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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무(無)의 아이
작가 : 천시령
작품등록일 : 2017.12.17

인간의 영생을 향한 욕망의 몸부림은 어디까지인가.
과연 한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온갖 불법과 추악한 면모,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또 다른 생명체의 가치는 동등한가, 아니면 높고 낮음이 존재하는 것인가.

 
#3. 위대한 프로젝트의 서막
작성일 : 17-12-18 02:08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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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후는 자신이 앉아있는 책상 앞 수십대의 모니터들에 떠있는 다양한 아이들의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파악하는 일이 여념이 없었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파이어니어 의료기술센터 의학정보시스템실 내 생체모니터실이었다.

 

 그는 뛰어난 머리로 하버드 의대와 존스홉킨스 의대의 수련의 과정을 거친 뒤, 이곳 파이어니어 본사 발령을 받아 작년부터 이곳의 의료기술센터의 팀장으로 근무중이었다.

 

 지후가 전공한 분야는 뇌생체과학 및 유전정보공학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지식들을 활용하여 전세계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질병들을 치료하고, 저 옛날 중국의 진시황제가 꿈꿨던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그러한 그의 야심찬 계획을 마치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존스홉킨스 의대 수련의 과정 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선진화기업인 파이어니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것이었다.

 

 지후는 사실 자신이 필드에 나가 직접 환자들을 대하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대상으로서 환자와 접촉하고자 했다.

 

 그런 그의 성향과 야심이 파이어니어에서 추구하는 비밀 프로젝트인 코드네임불사신의 목표와 어우러져 그는 흔쾌히 파이어니어의 의료기술센터로 오게 된 것이었다.

 

 파이어니어는 미국을 거점으로 해서 유럽 및 북미, 남미를 거쳐 아시아 대륙으로까지 영역범위를 확장해나가는 대규모 의료선진화기업이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의료선진화기업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으로 포장을 했지만, 실상은 그들이 진짜로 하고 있는 일들은 각 국가들이 정한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비밀리에 새로운 생명 연장의 꿈과 관련된 생체실험이었다.

 

 지후는 자신이 지켜보는 수십대의 모니터들 중 그 어느 한 곳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점검하고, 실험군으로부터 얻어진 생체실험정보를 정리하는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엊그제 새로 추가된 No.312 개체는 이곳의 최첨단 니큐 시스템인 '어머니의 자궁'에 완전히 적응한 듯 보였다.

 

 No.312 가 만들어내고 있는 생체정보는 지극히 정상 범주에 속해 있었고, 이상징후도 없었다.

 

 지후는 조금 더 No.312의 모니터 자료를 바라보다 이내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뒤로 젖힌 뒤, 뒷목에 깍지를 낀 손을 대고 스트레칭을 했다.

 

 어떤 날은 식사도 못한 채로 거의 쉴틈없이 관련 생체정보를 분석하고 새로운 실험을 도입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여유로운 시즌이었다.

 

 자신이 작년에 추진했던 소규모 프로젝트인 '켄타우로스'가 정상궤도에 올라 만족할만한 데이터들이 도출되고 있어서인지 올해는 시작부터 순조로운 느낌이었다.

 

 자신이 속한 기업인 파이오니어의 최종 목표인 코드네임불사신의 완성을 위해서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첫 걸음을 잘 내디딘 것 같아 그는 뿌듯함과 더불어 책임감을 느꼈다.

 

 그가 잠시 의자에 기대 자신의 긴장된 몸에서 힘을 뺀 채 눈을 감고 있는데, 생체모니터실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뜬 채, 시선만 조용히 자동문 쪽으로 옮겼다.

 

 "아, 한박사님. 어서오세요."

 

 지후는 의자에 편히 눕혔던 자신의 몸을 일으켜 생체모니터실에 들어온 한박사를 향해 인사했다.

 

 "어,그래. 자네 쉬고 있던 중이었나보군. 편히 앉게."

 

 한박사는 지후의 책상 끝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를 당겨 지후 근처로 가지고 와서 그 의자에 앉았다.

 

 "박사님께서 맡고 계신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카피캣프로젝트 말입니다만."

 

 "아, 그거. 안그래도 그 부분과 관련하여 자네와 상의할 것이 있어서 이렇게 방문했네."

 

 한박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카피캣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지후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

 

 카피캣프로젝트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전자 정보 중에서 최상급의 생체특징을 나타내는 유전자 염기서열부분을 추출하여 다른 실험체의 유전정보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우월한 유전자 형질을 대량으로 복제하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지후도 파이어니어에 입사하기 전에 관계자로부터 카피캣프로젝트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은 들어 알고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카피캣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복사된 우월한 유전자 형질이 새로운 생체세포 내에서 잘 발현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말이야."

