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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17편 - 취향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2-16 00:11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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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이란 무엇인가. 단순 필요에 따른 욕구와는 다른 개념으로 작용하는 취향은 때로 그 필요를 넘어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대에 마왕이 그 직위를 세습하며 인간 왕국과 싸웠을 때에 공성병기에 악마의 날개나 그 이빨을 새기는 데에 집착했던 것이나, 거기 맞서던 용사가 갑옷의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대로 전투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

 

  이 취향이란 것은 생각할수록 특이한데 배가 고픈 사람이 음식을 찾고 피곤한 사람이 잠을 찾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이를테면 가득 차린 한 상보다 작은 그릇을 채우지도 못한 참치 뱃살을 선호하거나, 눈이 계속 감기는 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신체 기능을 무시하는 수준으로 발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고 예상하기 어려우며 그 원인을 따지는 것에 의미가 없는 때가 많다. 그리고 엘리제와 베이커가 숲에서 마주한, 덩굴을 부리며 몸에는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소녀의 취향 역시 쉬이 예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소녀는 당장 잠에 들기라도 할 것처럼 편한 얼굴을 했다. 잠시간 그 모습을 보던 엘리제는 곧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러니 아쉬운 감정을 얼굴에 잔뜩 내비치고서 소녀가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뭐, 뭐하는 거야?”

  “좋은 앞다리 살... 부드러워...”

 

  소녀가 엘리제의 팔뚝을 추억하는 동안, 베이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그는 조금 전, 소녀의 복부에 발차기를 적중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있는 힘을 다 들인 것은 아니었으나, 직후에 소녀의 몸이 구르던 반응을 보면 결코 약한 공격은 아니었다. 지금껏 많은 싸움을 겪어 왔으나 아무렇지 않게 털어낼 발차기가 아니었다고 베이커는 확신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지나쳐 엘리제를 쓰러뜨리기까지 했던 소녀를 보며 베이커는 조금이지만, 긴장감을 느꼈다.

 

  한편 엘리제는 제게 벌어진 일이 그저 당황스러웠다. 그는 소녀가 제 팔뚝을 물어뜯기라도 하지는 않았는지 이리저리 살폈으나, 거기에는 상처가 없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엘리제는 베이커를 불러다 눈짓으로 상처가 없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베이커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팔뚝을 보았으나, 역시나 깨끗할 뿐이었다.

 

  “설마 앞다리 살을 달라는 게...”

 

  엘리제가 말끝을 흐리며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다른 데에는 시선을 두지 않고 오직 엘리제의 팔에만 관심을 보였다.

 

  “네 앞다리, 부드럽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걸 베고 눕게 해달라는 거였어?”

  “살짝 만지는 것도.”

 

  소녀의 대답에 엘리제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있으니 베이커가 몸을 살짝 기울여, 엘리제에게 속삭였다.

 

  “영주님.”

  “왜, 왜?”

  “그냥 팔베개를 해 주고 달래서 보내는 게 어때요?”

  “내, 내가 왜?”

  “살을 자르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네 팔 아니라고 말 막 하지 마.”

  “계속 싸우기엔... 상대하기 좀 거북한 유형이라서요.”

 

  엘리제는 당장에라도 자신에게 달려들 기세로 몸을 움찔거리는 소녀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베이커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끝내 엘리제는 한숨을 쉬고서 소녀에게 말했다.

 

  “그 팔베개만 해 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만지는 건 안 돼. 달맞이꽃은 가져가지 않는다고 했잖아.”

 

  엘리제의 말에 소녀는 한참 고민했다. 몸을 비틀면서까지 생각에 잠겼던 소녀는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 너는 고개 돌리고 있어.”

  “예?”

  “숲에서 벌거벗은 여자한테 팔베개 해 주는 장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단 말이야. 자, 어서.”

  “예, 예.”

 

  등쌀에 떠밀려 베이커가 소녀와 엘리제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뒤돌았다. 그는 소녀가 무언가 속임수를 써서 엘리제를 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베이커는 몸에 난 상처에서 느껴지는 따가움도 잊어버렸다.

 

  엘리제는 어색하게 누워 한쪽 팔을 옆으로 뻗었다. 그런 뒤에 소녀에게 손짓을 하니, 소녀는 망설임 없이 거기 달려들어 머리를 벴다. 엘리제는 영 수상한 그 정체에 대해 궁금해 물었다.

