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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30. 도자기 굽는 노인 (1)
작성일 : 17-12-18 19:56     조회 : 280     추천 : 1     분량 :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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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평생에 9천원 어치 국밥 두 그릇 때문에 이런 곤란을 겪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밖에서 시골인심이 사나워졌다고 들어보긴 했어도 만원도 안되는 국밥 두 그릇 때문에 경찰을 부른다니. 정말 너무 야박한 시골 인심이라고 생각됐다.

 

 “아따! 거기 그 메고 있는 가방부터 뒤져 보랑께. 돈이 있는디도 처먹고 내뺄라고 그라는지 보면 알것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참견쟁이 사람들이 더 나를 열받게 만들었다.

 

 “정말 돈을 잃어버려서 그래요. 돈이 있으면 왜 안내겠어요. 제가 식당에서 청소일 이라도 하면서 떼울게요.이건 그냥 옷하고 종이 쪼가리들 뿐이에요”

 

 “요 호로자슥이. 뻔히 가방에 돈이 있으면서 엄살을 피네. 안되것다. 가방부터 까보자.”

 구경꾼 중 한명이 달려 들어 내 가방을 낚아 채려 했다.

 

 세상에 어느 미친 놈이 돈이 있는데도 안내고 대신 식당 청소를 한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돼지 같은 식당 아줌마가 앞장서서 꽥꽥거리자 옆에 있던 시장 상인들도 뭣도 모르고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 집에 와서능 배터지게 처묵고 뭐가 어째?

 어린 놈이 벌써부터 공짜로 얻어 처먹는 것만 배워서 설라무네. 이런 놈은 제대로 버르장머리를 가르쳐야 된당께. 어여 순사 불러!”

 

 ‘정말 9천원 때문에 경찰서에 가야 하나.’

  화물차 사내가 나보고 절대 신원조회 같은 것은 당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 황당한 사태속에 나는 머리속이 까마득해졌다.

 

 그 때였다.

 식당안으로 아까 시장 입구에서 만난 도자기 팔던 허연 수염의 할아버지가 쑥 하고 들어오더니 사람들을 향해 일갈(一喝)하며 외쳤다.

 

 “에라. 이게 다 뭣들하는 한심한 짓거리여.”

 

 노인의 꼬장꼬장한 목소리에 다들 움찔했다.

 

 “나가 가게 밖에서 들어본께 어린 학생이 국밥 두그릇 먹고 돈을 잃어 버려서 못 낸다고 그라는거 같은디 언제부터 강진 인심이 요로코롬 개미 똥구멍만해 진겨!”

 

 노인의 호통에 가게안에 있던 상인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노인은 계속해서 꾸지람을 늘어 놓았다.

 

 “사람 사는 거시 고로코롬 매몰차면 안되는거시여. 여기 돈 잃어버린 학생은 얼마나 속이 타들어가겠능가?

 자 내가 대신 낼텡께 여기 이거 받고 그 학생일랑 얼렁 보내주시게”

 

 그리고는 대충 빚은 거 같은 접시 하나를 식당 아줌마에게 손에 쥐어 주었다.

 

 “아따. 할배는 요런 허접스런 접시를 어따 쓴다요. 끝에도 울퉁불퉁 해서는…”

 손에 억지로 접시를 받아 든 식당 아줌마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 보았다.

 

 “참말로 이 여편네 눈깔이 훼까닥 삐어 버렸구먼. 이 거시 고려시대 청자 굽던 가마에서 구워낸 거시여. 시내 백화점 가믄 삼십만원 줘도 못 사!”

 

 노인은 대충 그렇게 접시 하나를 식당 아줌마에게 던져 주고는 나를 데리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저 노인에게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괜찬혀”

 

 노인은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여전히 꼬장꼬장하게 대답했다.

 

 “제가 돈은 어떻해서든 갚겠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드렸다.

 

 “고롬 당연히 갚아야제. 저 접시가 삼십만원 짜린디”

 

 어린 아이가 만들었음직한 저 따위 울퉁불퉁한 접시가 무슨 삼십만원 이겠냐마는 노인은 한사코 접시가격이 삼십만원임을 고집했다.

 그러면서 불쑥 한마디 던졌다.

 

 “니가 설에서 온 현이란 놈이여?”

 그렇게 노인은 곰방대를 빨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의 이름을 언급했다. 나는 그대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네? 아니 저를 어떻게?”

 

 “이놈아. 이 강진 읍내에서 요로코롬 얼빵하게 하고 다니는 놈이 너 말고 또 있더냐. 모지리같은 놈. 돈이나 질질 흘리고 다니고.”

 

 “흘…흘린게 아니라 누가 훔쳐간거 같아요.”

 

 “좌우간 너 같은 놈을 맡긴 놈이나 니 놈이나 어리버리하기는 마찬가지구먼…”

 

 “혹시 저를 맡긴 아저씨를 아세요? 키크고 덩치 좋고 화물차 모는 남잔데?”

 

 “야이 놈아. 아니까 너를 맡아 준다고 했지.

 모르면 너 같이 쓸모 없는 놈을 모하러 내가 데리꼬 다닌다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진에 올때만 해도 화물차 사내가 말한 <나를 도와줄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나> 하고 고민했는데 의외로 이렇게 쉽게 만나게 될 줄이야. 난 이제 이 할아버지를 따라가서 당분간 이 곳에 숨어지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놈이 나한테 너를 부탁하면서 강진읍내에서 설 말씨 쓰고 키 크고 제일로 어리버리한 놈을 찾으면 된다고 하길래 나가 오늘 아침부터 여기 나와 찾고 있었다.”

