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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15-2. 보충수업 첫날 (2)
작성일 : 17-12-18 18:57     조회 : 283     추천 : 1     분량 : 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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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자 뒤쪽에서 가래가 잔뜩 낀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할 그 놈이 나타났다. 민변구…

 

 난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 줬다. 분노로 두 주먹이 부들거렸다.

 저 놈은 아무 이유도 없이 날 괴롭히고 있었다. 정시를 볼 생각도 없는 놈이 나한테 컨닝을 강요했으며 성적이 잘 안나오자 그것을 핑계로 나를 구타했다. 게다가 내가 온 힘을 다해 연습한 공연도 사악한 고자질로 무대에 조차 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그녀 곁에 마지막으로 서 있을 그 몇 분조차도 그 놈한테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사치로 보였을지 모른다.

 

 자신은 그냥 장난질로 생각할 지 몰라도 그 놈이 하는 짓거리 하나 하나가 모두 나의 영혼을 짓밟고 있었다. 아마 현세의 악마가 있다면 바로 저 놈일 것이다. 아니 저 놈은 악마가 피임에 실패해 싸질러 두고 지상에 던져버린 악마의 사생아일 것이다.

 

 그러면서 전에 맹기남이 해준 말이 문득 기억났다.

 민변구가 에릭이 시켜서 날 괴롭힌 거라구? 아니야…민변구 저 세키는 그냥 천성이 글러 처먹은 조폭 양아치 세키일 뿐이야…그냥 자기가 좋아서 남을 이유없이 괴롭히고 피해자가 괴로워하는 고통을 즐기는 놈이라구!

 

 지난 번에 내 번호를 몰래 알아서 전화한 에릭, 그 자식은 또 뭐야.

 뭐? 민변구에게 나 대신 복수를 해주겠다고?

 미친 놈…나 같은 초식동물을 위해서 자신의 패거리를 버릴리가 없잖아.

 암!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지…에릭 그 놈은 그저 미친 초기 정신분열증 환자일 뿐이야.

 하지만 그 자식이 네명중에 가장 점잖은 놈이긴 하지. 구경만 했지 한번도 날 직접 때린 적도 없고.

 

 우락부락한 민변구나 얍샬하게 생긴 차동팔, 붕어같은 신영귀에 비하면 확실히 에릭은 독보적으로 잘 생긴 외모였다. 그 넷중 뿐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봐도 그는 꽤 잘 생긴 아메리칸 프리티 보이 였다. 그의 외모 때문에 마음이 누그러지다니…

 하지만 곧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잠시 동안 그런 생각을 한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그놈도 마찬가지로 V4중에 한명 아닌가. 내가 민변구한테 얻어 맞을 때 옆에서 구경을 하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교실의 스피커가 울렸다.

 

 <지금 일학년 학생들은 방학 중 보충수업 설명회가 있으니 모두 강당으로 집합하기 바랍니다.>

 

 쓰잘데기 없는 보충수업…그저 방학 중에 놀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수작일 뿐…그 따위 보충수업으로 실력이 늘어나 대학 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망할 놈의 학교…아니. 이런 건 학교가 아니지…여기는 일년에 학비 천만원씩 받아 처먹고 아이들 네트웍 관리해주는 사교장일 뿐이지.

 얘들도 실제로 공부는 나처럼 과외에 의존하고 있었다. 아니면 깔끔하게 민변구처럼 돈으로 처먹여서 학생부 조작을 하든지.

 

 학교를 자퇴하고자 하는 마음이 굳어진 이후에 이제야 학교란 조직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하긴 내가 무슨 혁명가도 아니고 이 따위 학교 때려치면 그만인데 뭐 그리 심오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학생때 친구들 네트웍 따위? 그깟거 없으면 그만이다. 이딴 가식적인 학교 놈들과는 더 이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 소개서?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하고 생각했다.

 돈만 주면 브로커들이 다 만들어 주고 관리해주는데 무슨 공부가 필요하고 인성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하여튼 웃긴 놈들이였다.

 

 맘껏 학교를 비웃고 싶었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상담실에서 담임한테 귀싸대기를 얻어 맞은 순간부터 나는 백푸로 마음을 결정했다. 학교 그만 두자. 내일부터는 나는 PC방으로 출근할 것이다.

 망할 학교야. 잘 있거라. 이젠 서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당연히 강당 집합에는 안갔다. 화장실에 숨었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몰려 나간 텅빈 교실에 나 혼자 남았다. 갑자기 선영이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오늘이 이 학교에서 널 보는 마지막이구나…그래도 널 볼 수 있어 이 지옥 같은 학교생활에 위로가 됐는데…’

 

 마지막으로 책상을 정리하기 전에 가방에서 선영이게 줄 선물을 꺼냈다. 투박하게 포장한 선물이였지만 내가 직접 고르고 포장한 귀걸이였다.

 난 그녀의 자리로 가서 그녀의 서랍 속에 조심스럽게 선물을 넣어 놓았다. 물론 그 선물에는 누가 주는 건지 아무런 표식도 없었다.

 

 <쾅!>

 

 갑자기 앞문이 세게 열리는 바람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거기에는 담배 냄새를 풍기면서 민변구가 서 있었다.

