막 기회일 터.”

 그들의 심사는 복잡했다. 마치 휩쓸리듯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의 중심에는 저 양운정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양운정이 도대체 어떤 수로 철홀을 쓰러트렸는지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들 또한 무인이었다. 그렇기에 양운정의 짐작하지 못할 한 수에 대한 열망이 무엇보다 컸다. 그들 모두 백호장 양운정이 내가공력을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홀을 상대한 그 움직임은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실현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음에도 쉬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답을 듣고 싶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상황은 다급했다. 양운정의 말대로 이것은 마지막 기회였다.

 칠성의 네 명은 또한 다른 연유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사실 가등정으로부터 모종의 밀명을 받은 상태였다.

 일의 성공 여부를 떠나, 양운정의 죽음을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일곱 전부가 아닌 이상, 철홀 정도의 고수를 감당한 양운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붉은 늑대의 추격은 확실히 양운정의 목숨을 끊어 놓을 터였다.

 도부와 귀창은 양운정의 두 손을 꼭 잡고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무표정했던 양운정의 얼굴에 흐린 미소가 떠올랐다.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정말 고맙다. 하지만 같이 있으면 반드시 죽어. 서둘러 떠나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손을 놓고 발걸음을 돌렸다. 도부, 귀창과 사성.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이었지만, 발걸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였다.

 양운정은 주저하는 그들을 억지로 보내고, 잠시 자리를 지키며 그들 모습이 가물거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밤의 어둠이 그들 모습을 삼키자, 문득 다리가 힘없이 꺾였다.

 “크억.”

 신음이 절로 터졌다. 그는 흙모래 위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잔뜩 웅크린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 온몸의 근육에서 극심한 경력이 일었다.

 “으으흐흐.”

 앓는 소리를 내며. 양운정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강하게 부여잡았다. 달래지지 않는 극심한 고통은 분명 범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양운정은 마냥 주저앉지는 않았다. 그는 이내 이를 악물고 검에 의지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고통이 끔찍했지만, 이대로 있다가 목을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양운정의 비척거리는 걸음은 길을 떠난 여섯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양운정은 꾸역꾸역 걸음을 옮겼다. 흔적을 감추거나, 발걸음을 서두를 수도 없었다.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약속된 시간은 이미 지났다. 붉은 늑대들도 이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헤맬 것도 없이 곧장 자신을 쫓아서 말을 달릴 터였다. 그들은 초원의 달인들이었다.

 양운정은 거친 숨을 토하며 무겁게 걸었다. 몸 상태가 갈수록 엉망이 되어가는 듯했다. 철홀을 상대할 때, 지금의 그로서는 필사였다. 결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뚜렷했다. 그렇기에 도리 없이 행한 무리수가 지금의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하. 하. 이 고통도 오랜만이군.”

 양운정은 고통에 겨운 와중에도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각의 한계. 양운정은 철홀을 상대하기 위해, 육신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억지로 열어버린 것이었다.

 뇌력의 한계를 억지로 염으로써, 양운정은 일시적이나마 극한의 경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비록 ‘그’였을 때의 경지에 비교하자면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경지이나, 철홀을 상대함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 지금이었다. 극심한 두통으로 눈도 뜨기 어려웠고, 온몸의 근육과 신경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평소에 단련되어 있던 한계 이상의 움직임을 펼쳤으니, 이렇게 고통으로만 끝나는 것이 오히려 천운이라면 천운이라 할만 했다.

 대부분은 이 부작용으로 광인이 되기에 십상이었다. ‘그’의 시간으로도 무려 수십 년 만에 펼친 술수였다. 양운정은 왈칵 밀려오는 구토감을 애써 참아내고, 힘든 걸음을 계속 재촉했다. 서둘러 몸을 숨길 곳이라도 찾아야 했다.

 아직 붉은 늑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운정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몸을 숨겼다. 낮은 모래 둔덕 아래였다. 은신이라 하기 조차 민망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감지덕지했다.

 “비참하군. 일단 몸을 회복해야, 도망을 쳐도 칠 텐데.”

 양운정은 곧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껏 몸 안에 쌓인 내가공력을 운용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약간이나마 내공을 운용할 수 있었다면, 이런 모험까지는 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내가공력의 성질은 분명 정종의 것인데, 굳센 바탕과는 별개로 도통 움직이지를 않았다. 아무리 혈도가 굳고, 탁기가 가득하다고 하여도, 어느 정도 움직임이 있어야 할 텐데. 요지부동이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내공의 상리(常理)에 맞지 않은 상황이었다.

