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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남녀상열지사, 만추
작성일 : 17-12-15 19:23     조회 : 358     추천 : 0     분량 : 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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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가씨? 그러니까 말입죠...!”

 

 왕삼은 까무라칠 듯한 얼굴로 장원 문 밖까지 달려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수다를 떨 준비가 돼 있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잠깐만!”

 

 이 꼴을 본 왕삼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해는 됐다. 진혜미의 추레한 모습도 말이 아니었지만, 무사들은 더욱 심각했던 것이다.

 

 터덜터덜!

 

 서천휘를 비롯한 진금장의 무인들은 패잔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척거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일부는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외상보다 심각한 건 진탕이 된 내상에 있었다. 그들은 한시 바삐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했다.

 

 왕삼의 호들갑이 계속됐다.

 

 “그게 말입니다요, 아가씨...”

 

 “쉬잇!”

 

 “그러니까! 아가씨가 나가신 직후에... 제가 나가보지 못했던 건 말이죠...”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왕삼.”

 

 “그, 그게 아니라...”

 

 “이놈!”

 

 보다 못한 서천휘가 진혜미의 옆으로 나오며 크게 일갈했다.

 

 “딸꾹!”

 

 왕삼은 찔끔, 물러섰다.

 

 “그, 그게 아닌데... 히끅!”

 

 “이놈이 그래도?”

 

 “끄...끅!”

 

 따지고 보면 왕삼도 무사축에 속했다. 장주의 배려로 내공심법과 무공을 배웠던 것이다. 다만, 경박한 성격과 끈기 부족으로 인해 삼류 수준을 못 벗어났다. 본인도 무사 쪽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굳이 힘들게 무사 같은 걸 할 필요가 있겠는가. 진혜미를 모실 수만 있다면, 일꾼 역할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왕삼이었다.

 

 “히잉, 그게 아닌데...”

 

 그런 왕삼이었기에 서천휘의 일갈만으로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서 아저씨, 그만 알아들었을 거야. 그럼, 왕삼은 호들갑은 나중에 떨고, 부탁이 있어...”

 

 진혜미가 중간에서 정리에 나섰다. 이대로 놔뒀다간, 왕삼의 수다와 서천휘의 호통이 뒤섞여 더욱 소란스러울 게 뻔했던 것이다.

 

 “네? 부탁요?”

 

 “응. 이건 말야, 중요한 일이니까 왕삼에게 특별히 청하는 거야.”

 

 “그, 그럼요!”

 

 “일단 씻을 물과 음식부터 준비해 줘. 그리고 서가의방에 사람을 좀 보내야 해.”

 

 “넵!”

 

 왕삼이 부리나케 안쪽으로 달려갔다. 누가 뭐래도 충성심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왕삼이었다. 물론, 단순함도.

 

 ‘너에게만 부탁한다.’

 

 이 말이야말로, 왕삼을 움직이는 언중(言中)의 요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말 속에 담겨있는 진심이었다. 진혜미는 철없는 망아지 같은 면이 있는 반면에, 그만큼 소탈하기도 했다. 왕삼에게 믿고 부탁하는 것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아가씨...’

 

 서천휘가 진혜미를 물끄러미 보았다.

 

 ‘검술을 가르쳐달라며 울고 떼를 쓰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자라셨는지...’

 

 진혜미는 강호의 대(大) 장원의 자제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고상하고 우아 떠는 모습 같은 건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갑행(甲行), 즉 갑질과는 거리가 멀기도 했거니와, 오히려 부친의 감시를 피하느라 가솔들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였다.

 

 ‘오늘 밤에도 개구멍으로 빠져나가실 거라면서?’

 ‘쉬잇! 가주님께서 들으시면 어쩌려고!’

 ‘헛 참... 걸리시면 안 될텐데...’

 ‘그러니까 망이나 잘 보자구.’

 ‘에혀, 대체 어쩌시려는 건지.’

 ‘저 나이 땐 다 그렇지 뭘...’

 ‘그,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질은커녕 가솔들과의 유대관계가 탄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가씨도 참 신기해.’

 ‘또 뭐가?’

 ‘분명하게, 엄청나게, 사실적으로다가... 똑똑하시잖아?’

 ‘천재가 아닐까 싶지!’

 ‘헌데, 어찌 보면 한없이 어리숙하시니...’

 ‘그것두 그래. 세상 경험이 없어서 그러신가?’

 

 진혜미에게는 묵언여신과 더불어서, 허당, 맹탕, 성난 망아지, 사나운 밤고양이, 삼재검의 짱언니...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뒤따랐다. 물론 걱정이 다분히 섞인 은밀한 별칭들이었다. 어쨌거나, 허당이건 소탈한 것이건 간에 가솔들은 그녀를 아꼈다.

 

 “서 아저씨!”

 “아... 네!”

 

 서천휘가 감상에서 깨어났다.

 

 “서 아저씨는 무사들의 상태를 살펴 줘. 필요하면 이웃 마을의 장가의방, 고가의방에 따로 연락을 취해도 좋고. 내 허락 받을 거 없이 알아서 해줘.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급한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서천휘는 무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런 후,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헌데, 아가씨.”

