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박재영
수담.옥
박재영
이그니시스
프로즌
촌부
임허규
수담.옥
박재영
조돈형
촌부
조돈형
이그니시스
 
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궁귀검신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7화
작성일 : 16-07-06 17:58     조회 : 547     추천 : 0     분량 : 983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미 겨울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듯 아침 느지막히 떠서 점심을 먹고 나면 금세 지곤 하는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점심때를 지나진 않은 것 같았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이었다.

 가만있어도 기분이 상쾌해질 정도로 맑은 날 이와 어울리지 않게 오만상을 찌푸린 사람이 있었다.

 “어허! 흔들리면 안 된대도 그러는구나! 그리 중심을 못 잡아서야 어디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겠느냐?”

 냇가 옆에 가지를 길게 뻗은 느티나무 아래에 떡하니 돗자리를 펴고 앉아 혼자서 술을 홀짝홀짝 마시던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고함을 질러댔다.

 한 켠에서는 철면피가 잡아온 꿩고기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었다.

 철면피는 자신의 친구이자 주인의 모습이 안쓰러운지 소문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제기랄… 힘들어 죽겠고만… 밥도 제대로 안 주면서 냄새까지… 미쳐 버리겠네!”

 소문의 이마에서는 한여름의 소나기 쏟아지듯 긁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런데 지금 소문의 모습은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지금 이 시간이면 점심을 먹고 포두이술 연마에 힘쓸 시간이건만 냇가에 들어가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소문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양쪽으로 가볍게 벌린 손에는 커다란 돌멩이가 각각 들려 있었고 머리 위와 어깨에도 각각 하나의 돌멩이가 놓여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가볍게 들어 올렸는지 물 위로 무릎의 끝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평지에서도 이런 자세로는 오래 버티기가 힘든 법인데 물속에서, 그것도 유속이 아주 빠른 물속에서 다리 하나를 들고 서 있음에야… 흔들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그 따위 이유는 통하지 않았다.

 “앞으로 반 시진만 참으면 된다. 고작 반 시진을 참지 못하여 굶어서야 되겠느냐? 꾸욱 참거라.”

 할아버지가 얄미운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연신 술과 꿩고기를 뜯으며 약을 올리는 모습을 보자 진짜 내 할아버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문이 냇가에서 이런 해괴한 짓을 한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 오전에는 포두이술을 연마하고 이렇게 해가 중천에 뜨면 냇가에서 이상한 짓을 했다.

 할아버지 말로는 출행랑을 익히는 중요 단계라 했지만 소문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중이었다.

 소문의 고생문은 그가 출행랑을 연마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이미 예고되었다.

 

 “출행랑은 위력이 뛰어난 만큼 익히기가 쉽지 않다. 어제 시범을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순간적인 나아감[出]과 물러섬[退]은 폭발적인 다리 힘이 있어야 하며 그런 힘을 적절히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기의 흐름이 필요하다. 출행랑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까운 거리에서의 순간적인 이동 시, 즉 도약할 때를 제외하고는 보폭의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는 경공법으로 쓸 때는 한 보의 길이가 약 7, 8장에 이른다. 너는 이 차이를 무어라 설명하겠느냐?”

 “힘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힘의 차이라기보다는 기의 운용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공법에서는 힘의 안배 차원에서 기의 흐름을 비교적 느리게 천천히 하여 그 기운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게 하는 반면에, 보법에서는 기운을 일순간에 끌어 모으기 위해서 기의 흐름을 평소보다 빨리하여 힘을 모으는 데 용이하게 한다. 물론 이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보법과 경공법이 같이 쓰이지 않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깨뜨렸기 때문에 출행랑은 보법과 경공법 이 두 가지 방면에서 모두 쓰고 있는 것이다. 출행랑을 시전하면 전후좌우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막힘이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동을 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그만큼 발을 빨리 움직여 미리 방향을 잡아두어야 한다. 움직인다고 해서 마구잡이가 아니라 그 방향과 순서를 따라야 함을 잊지 말아라. 또한 출행랑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앞뒤로의 순간 이동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 도약으로 보이지만 도약을 하여 발이 땅에서 떨어지더라도 그 도중에 발은 계속해서 방향과 순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러한 발놀림과 몸 안에 흐르던 기가 일치되면 그 폭발력이 밖으로 표출되는데 표출되는 그 힘이 그렇게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보법으로 출행랑이 이와 같다면 경공법에서는 이러한 보법이 단지 확대되어 사용한다는 것과 이에 가속력(加速力)을 쓴다는 것만 알면 된다.”