 흡기와 축기는 몸에 익어, 습관적으로 행했지만, 운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즉슨, 여타의 심법을 접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리한다면, 못할 것도 없으나, 주화입마에 빠질 위험이 더욱 컸다.

 예전의 그라면 주화입마가 두려워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삶을 다시 영위하는 이상. 그런 자살에 이르는 길은 택하고 싶지 않았다.

 양운정은 지금의 힘겨운 처지에서 문득 집을 떠나올 때의 일이 떠올랐다.

 

 커다란 양가장의 정문에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바로 양운정이 집을 떠나 군문에 드는 날이었다. 언제나 금의 차림에 화려한 옷만 즐기던 양가의 돼지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평범한 검은 무명옷을 입고 말에 올랐다. 말에 오를 때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를 탓하는 자는 없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참으며 귀여운(?)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애써 눈에 담으려 했고, 아버지와 형들은 그런 어머니를 위로하며, 한편으로는 양운정을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사실, 양운정의 군역은 아버지와 형들을 주축으로 세워진 계략이었다. 이놈을 사람 한 번 만들어보자는 심산으로 그다지 치밀하지 않은 모의 통해 벌어진 일이었지만, 천만뜻밖에 양운정의 반응은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반응으로 드러났으니.

 바로 자살미수 사건이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를 독약을 먹고는 근 한 달을 생사지경에 오락가락했다. 그들로서는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다 용케 목숨을 구하여서는 군역의 일은 흐지부지 넘어가는 듯했건만, 무슨 정신을 차린 것인지, 느닷없이 제 발로 군역을 지겠다고 나섰으니. 대장군가의 혈육으로서 어찌 기특하고 대견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제 양운정으로서 당당히 살아가기로 한 그로서는 이것이 그런 계략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저 군역을 지게 되었으니, 회피하고자 한다면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저어하기도 했고, 이 한심한 몸과 마음을 단련할 필요 역시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한때 군문에 몸을 담았던 바라 반갑기도 했고, 또 이곳의 군대는 어떠하겠느냐는 약간의 호기심도 있었다.

 양운정은 그때, 자신의 두터운 손을 부여잡고 눈물짓는 어미를 위로하다가, 문득 싸늘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공교롭게도 그녀, 남궁아현과 시선을 마주치고 말았다.

 양운정의 부인, 남궁아현. 그녀는 커다란 정문의 기둥 한편에 덤덤하게 서 있었는데. 그녀의 눈에는 오히려 반가운 기색마저 느껴졌다. 자신이 떠나는 것이 그렇게 반가운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와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채를 띠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껏 양운정이 감히 그녀와 시선을 맞출 엄두도 내지 못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짧았다. 양운정이 큰 미련을 두지 않고 바로 길을 나선 까닭이었다.

 말은 양운정의 비대한 무게에 힘겨운 듯했지만, 용케 앞으로 나아갔다. 남궁아현은 곧 양운정에 대한 생각을 지워냈다.

 양운정이 알기로, 그녀와 자신은 세가의 선약을 깨뜨릴 수 없어 이어졌을 뿐으로, 저 길에 굴러져 다니는 돌보다도 못한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안의 식구들은 그녀에게 위로 아닌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판이었다.

 

 양가장을 떠나 훈련소에 든 양운정은 자신을 두고, 주변의 눈치가 탐탁지 않음을 느꼈으나,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몸을 굴리고, 단련하는 일과가 되레 즐거울 따름이었다.

 점차 발달해가는 몸에 양운정은 진정으로 다시 삶을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무수한 어려움과 난관이 닥쳐왔다. 그것은 훈련이나 육신의 괴로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출신과 외모의 문제였다. 대장군가의 아들이며, 최악의 몸을 지니고 있다. 시기와 질시는 물론이고 노골적인 협박에 따돌림. 이어지는 온갖 구타와 욕설 등등.

 그러나 지난 양운정이라면 모를까. 그로서는 그저 철없는 어린 녀석들의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개소리로밖에 안 들리고, 구타와 몰매를 뒤집어쓸 때는 외공 수련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그를 구타하던 이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양운정은 북로군으로 임관했다. 그가 북로군에 오게 되었을 당시 전황은 극히 좋지 못했다.

