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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혈교 약사(略史)
작성일 : 17-12-18 23:33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6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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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맹(正道盟)이 없다고?”

 

 척유한이 큰소리로 물었다.

 

 “네... 무림맹(武林盟)으로 바뀐 지 오래됐어요.”

 

 진혜미는 오향탕육을 척유한의 그릇에 덜어주다 말고, 문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백년도 더 된 일인데, 그게... 이상해요?”

 “그럴 수가...”

 

 척유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어, 저... 저... 저 싹퉁표... 녀석,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서천휘는 입맛을 다시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느새 서천휘는 척유한을 그러니까 바가지 표(瓢)자를 써서 싹퉁표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싹퉁바가지.

 

 한편, 왕삼은 충격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느라 거실 바깥에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세... 세... 세상에!’

 

 왕삼은 처음 봤던 것이다.

 진혜미가 저렇게 나긋나긋한 모습이라니!

 더구나, 부친의 강요 탓에, ‘여성스러운’ 이라는 말과 연상되는 것이라면 질색팔색을 했었는데... 누군가에게 직접 국을 퍼주다니!

 

 ‘아가씨께서 어떻게 이럴 수가! 이 모습은 마치...’

 

 남자친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사랑에 들뜬 여인의 모습이 아닌가!

 뭐,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건 왕삼에게는 그리 보였던 것이다.

 

 “근데 아저씨! 왕삼은 왜 안 들어온대? 같이 먹자고 해도 됐다고만 하고...”

 “글쎄요, 식사 생각이 없나 봅니다.”

 

 진혜미가 묻자, 서천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식탁에서는 계속해서 대화가 오갔다.

 아무래도 화제의 중심은 척유한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元) 나라가 망했다고? 그것도 일, 이 십년 전의 일도 아니고...”

 

 아까부터 계속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는 척유한이었던 것이다.

 

 “허어, 이보게. 그게 어쨌다는 건가?”

 

 서천휘는 짐짓 점잖은 얼굴로 물었다.

 

 “지금은 원대(元代)가 아니라 엄연한 명(明) 황실의 시대라네.”

 

 척유한의 반응에 서천휘는 어이없을 뿐이었다.

 

 “험험, 기왕이면 대명(大明)이라 불러주게. 천지사방이 그리 부르니...”

 “정도맹이 무림맹으로 바뀌었단 말이지...”

 

 척유한은 식사 내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신이 이상한 게 분명하군. 정도맹이라니! 누가 보면 나보다 훨씬 늙은... 고조 할아버지는 되는 줄 알겠어! 헛 참! 그러기는커녕 저런 앳된 얼굴은, 기껏해야 약관(弱冠: 20세)이나 넘었을까?’

 

 서천휘가 슬쩍 진혜미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허허, 아가씨가 저 불쌍한 청년에게 왕침 한 번 놓아주시지요.’

 

 하지만 진혜미는 그런 눈빛을 못 봤는지, 척유한에게 물을 뿐이었다.

 

 “지금이 무슨 시대인지 몰랐던 거예요? 혹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으신 건가요?”

 “......”

 

 척유한은 대답 대신, 생각에 잠긴 얼굴로 습관적으로 탕육을 떠 넣고 있을 뿐이었다.

 

 후루룩! 쩝쩝!

 

 무의식처럼 먹고 있는 것이긴 했지만, 무척이나 맛있게 떠먹고 있기도 했다. 어쩌면, 완전히 달라진 외양 탓에 무엇을 하건 돋보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목욕을 하고 나자,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던 것이다. 척유한의 얼굴은 관옥처럼 깨끗해져 있는데, 준수하고 씩씩한 미남자의 모습이었다. 거기에 의복 역시도 진금장에서 내어 준 복장을 입으니, 귀공자가 따로 없었다.

 

 ‘험험! 옷이 날개라더니... 완전 딴 사람이구만!’

