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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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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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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3화
작성일 : 16-07-06 17:54     조회 : 589     추천 : 0     분량 : 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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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 안타깝구나! 저리 쉬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다니… 아무튼 약속은 약속이니 저녁은 없다!”

 “젠장, 싸리문을 피해 어찌 저걸 맞혀요?! 또 떨어져 있음 몰라도 아예 착 달라붙어 있는 장독을… 너무하시는 것 아니에요? 절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님 다음에야 저런 목표를 정해주실 리 없잖아요?!”

 소문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있었다. 평소의 그라면 후환이 두려워 감히 하지 못할 말이었지만 저녁을 못 먹게 되자 이미 제정신을 잃어버린 소문이었다.

 “괴롭히다니? 이놈아! 이 할비를 어찌 보고! 네놈이 하두 활에 자신있어 하길래 난 당연히 저걸 맞힐 수 있을 줄 알았지… 이리 쉬운 것에 실패를 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얄밉고 미운 할아버지였다.

 “쉽다고요? 그럼 할아버지가 한번 맞혀보시지요?!”

 “내가 뭐 아쉬운 게 있어서 그리하겠느냐? 그냥 저녁이나 굶어라.”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할아버지에게 나는 오기가 솟구쳐 올랐다.

 “만약 할아버지가 맞히시면 오늘 저녁 아니라 내일 아침까지 굶지요!”

 “호~ 그래? 그럼 활을 이리 다오.”

 ‘흥! 저걸 맞히시겠다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릴. 아니지, 이걸 이용한다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소문은 막 화살을 시위에 재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저는 저녁과 아침을 걸었으니 할아버지도 저녁과 아침을 거시지요?”

 “저녁과 아침을?”

 “그리 자신이 있으시면 못 거실 것도 없잖아요? 그래야 공평하고요.”

 “좋다. 그럼 그리하자.”

 ‘카카카! 됐어, 어디 한번 굶어보시라지. 배고픈 자의 서러움을 아셔야지…….’

 음흉한 미소를 지은 소문은 기대에 찬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엥? 저게 뭐 하시는 짓이랴?’

 할아버지는 활을 수직으로 세운 다음 있는 힘을 다해 시위를 당겼다.

 ‘아예 포기 하셨고만! 그래도 손자 앞이라 쪽팔리기는 싫으신 모양인데… 쯧쯧쯧!’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라는 듯 소문은 혀를 찾지만 할아버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에서 천천히 손을 놓았다.

 핑!

 시위를 떠난 화살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하늘 높이 올라갔다.

 소문의 얼굴은 날아간 화살을 쫓아 하늘로 향해졌다. 하지만 화살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하! 화살이라는 놈이 옥황상제를 면담하러 갔나 보네요.”

 빈정거리는 말을 뒤로 끝없이 하늘로 향하던 화살이 낙하를 시작했다. 소문은 덜컥 겁이 났다.

 위로 쐈으니 틀림없이 자신의 주변으로 떨어질 것이라 여긴 그는 황급히 지붕 처마 밑으로 몸을 숨기고는 고개만 빼꼼하게 내밀었다.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엔 어이가 없어하는 빛이 역력했다.

 탕!

 잠시 후, 화살은 상당한 속도를 내며 땅에 떨어졌는데 소문의 기대와는 달리 낙하를 한 화살은 정확하게 장독 위를 맞혔다.

 “캑!”

 비명이 절로 나오는 소문이었다.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찌……?”

 “흠, 이리 쉬운 것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쯔쯔쯧! 아무튼 저녁에 아침이… 우리 손주 배고파서 어쩌누? 헐헐헐!”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과는 반대로 죽을상을 하는 소문의 모습은 영락없는 도살장의 돼지 꼴이었다.

 

 까마득히 솟아오르던 화살은 하강을 시작했다.

 탕!

 둔탁한 소리를 내며 장독 위로 떨어진 화살을 집어 들던 소문은 활짝 웃었다.

 “드디어 된 것인가?”

 말도 안 되던 내기 이후 소문은 피나는 연습을 했다.

 하루 종일 그 장독을 맞히려고 화살을 쏴대는 통에 부러진 활이 수 개요, 손은 물집 투성이가 됐다.

 그전에도 매일같이 많은 시간을 들여 활 쏘기를 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노력해 본 적은 없었다.

