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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12. 마지막 리허설
작성일 : 17-12-18 17:49     조회 : 267     추천 : 1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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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리허설만을 남겨 두고 학교는 정신이 없었다. 그해 오월에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하는 바람에 축제를 간소하게 치루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사장과 교장은 이전처럼 똑같이 개최할 것을 단호하게 지시했다.

 

 맹기남은 <소녀시대>가 온다는 소식에 완전히 들떠 있었다. MP3에 만 무한 반복재생 해대면서 내 귀에다 대고 하루종일 <지지지지 베이베 베이베 베이베> 를 중얼 거렸다.

 

 이제 공연 발표일까지는 이틀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잘 버텨주던 심장이 더 빠르게 뛰면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먹는 비상약의 횟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공연일까지 불과 이틀 밖에 안남았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무조건 이를 악물고 버티기로 했다.

 

 배경음악은 두 곡으로 정해졌다. 최종 리허설은 의상을 갖춰 입고 정식으로 조명이 세팅되었다. 이제 내 인생에서 최초로 무대에서 서게 되는 날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긴장해서인지 갈수록 심장 박동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선영이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참가했는데 이제는 공연 자체가 하나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제발 망신만 당하지 말길 바라면서 며칠만 더 버텨달라고 내 심장한테 간절히 소원했다.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정식으로 어머니께 축제의 초대장을 드렸다. 어머니는 아마도 내가 댄스연습을 한다기에 대충 설렁설렁 부채춤이나 추는지 아셨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격렬한 춤을 추는 것을 아셨다면 기겁을 해서 당장 말리려 뛰어 오셨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내가 무슨 공연을 하는지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발표 당일날 어머니를 놀래켜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어머니 앞에서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었다.

 

 <보세요. 어머니. 비록 남들보다 약한 심장을 가졌지만 나도 이렇게 그들처럼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더 이상 나한테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동안 온전하지 못한 자식을 낳은 미안함을 갖고 계신 어머니의 마음이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선영이 앞에 서서 당당하게 고백할 것이다.

 

 <선영아. 그동안 너만 지켜봤어. 나랑 사귀어 줄래>

 

 이 부분은 상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고백을 한 후에는 어찌할 것인가? 나는 이미 학교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지 않았던가. 선영이를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이 상기되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하지만 선영이가 나를 붙잡아 준다면? 내가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선영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댄스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종로5가에 들렸다. 마땅한 게 없나 두리번 거리다 꽤 거금을 주고 귀걸이 한쌍을 샀다. 아무래도 바가지 같았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골랐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공연은 진행될 것이며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낼 것이고 나는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선영이에게 수 개월동안 마음에 담아둔 고백을 할 것이다.

 

 그 다음은 무엇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다. 난 단지 내가 해냈다는 그것만으로 만족할 테니까.

 

 *****

 

 D-1, 공연 전날의 최종 리허설은 굉장히 빡빡했다. 오전만 쓰고 오후에는 다른 팀이 체육관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재즈 댄스팀 전체가 연습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연습날은 아침 7시부터 집합해서 연습을 시작했다.

 

 선영이가 한가운데 서고 맹기남과 나는 선영이의 뒷줄 우측에 배치됐다.1시간 연습하고 5분 쉬는 강행군이였다.

 

 첫번째 파트가 끝나고 나는 벌써부터 녹초가 되버렸다. 게다가 아침부터 심장이 계속 빠르게 두근거려 숨쉬기가 벅찼다. 결국 아침부터 심근강화제를 한알 먹어야만 했다.

 

 몰래 약을 삼키고 뒤돌았을 때 어느 여자애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 맹기남과 쌍벽을 이루는 통나무2호 여자애였다.

 

 “저기 이거 마실래?”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등 뒤에서 차가운 매실 주스병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응? 어…그래 고마워…”

 

 어머니가 아닌 여자한테서 음료수를 받아 본 것은 난생 처음이였다.

 

 “너 춤 잘 추더라”

 

 “응? 내…내가? 아닌 거 같은데…”

 

 “난 너무 나무토막같아서 걱정이야. 너처럼 유연하면 좋은텐데…”

 

 살다가 내가 춤 잘 춘다는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여자애는 몸만 나무토막이 아니라 눈도 나무가 아닐까 생각됐다.