 

 서천휘는 흘긋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뭐... 한때 미염공이란 소릴 듣던 내 모습에 비하면야... 좀 부족하지만.’

 

 그것은 물론 서천휘의 밑도 끝도 없는 착각이었지만.

 아무튼 척유한의 용모는 ‘수려하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사내답게 잘 생겼으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여인들의 심경을 자극하는 면모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수어린 눈매일 것이다. 입만 열면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긴 했지만, 지금처럼 제법 진지해진 순간만큼은... 여심 중에서도 모성을 한없이 자극하는 쓸쓸한 면모가 엿보였다.

 

 ‘허어! 그러고 보니, 저런 싹퉁... 한테 나 같은 건 혜미 아가씨한테 관심 못 받는 존재가 된 것인가!’

 

 척유한에게 온통 관심이 쏠린 진혜미를 보자, 서천휘는 마치 다 큰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와 같은 텅 빈 공허감을 느꼈다.

 

 ‘하아아아아...!’

 

 서천휘의 예리한 귓가에, 바깥에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저건 왕삼이 놈이잖아?’

 

 창밖을 보니 왕삼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채 혼자 주절대고 있었다.

 

 ‘아가씨를 저런 시커먼 사람... 아니... 씻고 나니까 깨끗해 지기는 했지만... 뭐 그래도, 나보다는 외모 면에서 볼 때 아직 좀 딸리기는 해도...’

 

 ‘왕삼이 놈...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저리 모르다니. 나가서 내가 좀 가르쳐줘야겠군. 적어도 나 정도는 생겨야 저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

 

 서천휘는 문득 왕삼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다. 식사고 뭐고 그만두고 바깥에 나가 한바탕 수다라도 떨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한 그릇, 더!”

 

 척유한이 어느새 뚝딱 비운 국그릇을 내밀고 있었다.

 

 “네, 얼마든지요.”

 

 진혜미가 조금도 번거롭지 않은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소 국을 퍼왔다.

 

 ‘끄응! 앓느니 죽지!’

 

 그 모습을 본 서천휘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다 말고 도로 앉았다. 싹퉁...이가 저렇게 쌩쌩하게 잘 먹는데 자신이 왜 그만 먹는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었다.

 

 ‘자그마치... 벌써... 순식간에...’

 

 열 두 그릇째였다!

 

 

 

 그때였다.

 

 “아... 아... 아가씨!”

 

 문 밖에서 왕삼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외쳤다.

 

 “왕삼, 왜 이제 왔어? 어서 앉아.”

 

 진혜미의 따뜻한 말에 눈물까지 핑도는지 왕삼이 눈가를 슥 훔쳤다.

 

 “그... 그게 아니라...!”

 

 서천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왕삼의 ‘그게 아니라’ 소리만 들으면 속이 벌렁거렸던 것이다.

 

 “무슨 일이냐?”

 “방금 전에... 기별이 왔는데, 전해주는 자의 표정이 영 좋지가 못해서...”

 

 서천휘의 물음에 왕삼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서천휘가 받아서 펴 보았다.

 

 “아가씨!”

 

 서천휘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주님께서... 습격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

 

 혈령신교가 마교에서 분파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소수의 온건파들이 마교의 겁박을 피해서 도망쳐 나왔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로 마교에서도 과격한 자들이 비급을 탈취해서 만든 일파야말로 혈령신교의 시초라는 견해도 있다.

 

 어쨌건, 이들은 초기에는 무공보다 교리의식에 몰두했다.

 

 혈령정화(血靈精火)!

 

 뇌문(腦門)에서 일체의 잡념을 제거하는 동시에, 전신(全身)의 불순한 기운을 몰아내면, 혈맥에 신성한 영이 깃든다고 한다. 이때 심장 깊은 곳에 맺히는 정순한 기운을 혈령정화라 칭하는데...