 

 “어이...심장…거기서 뭐하는 거여~남의 자리에서”

 

 민변구…이 악마 같은 자식…넌 결코 마지막까지 날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뭐여? 거기 안경 낀 사팔뜨기년 자리 아니여.

 거기서 뭘 뒤지고 있었어?”

 

 ‘뒤지다니? 집어 넣고 있었다.이 개자식아.‘

 겉으로는 단 한마디 말도 못했지만 속에서는 민변구한테 온갖 쌍욕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니 그년 좋아하나? 킥킥. 끼리끼리 놀고 자빠졌네. 심장하고 사팔뜨기년하고 하면 얘세키는 뭐가 되냐?”

 

 정말이지 총이 있으면 머리통을 쏴 버리고 싶었다. 조폭 양아치 세키한테 저런 소리를 듣다니. 내가 살아온 세월이 정말 헛 살아 왔다는 허무감이 밀려왔다.

 

 민변구는 다가와 내가 열어둔 서랍 속을 엿봤다. 그리고는 선물을 발견하고는 낚아챘다.

 

 “이것이 뭐시여? 그 사팔뜨기년 거여?”

 

 “내려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화를 내자 민변구는 도리어 기뻐하기 시작했다.

 

 “큭큭. 진짜 끼리끼리 놀고 있네. 왜 그년한테 청혼이라고 할려고?”

 민변구는 뻬앗은 선물 포장을 거칠게 찢었다. 그 바람에 상자가 열리고 안에 있는 귀걸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뭐여. 반지가 아니여?”

 

 나는 바닥을 기면서 귀걸이를 찾으려 했다. 내 등뒤로 민변구가 슬리퍼 신은 발로 날 걷어 찼다. 난 그대로 책상들을 껴앉으며 앞으로 꼬구라졌다. 민변구가 쓰러진 날 밟고 올라섰다.

 

 “이 빙신 세키야. 내 눈에 띄지 말고 얌전히 찌그러져 있어. 한번만 더 귀찮게 하면 니 에미년이랑 둘 다 확 창자를 뜯어 버릴 테니까”

 내 얼굴 위에 담배냄새가 나는 침을 뱉고 민변구는 그렇게 교실을 나갔다.

 

 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난 내 잘못을 알 수 없었다. 만일 고장난 심장이 문제라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였다. 날 이따위로 만들어 세상에 던져 버린 조물주가 욕을 먹어야 할 일이었다.

 선영이를 좋아하는 게 잘못이라면 그녀를 그토록 아름답게 창조한 신이 욕을 먹어야지 왜 아름다움에 반한 내가 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선영이를 떠올리니 쪽팔림에 눈물이 났고 어머니를 떠올라니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민변구를 생각하니 터질듯한 분노에 심장에서부터 고통의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이들이 돌아오기전에 난장판이 된 책상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바닥에 흩어진 귀걸이를 찾아 다시 선물상자안에 넣고 찢겨진 포장지를 다시 오무렸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기전 다시 그녀의 서랍속에 선물을 넣어 두었다.

 책상을 정리한 뒤 서랍 속 짐을 챙겨서 교실 밖으로 나왔다.

 사물함에 있는 짐까지 정리하려면 오늘 다 짐을 옮기지는 못할 거다. 아무리 학교를 때려쳤어도 참고서는 필요하니까 귀찮지만 다시 가지러 와야만 했다.

 지갑과 핸드폰만 꺼내고 책가방은 사물함에 넣어 두었다. 떨리는 손으로 사물함을 잠그고 이제 그만 해야지 하면서 교문을 향해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날은 좋게 끝나고 싶었는데 끝까지 이렇게 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기남이야 밖에서 다시 보면 되니까 상관 없는데 선영이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한번만 더 마지막으로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복도 끝으로 걸어가 창문 밖으로 아이들이 강당에서 돌아오는 길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에 아이들이 몰려 나오고 선영이가 그 틈에 섞여 있었다. 반짝이는 햇빛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빛났다.

 

 난 항상 그녀의 도도한 표정이 좋았다.

 나의 어머니는 평생을 순종만 알면서 지내오신 분이다. 어려서는 외할아버지, 시집가서는 아버지…그리고 나를 낳고 아버지가 안계신 뒤로는 나만 보면서 사시는 분이다.

 난 한편으로 홀로 된 어머니가 가여웠지만 어머니 같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난 순종하는 여자가 싫었다. 뭔가 도도하고 내가 정복할 수 없는 그런 여자…내 손 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그런 여자가 좋았다. 그래서 내가 선영이에게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잘 있어. 장선영…’

 

 선영이에게 멀리서 작별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려는데 저기 뒤쪽에서 민변구 패거리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강당 뒤에서 담배를 피고 나오는 모양이였다.

 불과 삼십분 전만 해도 그는 교실에서 나에게 발길질을 하고 침을 뱉었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신영귀와 차동팔 사이에서 헤헤 거리며 즐겁게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지금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데 가해자는 피해자의 영혼을 짓밟고 저토록 즐거워하며 지낼 수 있다니…

 

 그 광경을 본 나는 도저히 더 이상 심장의 거꾸로 터져나오는 피를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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