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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33. 가마터에서 딱 일년만 버티기로
작성일 : 17-12-18 20:03     조회 : 269     추천 : 1     분량 : 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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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자 나는 처음 보는 낯선 방안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코끝에 전해져 오는 익숙한 소나무와 흙냄새가 내가 지금 어디에 누워 있는지를 곧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할아버지와의 내기에서 지쳐 쓰러진 다음, 할아버지의 흙돌담집 안방에 반절 동안 누워 있다가 간신히 깨어난 것이었다.

 

 난 열려진 방문 밖을 내다 보았다. 할아버지가 피지도 않는 곰방대를 물고는 퇴마루에서 밤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을 혼자 바라 보고 있었다. 나는 힘들게 몸을 일으켜 할아버지 옆으로 다가 갔다. 할아버지는 무심한 듯 뒤를 돌아다 보더니 내게 말을 건넸다.

 

 “깨어났냐?

 어여 부엌에 가서 씨래기국에 밥이라도 말아 묵고 자그라. 한참 키 클 나이에 끼니 건너 뛰면 키 안 키는 법이다”

 

 하시는 말씀이 꼭 고양이가 쥐 걱정해주는 것 같았다. 난 할아버지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런 속임수를 쓰시면 안되죠. 다시 해요”

 

 할아버지는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하셨다.

 “허. 이눔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니는 타이슨이 맨날 타이틀 방어전 하는 거 봤냐? 월드컵도 4년에 한번인디 뭘 또 혀!”

 

 “첫 판은 속임수 쓰셨잖아요!”

 

 “억울하면 니도 쓰지 그랬냐.”

 

 나는 정말로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런 나에게 할아버지는 하늘에 뜬 달을 쳐다 보면서 마치 타이르듯이 말씀하셨다.

 

 “이눔아. 니가 나한테 진 것은 내가 한 속임수 때문이 아니여.

 첫판은 니가 아까 나한테서 눈을 떼고 한눈을 팔았기 땜시 진 것이고 나머지는 체력이 떨어져서 니 혼자서 나가 떨어진거시여.

 시방 내 말이 틀렸냐?”

 

 난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니가 정 도전하고 싶으면 힘을 길러서 이제 됐다 싶으면 다시 그 때 정식으루다 도전혀. 내 얼마든지 받아줄랑께. 하지만 마빡에 곰방대 몇 대 맞을 각오는 하고 허야 되겠제?”

 

 힘을 기르라고? 여기서 어떻게? 맨날 흙이나 퍼나르고 장작이나 패면서?

 

 “자신의 약점을 모르는 자는 졸따구 짓이라도 해서 살아가지만 자신의 강점을 모르는 자는 아예 아무것도 못하는 법이여”

 

 “네? 그 말이 지금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인간의 잠재능력은 누군가를 미워할 때 최대치가 되는 법이지. 너는 여태까정 공포와 좌절감에만 빠져서 살아왔을 것이여.

 이제부터 누가 너를 요로코롬 만들었는지, 왜 니가 여기 이 모양 요꼴로 살게 되았는지를 잘 한번 생각혀봐. 그럼 내 말이 뭔 뜻인가 알게 될텐께”

 

 난 알뜻 말뜻한 아리송한 말만 해대는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내기에서 나의 잘못으로 내가 진 것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좋다. 딱 일년만이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가도 갈 곳이 없는데 딱 일년만 참고 숨어 있으면 바깥 세상일도 잠잠해지겠지.

 그 때가 되면 에릭도 더 이상 날 찾지 않을 거고 그렇게 되면 어머니도 다시 집에 돌아오실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내기에 진 대가로 일년만 딱 눈감고 할아버지의 도자기 가마터에서 일하면서 지내기로 결심했다.

 

 *****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편경위는 어제밤 논현동 전봇대에서 발견한 혈흔 샘플 채취 결과를 알기 위해 감식반에 전화를 했다.

 

 -네. 저 강력계 편경위 입니다. 어제 요청한 거 결과 나왔습니까?

