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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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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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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4화
작성일 : 16-07-06 17:56     조회 : 620     추천 : 0     분량 : 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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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침 흘리며 잠자는 게 명상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그렇게 해서 우화등선한다면 조선의 영감 중 우화등선하지 못하는 영감이 하나두 없겠다. 나아참, 어이가 없어서…….’

 “제가 어리석어 그런 이치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도 힘없는 자가 죄인이라고 소문은 고개를 숙여 잘못을 빌었다.

 그런 소문을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던 할아버지는 소문의 머리를 한 대 더 때리더니 대청마루에서 내려왔다.

 “미욱한 니놈이 무얼 알겠느냐! 잘못을 알았다니 한번은 용서해 준다만 다음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암튼 하나의 수련에 성공을 했다니 가보자.”

 ‘내 저눔의 곰방대를 가만 나두면 사람이 아니다.’

 무덤의 봉분처럼 나란히 솟아오른 두 개의 혹을 쓰다듬으며 다짐을 하는 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소문의 수련장을 찾았다. 소문의 수련장은 집 뒤의 분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험준한 산에는 어울리지 않게 그곳에는 방원 100여 장의 넓은 분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15대 선조가―나에게는 17대인가……― 돌아가시기 전날 가문 유일의 검법을 펼쳐서 그리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허풍을 늘어놓은 곳이기도 한데 활 쏘기 연습하기론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소문은 집에 있을 땐 집 앞의 나무에 화살을 쏘았지만 사실 소문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분지 곳곳에는 소문이 만든 표적이 놓여 있었는데 그 표적의 크기가 각각 달랐고 거리 또한 달라서 다양한 활 쏘기를 가능케 하였다.

 소문은 이 장소를 끔찍이 아꼈다.

 작년 봄에 할아버지가 밭을 만든다고 엄포를 놓았을 때 장장 보름을 단식하여 지켜내기도 했다.

 할아버지에게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였는데 을지 가문의 대가 끊기는 죄를 할아버지 대에서 지을 수는 없다나(허구한 날 금식이나 시키면서)…….

 단식이 끝나자 몸 보신하라고 보약까지 지어온 할아버지를 보며 약간은 미안하기도 했다.

 사실, 어린 나이에 무슨 단식을 보름이나 할 수 있으랴? 몰래몰래 미리 비축해 둔 육포(肉脯)로 체력을 비축한 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지켜온 장소이니만큼 정성을 기울였고 손질도 잘되어 있었다.

 분지 주변에는 각종 과수(果樹)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여서 봄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하여 휴식처로도 제격이었다.

 또한 가을에는 풍성한 과실을 얻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에고, 힘들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하루하루가 힘이 드는구나.”

 헐떡거리며 분지에 올라온 소문의 얼굴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위에 업혀오는 할아버지의 말은 그런 소문의 속을 충분히 뒤집어놓고도 남음이 있었다.

 ‘업고 온 건 나인데 힘들다니…….’

 집을 나서자마자 다리가 쑤시네 허리가 아프네 하며 땅에 주저앉고 마는 할아버지였다.

 평소 같으면 주저앉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을 소문이지만 지금은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할아버지를 업고 고생고생해서 간신히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런데 고생했다는 말은 고사하고 늙었다고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다니!

 “그래, 무얼 익히고 이리 난리인 것이냐?”

 “예, 이제는 제법 하늘 높이 화살을 날릴 수 있습니다. 바람 땜에 처음엔 힘들었지만 다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수직에서 점차 벗어나 활을 쏘고 싶습니다.”

 “호오, 그래? 네 말대로라면 활의 각도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근데 바람을 극복했다는 말이 정말이더냐?”

 “물론입니다. 제가 그 말을 입증하겠습니다. 바람이 전혀 없다면 제자리에 떨어지겠지만 지금은 바람이 제법 부니 저걸 맞혀보겠습니다.”

 소문은 약 5장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표적을 가리켰다.