 

 “어이 덕선! 무슨 일이야. 우리 현이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있나?”

 

 그 순간에 화장실에 다녀온 맹기남이 끼어 들었다.

 

 “넌 좀 잘해라. 고목나무 허리 뿌러지겠다.”

 

 여자아이는 갑자기 말투가 괄괄해지다니 맹기남과 맞장을 깠다.

 

 “얼씨구. 니가 지금 남 말 할 처지냐?”

 

 맹기남은 여자애하고 서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아마 둘은 이전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로 보였다.

 

 “현이. 너는 잘 모르지. 여기는 중국어반 류덕선. 일명 뺑코라고 하지. 초딩때부터 우리 옆집 살던 불알친구야. 근데 불알은 없지. 킥킥”

 

 기남이가 그녀의 이름이 덕선이라고 했다. 아울러 별명까지 가르쳐 줬다. 뺑코라니?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얼굴 한가운데 코가 좀 커보였다. 동그란 눈매와 둥글납작한 코가 어울려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다 동글동글 해보였다.

 

 “너 죽을래”

 

 덕선이는 낄낄거리는 맹기남의 울대를 치려고 손을 쳐들었다. 보기보다 과격한 아이 같았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연습이 시작되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기남이가 나한테 슬쩍 말을 걸었다.

 

 “야. 저기 덕선이가 너한테 마음이 있나 보다. 큭큭”

 

 나는 고개를 돌려 덕선이를 쳐다봤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시선을 피했다.

 

 ‘그녀가 날 마음에 있어 한다구? 키 좀 뻘줌한거 말고는 아무것도 볼 게 없는 나를…혹시 내가 불쌍해보여서 그런가…’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선영이만 바라보기에도 힘에 벅찬 상황이었다. 그 누군가 다른 사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몸이 힘들어 그냥 이대로 누워 버리고만 싶었다.

 

 몸이 힘드니 자꾸만 동작이 틀렸다. 그 이전에 연습할 때는 완벽했던 동작도 계속 어긋났다. 이젠 내가 통나무가 된 느낌이였다. 강사가 나한테 짜증을 내고 나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난 좀 쉬고 오겠노라고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약이 문제가 아니였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내가 갑자기 이렇게 과격한 춤 연습을 2주씩이나 한 것이 무리였다. 하지만 어쨌든 공연은 해야 한다. 얼굴을 찬 물로 씻고서 힘을 내자고 다짐하고 다시 연습장소로 돌아갔다.

 

 다시 강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디선가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걸걸하면서도 일부러 까는 듯한 목소리. 지하실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민변구 였다. 그는 오후 세션에 있는 일본춤 <요사코이> 연습을 하러 왔다.

 

 “어이 심장. 너도 공연하냐?”

 

 방학이 시작된 이후로 한번도 서로 마주친 적이 없는 민변구였다. 그는 옆에 똘마니 신영귀를 데리고 있었다.

 

 내가 공연을 하든 환갑잔치를 하든 무슨 상관이랴만은 민변구는 집요하게 캐물었다.

 

 “뭔 공연하냐? 니가 할 게 있냐? 뭐 세트 담당이라도 하냐?”

 

 “아마 뒤에서 나무분장하고 혼자 서있지 않을까. 킥킥. 그치 변구야…”

 

 저 간신배 세키. 신영귀가 민변구의 말장난에 맞장구를 쳤다. 난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그들을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뒷줄에서 다시 연습에 몰두 했다.

 

 잠시 뒤 다시 가슴이 심하게 아파 오고 숨을 쉬기 힘들었다. 기남이가 내 상태를 알아 채고는 나를 데리고 무대 뒤로 갔다. 난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괜찮냐? 니네 집에 전화해줄까?”

 

 전화? 어머니한테? 그건 안된다.

 

 “아니야. 괜찮아. 좀 쉬고 물 좀 마시면 괜찮을 거 같아.”

 

 이젠 약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주치의 말이 한번에 그렇게 많이 복용하면 나중에 큰 일이 날 수 있다고 했다. 그저 심장 박동이 제대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쉬었다.

 

 ‘젠장! 여기까지 다 와서는 왜 말썽이야!”

 

 내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쥐어 뜯고 싶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자리로 돌아갔을 때 민변구가 강사하고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나는 불길한 예감이 확 밀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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