 

 ‘어리버리? 그 화물차 사내가 나를 그렇게 표현했다는 건가? 키크고 어리버리한 놈으로?’

 

 “그라서 나가 시장바닥에서 좌판 펼치고 지나가는 놈들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디 갑자기 국밥이 소란스러운 거시 국밥집 안에서 어떤 어리버리하게 생긴 놈이 국밥을 두 그릇이나 처묵고 돈이 없다고 쩔쩔매고 있는겨. 그래서 가본께 그거시 바로 너여”

 

 이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운동을 안해서 몸이 비쩍 꼴았을 뿐 이래봐도 얼굴로 어디가서 어리버리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기 시골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뎌. 요새 시골사람들도 눈 감으면 설 사람들 코 베어간당께.

 자 고만하고 어서 냉큼 따라 오니라.”

 

 “저 잠깐 만요. 모텔비도 일주일 선불로 냈고 며칠 더 거기서 지내다 가면 안될까요. 인터넷도 더 해야하고…어디로 오라고 말씀 해주시면 제가 찾아갈…”

 

 순간 내 눈앞에는 번쩍하면서 별이 여러 개 보였다. 할아버지가 곰방대로 내 정수리 한가운데를 정확히 겨냥해 때렸다.

 

 “니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 본디 니가 여기 놀러온 거시냐?”

 

 “아…아뇨...아…아파…”

 

 곰방대로 맞은 자리가 너무 아파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할어버지는 시장 한구석에 세워둔 자전거의 자물쇠를 열쇠로 열고 그 위에 올라탔다. 개량한복을 입고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뒤에는 도자기들이 든 큰 가방을 짊어진 꼴이 꼭 TV 드라마에서 보던 일제시대 시골 사람 같았다.

 

 “뭐혀?”

 

 “네?”

 

 “빨랑 가방 안들어? 요누무 자식이 근데…”

 

 날 위기에서 건져내준 할아버지를 위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도자기가 든 큰 가방을 등에다 둘러멨다.

 

 “헉!”

 

 너무 무거워서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이런 바위덩이처럼 무거운 짐을 등 뒤에 짊어지고 다니다니 할아버지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눔아. 뭘 그리 입을 헤벌리고 놀라느냐. 앞으로 수천번 니가 짊어져야 할 것을.”

 

 아니. 내가 미쳤다고 이런 바위덩이 같은 짐을 수천번 짊어진단 말인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할아버지는 먼저 길을 떠났다. 그 뒤로 휘청거리며 내가 따라가기 시작했다.

 

 강진 읍내를 떠나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할아버지야 자전거를 타고 룰루랄라 집에 가는 길이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무거운 짐에다가 이미 날도 저물어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초행길을 걸어 가야만 하는 나로서는 정말 죽을 만큼 힘든 고역이었다.

 거기다 아무리 밤중이지만 아직도 뜨거운 여름날 이었다.

 

 “저…할아버지…다 왔나요?”

 얼마 못가서 지친 나는 간신히 힘을 내어 할아버지에게 물어 봤다.

 

 “뭐시여? 야 이 눔아. 아직 반의 반도 못왔다.”

 

 난 정말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자 할아버지는 중간에 한번 정도 쉬게 해줬다.

 

 대체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허리가 반으로 접혀 쓰러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간신히 어느 산 밑 계단에 다다랐다. 거기가 다 온 줄로만 알았다.

 

 “뭐허냐? 퍼뜩 오르지 않고.”

 

 눈을 들어 할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머리 위로 끝도 보이지 않는 계단이 산위로 향해 있었다.

 

 ‘지금 날보고 이 짐보따리를 짊어진 채 저 끝도 안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란 말인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이 경우에 딱 들어 맞는 거 같았다. 나는 따지듯 달려 들어 물었다.

 

 “저 할아버지. 아까 저를 도와주신 건 정말 고맙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 어떻게 저 산위까지 이 짐보따리를 들고 오를 수 있습니까? 그리고 모르시겠지만 사실 저는 심장이 좋지 않은 병을 앓고 있어요…”

 

 “이노노오옴!”

 

 다시 한번 눈앞이 번쩍이면서 별들이 보였다. 할아버지가 또 곰방대로 내 머리통 정수리를 때린 것이었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핑 돌았다.

 

 “힘을 키워서 스스로 일어설 생각은 안허고 아직도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느냐!

 너를 나한테 맡긴 놈이 니가 이럴 줄 알고 나한테 이렇게 당부혔다.

 자기가 맡기는 놈은 의지가 약하고 마음이 여려서 아직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맞설 수가 없다고. 그래서 나한테 너를 제대로 된 사내로 만들어 달라고 보낸 것이여!”

 

 “뭐…뭐요? 그 사람은 저보고 그냥 연락이 올 때까지 신분을 감추고 숨어 있으라고만 했는데…”

 

 “하튼 나는 그 놈하고 그렇게 약속 했응께 너를 아주 강한 남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씨”

 

 난 뭔가 된통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망가기에는 길도 모르고 날도 이미 컴컴해져 있었다. 더구나 내 수중엔 땡전 한푼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난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그러면 그 사내가 말한대로 다시 내 이름을 찾아서 세상으로 나갈 수 있고 어머니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좋다! 설마 죽기야 하겠나.’

 

 나는 그 무거운 도자기 보따리를 등에 짊어 매고 끝도 없는 계단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 할아버지는 등에 자전거를 짊어진 채 가볍게 휘파람을 불면서 앞장 서서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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