 그만큼 할아버지가 보여준 한 수는 소문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전엔 이러한 방식의 쏘기가 있는 줄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가문에 내려오는 진정한 궁도의 한 자락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또 그날 자신에게 활을 넘기며 할아버지가 한 말이 있었다.

 “이 장독을 맞히게 되면 또 다른 활 쏘기를 보여주마.”

 생각해 보건대 가문의 비기인 포두이술의 전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말이었다.

 “이제사 성공했나 보구만. 에라이, 이넘아! 지나가는 강아지를 데려다가 가르쳐도 너보다는 빨리 터득하겠다. 느려 터져 가지고서는… 에잉… 그래 가지고서 언제 다 깨우칠 수 있을꼬?”

 소문이 성공의 쾌감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들려온 일단의 음성, 소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화약고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소문은 끓어오르는 화를 꾸욱 눌러 참고 뒤를 돌아보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나오셨습니까?”

 “엥? 안 하던 짓을 하는 걸 보면 니놈도 스스로의 아둔함에 몸둘 바를 모르는구나?”

 소문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하자 할아버지는 슬그머니 화제를 바꿨다.

 “지난번에 보여준 한 수는 예상은 하겠지만 가문의 무공인 포두이술이다. 적이 가까이 있지만 벽이나 다른 장애물이 가로막혀 있을 경우 일반적인 궁술로는 제압할 수 없다. 이때 이러한 궁술이 용이하게 이용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소문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 과연 그러한 몸을 숨기고 있는 자들이 화살이 위에서 내리꽂힐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미리 말해 두겠지만 그것이 포두이술의 시작이자 끝이다. 난 이미 내게 포두이술의 전부를 가르쳤으니 이제 그것을 대성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네가 하기에 달린 것이다.”

 “예?”

 할아버지의 말에 소문은 깜짝 놀랐다. 겨우 한 수 보여준 게 끝이라니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인제 겨우 위로 쏘는 것, 한 번 보여주신 것 이외에는 보여준 게 없는데… 끝이라니요?”

 소문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에라이! 이런 식충이 같은 넘을 보았나. 닭을 털도 안 뽑구 처먹으려구 하네. 이넘아, 가문의 무공이 그리 호락호락한 줄 아느냐? 포두이술은 한마디로 바람을 이용하는 활 쏘기이다. 활이라는 무기는 먼 거리를 날아가는 장점이 있지만 그 무기 자체의 특성상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있다. 그 바람을 극복하고 나아가서 이용하는 것이 바로 포두이술의 요체란 말이다. 당연히 초식명이 있을 수가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위력을 지닌 하나의 무공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비록 간단해 보이지만 니놈이 앞으로 쏘면 쏠수록 오묘하고 힘든 것이 이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런 쥐뿔도 안 되는 활 솜씨를 가지고 뽐내지 말아라! 참고로 지금 니놈의 실력은 내가 아주 소시적 때의 실력보다도 못한 비천한 것임을 알아두거라. 미련한 놈!”

 소문이 미처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장황한 설명을 호통과 함께 내뱉는 할아버지였다.

 ‘젠장 내가 포두이술이 그런 건지 알 게 뭐야… 아무튼 난 오래 살 거야. 내 나이에 나만큼 욕 많이 먹은 넘 있으면 나와보라구 해!’

 “제가 멍청해서 미처 몰랐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일러주십시오. 비록 모자라는 몸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발심이 솟구쳐 오르는 소문이었지만 포두이술에 대한 욕심은 그의 이러한 맘을 내리눌렀다.

 평생 태어나서 이처럼 정중하게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말을 한 소문 자신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니 할아버지인들 어떠랴… 할아버지는 때가 잔뜩 낀 손톱으로 팔뚝을 박박 긁으며 말했다.

 “어린놈이 어디서 아부하는 것은 배워가지고… 징그럽다, 이놈아. 암튼 우리 가문에 절대 불행이지만 어쩔 수 없이 네가 가문을 이어야 하니 지금부터 포두이술을 익히는 수련법(修練法)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주겠다. 앞서 말하지만 네 선조님들은 한 분도 같은 방법으로 연습을 하신 분은 없고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각각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시고 스스로 만들어 수련하셨다. 다만 이 모든 것이 바람과 싸운다는 것! 그것만 명심하거라. 알겠느냐?”

 “예!”

 “알긴 쥐뿔이… 뭘 아냐, 이놈아! 대답만 번지르르해서…….”

