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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책만 진화한다
작가 : Fictionist
작품등록일 : 2017.12.17
내 책만 진화한다 더보기

문피아
https://blog.munpia.com/e_f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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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간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선사하는 신비의 물건, [북]

북을 가진 리더들은 바위를 부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용암을 소환한다.

사실상 귀족이나 부유한 자에게만 허락된 물건이었기에 꿈도 꾸지 않고 있던 내게 지랄맞게도 그 북이 생겼다.

하지만 그 북은 평범한 북과는 전혀 다른, 아무 능력도 등록할 수 없는 0페이지의 북이었다.



이건 모든 걸 잃어버린 사내가 엿을 먹인 세상에게 엿으로 복수하는 새로운 삶의 이야기.

 
1장,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웃는가 (6)
작성일 : 17-12-17 12:18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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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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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북을 쥐고 놈을 노려보자 놈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하!’하고 탄성을 뱉었다.

 

 “이반, 설마 너 나랑 싸워보려는 생각이야?”

 

 나는 머리를 굴리느라 바빴다. 어떻게 해야 저 망할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놈 때문에 다친 동생의 상태도 걱정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죽지는 않았지만 입에서 피를 토하는 걸 보면 속을 다친 모양이었다. 머리도 깨진 상태였다. 빨리 의사를 찾아가야 했다.

 

 난 놈의 얼굴을 살폈다. 처음 내가 나타난 걸 보고 놀랐던 표정은 이미 사라졌고 놈은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서있었다.

 

 역시 놈은 날 완전히 깔보고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거겠지.

 

 사실 놈이 틀린 것도 아니다. 컨텐츠의 수도 북을 사용해온 기간도 나랑은 차원이 다를 터였다.

 

 그렇지만 단 하나, 가능성은 한없이 낮지만 놈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아직 저놈은 내가 라이트닝 볼트를 사용하는 걸 보지 못했다. 스톰프와 힐링을 쓰는 걸 봤을 뿐이다.

 

 나는 양쪽 무릎을 꿇었다.

 

 “음?”

 

 눈썹이 올라간 놈의 표정에서 의아함을 읽을 수 있었다.

 

 “뭐야. 이반, 나와 싸우려는 거 아니었나?”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북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에 손을 짚으며 엎드렸다. 그런 뒤 머리를 조아리고는 외쳤다.

 

 “나리!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고개를 들어 놈을 보았다. 놈의 얼굴이 이번엔 어이가 없다는 일그러져 있었다.

 

 “벙어리가 되어 살라고 하면 벙어리가 되어 살고, 장님이 되어 살라고 하면 장님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와 동생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동생은 지금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제발······.”

 

 놈은 코웃음을 치더니 내 쪽으로 걸어왔다.

 

 “죽음이 코앞에 닥치니 이제야 좀 머리가 밝아지나 보지? 그래, 진즉에 좀 똑똑하게 굴었으면 얼마나 좋아.”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놈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위로 당겼다. 고개가 들리면서 놈의 면상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가깝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말만 하면 벙어리도 장님도 되겠다는 거지?”

 

 놈이 당장이라도 눈알을 쑤셔낼 것처럼 손가락 두 개를 내 눈 앞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그, 그러믄요. 물론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와 제 동생의 목숨만큼은······.”

 “그런데 말이야.”

 

 놈이 히죽 웃었다.

 

 “네 동생이 내 얼굴에 침을 뱉었거든.”

 

 머리카락을 움켜쥔 놈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뭘 뜻하는지 알아?”

 “그, 그건······.”

 “바보 이반이라면 잘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했던 거니까. 그렇지?”

 

 내가 답을 하지 않자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동생은 귀족인 내 명예에 흠집을 냈어. 내가 곧바로 네 동생을 죽여버렸어도 아무도 뭐라고 못 해. 만약 내가 네 동생을 살려둔다고 해도 바로 체포될 거야. 그리고 수십 년은 옥살이를 하게 되겠지. 그렇게 젊은 시절을 온통 감옥에서 보낸 뒤 네 동생은 할머니가 되어 나오는 거야. 아니지, 로냐는 몸이 약하니까 감옥에서 죽어버릴 가능성이 훨씬 크겠군. 그럼 차라리 지금 죽어버리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그 아름다운 모습은 간직한 채로 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놈이 낄낄 웃었다.