 

 “응?”

 

 “...괜찮을까요? 창천문 말입니다.”

 

 서천휘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맞아, 그분들... 왜 그랬을까?”

 

 진혜미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원에서 몸을 추스렸다 가시라고 권해도, 쏘아보듯 쳐다보기만 하고.”

 

 “저도 그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냥 뭐, 여기서 머무는 것보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 그러니까... 부상자도 많았잖아.”

 

 강호의 일은 잘 몰랐지만, 진혜미가 생각하기에도 아까의 상황은 어색했다.

 

 “아니면... 우리가 이름 난 무가나 명문 세가도 아닌... 상가(商家)라서 그런가?”

 

 “창천문은 명문정파입니다. 강호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만큼, 행실에 더욱 주의하기 마련이지요. 남의 이목을 신경 쓰기 마련입니다. 헌데 격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다니...”

 

 “그건 그래.”

 

 “더구나 당천룡 석 대협이 없었다면 또 모를까. 그 정도의 인사라면, 저희 장원에 대해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터. 이래저래 이상한 일입니다.”

 

 “혹시 말야.”

 

 진혜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창피해서 그런 건 아닐까?”

 

 “네?”

 

 “명문정파는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쓴다면서. 그렇담, 아까의 상황이 얼마나 부끄럽겠어. 남들 다 보는데 단체로 허공에 매달려서...”

 

 “아가씨, 그런 말씀은 절대 입 밖에 내시면 안 될 것입니다.”

 

 “그냥 해본 말인 걸, 뭐... 자, 잠깐만!”

 

 진혜미가 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 장난은 그만하시고...”

 

 “그거 때문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매담집 말이야.”

 

 서천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이야기책 내용과 동일한 괴인의 출현이라...’

 

 과연 남의 의심을 살 만큼 괴이한 일이라고, 서천휘는 생각했다.

 

 ‘혹시라도 창천문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조금 전, 서천휘는 매담집의 내용에 대해서 진혜미에게 설명을 들은 바가 있었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매담가의 자취 역시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경황 중인만큼, 단언하기엔 아직 이르다. 허나 너무나 공교롭지 않은가?’

 

 하여, 급한 일부터 수습하고 난 후에 서천휘가 직접 나서서 확인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아! 나도 모르게 백년혈마를 잘 아는 것처럼 떠들었던 걸까. 그런 게 아니라, 놀라기도 했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을 뿐인데.”

 

 “아가씨께서 잘못하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가급적 빨리 창천문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응, 부탁할게.”

 

 “제 생각에는...”

 

 서천휘는 말을 하다말고 멈췄다. 심중의 생각을 말하자니, 그 또한 난처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일이라면 당장 가주에게 기별을 하는 것이 옳겠지만...’

 

 공교롭게도 가주가 돌아올 날이 코앞이었다. 쓸 만한 무사들의 대부분이 부상인 지금, 자칫 길이 엇갈리면 인력과 수고만 낭비될 수도 있었다.

 

 서천휘는 이런 말을 꺼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소장주의 심기만 어지럽힐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을 거야. 뭐, 우리가 잘못한 건 없잖아. 별일이야 있으려고.”

 

 진혜미가 짐짓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무사들의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천휘는 포권을 하며 답했다. 딸이나 다름없는 연배의 소장주가 생각보다 듬직한 느낌이라는 생각에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일단은 아가씨처럼 대범한 태도가 필요한 때다. 분명 돌이켜보면...’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중대한 사안이기에 더욱 냉철하게 대처해야 했다.

 

 ‘일순간이긴 해도, 당천룡 석진명은... 우리를 적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

 

 다른 문파의 명망 있는 인사들에게 청해서라도 창천문에 기별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무게감 있는 인사를 헤아리던 중, 퍼뜩 또 하나의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참! 그리고 아가씨...”

 

 서천휘가 고개를 돌렸다.

 

 장원의 한 켠에 수하 무인들의 일부가 추레한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다들 너무나 형편없는 몰골이었기에,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그만큼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운 지경이었다.

 

 “저 청년은... 어찌 할까요?”

 

 그리고 또 한 명.

 무리에서 떨어진 맨 뒤에서... 어영부영 따라왔던 거지꼴의 청년 한 명도 무리가 불쌍해 보이는 데 크나큰 일조를 하고 있었다.

 

 어슬렁 어슬렁 -

 

 척유한이 장원 앞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꾀죄죄한 옷차림은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발걸음과 자세만큼은 명(明) 황실의 황족을 능가할 정도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허어...”

 

 서천휘가 헛웃음을 지었다.

 

 “장원의 경관이 무척 신기한가 보군요.”

 

 “푸훗, 그러게 말이야.”

 

 딱 그런 모습이었다.

 

 킁킁!

 

 척유한은 정원의 온갖 나무와 수풀 하나에 이르기까지 코를 가져다박은 채 킁킁 냄새를 맡아댔다. 그러고는 하나씩 손으로 쓰다듬기도 했다.

 

 “우와아아!”

