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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hair)헤어날 수 없는 탈모
작가 : 탈모인
작품등록일 : 2017.12.16

의대생 한지현은 탈모 강의를 듣고 7년 전을 떠올린다. 평범한 여중생이던 자신의 머리카락이 급작스레 빠지게 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탈모 병변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암세포처럼 분열하고... 결국 지현은 대학병원 피부과에 내원한다. 열일곱의 나이로 모든 머리카락을 잃게 된 지현은 대인기피증과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데...
여느 때처럼 모자를 눌러쓰고 진료를 받고 나온 지현은 '전신 탈모증'을 앓는 동갑내기 유청명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 주고,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는 유일무이한 친구이다.
훗날 의대생이 된 지현은 자신의 힘으로 전신 탈모증을 치료하려 하는데...
가발부터 피부과, 동의보감, 심리상담까지 탈모의 모든 면을 다룬 메디컬 소설!

 
18장: 가발전문점
작성일 : 17-12-16 17:10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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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가발전문점(wig store)

  다음 날 오후, 버스를 타고 엄마와 나는 가발을 맞추러 갔다. 청명이 추천해 준 E가발전문점은, 해산바닷가 마트 근처 빌딩에 위치했다. 엄마와 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은밀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 그런지 가발전문점은 8층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가발전문점이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와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왁스를 바른 말끔한 헤어스타일의 남자가 카운터에서 맞아주었다.

 “학원은 옆입니다. 여기는 가발가게입니다.”

  무미건조한 표정만큼이나 말투도 무뚝뚝했다. 가발전문점 옆에는 영어 학원이 있었다. 순간 나는 얼굴이 붉어졌고 말문이 막혔다.

 “알고 있습니다. 가발 맞추러 온 겁니다.” 엄마는 뭔가 쓰라린 것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제야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왁스머리는 엄마와 나를 상담실로 안내했다. 왁스머리는 엄마와 나를 소파로 데려가더니, 서류를 가져오겠다며 다시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소파 앞 유리 테이블에는 샘플용 가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발은 약간 덥수룩한 남자 머리를 연상시켰다. 윤기가 흐르는 시커먼 모발은 질감이 부드러웠고, 불빛에 따른 광택도 자연스러웠다. 시계 방향으로 선회하는 정수리의 가마에서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양감도 풍만했다. 일단 외관은 합격이었다. 머릿결만 보고선 가발이라고 의심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시진을 마친 나는 촉진을 하기 위해 왼손으로 가발을 들었다. 나는 오른 손가락 끝으로 앞머리부터 옆머리와 정수리를 경유하여 후두부까지 가발을 어루만져 보았다. 머리카락 한 올을 검지에다 비비 꼬아 보다가 손톱 끝으로 지그시 누르기도 했다. 가발 모발의 얄캉한 감촉은 예전의 내 머리카락처럼 보드라웠다. 실로 오랜만의 정겨운 감촉이었다. 다음으로 나는 가발의 강도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는 줄다리기를 할 때처럼 있는 힘껏 머리털 한 움큼을 당겨보았다. 몇 번이나 잡아당겨 봤지만 가발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천조각처럼 나약해 보이는 가발은 나일론처럼 견고한 응집력을 지니고 있었다. 가발의 성능은 충분히 훌륭했다.

  잠시 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왁스머리는 엄마와 세 개의 모자를 쓴 나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따님이 가발을 맞추러 온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 는 엄마의 대답에 왁스머리는 본격적으로 가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얼마나 빠졌습니까? 부분 가발이랑 전체 가발이 있는데, 어느 것을 원하십니까?”

  머리카락이 다 빠진 사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체 가발을 하려고요.” 왁스머리와 눈을 마주치며 내가 말했다.

 “전체 가발은 부착식이랑 탈부착식이 있는데요. 부착식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계속 쓰는 방식이고, 탈부착식은 집에서는 벗고 밖에 나갈 때만 착용하는 겁니다. 어떤 걸로 하시렵니까?”

  부착식은 밖에 나갈 때뿐만 아니라 머리 감을 때도, 운동할 때도, 심지어는 잠을 잘 때도 가발을 착용해야 했다. 생각만으로도 답답하고 갑갑한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탈부착식으로 해야겠네요.” 엄마가 대답했다.