 “가속력이라니요?”

 “이리를 보자. 이리는 가까이에 있는 먹이를 사냥하고자 할 때엔 몸을 웅크릴 대로 웅크려서 한 번의 도약으로 모든 사냥을 끝낸다. 그러나 멀리 이동을 하거나 혹여 사냥감이 도망이라도 칠랍시면 처음 몇 걸음은 잰걸음으로 쫓아간다. 하나 이는 앞으로 내게 될 폭발적인 속도를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이런 준비 단계가 끝나면 몸은 점점 빨라지고 보폭은 점점 늘어나게 되어 순식간에 사냥감을 따라잡고 사냥을 끝마친다. 출행랑 또한 이와 같다. 처음엔 보법으로 시작한 발의 움직임이 점차로 그 보폭을 넓혀 5장 6장을 한 번의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이후에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비록 보폭은 달라지지만 발을 뻗는 방향과 방법은 항상 보법의 그것과 같다는 것을 꼭 명심하여라.”

 “예, 할아버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우선 내가 하는 것을 잘 보고 따라하여 그 보로(步路)를 몸에 익히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소문이 아직 어리고 무공이 미약한 관계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한 동작씩 끊어서 움직였는데 할아버지의 발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에는 발자국이 푹푹 파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땅에 남겨진 발작국의 방향들이 모두 다 제각각이라는 것이었다.

 소문이 눈대중으로 대충 훑어보니 전후좌우로 난 발자국이 모두 180여 개에 이르렀다.

 “지금 찍힌 발자국이 네가 앞으로 시전하게 될 출행랑에서 쓰는 방향과 발을 찍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내가 점점 속도를 높여볼 터이니 잘 보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처음엔 아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움직였으나 점차 그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동서남북을 오가며 똑같은 발자국을 밟아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몸에서 자연적인 기가 뿜어져 나와 주위를 감쌌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힘이 넘쳤다.

 특히 보보마다 이어지는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하나의 춤을 보는 듯했다. 소문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지금 시전하는 모습과 어제의 모습이 사뭇 다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문득 어제의 일들이 생각난 소문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헐…….”

 소문에게 출행랑의 시범을 간단하게 보이고 느긋하게 돌아오던 할아버지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험험! 어제 내가 너에게 보여준 것은 출행랑의 최고 경지인 순간 이동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어제는 몸이 과히 좋지 않아 충분한 도약력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 몸을 굽혀 도약력을 얻은 후에 순간 이동을 하였기에 그러한 자세가 나온 것뿐, 진정한 출행랑의 모습은 아니었다.”

 ‘제길, 실수다.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속아 넘어가는 바보가 세상천지 어디 있을까?’

 자신의 한심한 변명에 후회를 거듭하며 소문을 바라보는 순간 할아버지는 이 모든 걱정이 그저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의 그 이상한 모습의 출행랑을 보았던 소문은 그 위력에 감탄을 거듭했지만 엉거주춤한 개구리 자세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할아버지가 보여준 출행랑은 자신의 이런 염려를 한순간에 날려 버렸다.

 소문은 자신이 평소에 원하던 바로 그런 모습에서 대만족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는 것을 보니, 개구리 자세에 대한 소문의 실망이 얼마나 컸는지 익히 짐작이 갔다.

 ‘휴! 이놈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아 다행이로구나. 요놈아! 내가 어제도 오늘처럼 시전했어 봐라. 니놈이 불만을 갖나. 그럼 어제 네가 느낄 수 있었던 공포,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을걸? 진정한 출행랑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행한 어쩔 수 없는 나의 노력이었느니라. 카카카!’

 역시 어제의 그 모습은 할아버지의 계획된 연출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공포에 놀라 오줌까지 지린 소문은 이런 할아버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발자국 앞에 멈추어 섰다.

 ‘우선 앞으로 갔다가 후퇴를 한 후 다시 좌로 가서는…….’

 보기엔 쉬워 보였으나 막상 자신이 시전하려 하니 찍혀 있는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도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에구구!! 어… 어이쿠……!”