 “그래? 그리 자신이 있더냐?”

 “예. 처음엔 몰랐지만 우선 바람의 미세한 차이를 느껴 이를 극복하고 활에 싣는 힘을 변화시켜 그 거리를 조정하며 또한 쓰이는 화살을 통일하여 목표물에 대한 오차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소문은 자신만만했다.

 그동안 자신이 기울인 노력이 얼마이던가?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매번 자신을 무시하던 할아버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기쁨에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뽄때를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할아버지는 활을 드는 소문에게 말을 하더니 표적 앞으로 걸어나갔다. 표적 옆에 나란히 선 할아버지는 소문을 향해 손짓을 했다.

 “쏴라.”

 ‘드디어 노망이 난 것이다. 나를 그렇게 괴롭히더니만 결국엔 노망이 난 것이야!’

 소문은 할아버지의 행동을 노망으로 단정 지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 맞혀봅세!’ 하는 식으로 표적 옆에 설 이유가 없었다.

 “왜 그러느냐? 자신이 없는 게냐?”

 머뭇거리는 소문을 향해 할아버지는 호통을 쳤다.

 “제가 비록 뛰어난 활 솜씨를 지니긴 하였고, 물론 맞힐 수도 있지만 혹여라도 모르니 비켜서시지요.”

 “자신이 있다는 놈이 무얼 망설이느냐? 이 정도의 거리에서 날 피하지 못한다면 그건 활 솜씨라고 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자신이 없다면 없다고 해라, 이놈아!”

 정중히 부탁드렸건만 들려오는 이 소린……? 소문은 할아버지의 말에 반사적으로 활을 들어 올렸다.

 자신감에 살고 죽는 소문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말은 욕보다 더한 수치였다.

 ‘흥, 저따위 하나 못 맞힐까? 내가 그동안 연습한 게 얼마인데. 근데 연습은 연습인데…….’

 소문은 생각과는 달리 선뜻 화살을 날리지 못했다. 그러기엔 목표가 너무 작았고 옆에 선 할아버지는 너무나 컸다.

 소문의 입술은 바싹바싹 타 들어가고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혔다.

 ‘쏴라, 쏴! 이보다 훨씬 심한 바람에서도 더 작은 표적도 맞히지 않았느냐? 넌 할 수 있다. 을지소문, 넌 할 수 있다!’

 소문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하지만 결국엔 활을 내려놓고야 말았다.

 “에라이… 못난 놈아. 남자 놈의 배짱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아서야… 에잉!”

 할아버지의 질책에 소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너무 억울했다. 할아버지 땜에 차마 쏘지 못한 것이지,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소문의 맘을 알기나 하듯 할아버지는 표적에서 벗어나며 말을 했다.

 “네놈의 표정을 보니 나로 인해 쏘지 못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표정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비켜설 테니 한번 쏴보거라.”

 소문은 묵묵히 활을 들어 올렸다. 할아버지의 말이 맞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오래 재고할 것도 없었다.

 ‘이 정도의 바람에 이 정도의 거리… 최상이다!’

 퉁!

 경쾌한 소리를 내며 화살은 하늘로 솟구쳤다. 끝없이 올라가던 화살은 잠시 후 자유 낙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보는 소문의 얼굴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헛! 이게 아닌데… 왜 저리 멀리 가지?’

 땅에 떨어진 화살은 목표에서 한참을 빗나가 떨어졌다.

 “이럴 리가 없습니다.”

 소문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이 다시 한 번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결과는 아까보다 더 비참했다. 똑같이 쏜 화살이 오히려 목표보다 더 가까이 떨어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다.

 소문이 몇 번을 더 쏘아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한 발의 화살도 명중을 하지 못하였다.

 소문은 결국 활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소문은 망연자실했다.

 자신에 대한 자책과 지난날의 노력에 대한 결과가 너무나 허망하자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부모가 없어 놀림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보이는 눈물이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놀린 놈을 두들겨 패며 결심한 소문이었는데…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흑흑!”