 

 그럴 때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거리며 연신 탄성을 흘려댔다. 거지꼴에다 정신 상태마저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때.

 

 쓰윽!

 

 혼자서 정신없이 바빠 보이던 척유한이 진혜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휙휙!

 

 척유한이 이쪽을 돌아보며 반갑게 두 손을 흔들었다. 십년지기라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싱긋!

 

 척유한의 입가에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믿어지지 않게도, 그것은 어린 아이처럼 한 점 티 없고 해맑기까지 한 웃음이었다.

 

 ‘그래... 저거였어!’

 

 진혜미는 아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어처구니없게도 가슴 한구석이 또다시 두근거렸다.

 

 “아가씨?”

 

 서천휘가 부르는 소리에,

 

 “응...? 그... 그게 말이지... 저 사람은... 그래, 어떻게 할까?”

 

 횡설수설하는 진혜미였다.

 

 “저어, 아가씨...?”

 

 “으...응?”

 

 돌아보니, 서천휘가 매우 당황스런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진혜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뭐, 뭐야, 지금 그 눈빛은...?”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고, 뭔가 찔렸는지 진혜미가 톡 쏘듯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서천휘는 재빠르게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어쨌건 아가씨를 도우려고 했던 청년입니다. 괴인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아가씨를... 아, 아가씨를...”

 

 일류 무인 서천휘는 뜻밖의 대목에서 말이 꼬이고 있음을 느꼈다. 느닷없이 아까의 민망한 광경이 떠올랐던 것이다.

 

 ‘커흠! 안아들고 입맞춤을 했지요... 라고 말했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터!’

 

 단신으로 사파의 소굴에서 일대 칠십의 생사투를 벌일 때도 멀쩡했던 그의 이마에 포도송이처럼 굵은 식은땀이 송송 맺혔다.

 

 ‘조심, 또 조심해야하느니... 저렇게 발끈하여 시치미떼는 모습이야말로... 남녀상열지사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만추지사(挽推之事: 밀고 당기다, 밀땅)이렸다!’

 

 서천휘는 일평생 검만 바라보던 사내였다. 도검이 난무하는 현장보다도, 이런 문제야말로 어렵기만 한 불가해의 영역이었다.

 

 ‘밀땅이라... 허허, 난 언제쯤 그런 걸 해볼...’

 

 “서 아저씨!”

 

 진혜미가 빽 소리쳤다.

 

 “아 네!”

 

 서천휘는 단전에 힘을 빡 줬다. 표정을 나뭇거죽처럼 뻣뻣하게 하고 말했다.

 

 “어. 쨌. 건. 아. 가. 씨. 를. 도. 우. 려. 했. 으. 니. 신. 세. 를. 갚. 기. 는. 해. 야. 겠. 지. 요.”

 

 서책을 읽듯이 한없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후딱 말을 마치는 서천휘였다.

 

 ‘이런 얕은 수가... 통할까?’

 

 서천휘가 슬쩍 눈치를 살필 때.

 

 “흠, 그렇지?”

 

 진지하게 대답하는 진혜미였다.

 

 ‘토...통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서천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안을 검토 중이었다.

 

 ‘땅 속에서 굴을 파고 지내던 거지 청년이다. 어쩌면 백년혈마에게 붙잡혔던 것일 수도 있으나... 내력이 불분명한데다, 정신이 온전한지도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내 곁에 가까이 두고 지켜보는 것이... 아가씨의 안전을 위해서 나을 것이다.’

 

 그때.

 

 “알겠어. 그럼...”

 

 진혜미가 힘차게 말했다.

 

 “일단은 씻게 해주자고. 지금은 몰골이 너무 말이 아니니까. 그런 후에 음식도 좀 내주고. 참, 덕이 아주머니가 닭백숙을 잘 하시지? 그리고 며칠 전에 산동에서 들어온 삼십육채 나물과... 또 이거하고... 저것도 좀 준비하고... 호호호, 이거랑 저것도...”

 

 진혜미는 생각했다.

 

 ‘어쨌거나, 척유한이라는 사람... 찜했다느니 뭐라느니, 이상한 소릴 할 까봐 걱정했는데 안 그래서 다행이야. 오면서 잠깐 살펴봤는데, 생각보단 멀쩡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뭐 호호! 하긴 나랑은 별 상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야 어디까지나 은혜를 입었으니까, 그러니까 삼강오륜과 주자가례의 가르침에 따라서, 딱 지켜야 할 정도까지만 하려는 것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때였다.

 

 불쑥!

 

 “저어, 아가씨!”

 

 서천휘의 코밑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이 불쑥 시야에 들어왔다.

 

 “아 깜짝이야!”

 

 “죄송하지만...”

 

 “왜 그러는...”

 

 “청년이 없습니다.”

 

 “으응? 하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

 

 진혜미가 돌아보았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서천휘는 급히 안력과 청력을 끌어올렸다. 청년이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반경 백장을 둘러보는 동시에, 터럭 한 올이 스치는 소리까지 감지하도록 귀 기울였으나 어떠한 움직임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도 못 봤느냐?”

 

 서천휘가 무사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두들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끄응, 이런 도움 안 되는...”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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