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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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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3 화
작성일 : 16-07-07 10:29     조회 : 404     추천 : 0     분량 : 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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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장에 서다.(2)

 

 

 

 양운정은 야음을 틈타, 몽골의 본영에 닿았다. 삼대부족의 전력이 한데 모인 곳이었다. 말은 도중에 돌려보내고, 은밀히 움직였다. 때마침 구름이 짙어 달빛을 가리고 있었다.

 양운정은 모래언덕에 모습을 숨기고, 본영을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목격한 몽골 삼대부족의 위용은 실로 대단하여서, 북로군 총본영의 족히 두 배가 넘는 규모였다. 깊은 밤에도 진영의 불길은 꺼질 줄 몰랐다. 무리를 지어 순찰하는 몽골족 전사의 모습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군영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가장 거대한 파오가 목표, 철홀의 처소였다. 앞에는 그를 뜻하는 성스런 푸른 늑대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양운정은 군영의 구조와 경계하는 전사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고,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군이군, 기강이 잘 잡혀있어.”

 그것은 곧 일이 더욱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미친 짓이라고.”

 뒤에서 누군가 숨죽인 채 속삭였다. 불안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일곱의 병사가 어두운 얼굴로 있었다. 북로삼군에서 가장 날래고, 또 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 안색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병사들은 한마디씩 주절거렸다.

 “힘들겠습니다. 양 백호님.”

 “어떻게 물러나는 것이.”

 뒤에서 병사들이 한 마디씩 했지만, 양운정은 답하지 않고, 진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른 이들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돌아가도 죽기는 매한가지. 아니 그런가?”

 “그래도.”

 양운정의 한 마디에 그들은 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알지 못했지만, 그들을 지칭하는 별명은 알고 있었다.

 가장 앞에서 양운정의 얼굴을 바라보는 호전적인 눈빛의 거친 사내가 도부(屠夫)였다. 엄청난 근육 때문에 당장에라도 입고 있는 시커먼 야행의가 터질 것 같았다. 전생에 촉한의 장비라도 되는지 밤송이 같은 수염과 부리부리한 두 눈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양운정과 함께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전 북로삼군 중 하나였다. 그 옆에서 관심 없다는 듯이 드러누워 있는 자 역시 같은 처지였다.

 그는 졸린 듯한 눈으로 염소수염을 비비 꼬고 있는 데, 한 자루의 장창을 귀신같이 다루어서 귀창(鬼創)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둘은 평소의 호기는 다 어디에 두었는지, 도부의 거친 얼굴은 축 늘어져 있었고, 귀창은 연신 마른 침을 삼키며, 창을 쥔 손을 움찔거렸다. 도부와 귀창은 양운정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북로군의 전장을 전전해온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물러날 데가 없음을 새삼 깨닫고 시름 짙은 한숨만 내뱉었다. 그들의 뒤에는 말이 없는 네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군졸의 신분이 아니었다. 가등정과 함께 새로이 북로삼군에 온 자들로, 같은 동문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기세가 닮아 있었다. 군관이라기보다 무림인에 가까웠다. 그들은 절제된 기도를 지니고 있었다. 양운정은 그들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가등정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 개인 호위인 까닭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만, 복면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은 정광이 가득하여서 한눈에도 명문의 제자임을 쉽사리 알 수가 있었다.

 철홀에게 붉은 늑대라는 호위대가 있다면, 가등정은 여기 네 사람이 속한 칠성(七星)이라는 무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무력을 확인할 길이 없기에 확신을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절제된 기세로 보건대, 하나하나가 결코 붉은 늑대의 아래가 아니었다.

 칠성은 가등정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작전에 투입된 예는 없었기에, 양운정과 다른 두 사람은 못내 미심쩍어하면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양운정의 물음에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이가 대답했다.

 “그저 일검(一劍)이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일검?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이검, 삼검이오? 하하하.”

 도부가 끼어들며 농을 던졌다. 칠성 중 네 사람은 도부의 말에 움찔했는데, 실제 그들끼리도 일검, 이검 하며 불렀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사신으로 하지 그러오. 그래, 당신부터 청룡, 백호, 주작, 현무하면 되겠네. 그쪽이 더 멋있지 않소.”

