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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자의 절규
작가 : 한솔
작품등록일 : 2017.12.18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발견하게 된 한 방송국 제작진.

그 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소수 인원을 꾸려, 목숨을 걸고 도시로 향한다.

예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 있는 반면, 충격적인 이면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망자의 절규
작성일 : 17-12-18 22:27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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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동굴 밖으로 나가자, 퀴퀴하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처음엔 다들 단말마의 소리를 지르며 코를 막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코를 찌른 냄새는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냄새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후각은 이미 빠른 속도로 이 세상에 스며들었다.

 

 눈앞엔 검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검고 단단한 바위 표면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늘도,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도 모두 검정색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색깔이 조금 더 진한 검정색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드문드문 흘러가는 구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신기하네요. 이런 곳은 처음 봐요. 황무지처럼 보이는데 바다랑 연결이 돼있네요.”

 

 준성은 노를 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둡고 칙칙한 땅,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그죠. 세상도 완전 암흑이에요. 근데 어둡다라기 보다는 그냥 물체가 까맣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손전등 없이도 주변이 다 보여요.”

 

 소은이 손전등을 껐다 켰다 하면서 차이를 느껴보고 있었다.

 그녀는 재방문이지만 여전히 신기한 듯 했다.

 

 “그러네요. 불이 없어도 앞이 보여요. 이런 건 어떻게 알았어요?”

 

 손전등을 끄고 앞을 응시하던 준성이 말했다.

 

 “그래도 한 번 와봤잖아요.”

 

 “저기, 저, 저, 위에..”

 

 조용히 둘러보던 호열이 갑자기 더듬거렸다. 두 사람은 돌연 위를 바라봤다.

 

 “보여?”

 

 호열의 손가락은 태양을 가리키고 있었다. 태양은 검게 내리쬐고 있었다.

 호열과 준성은 놀란 듯 태양을 잠시 바라봤다.

 

 “저 것 때문에.. 세상이 검은색을 띠고 있나 봐요. 저 태양 때문에..”

 

 당황한 준성이 나지막이 말했다.

 

 호열은 어느새 공포와 불안감이 없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며 더욱 신기한 것들을 찾고 있었다. 준성은 배의 속도를 줄였다. 잠시 노를 내려놓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검은 태양과 주변 풍경을 촬영했다.

 

 “여기만 찍고 갈게요.”

 

 “아뇨. 그냥 이 부근에서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근처에 세우죠.”

 소은은 주변을 둘러보며 정착할 곳을 찾아보았다. 대부분 완만하여 배를 대기에도 수월해보였다.

 

 “옆에 아무데나 대. 이제 빠르게 움직여야지.”

 

 호열이 재촉했다. 일어서며 벌써 내릴 준비를 했다. 준성은 천천히 배를 정착시켰다.

 

 “조심히 내리세요. 배가 고정이 안 돼서 흔들거려요.”

 

 준성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배와 땅 사이가 가까워질 때 펄쩍 뛰며 쉽게 내렸다. 그 모습을 보던 준성도 뒤따라 내렸다. 밧줄로 배를 묶어 고정시키곤 검은 세상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

 

 세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주변을 끊임없이 살폈다. 하지만 특별히 발견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단지 검은 태양 밑 황무지뿐이었다. 휑한 세상엔 바람조차 불지 않았고,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퀴퀴한 냄새 그리고 기이한 태양빛뿐이었다.

 

 “이건 뭐, 아무 것도 없잖아. 김 작가, 길은 알고 가는 거야? 뭘 좀 찾아야 될 거 아냐.”

 

 호열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벌써 지친 듯 보였다.

 

 “길이요? 이 곳 길 아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돌아다니면서 찾아봐야죠.”

 

 “뭐? 미리 알아놨어야지, 저번에 왔을 때 뭐했어?”

 

 “보시다시피 너무 넓고, 길이라고 불릴만한 데가 달리 없어요. 중간에 저런 거 보면서 찾아가야 돼요.”

 

 소은은 앙상하게 서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나뭇가지도 심히 쳐져있는 죽은듯한 나무.

 

 “그러니까 그렇게 가다보면 죽은 사람들이 있냐고. 우리가 여기 왜 왔겠어.”

 

 “네, 있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소은의 애매하고도 확신에 찬 말을 듣고, 호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말은 조금 당돌하게 해도, 소은이 업무적으로 실망시킨 적은 없었기에 일단 믿고 가기로 했다.

 

 준성은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어봤는데 그냥 어둡게만 나올 뿐, 특별해보이진 않았다.

 홀로 서있는 나무만 조금 신비롭게 나왔는데, 음침하고 어두운 기운이 사진 안에도 서려 있었다.