 

 한 방울의 혈령정화로도, 능히 입신(入神)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혈령정화를 얻고자 용맹정진한다 말한다. 마치 불가의 해탈, 도가의 무위자연, 유가의 인의지덕과 같은 지고지순의 경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허나, 이것은 가증스런 주장일 뿐.

 그들이 뼛속까지 사악한 마교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종교적인 무아지경을 추구한다고 하나, 근본은 사이백해(邪異百害)!

 자신들이 추종하는 악마신(惡魔神)을 불러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인 것이다.

 

 실제로, 그들이 시행했던 연구는 인간의 오장육부, 체내 기혈을 비롯한 생체의 규칙을 역행했을 뿐 아니라, 천지만물, 삼라만상의 조화를 뒤집으려 한 것이니...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혈강시, 탈명수, 사망혼을 비롯한 강호의 비인흉괴(非人凶怪), 참오혈수(慘惡血手)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결국, 이들의 행보는 중원 전체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사실, 초기에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소림의 은거승들이 일제히 동안거(冬安居: 승려들이 일정한 곳에 머물며 수도하는 일)를 깨고 나와 우려를 표명할 때만 해도, 주요 문파들의 반응은 시큰둥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러던 중 사달이 일어났다.

 궁벽한 오지와 산간 마을을 대상으로, 흉사가 연이어 발생했던 것이다. 인세(人世)의 일이라 여기기 어려울 정도로 잔악하고 괴이한 수법이었다.

 

 원(元) 말기. 허울뿐인 조정은 제 역할을 못했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탐관오리들은 보신주의에 빠져,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상부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 이제껏 핍박하기에 바빴던 무림(武林)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무림은 분주해졌다. 그제야 소림의 충고를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으나 이는 만시지탄의 일. 부랴부랴 조사대를 구성했다. 신도문의 문주, 신도왕(神刀王) 진삼평을 대주로 추대하고 구파일방이 인원을 차출해 협조했다.

 

 조사에 진전은 없었다. 흉수의 수법이 간악한 반면에, 예상 외로 주도면밀했던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바대로, 심부(心府: 심장)를 훼손하고 피를 뽑아낸다는 점 외에는 좀처럼 단서가 주어지지 않았다.

 

 조사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신도왕 진삼평은 물론, 신도문에 대한 비판마저 일었다. 그러자 진삼평은 구파일방의 협조가 형식적이었음을 강한 불만과 함께 표출한 후, 조사대를 해산하고 신도문으로 돌아갔다.

 

 무림은 기지개를 켜기도 이전에, 사분오열되는 양상에 빠졌다. 일각에선 원(元)의 관리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흉사가 발생한 지역이 대도읍이 아니란 점을 들어가며,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몹쓸 주장마저 대두되었다.

 

 흉사가 재발되었다!

 마치, 무림의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무림은 반성했다.

 제 이차 조사대를 편성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지난번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조사대(調査隊)의 한계를 탈피해야만 했다.

 

 정도 무림의 전폭적인 참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여, 원나라 치하에서 유명무실했던 정도맹(正道盟)을 일신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맹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정파 무림의 결속을 다지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무림 연합체의 명칭을 무림맹(武林盟)으로 바꾸고, 정도 무림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초대 맹주에 절대신검(絶代神劍)을 추대하기로 했다.

 

 분위기를 일신하고 난 뒤, 무림은 일사분란하게 나섰다. 검막에서 상흔을 재검토했다. 개방에선 흉사가 일어났던 지역의 사방 만리까지 훑어가며 정보를 캐냈다. 만고기재라는 사마세가와 신뇌로 통하는 제갈세가의 양대 세가에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참여했다. 그 외에도 기이한 수법의 연원을 파헤치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보타신니, 제왕성, 절음곡 등 기기묘묘한 수법에 관한 각종 제보를 취합하고 검토했다.

 

 이러한 노력은 사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파의 주요 사업인 도박 사채와 주루 색가가 근본부터 위협받는 이상,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정사를 막론하고, 무림 원로들의 중론을 모아갈 때.

