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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폭군의 주인님
작가 : 정블루
작품등록일 : 2017.11.29

[걸크러쉬 여주] [마녀는 좀비의 비서?] [진짜 마녀 여주] [진짜 좀비 남주] [좀비가 마녀의 심장을 노려] [현대 배경 로맨스 판타지]

"나를 죽여줘" 콧대 높은 좀비가 나를 환멸 가득한 눈으로 노려다 보며 말했다.
"나를 당장 죽이지 않으면." "어쩔 건데?" 그의 아찔한 입가에 조소가 담겼다.
"너의 심장을 파먹어 줄게."

 
먹어줘 [2]
작성일 : 17-12-15 19:07     조회 : 469     추천 : 0     분량 : 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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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자꾸 따라와요.”

 

 불안한 듯 고개를 자꾸 돌려 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다니엘은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다 말고 나를 아니꼽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동선이 겹치나 보지. 그리고.”

 

 “......”

 

 “조금 전에는 남자친구라 해놓고 지금은 태도가 너무 다른 거 아닌가?”

 

 입이 놀라 허둥거려졌다.

 

 “그, 그건.”

 

 “그깟 고기 한 점 더 얻어먹기 위해 나를 팔아?”

 

 그는 어딘가 모르게 분한 듯 툴툴거렸다.

 

 결국 걸음을 우뚝 멈춰 세웠다.

 

 경고하듯 검지를 들어 그를 겨냥했다.

 

 “아무튼 자꾸 따라오지 마요. 정말 신고해버리는 수가 있어.”

 

 그가 미간을 좁히며 억지웃음을 나타냈다.

 

 “내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

 

 “네가 내 앞길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빠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결국 그를 무시하기로 작정하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카트를 이끌면서도 틈틈이 시식코너에서 발길을 멈춰 굶주린 배를 채웠다.

 

 “아, 우유 사야지.”

 

 우유는 내가 어릴 때부터 즐겨먹던 기호식품이었다. 사실 즐겨먹는다기보다는 구걸해서 먹었다는 게 더욱 알맞은 표현이었지만 어쨌든.

 

 진열대에 놓인 우유의 가격표를 꼼꼼히 눈으로 관찰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느끼자마자 고개가 삐딱하게 돌려졌다.

 

 “뭐.”

 

 그가 있었다. 또 다니엘이었다.

 

 “하아. 진짜 스토커도 아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가 있는 쪽을 무시했다. 옆에서 다니엘의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는 건 저에요. 말을 말자 그냥.”

 

 혼잣말하고 우유 고르기에 더욱 열중했다. 그러다가 곧 내 지갑사정에 걸맞는 우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탄성이 입안 가득히 적셔졌다.

 

 “오. 2개 한 묶음에 2980원. 꿀 거래.”

 

 집안 찬장에 남아있는 미숫가루를 우유에 넣어 타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문득 고개가 들려졌다.

 

 자꾸만 느껴지는 독보적인 존재감에 도둑고양이마냥 은밀하게 눈을 힐끔 돌렸다.

 

 다니엘은 내가 우유 고르던 것을 시답지 않다는 듯이 쳐다보다 말고 이내 제일 비싼 우유를 골라들었다. 파xxx사의 대용량 우유였다.

 

 보던 나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우유가 들어있는 통마저 고급스러운데, 무려 한통에 17,900원이잖아?

 

 불현듯 정신을 차리니 그가 나를 보며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정도 고칼슘 우유쯤은 먹어줘야 길가다 넘어져도 코뼈가 안 부러지지 않겠어?”

 

 아오.

 

 멀뚱히 쳐다보던 나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해갔다.

 

 “비싼 게 능사가 아니거든요?”

 

 발끈해서 되받아치자마자 다니엘이 입가 한쪽을 비틀며 웃었다. 그리고는 내가 고른 우유 한 묶음을 보며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런 껌 값 정도의 우유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무슨.”

 

 “우유 속에 물이라도 섞여있을지 누가 알아? 물 반 우유 반.”

 

 맙소사.

 

 그가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을 정도로 얄밉게 웃으며 자신의 카트 안에 우유를 산뜻하게 집어 넣고는 나를 지나쳐가다 은밀하게 속삭였다.

 

 “맛있게 먹으라고. 불가촉천민.”

 

 또박또박 들려오는 대답에 정신이 멍해졌다. 곧, 그의 등판을 노려다보기 시작했다. 진짜 저걸 죽여, 살려?

 

 휘유~

 

 다니엘은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 지 휘파람까지 불며 사라졌다.

 

 어이가 없어 그를 쫒기로 했다.

 

 금세 우람한 다니엘의 어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요.”

 

 “......”

 

 그러나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남이 되어버린 듯이 나를 외면하는 다니엘의 능청스러움에 감복한 나머지, 그의 어깨를 철썩 때렸다.