 ‘포두이술! 포두이술! 이것만 생각하자!’

 아니꼽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소문은 참고 또 참았다.

 “포두이술은 수없이 많은 상황에 대한 가정(假定) 속에서 출발한다. 지난번의 상황도 그중 하나이다.

 같은 거리의 목표라 할지라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시위를 당기는 힘과 활의 위치 즉, 활이 지면과 이루는 각에 차이를 두면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목표를 맞힐 수 있다.

 그것이 포두이술의 기본 요체를 이룬다.

 넌 그것을 해내야 한다. 그리하려면 끝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나의 목표에 대한 상황의 변수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 미풍(微風)일 때, 미풍보다 조금 셀 때, 조금 약할 때 등등, 바람의 세기를 수로 규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지면이 약간 낮을 때나 높을 때, 평평하거나 불규칙할 때 등 그 조건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네가 이러한 모든 조건들을 극복하고 화살을 날릴 때마다 목표에 적중시킨다면 그때 비로소 가문의 비기(秘技)를 얻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빨리 얻을 수 있을 것이고 평생이 걸려도 채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건대 자질이 출중하신 선조님보다는 끈기 있게 노력하신 분들이 성취가 더 뛰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네놈은 자질도 극히 떨어지니 죽어라 연습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먼 훗날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활 쏘기의 도[弓道] 알고자 밤낮으로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중 도를 이룬 최고수에게 명예로운 이름이 붙을 것이니 너도 죽어라 연습하여 그 도를 이루도록 해라!”

 막판에 덧붙인 말이 먼 소린지 전혀 모르겠지만, 암튼 참으로 드물게 진지한 할아버지의 설명이 끝났다. 설명을 듣고 보니 가문의 비기라는 것이 한마디로 ‘죽어라 활을 쏘다 보면 다 맞힐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였다. 그 죽어라 연습이 얼마에 이를지 미처 깨닫지 못한 소문은 자신만만했다.

 “걱정 마십시오. 연습이야 제 전문 아닙니까? 가문의 비기인 포두이술은 제가 접수하도록 하죠. 하하하!”

 ‘요넘아, 고게 그리 만만한지 아나본데 두고 보거라. 피똥을 싸게 될 것이니…….’

 

 소문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활의 각도가 땅과 정확히 수직을 이루는 자세였다. 조금의 차이도 없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각도로 화살을 날리는 것은 매우 힘들었지만 소문을 정말 힘들게 한 것은 바람이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바람의 차이에도 화살은 전혀 엉뚱한 데로 떨어지기 일쑤였으며 혹여 각도마저 흔들리면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위치에 화살이 떨어져 할아버지의 호통과 비웃음을 사야 했다.

 결국 하루하루를 활과 함께 보내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바람인데 그나마 어릴 적부터 단련해 온 몸이라 같은 자세로 균형을 잡는 일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래서 화살 하나하나를 쏠 때마다 바람을 생각하고 바람에 따라 화살이 어디까지 도달하고 이르는지 세심히 살필 수 있었다.

 이러한 소문의 피는 안 나는 노력은 차차 결실을 맺어갔다. 이제는 제법 바람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람에 맞춰 화살을 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확도에서만큼은 소문에게 크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쓰발. 또…….”

 소문은 화살을 주우며 연신 욕을 해댔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이 쏘는 위치와 바람을 고려할 때 화살이 떨어질 곳은 여기가 아니라 일 장 앞에서였다.

 이 정도의 위치라면 관군(官軍)에서 쓴다는 화포(火砲)에서나 쓰임이 있는 것이지, 화살이 목표와 이리 떨어진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도대체 뭐가 잘못이지? 바람도 위치도 이전과 동일했는데… 설마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내가 놓친 것인가?”

 자신에게 반문을 하던 소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정확했어. 이제 몸에 와 닿는 바람의 차이는 정확하게 느낄 수 있어!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지?”

 떨어진 화살을 손가락에 끼고 돌리며 생각을 하던 소문의 머리에 언뜻 스치는 것이 있었다.

 “가만, 화살의 재질에 따라 다른 것인가? 오호라 그렇구나! 화살이 문제였어. 화살이…….”

 자신이 쓰고 있는 화살이 크기나 무게가 비슷은 하지만 약간씩 차이가 있었음을 여태껏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에 생각이 이르자 모든 것은 명확해졌다.