 몇 발자국도 가기 전에 몸은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였고,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발자국을 따라간다 싶으면 기의 순환이 여의치 않아 가슴이 답답하여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쓰러지고 포기하기를 몇 번,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으로 범벅이 된 소문에게 들려오는 건 어김없는 할아버지의 호통이었다.

 “이런 밥통 같은 놈을 보았나! 니놈 보고 스스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발자국을 따라가라 이른 것뿐인데 어찌 이리 헤매는 것이더냐!”

 할아버지의 이런 호통을 주식으로 삼아 밤낮으로 넘어지고 구르기를 수천 번… 마침내 한 번의 일주를 끝마칠 수 있었는데 무려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난 뒤였다.

 “겨우 고까깃 것 한 번 지나가는 데 일주일이나 걸린단 말이냐? 너같이 둔한 놈을 가르치는 내 인생이 불쌍하다. 게다가 그 꼬라지는 뭐냐? 한 번 지나고 나서 그리 힘들어해서야… 에잉!!”

 하도 미련하다… 멍청하다는 소릴 듣게 되자 소문은 자신이 정말 무공에는 소질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상당히 의기소침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경악에 가득 차 있었다.

 ‘뭐냐… 이놈은! 천고의 기재라던 지 아비도 한 달이 걸리고 나는 한 달 반이나 걸려 겨우 한 번 일주를 했을 뿐인데… 저놈은 일주일밖에 안 걸리다니… 험험! 하나…….’

 “스스로 깨닫기를 원했지만 그걸 바라느니 여자가 남자로 변하는 걸 기대하지. 에잉… 잘 들어라, 이놈아! 아무리 훌륭한 내공을 지니고 있어도 그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오히려 스스로를 해친다. 지금 네 꼴이 그러하지 않느냐?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기의 흐름 또한 일치시켜 나아가야 함에도 그저 미련스레 힘으로만 나가려 하니… 내가 니놈의 내공을 금제(禁制)했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두었다면 벌써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 미련한 놈!”

 “예? 금제… 라니요?”

 ‘아차, 이놈의 주둥이가 또… 에구, 또 어설픈 변명을 해야 하나?’

 “내가 네놈의 몸에 금제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느냐 이 말이다.”

 “아예… 죄송합니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할아버지는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인식하며 말을 이어갔다.

 “내공이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막힘이 없어야 하거늘 지금 네 모습은 어떠하냐? 네가 비록 천하에 둘도 없는 내공심법인 반야심경도해(般若心經圖解)를 익히고 있다지만 제대로 운용을 하지 못함에야… 아차!!”

 “예? 반야심경도해라니요?”

 ‘지미럴! 또…….’

 할아버지의 안색은 이미 똥을 씹은 듯 일그러져 있었다.

 “험, 내가 아직 너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실상 네가 어렸을 때 부터 익혀왔던 내공법은 반야심경도해였다. 좀 더 지난 후에 얘기하려 했건만 기왕지사 알게 되었으니 말을 해주마. 너도 알다시피 무위공을 익히기 위해선 반드시 반야심경도해를 함께 익혀야 한다. 하지만 불문의 무공이란 본시 익히기는 쉬우나 경지에 이르기가 몹시 어렵다. 이는 자비(慈悲)와 선(善)을 바탕으로 하는 불문 무공의 특징으로 무공을 머리로만 익히고 그 기교를 배우는 것이 아닌 무공이 지닌 본질을 몸으로 깨닫고 자연스레 체득해야만 비로소 그 무공의 진정한 오의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나이를 먹고 세속에 물들다 보면 자연히 머리를 굴리게 되어 있다. 해서 나는 네가 세상을 알기 전에 우선 몸으로 반야심경도해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 너는 아직 이 무공의 구절도 모르지만 다른 어떤 고승에 못지 않게 수련이 깊다. 앞으로도 구절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고 지금껏 몸으로 익혀왔던 감각과 기의 흐름을 기억하고 정진하도록 해라. 알았느냐?”

 “예, 할아버지. 한데 제가 생각하기엔 그 수준이 아직 초보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이 건강해지기는 했지만 내공이라 해봐야 아주 미미하고, 할아버지 말씀대로 깊은 수준엔 이르지 못한 듯합니다만…….”