 -방금 전 나왔습니다. 대조 결과 한강구리시민공원에서 발견된 50대 여성의 DNA와 99.9% 일치 했습니다.

 

 편경위는 무릎을 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의 짐작대로 그녀는 바로 자기 집 앞에 전봇대에서 살해된 것이었다.

 

 ‘가족들 말로는 밤 9시경 집 앞 슈퍼를 갔다 온다고 나갔다가 실종되었다고 했으니 슈퍼와 집 사이에서 틀림없이 어떤 사건에 휘말린게 분명해.

 그렇다면 그 사건은 뭘까? 50대 중년여인이 밤 9시에 휘말릴 수 있는 사건이란….’

 

 편경위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그 순간 그의 휴대폰으로 공형사의 전화가 왔다.

 

 -응. 공형사. 어디야?

 -전 지금 정보보안과에 와있는데 말입니다 그 말씀하신 파란 대문 집 거주자 신원이 확인 됐습니다.

 -응! 그래 누구야?

 -성명은 이수연, 나이는 47세. 전과나 특이사항은 없구요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 입니다. 그리고 동거인으로 아들 안현, 17세, 현재 대유외고 일학년 학생입니다. 부친은 사망했습니다.

 -그래? 지금 연락 되나?

 -아니요. 제가 지금 연락을 해봤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습니다. 집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그 아들이란 자는?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얼마전 7월에 휴대폰을 개통한 것으로 나오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그럼 뭐야? 둘 다 전화기 꺼놓고 연락두절이란 말이야?

 -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역시 내 촉이 맞았어. 그 파란 대문집이 이번 사건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게 분명해…

 편경위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 맞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좋았어. 그리고 제보받은 전화에서 나오는 그 에릭 방이란 인물은?

 -어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요청했는데 정확히 에릭 방이란 이름은 없답니다.

 -뭐야? 그럼 가명인가?

 -아무래도 한국인 인데 영어식으로 이름을 지어서 부른 거 같습니다. 요새 영어유치원부터 많이 그렇게 하니까요.

 -젠장…그런 식이면 찾을 수가 없잖아. 뭐 더 조사한 거 없어.

 -일단 거기까지입니다.

 -잠깐만. 고등학교 방학이 언제까지지?

 -보통 8월 광복절 끝나고 바로 개학 아닙니까?

 -그럼 그 안현이란 학생은 지금 학교에 등교해 있겠네?

 사무실로 와. 나하고 같이 그 학생 만나러 학교로 가보게.

 그리고 그 집 주인이라는 여자…이수연인가? 그 여자 주변인물도 좀 알아와 봐. 혹시 행방을 아는 사람이 있나 찾아 보게.

 

 전화를 끊은 편경위는 사건의 열쇠가 바로 그 이수연이라는 여자 아니면 그녀의 아들 안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곧이어 두 사람의 휴대폰에 대한 통화기록사실요청서를 제출한 그는 공형사와 같이 안현이 다닌다는 광진구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학교에 도착하자 공형사는 정보통답게 아는체를 하며 그 학교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 학교가 요새 서울대를 제일 많이 보낸다는 명문학교 랍니다. 그만큼 돈많고 빽좋은 집안 자제들이 많이 다닌다는 뜻이지요.”

 “그래. 한눈에 봐도 학교가 돈이 좀 있어 보이는 구만”

 

 교문을 거쳐 교무실로 향하는 동안 넓은 건물과 잘 정돈된 조경을 관찰한 편경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교무과를 거쳐 바로 안현의 담임 선생과 만나게 되었다.

 

 “저희는 구리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안현이란 학생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 왔습니다만.”

 “현이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시작한 다음날부터 결석을 해서 현재까지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무슨 안좋은 문제라도 생긴 건 가요?”

 담임선생이란 자는 도리어 편경위에게 반문을 했다.