 옆에 있던 귀창마저 맞장구를 쳤다. 느닷없이 사방신수의 운운이라니. 놀리는 투가 역력했다. 넷의 눈살이 한껏 일그러지려는 찰나, 가만히 있던 양운정이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지. 정히 이름을 말하기 싫다면, 자네부터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고 부르게나.”

 말을 꺼낸 도부와 귀창마저 움찔해 그를 돌아보았다. 놀림을 같이 하는 것인지, 진담으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양운정은 이미 눈을 돌려서 적진을 살폈다. 누구도 다른 군소리를 할 수 없었다. 네 사람은 불편한 눈빛을 감추고 고개를 돌렸다. 먼저 말 꺼낸 도부가 머쓱하여서 말을 돌렸다. 그는 귀창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보다 이제 어쩌면 좋겠어? 다른 방법도 없잖아.”

 “간단하게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은밀히 적진으로 숨어든다, 암살한다. 도망친다. 또 하나는 철홀을 밖으로 불러낸다. 암살한다. 도망친다.”

 귀창은 푹 한숨을 내뱉더니, 곧 심드렁하게 답했다. 다들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철홀을 보아야 암살을 하든가 말든가 할 일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잠행을 하던지, 불러내든지 해야 할 터였다. 그러나 둘 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쯧, 답답하구먼, 정말.”

 도부는 짜증을 내며 거칠게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답답하기는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때였다. 양운정이 벌떡 일어났다. 무엇을 보았는지, 그의 얼굴에는 기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돌연한 그의 행동에 다른 이들은 적잖게 당황했다.

 “움직인다.”

 양운정이 모래 언덕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몽골 군영의 후방이었다.

 

 철홀은 왠지 불길한 기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으음...”

 잘 꾸며진 그의 파오는 안락하기 그지없었다. 파오 중앙에서 타오르는 화덕이 실내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벌거벗은 그의 몸은 잘 짜인 근육과 곳곳에 남아있는 상처가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한편에 놓인 마유주를 한 모금 들이킨 철홀은 홑옷을 걸치고, 옆에 놓여있던 거도를 들고 천막을 나섰다.

 그의 천막을 지키던 병졸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군례를 취했다. 철홀은 가볍게 한쪽 손을 들어 보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청량한 밤공기가 폐부를 씻어주는 듯했다.

 달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다만 군영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빛이 흡사 불야성을 이루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철홀은 군영 뒤쪽에 있는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껏 땀을 흘리면 머릿속에 가득 찬 잡념과 불안이 사라질 것 같았다.

 널따란 연무장에 곳곳에 불빛 타오르고 있어, 대낮까지는 아니어도 꽤 밝았다.

 “흐음.”

 천천히 도를 꺼내었다. 흑오철로 만들어진 명도(名刀)였다. 검은 도신은 마치 거울처럼 철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도신에는 네 글자의 도명이 적혀있었다.

 일휘혈우(一揮血雨).

 날카롭게 벼려진 도인이 소름 끼치는 예기를 뿜고 있었다. 처음 도를 잡았을 때부터, 그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

 가볍게 도를 돌리기 시작하며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얼마나 되었을까, 한참을 천천히 도를 휘두르던 철홀은 가볍게 숨을 토하며 부드럽게 도면을 쓰다듬었다.

 “한 수 부탁하겠습니다.”

 돌연한 목소리였지만, 철홀은 놀라지 않았다. 그의 등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연무장의 한쪽 구석을 보니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일단의 무리가 등장했다.

 담담한 얼굴의 양운정이었다. 뒤에는 창백하여서 시체 꼴을 한 여섯이 있었다.

 ‘이런 미친!’

 잔뼈 굵은 병사든, 명문의 제자이든, 지금 상황에 진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마냥 일그러진 눈으로 태연한 양운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쩌랴,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다.

 

 양운정의 뒤를 쫓아 허겁지겁 도착한 곳은 몽골군의 후방에 있는 방벽이었다. 아니 방벽이랄 것까지도 없었다. 간단한 목책으로 뒤덮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몽골군의 진영의 후방은 진영의 삼할을 차지하는 연무장이었다. 몽골군은 연무장과 본영이 이어지는 곳에만 경계 병력을 투입했을 뿐, 연무장에는 달리 경계를 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앞장선 양운정이 너무 선뜻 달려들기에, 그들도 큰 두려움 없이 목책을 넘었다. 야음을 틈타서 연무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소름 끼치는 살기를 뿌리는 철홀의 거도였다.