 “하하하! 그렇구나! 화살이었어!!”

 소문은 산이 떠나가라 웃어 젖혔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나 명쾌한 답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자신이 지금 연습하는 모든 화살을 통일하는 것이다. 화살 자체의 길이와 무게는 물론 촉까지 통일된 화살을 사용한다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도 이러한 고민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그때는 화살이 아닌 힘 조절로 극복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여 활에 싣는 힘을 최대에서 조금씩 줄여 나가면서 그 감을 익혔었다. 그리고 그런 의도는 적중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또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소문은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 못마땅한 눈초리가 있었으니…….

 ‘어리석은 놈. 제법이다만 아직 멀었다, 요놈아. 좀 더 고생을 해야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좀 더 고생을…….’

 소문이 통일된 화살을 만들기 위해서 온갖 정성을 기울였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 일은 의외로 어려웠다. 화살에 쓰이는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일일이 손이 가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화살들만 완성되면 가문의 비기인 포두이술 중 하나의 경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준비했다.

 꼬박 하루를 투자하여 얻은 화살은 정확하게 50발이었다.

 “됐다. 이제는 쏘는 일만 남았구나!”

 소문은 새로 준비한 화살을 공중에 쏘았다. 화살은 약 10여 장을 올라가더니 정확하게 목표에 명중하였다.

 “성공이다, 성공! 하하하!”

 소문은 득달같이 집으로 달려가 할아버지를 찾았다. 자신이 하나의 경지를 이룰 때마다 검증(檢證)을 받기로 약조를 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에그, 할배하고는… 칠칠치 못하게시리…….’

 할아버지는 대청마루의 기둥에 기대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요즘엔 틈만 나면 잠을 자곤 했는데 특히 햇볕이 따뜻한 점심나절이면 예외 없이 저 모습이었다.

 기둥에 비스듬히 기댄 얼굴에서는 만족한 미소가 흐르고 때때로 얼굴이며 팔에 붙는 파리를 쫓고 나서 벅벅 긁어대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 영감이었다.

 ‘하나뿐인 손자는 잠도 설쳐 가며 무공에 힘쓰는데 할배라고 하는 말이 밥이나 차리라 하질 않나, 욕을 하지 않나, 잠시 안 보이면 잠이나 자고…….’

 극도의 불만을 가진 소문이었으나 어찌 내색할 수 있으랴! 조심스럽게 할아버지를 깨웠다.

 “할아버지, 소문입니다. 잠시 일어나 보시지요.”

 소문은 답답했다. 계속해서 불러보았지만 대답없는 메아리였다. 할아버지는 그 자세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잠시라도 빨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걸 검증해 줄 할아버지가 미동조차 하지 않으니 짜증이 솟구쳤다.

 “젠장! 나이 먹으면 느는 게 잠하고 고집하고 꼬장이라더니, 딱이네. 딱!”

 할아버지가 눈을 뜬 건 바로 그때였다.

 “뭐라 했느냐?”

 ‘캑! 지미, 욕하는 건 기막히게 알아가지고는…….’

 표정은 지나가다 개똥을 밟은 것처럼 일그러졌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다. 한두 번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이러한 것에는 단련이 될 대로 되어 있었다. 소문은 시치미를 딱 뗐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좋은 말이 생각나서 읊조렸습니다.”

 “꼬장 어쩌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네, 예로부터 격조 높은 선비들은 잠 잘 때도 꼬장꼬장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할아버님이 주무시는 것이 마치 그와 같아서…….”

 대답을 해놓고도 자신의 빈틈없는 말에 감탄에 감탄을 하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소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무엇 때문에 깨운 것이냐?”

 “예, 제가 한 가지 수련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래서 검증을 받고자 할아버님을 깨운 것입니다.”

 딱!

 “악!”

 소문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머리 위로 가지고 갔을 때는 할아버지의 곰방대가 자신의 머릴 강타하고 난 뒤였다.

 “이놈아! 그 따위 일로 명상(冥想)에 잠긴 날 깨운 것이더냐? 네놈 덕에 다잡은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이치를 놓치고 말았으니 이를 어찌 책임질 테냐? 네놈 같으면 백 년이 아니라 천 년이 지나도 이르지 못하는 경지를 한순간에 날려 버리다니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할아버지는 고래고래 소릴 질렀지만 너무나 어이가 없는 소문은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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