 

 “안타깝군. 안타까워. 네 동생이랑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시체와 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내 지인이 그러던데 그놈에게 인심을 베푸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이젠 참을 수 없었다. 더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내 왼손은 조금 전부터 땅에 놓아두었던 북에 가있었다.

 

 “네 후장이나 대줘라.”

 

 나는 오른손을 들어 놈의 얼굴에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다.

 

 “라이트닝 볼트!”

 

 [파지직!!!!]

 

 눈을 감았음에도 눈꺼풀로 전해지는 강한 빛과 귀를 뚫어버리는 것 같은 강렬한 소리.

 

 영거리에서 시전한 스펠이다. 놈이 피할 틈 따위는 없었다.

 

 빛이 사라지자 머리카락에서 놈의 손이 떨어져나갔다. 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새꺄! 귀 따갑잖아!”

 “커헉!!”

 

 복부에 들어오는 커다란 충격. 그리고 숨이 멎는 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반쯤 몸을 일으키려고 했던 나는 몸을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뒤쪽으로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지며 그 데미지를 등으로 고스란히 받은 나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겨우 고개만 들어 놈이 있던 곳을 보았다.

 

 놈이 멀쩡하게 서있었다.

 

 “하, 이 새끼, 라이트닝 볼트도 가지고 있었어? 너 애들 책 훔치기라도 했냐? 아니지. 훔쳐봤자 남의 북은 못 쓰지.”

 

 놈이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나는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이 받은 데미지가 너무 컸다.

 

 “힐링!”

 

 스펠을 사용하자 몸에 힘이 조금 돌아왔다.

 

 “대시.”

 

 그러나 놈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내 옆에 나타나더니 내 입을 짓밟았다.

 

 “어억!!”

 

 입술이 찢어지며 입에 피의 비린 맛이 감돌았다. 이도 흔들렸다.

 

 놈은 다시 한 번 내게 발길질을 했다. 이번엔 옆구리였다.

 

 “크허억!”

 

 나는 폐 안의 숨과 입 안에 고여 있던 피를 함께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끄으윽······. 어, 어허케······.”

 

 제대로 발음을 할 수가 없었다.

 

 “역시 넌 바보 이반이야.”

 

 놈은 내 얼굴을 흙 묻은 신발로 짓이기며 말했다.

 

 “네까짓 놈의 스펠이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냐? 북이 생기니까 진짜 리더라도 된 것 같았어?”

 “우윽······.”

 “하긴 리더끼리 싸워본 적도 없는 놈이니. 선배로서 좋은 걸 알려주지. 스펠은 만능이 아냐. 관련 속성의 저항 스펠을 가지고 있다면 데미지는 경감되지. 내게는 골드 급의 저항 스펠이 속성별로 등록되어 있어. 라이트닝 볼트 같은 하급 스펠은 내겐 아예 통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얼굴에 라이트닝 볼트를 맞고도 멀쩡했던 건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놈이 그렇게 여유만만이었던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놈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그럴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어떡할 거지? 바보 이반. 이제 내겐 너희 오누이를 죽여도 되는 명분이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북을 얻고, 괴물을 쓰러뜨리고, 날 괴롭히던 패거리도 죽여버렸다. 운이 따라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벽이 나타나고 말았다.

 

 살기 위해서 힘껏 달린 만큼 벽과 부딪쳤을 때 돌아오는 충격은 컸다.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었다. 이젠 일어날 힘이 없었다. 짓밟힌 후에도 겨우 숨만 붙어 다시 비틀비틀 달리던 삶도 이걸로 끝인 모양이었다.

 

 “아무 말도 안 나오나?”

 “으윽!!”

 

 놈이 발로 망가진 내 입을 문댔다. 일어날 힘도 없었는데 비명은 나왔다.