 소문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할아버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놈아, 내가 네놈의 거의 모든 내공을 금제했으니 당연한 것을… 한데 어느새 8성을 넘어서고 있구나! 잘못하면 금제가 풀릴 수도 있으니 오늘 밤 한번 더 살펴봐야겠다.’

 “그것은 원래 반야심경도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10성이 넘지 않으면 내공이 별로 모이지 않는다. 하지만 10성이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진정한 위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네 수준이 아직 미약함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그나저나…….”

 할아버지는 말을 하다 말고 소문을 예리하게 째려보았다.

 “말이 엉뚱한 데로 흘러갔구나.”

 하지만 시작이 할아버지였기 때문에 뭐라 말은 하지 못했다.

 “발자국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기라는 것은 물과 같아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한번 성을 내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조심스럽게 운용해야 함이 이치이거늘 너는 어찌했느냐? 그저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에만 힘을 쏟느라고 기의 흐름과 순리도 무시한 채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기를 너무 급격히 이동을 시켰다.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네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다면 네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이미 준동해 있을 것이나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이니… 너무 앞서 가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네가 평소에 수련할 때처럼 자연스런 기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거라. 아마도 아까보다는 좀 더 편안할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그런 충고가 있었음에도 발자국을 따라 한번 완주를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고, 기의 흐름에 신경을 쓰다 보면 여전히 다리가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내 너를 정복하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또다시 땅바닥에 뒹굴며 낑낑대는 소문은 사방으로 퍼져 있는 발자국이 철천지원수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소문이 마침내 별다른 무리 없이 발자국을 완주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다시 한 달이 지나서였다.

 일 보를 내디딜 때마다 제멋대로 날뛰던 기는 별다른 저항 없이 소문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마구 꼬여댔던 다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하하하! 드디어 해냈다! 면피야, 내가 해냈어……!”

 몇 번의 완주에도 몸에 아무런 무리가 없자 소문은 기쁨에 겨워 어느새 날아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철면피를 붙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알고나 있는지 철면피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놈아, 그거 하나 해내고 무에 그리 즐거워하느냐? 이제야 가장 기초적인 과정을 지났건만… 앞으로는 어찌하려고… 암튼 이제 제법 기의 흐름도 다룰 줄 알고 보로도 익혔으니 본격적으로 다음 수련으로 넘어가자. 이번에는 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마. 이제 시작될 수련은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익혀왔던 것을 보다 숙달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데 발목과 허리에 각각 쇠를 매달고 뛰는 것으로 매일 조금씩 그 무게와 거리를 늘려 나간다. 다른 하나는 물의 반발력을 이용해 익히는 것으로 집 앞에 흐르는 냇물에서 하게 될 것이다. 너는 그중 어느 것을 선택하려느냐?”

 말을 마친 할아버지는 생각에 잠겨 있는 소문을 힐끔 쳐다보았다.

 ‘네놈은 틀림없이 내 생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암!’

 “두 번째 방법으로 하겠습니다.”

 ‘걸췌!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귀여운 놈!’

 소문의 대답에 쾌재를 부르는 할아버지였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수련 방법을 상의하고 두 조손이 움직인 곳은 집 앞에 흐르는 야트막한 냇가였다.

 비록 수심이 낮고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산에서 흐르는 계곡 물이다 보니 그 물살이 상상외로 거셌다.

 “들어가거라.”

 소문은 바지를 걷을 것도 없이 냇가로 들어갔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인지 비록 물은 차가웠지만 한겨울에도 이 물에 목욕을 하는 소문인지라 별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소문은 할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네가 이 방법을 선택했으니 불만은 없으리라 믿는다. 우선 이 돌들을 가져다가 머리에 하나, 그리고 양 어깨에 하나씩 올려라.”

 할아버지가 주신 돌을 받아보니 밤톨만한 조약돌이었다.

 ‘뭘 시키려고 그러는지…….’

 소문이 돌멩이를 어깨와 머리에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박만한 돌덩이 두 개를 더 들고 오는 할아버지였다.

 “손을 이리 내거라.”