 

 몽골군과 명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몽골제일부족인 청랑족을 이끄는 철홀의 욱일승천하는 기세에 다른 두 개의 대부족이 동참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양운정은 북로군 본영에서 복무해야 했으나, 전황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양운정과 함께 훈련을 마치고 북로군에 닿은 모든 병력이 최전선의 북로삼군으로 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최전선에 배치됨과 동시에 본가에 소식을 전할 길은 끊기고 말았다. 물론 그로서도 어떤 소식을 전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삼 년, 그 세월 동안 치열하게 전장을 누벼왔다.

 말달리는 소리에 양운정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붉은 늑대일까? 뒤늦게라도 흔적을 지우고자 했지만, 저들에게 발견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후우…….”

 숨을 달래며 급히 몸 상태를 점검했다. 온몸에 이는 통증은 여전했지만, 최소한 떨림과 어지럼증은 사라졌다.

 “좋아. 일단 움직일 수는 있겠군.”

 천근의 추를 매단 것처럼 무거운 몸이었지만, 양운정은 호흡을 고르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서 살피니, 한 기의 말이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기수가 없었다.

 “아니. 저 말은.”

 분명, 양운정이 풀어준 군마였다. 알아서 본영으로 돌아갈 것을 믿고 풀어준 말이었는데 길을 잃고 한참이나 헤맨 모양이었다.

 말은 다소 지쳐 보였지만, 지금의 양운정에게는 하늘에서 내린 천마와도 같았다. 양운정이 나서자, 군마는 용케 주인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지친 말이 그에게 얼굴을 비벼댔다. 그것을 달래며, 양운정은 안장을 살폈다. 몇 가지인가 물품이 그대로 있었다. 약간의 은자와 건량, 그리고 물통이었다. 이것만으로 천행이나 다름없었다.

 양운정은 물 한 모금을 머금고, 곧 손에 담아 말의 주둥이에 대어주었다. 말은 허겁지겁 손을 핥았다. 양운정은 잠시 말을 다독여서 달래고는 안장에 올랐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망해볼 참이었다.

 

 도망이라고 해도 무작정 내달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들을 뿌리치기는 불가능했다.

 천천히 말을 몰았다. 말에 기대어 최대한 휴식을 취하려 노력했다.

 씨이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양운정은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후려쳤다. 조금만 늦었다면 머리가 꿰뚫릴 뻔했다. 그리고 화살을 좀 더 빨리 쏘았더라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신경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뻔했다. 그런데 한 발의 화살에 실린 역도가 실로 묵직했다. 상당한 내력이 실려 있었다.

 양운정은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붉은 늑대들의 화살임을 직감했다. 일순, 수십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양운정은 이때에 오히려 말머리를 돌려 달려나갔다.

 붉은 늑대들은 나아가는 것을 노렸던 터라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맞추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도주로를 막기 위했을 따름이었다. 스물의 붉은 늑대였다.

 열은 화살을 다시 재우고 있었고, 나머지 열은 양운정을 향해 말을 달렸다. 그의 목을 직접 거두어가기 위해서였다.

 붉은 늑대와 양운정의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양운정은 말을 세우고, 태연히 그들을 기다렸다. 그의 몸에 전에 없던 활기가 느껴졌다. 뇌력을 연 것도, 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최소한 몸이 무겁지는 않았다. 양운정은 혹여 라도 말이 상할까 저어되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달려드는 붉은 늑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들은 양운정을 아예 깔아뭉갤 것처럼 거칠게 말을 몰았다.

 “크아아악.”

 선두의 기마가 무리에서 이탈하며 거세게 돌진해왔다. 기수는 고삐를 놓아버리고, 두 손으로 거대한 참마도를 치켜들었다. 달려드는 말의 속도와 괴력의 참마도가 어우러지며 대기를 찢으며 달려들었다.

 일격필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양운정은 대뜸 기마의 앞으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검집을 휘둘러 말의 다리를 간단히 두드리고, 데굴 흙바닥을 굴렀다. 말의 앞다리가 힘없이 푹 꺾이며,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마상의 붉은 늑대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튕겨 나갔다.

 양운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그 틈에 닿은 붉은 늑대의 공세가 시작했다. 그들은 양운정을 에워싼 채, 장창과 대도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조금 전의 일격 때문인지, 그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공격을 함으로써, 쉽사리 말의 다리 근처에도 가기가 어려웠다.

 순식간에 수십 합의 공방이 터졌다. 그 사이 화살을 재고, 양운정의 도주를 경계하던 남은 열기의 붉은 늑대들이 합류했다. 완전히 포위된 상황이었다. 이제는 물러설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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