 

 “이렇게 보니 좀 불쌍하긴 하군. 좋아. 귀족답게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넌 여기서 죽겠지만 네 동생은 내 특별히 살려주마. 물론 앞으로 평생 내 밑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아, 밑이라는 건 나보다 낮은 지위라는 게 아니라 진짜 밑이라는 얘기야. 기대되는군. 그 날이 선 눈동자가 내가 위에서 짓뭉개는 중에도 유지될지 아니면 몸의 반응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릴지.”

 

 놈이 내 얼굴에서 발을 뗐다.

 

 “······어어운 해히······.”

 

 새는 발음으로 나는 놈을 욕했다.

 

 “뭐? 똑바로 말해. 못 알아듣겠잖아. 몇 대 맞더니 바보 이반이 이번엔 어린애가 돼버렸나?”

 

 놈이 깔깔 웃었다.

 

 “에릭!!!”

 

 갑작스런 불호령. 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나는 눈동자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 둘이 저편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둘 다 남자였다. 한 눈에 봐도 고급임을 알 수 있는 옷이 그들의 신분을 가늠하게 했다.

 

 “쓸데없이 밖에서 사고 치며 나돌아 다니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건만······.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두 사람 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쪽이 소리를 쳤다.

 

 “아, 아버지!!”

 

 아버지?

 

 그럼 저 사람이 뢰옌 공작인가.

 

 공작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 동생을 스치더니 이번엔 내게로 향했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라!”

 

 공작의 목소리는 자기 아들을 대한다기보다 아랫사람을 윽박지르는 듯했다. 공작 아들놈은 ‘그게······.’라고 운만 띄워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빨리 말하지 못해!!”

 

 공작의 노기가 점점 더해갈수록 놈은 고개를 더욱 떨어뜨릴 뿐이었다.

 

 “네놈이 말하지 못하면 내가 말해주마. 저기 쓰러져 있는 게 네가 요즘 쫓아다닌다는 계집이겠지? 그리고 거기 쓰러져 있는 놈이 계집의 오빠일 거고.”

 “······.”

 

 놈은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멍청한 놈!!! 내가 그렇게 사람들 눈과 귀를 조심해야 한다고 일렀거늘! 네놈 요즘 하고 다니는 일이 내 귀까지 들어오게 해!? 공작의 자식이 애미애비도 없는 평민 계집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눈이 시뻘개졌다는 얘기를 내가 들어야 하냔 말이다!”

 

 공작은 놈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따귀를 때렸다. 놈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게다가 내 허락도 없이 랩을 멋대로 이용하기까지 하다니. 네놈이 진정 정신이 나간 모양이구나!”

 “그, 그걸 어떻게······.”

 

 놈이 자기 뺨에 손을 댄 채로 중얼거렸다.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리더의 생성과 등록은 랩 소유자의 허락은 물론 국가에 보고해야 하는 일이다! 고작 평민 하나 괴롭히고 계집을 차지하기 위해 사용하라고 있는 곳이 아니야!”

 

 눈에 핏발이 선 공작은 갑자기 북을 소환했다.

 

 “저딴 계집 하나 때문에 랩의 소유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짓을 저질러!!”

 

 공작의 손이 내 동생을 향했을 때 나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공포를 느꼈다.

 

 “아, 아버······.”

 “익스플로전!!”

 

 [퍼엉!!!]

 

 내장까지 뒤흔드는 듯한 진동.

 

 귀를 찢어버리는 듯한 폭음

 

 세상을 순간적으로 환하게 만든 빛.

 

 그 모든 것이 지나갔을 때 내 동생의 모습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죽여버리겠다.

 

 그 외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일어나지도 못했던 나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힘으로 일어나서 공작을 향해 달려 나갔다.

 

 [사각!!]

 

 무언가가 잘려나가는 소리.

 

 “아······?”

 

 어느새 내 앞에는 공작이 아니라 공작 뒤에 서있던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손에 들린 칼과 앞으로 넘어가는 내 몸뚱이가 보였다. 어깨 위에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질 않았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북의 레벨이 초기화됩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컨텐츠를 잃습니다.]

 

 여자의 것도 남자의 것도 아닌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걸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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