 

  “그런데 정말 정체가 뭐야? 아까 땅 아래서 솟은 덩굴은 다 뭐고?”

  “그게... 그러니까...”

 

  소녀는 엘리제에게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속삭이는 수준으로 중얼대던 소녀는 곧 입을 멈추고 두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잠든 소녀를 보고서 엘리제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베이커는 때때로 이제 뒤돌아도 되느냐고 물었고, 그럴 때마다 엘리제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내가 됐다고 말할 거야!”

 

  그렇게 몇 번인가 질문과 대답이 오간 뒤에 소녀가 눈을 떴다. 소녀는 몇 시간 동안 잠을 잔 듯이 기지개를 켰고 활짝 웃으며 팔을 내렸다. 그는 엘리제의 팔뚝을 보며 아련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 다 잤어?”

  “이렇게 푹 잔 건 몇 백 년 만이야. 정말 최고야.”

  “이제 가도 되겠지?”

  “또 올 거야?”

 

  천진한 얼굴로 소녀가 묻자 엘리제는 어째서인지 대답하기 난처했다. 마음속으로는 성에 돌아가자마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숲에 불을 지르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런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어서 곤란할 뿐이었다. 그가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있으니 소녀가 고개를 살짝 떨구고 말했다.

 

  “싫구나. 그렇겠지.”

  “미안한데 벌거벗은 여자한테 팔베개 해 주는 취미는 없거든.”

  “나는 벌거벗은 여자가 아니야. 괴수야.”

  “알았어, 괴수야.”

 

  괴수라 불리는 것이 기쁘기라도 한지 소녀가 방긋 웃었다. 엘리제는 한숨을 쉬고, 옷을 털며 일어났다. 그는 베이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자, 이제 돌아가자.”

 

  고개를 끄덕인 베이커가 방향을 잡으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소녀가 엘리제의 팔을 살포시 잡았다.

 

  “놀러 오고 싶다면 언제든 와. 기다릴게.”

  “으, 응.”

 

  엘리제는 괜히 소녀를 자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엘리제의 대답을 확인한 후에 곧장 베이커를 노려봤다. 그 눈에는 전에 없이 살기가 서려 베이커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너는 오지 마. 너 싫어. 덩굴을 찢고 날 때리고. 최악이야.”

  “그, 그건...”

  “내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어. 때린 다음에 얘기하는 건 최악이야.”

  “잘못...”

  “때린 다음에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정말 싫어. 다시는 내 근처에 다가오지 마.”

 

  베이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심스레 뒤로 물러났고 그러면서도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혹시라도 소녀가 마음을 바꾸어 달려들 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소녀가 말을 한 번 더 얹었다.

 

  “의심만 하는 사람은 싫어. 저리 가.”

 

  그 말을 끝으로 소녀는 베이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엘리제에게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엘리제는 베이커를 재촉해 걸음을 서둘렀다. 그들은 나무 사이로 어지러이 난 길을 걸으면서 쉬이 방향을 잡지 못했다. 등불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베이커는 엘리제와 함께 나무 위로 올라갈까 생각도 했으나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느릿하게 걷던 베이커가 대뜸 내뱉었다.

 

  “뭐가?”

  “저 애요. 괜히 불안해요.”

  “그야 네가 먼저 때린 게 잘못이지. 말했잖아, 괜히 일을 키웠다고.”

  “용사는 원래 그런 거예요.”

  “케아릿을 만났을 때엔 얌전히 있었잖아.”

  “그건...”

  “그런 걸 보고 비겁하다고 하는 거야. 닷슈 섬의 용사는 그냥 싸움꾼이어선 안 된다고.”

 

  이번에도 베이커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베이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뒤에 그들은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달도 한참 기울었을 때였다. 엘리제는 성에서 자신들을 찾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성과 마을의 중간 정도에 놓인 길에 서서 베이커와 엘리제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성에 가면 영감이랑 헤시아드리아가 걱정할 거야.”

  “그럼 제가 마을에 다녀올 테니 먼저 성에 가실래요?”

  “그건 싫어.”

  “그럼 성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그 다음에 제가 마을에 다녀오는 건 어때요?”

  “그런 게 아니야. 같이 마을에 갔다가 성에 가면 되잖아.”

  “아... 예.”

 

  베이커는 엘리제와 달빛 아래서 함께 마을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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