 좀처럼 울지 않는 소문이지만 한번 울음을 터뜨리자 봇물 터지듯 눈물이 쏟아졌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활을 들었다. 그리고는 화살을 재었다.

 “보거라!”

 할아버지의 말에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든 소문이 본 것은 하늘 높이 날아간 화살과 그 화살이 정확하게 표적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다시 보거라.”

 이번에도 화살은 정확히 표적에 떨어졌다.

 “또 보거라.”

 이제는 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소문은 눈을 부릅뜨고 할아버지를 살펴보았다.

 화살은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표적에 떨어졌다.

 “알겠느냐?”

 소문은 고갤 저었다. 할아버지는 이후 몇 차례 더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여지없이 목표를 꿰뚫었다.

 할아버지가 몇 번의 화살을 날리는 동안 약간씩 힘 조절을 한다는 것 이외에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했다. 자신이 느끼기에 바람은 일정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뭔가 다른 것이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미 필요한 조건은 다 갖추었다고 생각했는데…….’

 소문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자 할아버지는 활 쏘기를 그만두고 옆에 박혀 있는 커다란 바위에 가서 걸터앉았다.

 “알겠느냐?”

 할아버지는 자신의 질문에 기가 죽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가로젓는 손자를 보자 마음이 답답했다.

 비록 자신이 두들겨 패고 욕을 하며 조금 엄(?)하게 키우고는 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손자, 어찌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랴. 그러한 행동 모두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확신을 하지는 못하지만.

 “네가 준비한 것은 모두가 정확한 것이었다. 바람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는 것도 제법이었고 힘에 강약을 주는 것도 제법이었다. 하지만 너는 하나를 빼먹었다.”

 “그게 무엇이지요?”

 뭔가를 빼먹었다는 말에 고개를 반짝 든 소문이 물었다.

 “너는 흐르는 냇물의 속도가 모두 같다고 느끼느냐?”

 “예?”

 “흐르는 냇물은 지형마다 그 흐르는 속도가 모두 다 다르다. 가파른 계곡에서는 빠르게 흐르며 평평한 평지에서는 그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느리게 흐른다. 같은 이치다. 바람은 지형마다, 날씨마다 바뀐다.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고 수시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느낄 수 있는데요. 그리고 이곳의 바람은 아까부터 전혀 변화가 없는데요?”

 “네 말이 맞다. 하지만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하지 않았느냐?”

 “간과한 것이라니요?”

 “냇물의 물 흐름이 위와 아래가 다르다는 것은 바람 또한 항상 같지 않다고 하는 말과 통한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위에서 부는 바람과 아래에서 부는 바람 또한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

 확연히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렇구나! 왜 밑에서 부는 바람과 위에서 부는 바람이 항상 같다고 생각했을까? 아니지. 아예 생각을 하지 못했구나. 그런데 왜 그것을 간파하지 못했지?’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어찌 그것을 느끼지 못했지요? 수없이 많은 화살을 날렸음에도?”

 “내가 그동안 네가 연습하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 연습 과정에서 몇 가지의 문제점이 보였다.”

 “문제점이라니요?”

 연습 자체가 문제가 있다니 이것은 큰 문제였다. 소문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보건대 넌 항상 이 자리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표적에 활을 쏘더구나.”

 그건 사실이었다. 어차피 바람을 느끼고 힘 조절을 하는 연습이지 멀리 있는 곳에 날리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쏜 화살을 쉽게 주울 수 있다는 점도 작용을 했지만…….

 “바람이 거의 없는 맑은 날은 힘을 많이 실어 하늘 높이 날렸지만 이런 날은 대체적으로 하늘의 공기가 안정되어 위아래의 바람 차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위아래 바람 차이가 심한 날, 즉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은 네 스스로 힘을 약하게 하여 위와 아래의 바람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높이만큼 화살을 날리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밖에.”

 이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소문이었다. 자신이 스스로 만족한 수련법에 그러한 문제가 있었다니… 부끄러웠다.