 ‘젠장! 무겁겠는데…….’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손을 내민 소문에게 느껴진 것은 돌멩이의 묵직함과 뭔지 모를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지금까지의 수련이 그 보로와 기의 흐름을 숙지하는 단계였다면 여기서는 그것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부터 너는 이 냇가를 따라 보법을 시전하여 저 위의 바위에 이르러야 한다. 그 시간이 얼마가 되었던지 네가 바위에 이르러야 수련이 끝남을 명심해야 한다. 많이도 하지 말고 하루에 한 시진을 연마하되 그 시간이 되어 끝나는 자리가 다음날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손은 물론 네 어깨와 머리 위에 올려진 돌이 떨어지는 순간 네가 그동안 이동한 것은 인정되지 않고 다시 이 자리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보거라.”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로 변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예지력(豫智力)에 감탄을 하기보다는 한숨을 내쉰다.

 소문 또한 이런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이게 무슨 수련이야, 괴롭히기지. 젠장!’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소문은 조심조심 땅을 밟아 나갔다. 아직은 물살이 세지 않아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었다.

 ‘어라? 생각보다는 쉽네. 좋았어. 빨리 끝내 버린다.’

 하지만 소문의 이런 생각에 치명타를 먹이는 할아버지의 잔인한 한마디가 들린 것은 소문이 약 2장을 나아갈 때였다.

 “한 가지 말을 안 했구나. 연습 시간을 하루에 한 시진이라 정했듯이 네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오 장이다. 너는 한 시진에 삼 장 이상을 가서는 아니 되고 한 시진이 되기 전엔 결코 수련을 멈추어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캑!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떻게 한 시진을 걸으며 고작 삼 장에 머무를 수 있어요?”

 소문은 하도 황당하고 이해도 안 되어 재빨리 되물었다.

 “흠, 네가 요즘 제법 반… 문… 을 많이 하는구나. 머리가 좀 컸다… 이 말이렷다? 좋다. 인정해 주마. 안 그래도 힘들 것이니 나라도 네 투정을 받아주어야 하겠지… 헬헬헬! 어떻게 삼 장밖에 안 가냐고? 잘 보거라.”

 소문의 반문에 은근한 경고를 던진 할아버지는 곧 이상한 행동을 했다.

 ‘뭐냐? 저건! 지미, 내가 미치고 말지. 어떻게 저런 짓을……?’

 소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소문이 본 것이 무엇이기에……?

 할아버지가 한 행동은 아주 간단했다. 그저 다리 하나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번 올라간 다리는 좀처럼 내려올 줄 몰랐다. 그렇다고 아예 멈추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할아버지가 다리를 내려놓는 데만 걸린 시간이 무려 일 다경(一茶頃)…….

 소문은 망연자실했다. 무슨 할 말이 있으랴. 그저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14 599 0 9431   
24 제 24 화 2016 / 7 / 14 591 0 10737   
23 제 23 화 2016 / 7 / 14 578 0 7665   
22 제 21 화 2016 / 7 / 14 571 0 7642   
21 제 21 화 2016 / 7 / 14 578 0 5790   
20 제 20 화 2016 / 7 / 14 587 0 8177   
19 제 19 화 2016 / 7 / 14 586 0 7266   
18 제 18 화 2016 / 7 / 14 595 0 7139   
17 제 17 화 2016 / 7 / 14 615 0 6738   
16 제 16 화 2016 / 7 / 14 619 0 9174   
15 제 15 화 2016 / 7 / 10 584 0 6983   
14 제 14 화 2016 / 7 / 10 584 0 6969   
13 제 13 화 2016 / 7 / 10 582 0 8414   
12 제 12 화 2016 / 7 / 10 593 0 6553   
11 제 11 화 2016 / 7 / 10 581 0 7161   
10 제 10 화 2016 / 7 / 6 565 0 5646   
9 제 9 화 2016 / 7 / 6 553 0 5393   
8 제 8화 2016 / 7 / 6 615 0 6778   
7 제 7화 2016 / 7 / 6 548 0 9836   
6 제 6화 2016 / 7 / 6 649 0 8413   
5 제 5화 2016 / 7 / 6 634 0 9781   
4 제 4화 2016 / 7 / 6 627 0 7626   
3 제 3화 2016 / 7 / 6 610 0 8154   
2 제 2화 2016 / 7 / 6 635 0 7645   
1 제 1화 2016 / 7 / 6 949 0 64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마도십병
조돈형
운룡쟁천
조돈형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