 수십 년 만에 마교주가 무림맹주에게 친서를 보내왔다.

 놀랍게도, 유사한 살겁이 자신들의 영역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정(正), 사(邪), 마(魔)가 연합했다!

 

 공식적으로는 흉수의 무위를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정, 사, 마 어느 진영도, 자신들만으로 대처가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쳤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연합의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이들이 손을 잡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흉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터무니없는 소리에 불과하나... 당대에는 그런 믿음이 존재했다. 사람이 아닌 유령악신(幽靈惡神)의 소행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물론, 대놓고 말하는 이는 없었지만 말이다. 민가(民家)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혈사의 주동자는 귀신(鬼神)을 부린다’라는 소문이 어느새 무림세가(武林世家)에까지 전파됐던 것이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문을 굳게 닫고, 화톳불을 피웠다.

 번을 서는 무사들이 두려워 떨었다.

 그런 시기였다.

 

 괴이한 사건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살겁의 직후, 홀연히 사라지는 흉수는 괴이쩍었다. 고수들로 구성된 추격대조차 연기처럼 사라지곤 했다.

 

 간혹, 시신이 발견되어도 사람들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시신에서 피가 쪽 빠져나가있는가 하면, 흉곽이 으깨어지고, 심장이 빠져나간 상태로 나뒹굴었던 것이다.

 

 구미호의 전설에서 이름 모를 귀신 이야기까지, 온갖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피를 탐하는 신을 섬기는 자들이, 심장과 혈루에 굶주린 악마신을 지옥에서 불러왔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를 대비키 위한 고육지책이... 정, 사, 마를 손잡게 만든 것이다.

 

 한 가지로 초점이 모아져갔다.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잔 밑이 어둡다)이라...

 뜻밖에도, 멀리서 찾아 헤매던 흉수의 정체를 발치 바로 앞, 가까이서 찾아야 했던 것이다. 애초에 소림에서 제기했던 경고성을, 사파에서 주목했다. 마교에서는 자신들과 연원이 있지만 개의치 않을 존재라며 침묵함으로써... 정, 사 진영에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그들은 바로...

 혈령신교(血靈神敎)!

 혈령(血靈)을 신봉하는 자들!

 피의 권능이라는 기이한 교리에 집착하는 이들!

 세력은 미미하고, 오지에 숨어 지내다시피하는 그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흉사를 연상시킬 수상쩍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혈령신교가 수상하다!’

 

 이들에 대한 경계론은 곧바로 확신이라는 낙인이 된 채로, 전 중원에 퍼져갔다.

 

 정사마 연합척살령!

 

 강호공적척살제일순위(江湖公敵刺殺第一順位)의 명패에 아무런 이견 없이, 혈령신교의 이름이 올라갔다.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척살령이 수 년간 지속됐다.

 

 멸절(滅絶)!

 불길한 교리를 믿는 부정한 이들을 철저하게 색출하여 말살한다!

 노인에서 아녀자,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너무나 완벽하게!

 

 허나...

 언제부턴가...

 시산혈해의 현장에서 돌아온 무사라면, 쉬이 입에 담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던가?’

 

 괴악한 혈겁의 장본인치고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죽어나갔던 것이다.

 

 ‘정녕 이들이...?’

 

 하지만 흉사는 그쳤다!

 그렇다면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는 없었다.

 

 

 

 

 

 중원은 그 후로...

 이들, 혈령신교를 멸시하여 혈교(血敎)라 칭했다.

 

 혈교도들이 신성하다고 여겼던 궁극의 존재이자 전설상의 악신(惡神)... 혈령신마(血靈神魔)!

 혹여 모습을 드러낼까, 한때 전 중원이 두려워했던 이름을...

 

 무림은 낮추어 혈마라고 불렀다.

 

 마치 그러한 과거 자체가 존재치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듯이,

 정, 사, 마가 공히 업신여겼다.

 오랫동안 조롱거리로 삼았다.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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