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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무(無)의 아이
작가 : 천시령
작품등록일 : 2017.12.17

인간의 영생을 향한 욕망의 몸부림은 어디까지인가.
과연 한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온갖 불법과 추악한 면모,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또 다른 생명체의 가치는 동등한가, 아니면 높고 낮음이 존재하는 것인가.

 
#2. 비밀의 탄생
작성일 : 17-12-18 01:08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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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림이 석달 전 취재하기로 한 사건은 아주 사소해보이는 제보에서 비롯되었다.

 

 그녀가 외딴 곳에 위치한 그런 으슥한 공장을 찾아가게 된 것도 취재 때문이었다.

 

 그녀는 믿음일보의 몇 안 되는 유능한 의학전문기자로 주로 의료사고나 의학관련 법 개정 및 일반 시민들의 병원서비스 만족도, 의학기술 발달 등에 관한 내용들을 취재하고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주요한 일이었다.

 

 석 달 전 처음 제보전화를 받았던 그 날도 그녀는 정신없이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가 모니터 속 깜박거리는 커서를 노려보면서 기사의 마지막 말미를 작성할 적당한 문구를 고르고 있는데, 조용하던 편집실의 적막을 깨고 그녀의 휴대폰에서 진동음이 느껴졌다.

 

 발신자표시를 보니 전혀 모르는 일반전화번호였다.

 

 스팸 전화인가 싶어 그냥 받지 말까 싶었지만, 자정이 다 가까워져가는 이 시간에 누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녀는 조심스레 휴대폰을 들어 통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원래는 자신의 소속기관과 직위를 밝히고 업무적으로 전화를 받는 것이 그녀의 전화응대습관이건만, 그날따라 왠지 그냥 상대방이 먼저 정체를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전화기 너머 상대방은 혜림의 목소리에 일이초 정도 적막감이 가득한 침묵을 유지하다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거기... 의학사고 관련하여 신문기사 제보 받는 곳 맞나요?"

 

 그녀는 의학전문기자 중에서도 가장 연차가 낮았기 때문에, 해당 부서 관련 제보전화는 거의 모두 그녀가 책임지고 받고 있었다.

 

 제보 전화였던가...

 

 그렇다 해도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제보전화를 거는 건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혜림은 전화기 속 너머 상대방의 정체와 더불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네, 맞습니다만. 선생님께서 아시고 계신 사실이 있다면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비밀여부는 보장해드립니다."

 

 그녀는 전화기 속 상대방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제보자의 제보사실에 관한 비밀 엄수의 법칙까지 거론했다.

 

 상대방은 그녀의 그런 말을 듣고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는지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그 이후에 단숨에 털어놓기 시작했다.

 

 혜림은 마감을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돌아가던 머리를 잠시 식힐 겸, 그 제보전화에 집중하여 열심히 메모까지 해가며 성실하게 제보자의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제보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헤림으로써는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 점점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건 점점 갈수록 이야기가 상당히 심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보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올해 초 자신의 아내가 모 대학병원에서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태어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제보자의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싶었다.

 

 세상에 태어나 얼마 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아이를 지켜본 부모의 심정이란 과연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 뒤를 이어서 제보자가 하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는 자녀를 잃은 슬픔을 애써 억누르고 달랜 채, 충격을 받은 아내를 잘 달래서 아이의 시신을 받아 장례를 치루려고 했다고 한다.

 

 대학병원 측에서도 아이가 그렇게 빨리 허망하게 죽은 것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그들 부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이의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화장터로 간 후에 일어났다.

 

 그와 그의 아내는 차마 죽은 아이의 시신을 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어 병원측에서 건네받은 작은 목관에 수의를 입은 채 흰 천으로 돌돌 싸여있는 아이를 그대로 화장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을 화장터에 넣기 전에 그의 아내가 갑자기 그에게 잠시만 시간을 달라며 아이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며 관을 열고 아이의 몸을 감싼 천을 살포시 들어 아이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아내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가 비명을 지를만도 한 것이, 그 목관 안에 고이 누워있는 아기의 시신은 그들 부부의 아기가 아니었다.