 

 “흠…”

 편경위는 다시 사방이 막힌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

 

 “혹시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습니까? 사정을 알만한…”

 “한명이 있긴 한데 맹기남이라고…”

 

 잠시 뒤 편경위와 공형사는 상담실에서 맹기남을 만나게 되었다. 상담실에는 셋만 있게 되었다.

 

 “그날 뒤로는 전혀 연락이 안됐단 말이지?”

 “보충수업일 다음날에 현이로부터 음성메시지가 한통 받은게 마지막 이에요.”

 “그래? 그 것 좀 들어볼 수 있겠나?”

 

 편경위와 공형사는 같이 귀를 맞대고는 전화기에서 나오는 그 음성을 들어보았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공형사가 편경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이제 돌아가도 좋다. 나중에라도 기억나는게 있으면 이 번호로 전화주고”

 

 편경위는 기남에게 명함을 주고 돌려보낸 뒤 수첩에는 <기남의 휴대폰에 대한 통화기록 조사 필요> 라고 메모를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형사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했다.

 

 “들었지?”

 “네. 틀림 없습니다. 그 목소리는 8.8일과 8.10일 저희들에게 사건을 제보했던 그 목소리와 똑 같은 음성입니다.”

 “흠….결국 사건을 목격하고 제보한 인물은 바로 안현이라는 그 학생이였구만.”

 “그럼 이제부터 안현이란 학생을 찾으면 모든 사건의 의문점은 바로 풀리겠군요”

 “그래. 그렇다고 봐야지. 근데 실종된 그 소년을 어디서 찾는다…핸드폰도 꺼져 있어 위치추적도 안되고…”

 

 순간 똑똑하면서 문이 열리더니 다시 상담실로 맹기남이 들어왔다.

 

 “아직 안갔나?”

 “네…저기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어서여…”

 

 기남은 안현이 사라진 그 날,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안현이란 학생이 평소에 왕따처럼 생활했는데 바로 그날 자신을 괴롭히던 민변구란 학생의 머리통에 화분을 던지고 사라졌다는 거지?”

 

 “네. 바로 보충수업 시작일, 그 날 이었어요. 온 학교가 다 뒤집혀졌죠.

 왜냐하면 현이는 심장이 아파서 체육활동도 제대로 못하는 약한 아이였는데 그런 현이가 학교 일진에다 부산 팔성파 부두목 아들인 민변구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사라졌으니까요.”

 “그러면 그 민변구란 학생은 지금 어딨지?”

 “아마 소각장 뒤에서 담배 피고 있을거에요. 지네 패거리들과 같이. 차동팔, 신영귀, 에릭 방…이런 얘들하고 같이…”

 

 편경위와 공형사의 귀가 동시에 번쩍 띄였다. 그리고 동시에 외쳤다.

 

 “에릭 방?”

 

 “네. 에릭 방. 일학년인데 우리학교 피라미드 최상위의 포식자에요. 금발에 파란 눈의 외국인…근데 왜 그러세요?”

 “너 혹시 지금 에릭 방 있는 데로 우리를 좀 데려다 줄 수 있나?”

 “아…네…뭐 그냥 여기 건물로 뒤로 해서 소각장으로 가시면 되요…”

 

 잠시 뒤 편경위와 공형사는 건물 뒤의 소각장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모퉁이를 돌기 전 한쪽 구석에서 키득거리면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자 소각장 한구석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4명의 학생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한 명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또 다른 키 크고 마른 한 명은 낯선 방문자들을 건방진 눈으로 노려 보았다.

 그리고 눈이 크고 좀 뚱뚱하게 생겨 공부만 할 것 같은 학생은 피던 담배를 뒤로 숨긴 채 놀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담배도 피지 않고 구석에서 서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학생, 푸른 눈에 금발을 한 학생은 평온한 표정으로 두 형사를 천천히 훑어 보았다.

 

 편경위는 그가 바로 에릭 방이란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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