 

 철홀은 양운정의 등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몸을 계속 풀었다. 그는 곧 칼을 돌려 잡고, 흘깃 고개를 돌렸다.

 “명군인가?”

 “북로삼군 백호 양운정이라 하오.”

 “호오, 그래? 그대는 나의 도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

 철홀은 오만한 얼굴로 양운정에게 도를 겨누었다. 양운정은 입을 열어 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눈빛으로 언뜻 흐린 미소를 머금었을 뿐이었다.

 타타탁!

 잰 발소리와 함께 서른의 붉은 갑옷을 걸친 사내들이 나타났다.

 붉은 늑대였다.

 완전히 무장한 그들은 어느 틈엔가 철홀을 에워싸고 양운정을 향해 살기를 집중했다. 폭발할 듯한 살기가 넓디넓은 연무장을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손을 쓸 수는 없었다.

 “물러서라!”

 “족장님!”

 철홀의 외침이 크게 울렸다. 놀라 돌아보는 데, 철홀은 태연했다.

 “괜찮다. 물러서도록.”

 거듭된 명령에 붉은 늑대들은 마지못해 정면을 열어주었다. 철홀은 한 걸음 나서며 다시 물었다.

 “양운정이라 했나. 대답해라. 나의 도를 감당할 자신이 있나?”

 “...”

 양운정은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좌수에 든 검을 들어 올렸다. 수평이 되게 들어 올린 양운정은 말없이 짧게 목례를 취했다.

 “하하하. 좋다! 좋아!”

 철홀은 대뜸 거도를 치켜들고 거세게 휘둘렀다.

 양운정과 철홀 간의 거리는 못해도 스무 장. 하지만 철홀의 기세는 거리를 무시하고 양운정과 수하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었다.

 양운정은 아니 그는 걷잡을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실로 몇 년 만의 쾌감인가. 진정 강한 자와의 일전이었다.

 철홀은 양운정의 얼굴을 보았다. 희열을 느끼는 듯한 그 모습에 깨달았다. 지난밤, 불길함의 정체가 바로 이 녀석이다. 철홀은 퍼뜩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크아압!”

 서로의 간격이 닿기 무섭게 철홀의 거도 혈우도(血雨刀)가 거세게 춤을 췄다. 그 모습에 붉은 늑대들은 적잖게 당황했다. 그들의 눈에 양운정은 그저 애송이 적장이자 암습자에 불과했다.

 저런 자에게 철홀이 직접 상대해주는 것도 모자란 초반부터 저런 생사를 결할 자세라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모시는 상전의 소름 끼치는 무력과 마음가짐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철홀은 전심전력을 다하여 도를 휘둘렀다. 일도양단의 기세를 담은 철홀의 도는 순식간에 양운정의 코앞에 쇄도해 들어갔다. 한순간에 거대한 도신이 길게 늘어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헉!”

 양운정의 뒤에서 조마조마하던 육 인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거대한 도신에 양운정이 휩쓸릴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때에 양운정은 마치 무언가에 몸이 딸려가듯이 찰나에 철홀의 도세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흉한 칼날은 내리치던 기세를 조금도 잃지 않고 무서운 소리를 내며 양운정을 따라붙었다.

 부우웅!

 소름 끼치는 파공성이 일며, 연무장을 뒤흔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작정을 한 듯이 철홀의 거도는 그 육중함에 어울리지 않는 쾌속함을 보였다. 그 앞에서 양운정은 이제껏 검을 뽑지 않고 있었다. 그의 검과 철홀의 도의 길이는 못 해도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양운정은 철홀의 간격 안에 있었지만, 철홀은 아직도 양운정의 간격의 바깥에 있었다.

 “크하하하!”

 철홀은 호탕하게 웃으며 도를 휘둘렀다. 그는 아직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양운정은 그의 간격에서 헤어나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처처가 죽을 자리였다. 걸친 검은 옷은 이미 곳곳이 찢겨나갔다. 그리고 양운정의 기묘한 움직임이 점점 철홀의 눈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만큼 도세는 점점 더 빨라지고, 난폭해졌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셈인가?”

 철홀은 버럭 외쳤다가, 점점 초조해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무슨 어이없는 일인가. 저 애송이는 지금 자신의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초조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철홀은 도영의 사이로 파고드는 양운정의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며 순식간에 도초를 전개해 들어갔다.