 “또한 하나의 문제가 더 있다.”

 “네?”

 “넌 칼이나 창을 두고 활을 쓰는 이유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것이…….”

 소문이 말을 미처 잇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소문의 말을 잘랐다.

 “지난번에 이미 밝혔듯이 활이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빠르고 강한 뇌전과 독사의 이빨처럼 날카로움을 지닌 것이 바로 활인 것이다. 하지만 네 화살은 어떠냐? 바람을 의식해 가까이 있는 목표에 힘 조절을 한답시고 그리 약하게 쏴서는 그것에 목숨을 잃을 것이 무에고 두려워할 자가 누가 있단 말이냐? 나중에야 화살에 내공을 실으면 된다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 50여 장을 올라간 화살과 10여 장을 올라간 화살은 그 위력에서 하늘과 땅 차이가 있는 것이다. 넌 바람을 극복했다지만 내가 보기엔 바람이 널 극복한 것 같구나!”

 “그럼 어찌해야 되는지요?”

 “짧게 보지 말고 멀리 보거라. 지금 당장 맞히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하지만 바람이 강할 때 가까이에 은폐하여 숨어 있는 적을 맞히려면…….”

 “그리하고도 깨닫지 못하다니… 잊은 게로구나. 누가 화살을 수직으로만 쏘라더냐? 그에 따라 활의 각도를 조금씩 변화시키면 되는 것을…….”

 “그럼?”

 “오냐, 며칠 후부터는 활의 위치를 조금씩 변화시켜 연습을 해보거라. 하지만 명심할 것은 위아래의 바람의 차이를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 아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정확하게 느끼고 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네가 비록 활을 익히는 것이 살상이 목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 살상의 범위에서 힘 조절을 하거라. 또한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화살의 차이 또한 극복해야 한다. 심지어 울퉁불퉁한 나뭇가지를 쏜다 해도 여느 화살과 같아야 할 정도로 다루어야 비로소 활을 쏜다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소문은 자신이 언제 울었느냐는 듯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땅에 떨어져 있는 활을 힘껏 움켜잡았다.

 “예, 할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모든 것은 지금부터다. 다시 시작하자’

 소문이 마음을 다잡아먹고 곧바로 연습할 태세를 하자 할아버지는 이를 만류하셨다.

 그리곤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아니다. 며칠 후부터 연습을 하거라.”

 “예?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하루라도 빨리 경지에 이르고 싶습니다.”

 “허허, 하루라도 빨리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말은 참으로 맘에 드는구나. 하지만 소문아…….”

 여지껏 상심해하던 손자를 어루만지시며 가르침을 주시던 인자한 할아버지의 표상이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안색이 점차 변해갔고 말 또한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니놈이, 우화등선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 눈앞의 신선지경(神仙之境)을 발로 차버리고 알량한 활 솜씨를 자랑한다던 니놈이! 화살을 날리기는커녕, 아니지 쏘기는 쐈구나. 쏘는 족족 어림없는 곳에 떨어지긴 했다만… 암튼 제대로 쏘지도 못하더니만 그리고는 뭐가 잘났다고 질질 짜기까지 한 니놈이 밥을 먹을 자격이나 있다는 것이냐? 3일 간 금식은 물론이고 마침 땔감도 떨어졌으니 땔감이나 해오거라. 기왕 하는 거 곧 겨울이 다가오니 겨울날 땔감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니놈이 해야 하는 것이지만……. 에잉! 니놈 때문에 신경 쓴 걸 생각해선 이보다 더한 벌을 내릴 것이나 내 특별히 봐주는 것이니 불만은 없으리라 믿.는.다!!”

 ‘믿는다’에 유독이 강조를 하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사라지자 소문은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금식이라니, 또? 빌어먹을 할배 같으니라고. 어쩐지 그리 자상하게 설명하더니만… 밥이야 굶는 게 다반사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땔감은 어찌한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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