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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23. 완전한 각성 (1)
작성일 : 17-12-18 19:26     조회 : 291     추천 : 1     분량 : 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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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잠바는 에릭의 명령대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벽속에서 마치 지상을 걷듯이 천천히 걸었다. 좌우상하 벽을 타고 내 몸이 유동체처럼 서서히 미끄러지듯이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벽을 타고서 전화를 하고 있는 그 놈의 바로 옆의 벽까지 다가 섰다. 그 놈은 내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전화기를 꺼내 단축번호를 누르고 누군가가 전화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벽속에 숨어서 그놈이 딴 데를 쳐다볼 때를 기다렸다.

 한쪽 구석에서는 에릭은 지 분을 못참고 케비넷을 두들겨 부시고 있었다.

 

 난 마침내 검은 잠바, 그 놈의 뒤에서 천천히 벽으로부터 빠져 나왔다. 내 손에는 부러진 의자 다리가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난 그것을 만루찬스에서 4번타자가 스윙하듯이 그대로 휘둘러 버렸다.

 

 <빠지직>

 

 빠지직 소리가 난 건 그놈의 해골로부터였다. 부러진 의자 다리는 의외로 튼튼했다.

 난 넘어진 그 놈을 보고는 다시 잽싸게 벽속으로 몸을 감췄다.

 

 “뭐야?”

 

 캐비닛에 분풀이를 하다말고 돌아선 에릭의 눈에 해골이 깨져서 바닥에 누워 있는 검은 잠바 놈이 들어왔다.

 

 “너 왜 혼자 거기 그러고 누워 있어? 빨랑 얘들한테 연락하지 뭐해! ”

 

 에릭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되는 모양이었다.

 

 순간 나는 뭔지 모를 짜릿한 감각이 손에 전해졌음을 느꼈다.

 아마도 낚시꾼이 월척을 낚을 때 손맛이 이럴까? 홈런타자가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릴 때 손맛이 이럴까?

 나를 괴롭히던 놈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내 손을 통해서 나의 대뇌피질을 강하게 자극했다. 마치 오랫동안 끊어졌던 신경세포간의 시냅스가 모두 다 한꺼번에 연결되서 몸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찌질이로 살아온 세월이 마치 십초짜리 광고처럼 순식간에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쪽팔림과 후회와 분노의 한바탕 뒤범벅이었다.

 

 난 이번엔 에릭을 노렸다.

 아직도 내가 노리는 줄 모르는 에릭은 쓰러진 검은 잠바를 발로 툭툭 찼다.

 

 “이 세키가 얘들 데려오랬더니 갑자기 자빠져 가지고는…당장 안일어나?”

 여기까지 말하고 에릭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 보더니 곧 이상한 기운을 눈치 챈 듯 했다. 그는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입구쪽으로 조심스레 물러 났다.

 

 “이봐…안현…니가 재주가 늘었구나…

 하지만 잘 생각해야돼. 안현

 오늘 니가 재주를 피워 모면할지는 몰라도 계속 우리한테서 도망갈 수는 없어…

 앞으로 이런 잔재주는 어림도 없을 테니까.”

 

 그의 허풍과는 달리 에릭은 겁을 먹은 듯 뒤로 물러나며 끝까지 아무 벽에다 대고 씨부렁 거렸다. 하지만 그가 짖어대는 벽쪽에 나는 없었다.

 나는 바로 그의 머리 위 천정으로 이동해서 바로 내 눈밑 아래에 있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피가 멈춘 그의 이마빡을 노려보며 다시 그곳을 깔려고 의자다리를 움켜주고 노리고 있었다.

 

 “두고봐라. 내가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이 말을 던지고 그가 갑자기 휙 돌아서 밖으로 뛰쳐 나가는 바람에 아쉽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

 

 에릭은 미친 듯이 서둘러 주유소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는 품안에서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르…-철컥

 -여보세요. 접니다.

 -뭐냐. 아직까지 복귀 안하고?

 -저… 그게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 허접한 일로 사냥하러 간다고 나간 거 아니였나?

 -그것이 저기 좀 갑자기 생각치도 못한 문제가 생겨서..

 타겟이 제대로 각성을 한 것 같습니다.

 -각성?

 -그것이 오늘 오전만 하더라도 아주 초보적 수준이였는데 밤이 되니까 무서운 속도로 각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심하군…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다. 너 같은 놈을 믿고 지부를 맡긴 내가 더 한심하지…

 -죄송합니다. 다음번에는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거기에다가 방해자가 있었습니다.

 -방해자?

 -네. 타겟이 잠시 차에서 내린 순간 화물차 한대가 다가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운전기사는? 차 번호는 확인했나?

 -그것이…저희가 언덕 밑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실행원 두 놈은 죽고 한놈은 지금 쓰러져 있고…

 -정말 너희들 최악이로군…

 -죄송합니다! 만일 그 화물차 운전기사만 찾으면…CCTV나 교통카메라로 금방 찾을 수 있을겁니다!

 -베리 디스어포인티드…난 정말 대단히 실망스럽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프리즈!

 -철컥!

 

 에릭의 애원에도 전화가 그대로 끊기자 그만 냉정하기만 했던 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도로쪽으로 걸어 나갔다.

 때마침 도로 옆을 지나는 오토바이 배달부에게 달려 가서는 번개처럼 옆차기를 하고 오토바이를 뺏어 탄 후, 다시 자기가 왔던 서울 방향으로 되돌아 갔다.