 “크읏!”

 양운정은 이를 악물고 몸을 번신하며 간신히 철홀의 도초를 피했지만, 찌익 소리와 함께 등 쪽의 야행의가 길게 찢어지며 한줄기 피가 솟구쳤다. 그러나 단지 거죽만 베어졌을 뿐이었다.

 그 순간, 철홀은 깨달았다. 자신의 도에 실린 경력이 단순히 거죽만 베어낼 정도였던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그를 베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으득! 이를 악물며 충분한 거리에 있는 양운정을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며 자신의 최대살초를 펼쳐냈다.

 

 광풍살광(狂風殺光)!

 

 “우아아압”

 지금껏 거도를 한 손으로도 유연하게 휘두르던 철홀은 두 손으로 도를 쥐고는 거세게 휘둘렀다. 순식간에 철홀의 도는 수십 회 대기를 찢어발겼다.

 순식간에 살을 애일듯한 무형의 도기(刀氣)가 양운정을 쓸어왔다. 어디 한 곳 피할 데가 없어 보였다.

 광풍도(狂風刀)의 최후절초가 펼쳐진 것이었다.

 “아앗!”

 육인은 깜짝 놀라 경호성을 터뜨렸다. 그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 경호성이었다.

 안타까움과 감탄.

 생사지경에 처한 양운정에 대한 안타까움과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는 철홀의 경지에 대한 감탄이었다.

 비록 지금은 군문에 몸을 담고 있었으나, 그들 모두 무공을 익힌 무림인의 출신으로 하나같이 일류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지만, 저렇듯 철홀처럼 검기를 발출하는 경지는 무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놀람은 칠성의 사인들은 더욱 심하였다.

 청룡, 혹은 일검이라 불리는 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를 비롯한 칠성의 사형제들은 사실, 몽골의 무장들을 은근히 경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강호의 명문, 구대문파중 청성파(淸成派)의 제자들로 사문과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문에서도 철홀처럼 검기를 쏘아내는 경지는 극히 드물었다. 나이 지긋한 장로나 장문인이나 가능할까. 그것도 저렇게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라면 가히 전무하다 할 수 있을 터였다. 그것은 비단 청성파뿐만이 아니라, 여타의 무림제파를 따져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당금 강호의 절정고수라는 신주십육성(神州十六星)이라면 능히 가능하겠지만, 여기 변방의 몽골인이 그런 경지를 보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놀랄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라졌다. 양운정이 마치 어둠 속에 스며드는 그림자처럼 쏟아지는 도기 사이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헉! 흐어어….”

 철홀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정확하게 심장을 꿰뚫은 양운정의 철검을 보았다.

 어느 틈에.

 믿을 수 없었다. 철홀은 양운정을 몰아친 것이 아니라, 양운정의 발을 멈추게 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 무슨 초식이냐?”

 “십보필사(十步必死)”

 “조, 좋은 이름.”

 양운정의 검은 서늘한 소리를 울리며 검집으로 얌전히 돌아갔다. 철홀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피는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나이 서른하고도 다섯. 뜻을 세웠으나, 이루어 내지는 못했다. 허나 하늘을 우러러 당당했음을 자신한다. 너는 어떠하냐?”

 “글쎄.”

 “너도 당당하길 바라마.”

 그 말을 끝으로 철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몽골 청랑족의 후손으로 태어나, 거침없이 살아왔고, 당당히 살아온 한 젊은 영웅이 영면의 안식을 얻고, 조상의 품으로 돌아갔다.

 초원을 사랑했던 초원의 아들이 초원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철홀의 얼굴에는 어떠한 회한이나 후회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저 흐뭇한 미소로서 죽음을 맞이했다. 양운정은 승패와 생사를 떠나서, 목숨을 두고 겨룬 무인으로서 철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무른 웃음에 후회는 없었다.

 양운정은 정말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치열하게 살아온 자만이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어떠했을까.

 “조, 족장님!”

 삼십의 붉은 늑대들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들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한 주인의 시신을 부여잡고 대성통곡을 했다. 그들의 울부짖음에는 한이 서려 있었다. 그들에게 철홀의 존재는 그저 단순한 상관이나, 부족장의 의미가 아니었다. 철홀은 몽골의 미래요, 지도자였던 것이다. 이제는 더욱 위험한 상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한에 젖은 붉은 늑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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