  왁스머리는 이번엔 가발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가발은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발 스킨-가발 모발이 엮이는 곳-에다가 망사를 병합하여 만든 게 대표적이고요. 요새는 망사 대신에 특수 소재로 만든 제품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신 제품들이 통풍성이나 내구성이 좀 더 좋긴 합니다만 다른 분들은 망사로 만든 것을 많이 이용하시니까 그걸로 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가격도 제일 저렴하고요.”

  왁스머리의 권유대로 나는 망사 가발을 사겠다고 말했다. 왁스머리는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가발의 머리숱은 어느 정도로 하시렵니까?”

 “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나요?” 엄마가 말했다.

  왁스머리는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부정의 뜻을 나타냈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숱이 너무 많으면 통기가 잘 안돼서 갑갑할 수 있거든요. 반면 숱이 너무 적으면 엿보일 염려가 있고요. 그래서 저는 중간으로 하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왁스머리의 제안대로 숱은 보통으로 결정했다.

 “가발은 많이 안 불편하나요? 그리고 한번 사면 얼마나 쓸 수 있나요?” 엄마의 질문이었다.

 “아무래도 가발이다 보니까 좀 불편하긴 하죠. 그리고 제 경험상 가발의 수명은 쓰시는 분마다 많이 다르더라고요. 1년에 대여섯 개씩 구입하시는 분도 있고, 오래 쓰시는 분들은 1년씩 쓰기도 하구요. 얼마나 오래 착용하는지, 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 무엇보다도 가발을 어떤 환경에서 쓰고 다니는지가 다들 많이 다르다 보니까 정확하게 단정 지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가발은 머리카락이 안 자라지요?”

  엄마의 질문에 왁스머리는 왼손에 샘플용 가발을 들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가발 모발을 집어 올리며 설명해 주었다.

 “네. 가발은 안 자랍니다. 머리카락처럼 영양분을 공급 받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머리카락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지는데, 그 성분이 머리카락이 안 끊어지게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가발 같은 경우는 단백질 스프레이를 틈틈이 뿌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설명을 마친 왁스머리는 다시 가발을 내려놓았다.

 “가발은 하나에 얼마 하나요?” 엄마의 질문을 들은 왁스머리는 이번에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가발은 보통 원 플러스 원으로 많이 구입하십니다. 아무래도 하나씩 맞추면 손상되었을 때 조금 난처하실 수가 있어서요. 원 플러스 원이라는 게 두 개를 동시에 받는 거는 아니고요. 일단 하나를 먼저 받으시고, 다음에 그 가발이 훼손되려고 할 때 전화를 주시면 저희가 다음 가발을 좀 더 빨리 제공해 드리는 방식입니다. 망사 가발 같은 경우는 원 플러스 원 해서 230만 원인데, 특별히 세일해서 210만 원까지 해 드릴 수 있어요. 하나만 구입하신다면 세일해서 120만 원입니다.”

  고스톱을 치다가 느닷없이 폭탄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비록 두 개였지만 210만 원이라는 액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거액이어서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가격 얘기에 엄마도 잠시 말이 없었다.

 “현금으로 할 테니까 조금 더 싸게 해 주실 수 있나요?” 잠시 뒤 침묵에서 벗어난 엄마가 말했다.

 “현금으로 하시면 딱 200만 원으로 해 드릴게요."

  왁스머리가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엄마는 계속해서 밀고 당겼고 결국 가발은 185만 원에 낙찰되었다.

 "여기 가발 구입서랑 계약서인데요, 이름이랑 전화번호 좀 적어 주세요. 그리고 따님은 두상을 재야 하니까 잠시 저 의자에 앉아 주세요.”

  왁스머리의 말대로 나는 모자 세 개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왁스머리는 머리에다가 플라스틱 비슷한 소재로 된 둥근 판을 갖다 대었다. 살짝 뜨거운 느낌의 판은 저절로 오므라들면서 내 머리에 찹쌀떡처럼 달라붙었다. 이게 뭐지 싶을 즈음, 왁스머리가 설명해 주었다.

 "특수기억형상소재에요. 사람마다 머리 모양이 다르니까 이걸로 두상을 3D로 측정해서 맞춤화된 가발을 만드는 거죠."

  그사이에 엄마는 구입서와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다. 왁스머리로부터 한 달 뒤에 가발이 도착하리라는 말을 들은 후에 엄마와 나는 가발전문점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의 창밖은 거무스름했다. 밀도 높은 어둠이 근엄하게 깔려 있었다. 어둠은 밖이 아니라 안에도 있었다. 어둠만큼이나 무거운 죄책감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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