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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노엘
작가 : 신상사
작품등록일 : 2016.9.7

신비한 카페 'L'
그곳에서 만나는 바리스타이자, 연금술사인 '노엘'과 이상존재들의 이야기.
그리고.. 노엘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보고 '현자의 돌'을 노리는 자들 나타는데..

 
0-2 프롤로그
작성일 : 16-09-07 05:10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8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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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이세 고등학교 3학년 8반. 두 번째 분단의 세 번째 줄. 원래 짝꿍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자리를 거절하는 바람에 반에서 유일하게 홀로 앉은 학생이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지아였다.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지만 그 극소수 때문에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까지 모조리 그녀를 기피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별다른 잘 못 없이 왕따인 셈이었다.

 

  왕따 이지아. 안타깝지만 그녀는 그런 타이틀에 이제는 좀 익숙해지고야 말았다. 덤덤하게, 하루하루 괴롭힘과 무관심 속에서 말라가던 그녀에게 카페L과 이상한 남자, 그리고 지금 손에 든 이상한 물건들은 꽤나 커다란 흥미를 주고 있었다.

 

  “마법사..인가.. 뭐지.. 꿈을 꾼 건가..”

 

  그녀는 스마일리 달걀과 원두가 들어간 봉투를 꺼내어 보고 있었다.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것이 꿈일 리가 없다고 수없이 중얼거렸다. 심지어 일종의 섭섭함 같은 것이 일었다.

 

  그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대체 뻔히 있던 카페는 어디로 증발해 버린 것일까. 정말 그것이 꿈이라면 지금 들고 있는 달걀과 용기 원두는 뭘까? 그렇게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녀의 뒤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어라? 안녕?”

 

  고개를 돌리니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자아이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순정이라는 이름의, 학교 내에서도 폭력이다 뭐다 말이 많은 아이였다. 물론, 그 주 타켓은 지아였다.

 

  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신기한 일에 휘말려 자신에게 처한 현실을 잊고 있었다. 몸은 경직되었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 대답을 안 해?”

 

  “미안.. 안녕.”

 

  “안녕은 무슨. 근데 너 얼굴이 금방 나았다? 어제 맞을 때는 오늘 어떻게 얼굴을 들고 올려나 궁금했는데.”

 

  “약을 발라서..”

 

  “좋은 약인가보네. 이제 좀 마음 놓고 때려도 되겠다. 그동안 얼굴을 건드리지 말라고 징징거렸잖아. 그게 영~ 마음에 걸렸는데. 잘 됐다.”

 

  “...”

 

  “또 대답을 안 해?”

 

  “아니야, 네 말이 맞아.”

 

  순정이 배시시 웃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몸이 아파 학교를 1년 쉬었다던 말을 했을 때? 지나가던 선배가 귀엽다, 라고 말했을 때? 자잘한 괴롭힘에 무심코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니면,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게 싫다며 얼굴을 때리지 말라고 했을 때?

 

  종이 울렸다. 1교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조금 있다 보자?”

 

  순정은 희죽거리며 톡톡. 지아의 뺨을 두드렸다.

 

  ###

 

  점심시간까지 딱 10분이 남았다. 수업은 진행 중이었고, 지아는 노엘의 달걀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네 번의 쉬는 시간 마다 괴롭힘과 구타를 당했다. 얼굴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소연을 했는데, 그게 뭐 그리 분노할 일인지 순정은 그녀의 얼굴을 할퀴기까지 했다. 순정은 그녀를 괴롭히면서 물었다. 왜 얼굴은 안 되느냐고.

 

  지아는 대답했다.

 

  “얼굴에 상처가 생기면 엄마가 알 것이고,

  그런 엄마는 속상해 할 것이고,

  다시 한 번 교통사고로 1년 쉬었던 것을 자신의 탓이라 여길 것이며,

  며칠이고 울고 말 것이니까.”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엄마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 엄마가 알게 되는 게 맞는 것보다 더욱 힘들 것만 같았다.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렀다. 점심시간에 밥은 먹을 수 있을까. 어디로 끌려가지는 않을까. 그녀는 주머니에서 노엘의 원두를 꺼냈다. 잠시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녀는 봉투에서 원두를 꺼내 입으로 털어 넣고는 꼭꼭 씹었다. 알싸한 향이 입 안 가득히 퍼졌다. 용기열배 원두 알갱이라고 했다. 아주 찰나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 건 점심시간을 3분도 채 남기지 않은 시간부터였다. 그 노엘이라는 이상한 사람에게 세뇌를 당한 것인가 싶었다. 확인 차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보았더니 확연히 평소와는 다른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보다 빠르고 역동적이기까지 했다. 몸에 열이 나고, 땀까지 빼죽빼죽 흘러나왔다. 그녀는 가슴에 일어나는 상당한 고통을 느끼고 책상 위로 엎드렸다.