 

 *****

 

 벽에서 빠져 나온 나는 다시끔 심장이 떨려서 아무 것도 못하고 주유소 계단 위에 주저 앉아 있었다.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니…

 처음에는 무슨 개허접한 능력인줄로만 알았더니 의외로 쓸만한 구석이 있었다.

 슈퍼맨이나 엑스맨에 비할 바는 아니였으나 그래도 이런 재주가 나에게 있다는게 믿기질 않았다.

 

 이런 능력이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아까처럼 숨었다 기습 공격도 가능하고 몰래 남들을 엿보기에도 최고일 거 같았다.

 

 마침 쓰러진 검은 잠바 놈이 끙끙대며 일어나려 하는 것 같아서 그만 주유소에서 빨리 도망쳐야만 했다.

 주유소를 빠져 나와 다시 구리 시내 쪽으로 터벅거리며 걸었다. 맨발 때문에 빨리 아무 택시나 잡아 타고 싶었다.

 

 주머니를 보니 아까 화물 기사가 준 돈다발이 2개 고스란히 있었다.

 ‘얼마지?’

 세어보니 대충 백만원 뭉치 2개, 2백만원 이었다.

 열일곱 학생한테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제일 필요한 것은 휴대폰이었다.

 

 밤도 깊었고 신분증도 없었다. 내 휴대폰은 집에 있었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전화 카드를 하나 사서 밤거리를 걸으며 공중전화를 찾아 나섰다.

 아주 한참을 가서야 시내 전화국 앞에서 공중전화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지체없이 전화카드를 꽂고 어머니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뚜뚜…

 

 계속 통화중만 걸렸다. 불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외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는 것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일흔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정정하셨다. 여러 학술단체의 회장직까지 맡으시며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셨다.

 

 -딸깍

 

 마침내 외할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할아버지!

 -어? 현이 아니냐? 이 밤중에 무슨 일이냐?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

 외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르신채 엄마와 나한테 나쁜 일이 생겼을까봐 걱정하셨다.

 

 -저기 어머니께서 혼자 계신데 제가 말씀을 못드리고 나와서요.

 전화도 안받으시고 연락이 안되네요.

 저는 별일 없으니까 좀 있다가 들어간다고 어머니께 좀 전해 주세요.

 -그게 뭔말이냐. 니가 어디 간다구?

 -그게 좀 지금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일단은 어머니께 꼭 좀 그렇게만 전해주세요. 제가 다시 전화드린다고요.

 -아니. 이놈아. 할아버지가 알아듣게 얘기를 해야지…

 -죄송해요. 할아버지. 말씀드려도 못 알아들으실 거에요…

 

 한참을 할아버지와 실랑이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제 어쩐다…

 집까지는 택시를 타면 불과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집에 갈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아까처럼 에릭을 다시 마주 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 동네사람이 에릭한테 희생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 누군가 죽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화물차 기사가 생각났다.

 

 ‘누굴까? 그사람은…만일 그 화물차 기사가 아니였다면 나는 지금쯤 에릭한테 끌려서 어딘가에 붙잡혀 있었겠지…분명한 것은 그사람이 나를 도와줬다는 거야…’

 

 그리고는 그사람이 나한테 전화하라고 건네준 쪽지가 생각났다.

 난 주머니를 뒤져 그가 준 쪽지를 찾아 보았다.

 이런 젠장할. 아무리 찾아도 쪽지가 없다.

 워낙 쬐그만 종이조각이여서 아마 주머니에 손을 넣다 뺐다 하다가 빠졌나 보다.

 

 ‘아까 그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서 찾아볼까…이 길바닥에서 그 조그만 종이쪼가리를 대체 무슨 수로 다시 찾을 수 있겠나…’

 

 쪽지를 찾는 것은 금방 포기했다. 아까 뭐라고 번호를 알켜 줬는데 하두 복잡해서 기억할 수 조차 없었다. 그냥 일반적인 핸드폰 번호가 아니였다.

 거기다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도 덧붙였다.

 

 어머니를 자신이 챙긴다고? 우리 엄마를 알어?

 난데 없이 트럭을 몰고 나타나서 날 구해주더니 어머니도 챙겨준다고?

 

 난 머리 속이 터질 듯이 복잡해졌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와 통화를 해야만 했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전화는 통화 중 이었다.

 할아버지께 다시 전화를 해도 이번엔 할어버지도 마찬가지로 통화중 이였다.

 

 난 할 수 없이 아침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일단 집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딘가 잠 잘 곳을 찾았다.

 하지만 에릭과 헤어진 이 곳은 위험했다.

 

 ‘택시를 타고 도시간 이동한 다음에 현찰로 지불 하라구?

 대체 내가 어디까지 믿어야 되는거야?’

 

 만일 어제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했겠지만 믿을 수 없는 일들을 하루종일 경험한 나는 방금전 나를 구해준 그 화물차 기사의 말을 일단은 그대로 믿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고 이 손으로 난생 처음 다른 사람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그것도 하루에 두번씩이나.

 

 화물차 기사가 누군지 왜 날 도와 줬는지 모르겠으나 단 한가지는 그의 말이 맞았다.

 살고 싶으면 지금 무조건 에릭한테서 멀리 도망가야 한다는 것이다.

 

 난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지친 맨발로 택시에 올라타서는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결국 나는 화물차 기사가 시킨대로 말했다.

 

 “아저씨…하남시요”

 

 결국 나는 한밤중에 평생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하남시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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