 

 “아야.”

 

 그가 베이컨을 집다 말고 비틀거리며 인상을 쓰고는 나를 노려다보기 시작했다.

 

 “왜 때려.”

 

 “아프죠?”

 

 “천민 주제에 손아귀 힘은 무지막지하군.”

 

 그는 아직도 아픈지 자신이 맞은 등을 어루만졌다. 즉각 쏘아붙였다.

 

 “아프죠? 부자나 천민이나 아픈 건 똑같거든요.”

 

 혀를 빼내 그에게로 주욱 내밀었다.

 

 “쌤통이다.”

 

 가만히 서서 나를 노려다보는 다니엘을 끝끝내 무시하고 휘파람을 불며 카트를 이끌었다. 도착한 곳은 수입고기가 잔뜩 진열된 곳이었다.

 

 “한 근에 만원이나 하다니, 수입 삼겹살 값도 많이 올랐네.”

 

 걱정의 혼잣말이 입가를 타고 부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이 싼 모양인지 금세 동이 나버려 단 두 팩밖에 남지 않은 수입 삼겹살 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다.

 

 “200그램 적더라도 싼 걸로 사야 될까? 아니지, 오늘 밤은 양껏 먹고 싶은데.”

 

 하염없이 고기 팩을 집어 들다 말고 무엇을 골라야 하나 팔짱을 끼며 두 눈을 좁히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턱! 남은 삼겹살 팩 두 개를 얌체마냥 전부 집었다.

 

 남자다운 깊고 진한 채취가 느껴지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 눈 벌겋게 뜨고 고기를 강탈당했다는 사실이 여간 믿기지 않아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맛도 없어 보이는군.”

 

 다니엘이었다.

 

 아니, 저 인간이 진짜!

 

 그가 남은 고기들을 모조리 싹쓸이해 자신의 카트 안에 무심하게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나를 지나쳐 긴 다리로 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놀란 마음이 이내 분노가 되어 꿈틀거렸다.

 

 “저기요!”

 

 “왜.”

 

 그가 삐딱하게 고개를 돌려세워 나를 눈짓했다.

 

 “그거 제 고긴데요?”

 

 나의 두 눈은 끝까지 그의 카트 안에 든 고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너무도 억울해 분통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가 피식 웃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안 그런가?”

 

 너무도 타당한 주장에 금세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끙.”

 

 빌어먹을.

 

 결국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그를 등지며 후퇴해야만 했다.

 

 “나쁜 놈.”

 

 언젠가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값싼 세일 코너들을 기웃거리며 흠이 나 저렴한 감자와 바나나, 그리고 브랜드가 없는 과자 등을 수시로 챙겼다.

 

 힘없이 버섯을 카트 안으로 집어넣으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무슨 채집 생활하는 사람도 아니고.”

 

 전부 채소 범벅이잖아!

 

 결국 수입 고기가 진열된 곳을 다시 찾아간 나는, 조금 전의 삼겹살보다도 다소 비싼 수입 우삼겹을 집어 들고 터덜터덜 발길을 돌렸다.

 

 라면까지 획득한 끝에 출출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푸드 코트로 향해졌다.

 

 “기본 라멘 하나만 주세요.”

 

 “네.”

 

 대금을 선불로 지급하고서야 자리를 찾아 헤맨 끝에 곧 적당한 곳에 앉을 수 있었다. 물을 떠와 탁자에 탁, 올려놓자마자 미지의 분노가 다시금 고개를 빼들었다.

 

 “진짜 나쁜 놈. 어디 뺏을 게 없어서 남의 삼겹살을 뺏어?”

 

 자꾸만 그의 말이 맴돌았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안 그런가?’

 

 “길 가다 코나 깨져라.”

 

 말과 동시에 떠온 냉수를 벌컥벌컥 마실 때였다.

 

 “그거 혹시 나보고 하는 저주는 아니겠지?”

 

 “크흡!”

 

 물 잔이 입가에서 요동쳤다. 동시에 켁켁, 거리는 소리가 입가에서 비산했다.

 

 한참동안이나 기침을 연속한 끝에 그가 내가 주문한 것과 똑같은 라멘을 시켜들고는 내 맞은편 자리에 뻔뻔하게 앉는 것이 보였다.

 

 안정을 되찾자마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여긴 또 왜 왔어요?”

 

 “내 마음이지.”

 

 다니엘 또한 무신경하게 대답했다. 듣던 중 미간이 구겨졌다.

 

 “아니. 왜 하필 많고 많은 자리 놔두고 내 앞에 앉았냐고요.”

 

 진짜 저런 밉상.

 

 “진짜 뻔뻔해.”

 

 눈을 좁히며 그를 향해 또박또박 내뱉었다. 다니엘이 내 말을 흘려들으며 능글맞게 대답했다.