 

  ‘이상한 약인가보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 얼굴에 속아서 그렇지 다시 떠올리면 산적처럼 생기기도 했다. 대체 뭘 믿고 이런 걸 주섬주섬 챙겨 먹기까지 했단 말인가.

 

  “대체 뭘 준 거야..”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듯 했다.

 

  그때 종이 울렸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 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우르르 급식소를 향해 뛰쳐나갔다.

 

  “너는 밥 안 먹게?”

 

  순정의 놀림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말 씹니?”

 

  순정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지아의 어깨로 순정의 손이 닿았다.

 

  “야! 언니 말이 말 같지 않아? 매점 좀 다녀와 뒤지기 싫으면.”

 

  “아니.. 아니야.”

 

  “뭐? 방금 뭐라고 했냐, 너.”

 

  지아는 중얼거렸다.

 

  “아니라고. 넌 아니라고.”

 

  지아가 고개를 들었고, 이내 몸을 일으켜 순정을 보았다. 뭔가 달라진 느낌에 순정은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때 지아의 심장은 당장 터져 산산조각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녀의 가슴은 초당 몇 번, 이라는 숫자로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그것은 진동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뭐라는 거야? 정신 나갔어? 맞고 싶어 환장했어?”

 

  순정의 목소리, 당황스러움과 강압적인 말투. 허나 지아는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떨리는 심장을,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을 숨길 수 없었다.

 

  “넌 언니가 아니야. 너 나보다 한 살 어리잖아. 내가 1년 꿇었다고 언니 대접바라는 건 아니지만 나한테 언니라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미친!”

 

  단호한 지아의 말에 결국 순정이 손을 번쩍 들었고, 이내 빠르게 지아의 얼굴로 내리치려 했다. 지아는 순간 순정의 팔목을 낚아채듯 잡았다.

 

  “이제 그만해. 넌 너무 갔어.”

 

  “안 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학생들 사이에서 왕 노릇하면 뭔가 쾌감을 느껴? 그게 네가 부족하다는 걸 뜻하고 있는 거야. 자신에게 부족한 걸 어떻게든 채우고 싶다고 남을 때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속사포처럼 빠른 말, 그리고 순정을 잡은 손에는 한 없이 강한 힘이 들어갔다.

 

  “놔! 놔! 아프니까 놓으라고!”

 

  순정이 아무리 손을 빼려 해도, 지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똑바로 들어. 네가 앞으로 누구한테 무슨 짓을 하던지 나는 알 바가 아니야. 하지만 나를 건들지는 마. 알았어?”

 

  지아는 순정의 손을 던져버리듯 놓았다. 순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자기 팔목을 만지작거렸고, 뒤로 튕겨져 나가듯 물러났다. 그녀는 지아를 노려보았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꾸만 심장이 두근거렸고, 무슨 말이라도 더 하고 싶었다. 또 다시 손을 올린다면 참지 않고 뺨을 먼저 갈겨 주리라. 그녀는 잔뜩 벼루고 있었다.

 

  “두고 봐.. 너 .. 가만 안 둬!”

 

  순정은 지아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가듯 교실 뒷문으로 달려 나갔다. 지아는 그제야 숨을 골랐다.

 

  “대박!”

 

  그리고 웃으며 원두의 기운과 갑작스러운 희열로 방방 뛰어댔다.

 

  ###

 

  “돌았맨..”

 

  학교 수업과 야간자율학습까지 끝이 나고서야 지아의 심장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왔다. 그제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분명 자신이 아는 순정이라면 전보다 더한 일을 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일은 저질러진 것을.

 

  ‘찾아야해. 그 카페.’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문 밖으로 나섰다.

 

  “야!”

 

  그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지아는 고개를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돌렸다. 그곳에 순정이 있었다. 교실에서 지아에게 한 소리를 듣고는 놀라 도망치던 표정과 사뭇 대조되었다.

 

  “내가 두고 보자고 했지?”

 

  그녀의 뒤에서 한 무리가 우르르 나왔다. 남자 셋, 여자 둘. 다른 학교 학생들이었다.

 

  ###

 

  골목, 아무도 오지 않는 어두운 곳. 그곳에서 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순정의 친구들이 키득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가 내 친구 건드렸어?”

 

  “....”