 

 그도 아내도 모두 며칠 지켜보지 못한 아이였지만 그래도 아이의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부부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의 시신이 놓여져 있는 목관을 보며 그도, 그의 아내도 허탈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후, 그가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부축하여 다시 아이의 시체가 담긴 목관을 차에 싣고 대학병원의 영안실로 가서 담당의사에게 사실내용을 전하자 담당의사는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설마요... 어떻게 그런 일이? 그 목관에 담긴 아이의 시신이 부부의 아이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부부의 말을 전해들은 의사는 정말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 부부를 향해 다시금 사실여부를 되물을 뿐이었다.

 

 급기야 그 의사의 그런 태도에 슬슬 화가 치밀어오른 제보자가 언성을 높이며 아이의 시신이 뒤바뀌었다고 큰 목소리로 외치자, 영안실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보자 부부와 그 담당의사에게 향했고, 그때서야 담당의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다며 자리를 황급히 떴다는 것이었다.

 

 이후 부부는 담당의사를 통해 대학병원 측에서 이런 사건이 생겨 죄송하다며, 간혹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아이들의 시신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부부의 아이 말고 또 다른 신생아 중에 죽은 아이의 시신은 죽은 신생아의 부모가 아이가 죽어 안타깝게 됐지만 좋은 일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대학병원에 시신기증을 했고, 이미 해당 대학병원과 연계된 의과대학으로 넘어가 의대생들의 카데바로 사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제보자 부부는 그러한 설명을 듣고 정말 기가 막힌 마음을 감출 도리가 없었다.

 

 자신의 자녀의 시신을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그 말을 듣자, 제보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 말을 전한 전공의사를 한 대 내려쳤다고 했다.

 

 그 이후로 병원 측에서 고용한 경호원들이 와서 그를 병원 바깥으로 끌고 나갔고, 그는 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난 뒤로, 그는 자신의 아이와 관련한 의료기록을 수집하여 증거로 삼고자 했으나 워낙에 폐쇄적인 의료계의 특성상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을 길이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남자는 자신의 sns 및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사연을 올려서 네티즌들의 힘을 얻어 해당 대학병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언론 측에도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제보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제보자의 순식간에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니, 혜림은 순간 머리의 사고가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전화기를 통해 들은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아이의 시신이 바뀌다니...

 그것도 부모의 동의 없이 감쪽같이 말이다.

 

 아마 부모가 관을 열어보지 않고 그대로 화장을 시켰다면 그야말로 문제가 되지 않고 그대로 조용히 묻혔을 일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해당 대학병원은 공교롭게도 그녀가 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던 그 병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탑5 안에 드는 그런 명성높은 대학병원의 산부인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니 그녀로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머릿 속 상상들을 일단 억누른채 전화기 너머 제보자에게 할 적당한 말을 찾아야만 했다.

 

 "네, 그러셨군요... 정말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제보자분께서 제보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사실여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물론 병원이라는 기관의 특성상 사실여부확인이 쉽진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저희같은 기자가 할 일이니까요."

 

 그녀는 제보자를 안심시키며 격려의 말을 해준 뒤, 제보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선임했다는 변호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적은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자 시계는 어느덧 자정이 넘어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진짜 사실이라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는 이미 마감기한을 넘겨버린 자신의 마무리가 덜 된 기사원고가 떠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조용히 닫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 정확한 사실 여부를 알아봐야 하나, 제보자에게 했던 말처럼, 의료사고나 그 비슷한 일들이 발생한 경우, 정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명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아슬아슬하게 법의 테두리 근처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편법을 써서 내부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왠지 이번 제보와 관련된 사건을 잘 해결하면 자신의 의학전문기자로써 커리어가 굳건해질 것 같은 그런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메모지 위에 적어진 일련의 사건 정리 내용들을 다시금 천천히 정독해보았다.

 

 두 번, 세 번을 읽고 나니, 점점 생각이 명확해졌고 그녀가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좋아, 일단 은밀하게 그러나 정확하고 철저하게 사건 진상을 파헤쳐 보자구!'

 

 그녀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일단은 그녀 혼자 힘으로 파헤칠 수 있는 데까지 파헤쳐본 다음에, 뭔가 명확한 증거를 잡았을 경우에 자신의 사수에게 보고해 정식 취재 요청을 할 계획이었다.

 

 자신이 받은 이 제보전화가 앞으로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서 혜림은 그때당시만 하더라도 전혀 알지 못한 채 순전히 사건 취재와 관련하여 흥분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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