 

 “그럼 걸어가다가 특별한 게 나오면 거기 머물러서 촬영하고, 그러다 또 다른 데도 가보고. 뭐 이런 식으로 해보자고. 내가 좋아하는 식의 일은 아니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겠어.”

 

 호열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검은 하늘 아래 회색빛을 띤 새가 날아가고 있었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새의 비행은 도망가는 것 같기도, 누굴 찾으러가는 것 같기도 했다.

 

 “비둘기 아니에요?”

 

 소은의 시선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준성은 냅다 사진을 찍었다.

 

 “그러네. 이런 곳에 비둘기도 사네. 근데 왜 이렇게 허약해 보이냐.”

 

 호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어디 다친 것 같지 않아요?”

 

 “깃털도 많이 빠지고 날개도 반쯤 잘렸어요. 몸통에도 상처가 많고요.”

 

 준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며 말했다. 못 볼 것을 본 듯 눈살을 찌푸렸다. 확대해보니 새의 비실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어쩐지 비틀거리는 것 같더라니. 혹시 저 비둘기도 죽은 새 아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소은이 대답하고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저 비둘기를 따라 가보는 거 어때요?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요. 풍경이 좀 바뀌어야 될텐데.”

 

 준성이 그녀의 말에 힘을 실었다. 똑같은 풍경 속에서 색다른 사진을 담아내느라 진땀이 나던 중이었다. 호열이 말없이 끄덕이면서 손가락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짙은 회색의 비둘기는 비틀거리며 검은 하늘을 날았다.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비둘기의 뒤를 쫓아갔다. 하지만 수십 분을 걸어가도 여전히 바뀌는 건 없었다.

 

 다만 앙상한 나무들이 하나 둘 씩 많아지더니, 걸음을 더할수록 주변을 덮을만큼 풍성해졌다. 썩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풍경이 점점 바뀌고 있는 것 같아, 세 사람은 모두 기대감을 가진 채 계속 걸어갔다.

 

 “비둘기 어디 갔어?”

 

 호열이 하늘을 요리조리 둘러보았다.

 

 “벌써 저기까지 갔네요. 생각보다 빠른데요.”

 

 준성이 손가락으로 비둘기를 가리켰다. 비둘기는 불규칙적인 비행하며 사라져갔다.

 

 “언제 저기까지 갔대? 비틀거리는 놈이 잘도 날아가네.”

 

 “그냥 저 방향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요. 계속 저 쪽으로만 가고 있어요.”

 

 “그래, 그러자고. 근데 여기서도 해가 지긴 지나?”

 

 호열의 시선은 소은에게로 향했다.

 

 “아뇨. 전에 왔을 때는 항상 떠있었어요. 항상 밤이에요. 이게 밤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항상 어둡더라고요.”

 

 “그럴 것 같더라니. 뭐 그래야 저승 분위기가 나겠지.”

 

 호열은 쩝, 하면서 끄덕거렸다. 안타까운 듯한 말투였다.

 

 “근데 어둠이라는 느낌이 안 들지 않나요? 이생에선 빛을 내뿜는 태양을 등지니까 어둠이 찾아오는 거잖아요. 근데 여기는 태양 자체가 검게 물들어 있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검은 빛 같다는 생각이 들고.. ”

 

 준성은 손바닥을 펼쳤다. 검은 빛이 내리쬐는 것을 바라보았다.

 준성이 말하는 동안 소은은 공감한다는 듯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호열은 공감이 안 됐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 난 그냥 어두운 세계에 온 것 같구만. 비현실적이고 퇴폐적인 세계. 살아만 돌아갔으면 좋겠네. 수많은 사진과 영상들을 가지고.”

 

 호열이 무심히 말하다 끝에 가서 자그맣게 미소를 지었다. 사진과 영상을 의미하는 미소였다. 준성은 그 미소를 보며 다시금 부담감이 차올랐다. 목에 걸린 애먼 사진기만 매만졌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숲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한겨울의 숲 마냥, 발가벗은 나무들이 몸을 드러내고 있는 숲이었다.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이런 데 오니까 갑자기 소름이 돋네. 뭐 이리 오싹하냐. 카메라 잘 갖고 있지?”

 

 호열은 다소 불안감이 차올랐다. 준성은 이미 앙상한 숲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다들 가실까요? 여긴 딱히 위험한 건 없을 거예요.”

 

 소은이 말했다.

 

 “여긴 안 위험하면, 위험한 데가 있긴 있나 보지?”

 

 호열이 앞장서 걸어가고 있는 소은에게 말했다. 소은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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