 

  덩치가 냉장고 크기만 한 남자애의 말에 지아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이제와 노엘을 원망했다. 이상한 원두 알은 왜 줘가지고 이 사단을 일으켰을까.

 

  순정이 지아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왜? 아까처럼 해보지? 응? 아까처럼 해보라고. 이 손목 보여? 너 때문에 멍들었잖아.”

 

  “미안..”

 

  “얼레? 아까랑 완전 다르네. 넌 오늘 교육을 좀 받아야겠어. 그 얼굴 상처 낫게 한 약은 많이 준비했지?”

 

  순정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지아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렇게 또 다시 돌아가고, 또 다시 반복되는가.

 

  그녀는 억울했다. 고작 한 번, 단 한 번 자신이 당하는 부당함을 호소하고, 반격했을 뿐인데 이런 대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할까, 언제까지 이런 괴롭힘 속에서 울먹이며 고개 숙이고 미안하지 않은 것을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누가 나를 도와줄 수는 없을까.

 

  “아.. 아..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때 목소리 하나가 멀리서 들려왔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입구였다. 모두들 그쪽을 바라보았다. 지아도 천천히 눈을 떠 고개를 돌렸다.

 

  “왜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지가 않을까요?”

 

  노엘이 그곳에 있었다. 남학생을 몇몇이 “뭐야?” 하고 강한 어조로 말했지만 더 이상 별 다른 행동은 하지 못했다. 노엘의 덩치에 살짝 기가 눌린 모양이었다. 건장한 남학생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욱 큰 노엘이었다.

 

  지아는 주춤거리는 애들의 모습을 보고 냅다 노엘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괜찮아요?”

 

  걱정스럽다는 노엘의 물음에 지아는 대뜸 질문부터 던졌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아, 자꾸 생각이 나서.. 거봐요. 내가 조심하라고 말했잖아요. 용기 원두는 뭔가 지혜로운 방법에 이용하라고 준 건데.”

 

  “아니 그거 말고요. 오늘 아침에 공터에 갔더니 카페가 없었다고요.”

 

  “원래 그게 맞아요.”

 

  “...?”

 

  “안 보이는 게 원래 맞아요. 일반인한테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거라고요. 잠시 고장난 틈에 지아 씨가 들어온 거지만.”

 

  “.... 아니.. 대체.. 그래요,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원두는? 원두 이상한 거죠? 그거. 무튼! 그래서 정체가 뭔데요!!”

 

  “우리 일단 이 일을 처리하고 차분하게 이야기 합시다. 네?”

 

  지아가 그의 말에 고개를 다시 순정에게로 돌렸다. 순정의 옆에 있던 가장 덩치가 큰 학생이 무리에서 삐져나왔다.

 

  “아저씨. 뭐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는데 좀 낄 때, 안 낄 때 구별 못하면 머리 아파져요.”

 

  “아.. 헌데 죄송스럽게도 지금은 제가 껴야 될 때 같아서요. 사실 이 일에 책임이 꽤나 있는 터라..”

 

  “운동이라도 하신 모양인데 그렇게 깝치다가 맞고 봐달라고 하시는 분들 여럿 봤거든요?”

 

  학생의 말에 순정과 친구들이 키득거렸다. 잠시 생겼던 놀라움과 긴장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노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학생 분들도 알겠지만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상황에 저 같은 정의의 사도가 나타면 악당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죠?”

 

  노엘의 말에 순정 주위의 남자들의 인상이 구겨졌다. 곧 세 명의 남자들이 노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아는 노엘의 뒤로 몸을 숨겼다.

 

  “지랄.. 어디 한 번 때려 보던지. 우리야 맞아도 좋고 때려도 좋을 나이라서. 깽값이나 받지 뭐.”

 

  남학생들이 다시 키득거렸다. 노엘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아직 아저씨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닌데.. 어쨌든 역시 요즘 학생들은 똑똑해요. 그렇죠?”

 

  노엘이 지아를 슬쩍 보았다.

 

  “어쩌려고요?”

 

  지아는 걱정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노엘은 속삭이듯 대답했다.

 

  “어쩌긴요. 도망가야죠..”

 

  “응?”

 

  “나는 저 분들이 겁먹고 내뺄 줄 알았거든요... 무튼.. 꽉 잡아요!”

 

  그는 지아의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려 안았다. 그리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한 학생들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별에 별 욕을 뱉으며 둘을 쫓기 시작했다.