 

 "그렇죠. 그 부분이 가장 핵심 아닙니까."

 

 "그래. 우리 실험실 연구진들의 피나는 실험 끝에 쥐, 돼지를 거쳐서 원숭이까지도 세포의 발현이 성공적으로 말이야. 문제는 그게 인간에게서 발현이 잘 안된다는 걸세."

 

 지후는 한박사의 말이 끝나자 그의 주름진 입술 가장자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미묘한데 그깟 동물실험 골백번 했다고 인간에게 바로 적용이 될거라 생각했나.'

 

 지후는 자신의 속마음이 들키지 않으려는 듯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가장한 채 한박사를 쳐다보았다.

 

 "저희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의 최종 목표가 바로 그것이지요.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용될 수 있는 완벽한 유전공학기술의 발현."

 

 윤박사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오른손으로 헤집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우리가 하는 일도 결국 그 어려운 일들을 실제로 구현시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지.

 세상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아주지도 않지만 결국은 그들을 위한 고귀하고 위대한 일 말이야."

 

 윤박사는 애써 자신의 참담한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일부러 천천히 나지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샘플 휴먼들 중 일부에 카피캣의 유전자를 삽입해서 그 경과를 지켜보면 어떻겠는가 하는 말이야. 자네팀에서 제공해준 '켄타우로스' 휴먼 샘플들은 온전히 100% 인간이 아니지 않은가. 그들에게서 얻어지는 샘플의 결과를 온전히 인간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

 

 '결국 그거였나.'

 

 지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켄타우로스'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 낸 휴먼 샘플들은 돼지나 토끼의 난자에 실험체인 인간의 체세포의 핵을 집어넣어 세포분열을 시켜 만들어낸 99.9%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가진 휴먼들이었다.

 

 그 휴먼들은 그야말로 인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생김새도, 행동양식도, 뇌발달수준도 양호했다.

 

 다만, 0.01%로 가지고 있는 동물 모체로부터 받은 동물 유전자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어 온전히 인간과 같은 의학실험 결과값을 얻어낸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었다.

 

 지후는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샘플휴먼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샘플휴먼들은 자기 자식과도 같은 아이들이었다.

 

 자신이 그 아이들의 육체적 부모는 아니지만 정말로 피땀흘려 소중히 고이고이 돌보아가며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보관해둔 그런 보물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한박사에게 내어주어야 하다니.

 

 어이가 없군.

 

 지후는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해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지후의 그런 무응답에서 부드러운 거절의 빛을 읽었는지 한박사도 무어라 말이 없었다.

 

 "대신, 한박사님. 저도 제안을 하나 좀 하죠."

 

 한동안 침묵에 잠겨있던 지후가 입을 열었다.

 

 "제 샘플휴먼들은 그야말로 저에게 진짜로 자식같은 아이들입니다. 박사님도 같이 생명공학 연구를 하시는 입장이시니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시겠지요?"

 

 한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엊그제 들어온 No.312의 바이탈사인이 안정되었고, '어머니의 자궁'에서도 생활반응이 안정적입니다. 그 아이에게는 아직 제가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어요. 다른 샘플휴먼들은 이미 일부분 제 실험이 도입된 상태입니다. No.312는 순수한 개체이니 박사님의 카피캣프로젝트에 가져다 쓰시되, 온전히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지 못할 시에는 다른 개체를 구해서 제 실험실로 가져다주시죠."

 

 지후는 온전히 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가 엊그제부터 지켜본 No.312는 자신과 함께 한 시간이 48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유난히 정이 가는 아이였다.

 

 조그마한 발가락하며,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움켜쥐겠다는 듯 꼭 잡은 귀여운 주먹다짐까지.

 

 그가 구상한 실험을 좀 더 보완하여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고 순수한 No.312에게 실험을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한박사와 적을 지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고맙네. 유전공학자로써 샘플을 넘겨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건 나도 말 안해도 잘 알고 있네.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테스트 한 뒤, 온전히 자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네. 나도 자네도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잘 성사되면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나."

 

 한박사는 굳어있던 얼굴을 푼 채, 지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 꼭 약속함세. 자네의 No.312는 카피캣의 위대한 유전자를 삽입한 채, 이곳 실험실로 오게 될 거야. 아마 70%이상은 그리 될거네."

 

 지후는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한박사의 주름투성이 손을 가볍게 잡고 살짝 흔들었다 살며시 놓았다.

 

 "위대한 여정을 위하여."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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