 

  지아는 자신을 안고 달리는 노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몰랐다. 노엘은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고 부지런히 골목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뭐야, 대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상상력만 자극될 뿐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남자였지만 묘하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긴 그랬으니 주는 물건이 뭔지도 모르고 입에 넣었겠지. 언제가 비슷한 꿈을 꾼 것도 같았다. 예를 들면 동화 같은 꿈. 괴물에서 당할 때 왕자님이 그녀를 구해주는, 눈을 감았다가 뜨면 거대한 성 안의 침대에서 깨어나는,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이 나는.

 

  “우리 어디까지 이렇게 가요..?”

 

  지아는 느닷없는 부끄러움이 일어 괜히 물었다. 노엘은 쓱- 그녀를 웃으며 보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정도면 되겠네요.”

 

  노엘은 골목 한 쪽 버려진 낡은 컨테이너 앞에 섰다. 컨테이너에는 [해병방범대] 이라는 붉은 페인팅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지아를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이 문으로 가죠.”

 

  “여기요? 컨테이너?”

 

  지아가 되묻는 사이 멀리서 둘을 쫓던 학생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소년들은 씩씩거리며 터벅터벅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가왔다.

 

  “온다.. 와요. 와요!”

 

  “잠깐만요.”

 

  노엘은 바지 주머니를 뒤적뒤적 거렸다.

 

  “뭐해요?”

 

  “찾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지아에게 보였다. 그것은 노란색 크레용이었다. 지아는 노엘의 크레용을 보다가, 다시 노엘의 얼굴을 보았다가를 반복했다.

 

  “혹시 정신이 나갔어요?”

 

  “기다려 봐요.”

 

  노엘은 컨테이너 문에 크레용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후 점으로 만든 두 개의 눈과 넓은 U자 형의 입을 그렸다.

 

  “스마일리?”

 

  “네, 스마일리. 달걀에도 그려져 있잖아요. 제 트레이드마크라고나 할까.”

 

  그 사이 소년들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의 힘에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욕설이 흘러나왔다.

 

  노엘은 소년들을 잠시 힐끗거리다 크레용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컨테이너 문 손잡이를 잡았다.

 

  “자, 이제 웃으면서 스마일~ 하고 말 해봐요.”

 

  “에? 그게 무슨.. 저기요, 진짜 미쳤죠?”

 

  “저 어렸을 때는 이 스마일리 그림이 드문드문 길거리에 그려져 있었거든요? 대체 어디에 쓰는 그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때 스마일 그려진 곳을 터치하고 스마일~ 이러면 하루에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어요. 그러니까 해봐요. 그럼 도망칠 수 있어요.

 

  “....”

 

  소년들은 어느 덧 근처까지 다가왔다. 스무 걸음 남짓한 거리였다.

 

  급한 지아가 대충 대답했다.

 

  “알았어요! 스마일! 스마일!”

 

  “아뇨, 아뇨. 스마일~ 하면서 입 꼬리를 올려야 한다니까요.”

 

  소년들을 열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들 중 하나가 노엘이 컨테이너 문을 붙잡고 있는 것을 알고 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지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

 

  “온다! 온다! 와요!”

 

  “자, 스마일~”

 

  지아는 애써 억지웃음을 지었다.

 

  “아!!! 스마일~ 됐어요?”

 

  동시에 노엘이 손잡이를 돌렸다. 곧장 문틈으로 하얀 빛이 새어나왔다. 노엘이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이 냅다 뛰어왔다. 노엘과 지아는 간발의 차이로 컨테이너 문 안쪽으로 들어갔고, 노엘은 소년들에게 인사를 대신해 손을 흔들며 문을 쾅! 하고 닫았다.

 

  “그렇게 장난을 치고 싶어요?”

 

  지아가 울컥해 물었다.

 

  “장난이 아닌데.. 주위를 좀 봐요.”

 

  “아니, 대체 무슨.. 에? 우리 컨테이너..를 들어왔는데.”

 

  지아는 입을 닫았다. 둘이 있는 장소는 컨테이너가 아니었다. 그곳은 조금 허름한 개방형 놀이터였다. 지아는 놀라 몸을 돌려 자신이 뛰어 들어왔을 문을 보았다. 남자 화장실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꿈인가? 여긴..”

 

  “컨테이너 문을 통해서 여기로 들어온 거예요. 그리고 여기 잘 몰라요? 카페 근천데?”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대체 뭐죠? 뭐하는 사람이에요?”

 

  “바리스타! 그리고 계속해서 말하지만 아저씨라고 하기엔 전 젊다니까요.

 

  그는 지아를 보며 희죽이며 이마에서 흐른 한 줄기 땀을 닦아 내었다. 노엘은 잠시 멍한 지아를 앞에 두고 생각을 하더니 물었다.

 

  “혹시 우리 카페에서 일할 생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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