 

 “의자가 네 개나 있는 탁자 하나에 혼자 앉아있는 게 더 뻔뻔한 거 아닌가?”

 

 아오.

 

 “그.렇.네.요? 그.럼.앉.으.시.죠.”

 

 분노의 소용돌이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이빨 부딪히는 소리로 대꾸하니, 그가 피식 웃었다.

 

 여기서 더욱 열 받는 사실은 저 웃음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고작 웃었을 뿐인데도 찬란한 후광이 그의 등 뒤로 생성되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다니엘은 이미 여자 부대들을 대동하고라도 다녔는지 그의 주변으로 끊임없이 기척을 내는 그녀들까지 보일 정도였다.

 

 콧바람을 내며 팔짱을 껴냈다.

 

 이럴 때는 무시하는 게 상책이지.

 

 “라멘 나왔습니다!”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는 말에 재빨리 의자를 뒤로 빼내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가 나를 제지하며 일어섰다.

 

 “내가 가져올게.”

 

 뭐야, 갑자기 저 수상한 친절은?

 

 그는 힘들지도 않은 지 두 개의 네모난 라멘 받침대를 양손에 간단하게 들고 와 그중 하나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키고 있을 때, 다니엘이 생긋 웃으며 넌지시 한마딜 건넸다.

 

 “맛있게 먹어.”

 

 도대체 저 남자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

 

 “맛있게 드시던가요.”

 

 시비조로 대답하고 살피니, 그는 역시나 능구렁이 같이 웃고는 라멘에 젓가락을 갖다 댔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젓가락을 들어 면발을 후루룩 입안에 털었다.

 

 후루룩. 후룩.

 

 그와 나는 끝까지 말이 없는 채 서로의 라멘 먹기에 집중했다. 나 또한 굳이 그를 의식하지 않았다. 사실 의식하기 싫어서였기도 했지만.

 

 젓가락으로 그릇 안을 격정적으로 헤집다 말고 면발 몇 개가 고스란히 탈출했다. 흘린 거였다.

 

 젓가락질이 아직까지 완전히 적응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볼썽사납게 먹는 나를 보던 다니엘이 눈썹을 찡그렸다.

 

 “더럽게도 먹는군.”

 

 “남이사.”

 

 콧방귀를 뀌고 면발을 끊어 입 안에 넣고 있었을 때 불쑥, 손 하나가 내가 든 그릇 쪽으로 침투했다. 황급히 고개를 털며 물었다.

 

 “뭐하는 짓이에요?”

 

 “옷에 묻잖아.”

 

 그가 어느새 냅킨을 꺼내와 내 앞에 너저분하게 놓여있는 면발을 치워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삽시간에 눈이 동그래졌다.

 

 저런 천하의 싸가지가 몸소 보여주는 친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에 휩싸일 무렵, 면발 하나가 또 떨어졌다.

 

 “더럽긴.”

 

 그는 더럽다고 인상을 구기면서도 끝까지 내 옷에 면발 파편이 묻을 것을 고려해 또 치워주었다. 심지어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그의 왼손에는 냅킨이 꿋꿋이 들려져 있었다.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아 뜨거.”

 

 다니엘의 친절이 못미더운 한편, 방심하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다가 입안이 데였다.

 

 참기 힘든 고통에 허둥지둥 물을 찾으려 할 때 물 컵이 내 앞으로 쑥 파고들었다.

 

 “마셔.”

 

 “네?”

 

 그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라멘을 한 가닥 집어 들며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마시라고.”

 

 “아, 네.”

 

 엉겁결에 컵을 받아들고 안에 든 물을 마셨다. 차가운 감촉이 입 안을 헤집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내키지 않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

 

 대꾸조차 없는 다니엘.

 

 망할 인간.

 

 라면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돈이 아까워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입으로 빨아들이자마자 공복의 짜증이 순식간에 가셨다.

 

 탁ㅡ

 

 “아, 잘 먹었다.”

 

 배를 두드리며 만족감서린 웃음을 드러내고 있을 때였다.

 

 힐끔, 그의 라멘 그릇을 보자마자 볼멘소리가 절로 입가에서 탈출했다.

 

 “뭐야, 먹지도 않았네?”

 

 라멘은 아까 전과 거의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했다. 뜨거운 김만 빠져있지 않았다면 새 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역시 부자들은 이런 건 입에도 대지 않는구나.

 

 괜히 꼬투리를 잡기 위해 입을 실룩거리던 그때, 그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설핏 웃었다.

 

 “나는 먹지 않아도 배불러.”

 

 세상에.

 

 “꿈에 그리던 여자를 며칠 전에서야 만났거든.”

 

 마상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이마가 절로 구겨졌다.

 

 “무슨 소리에요?”

 

 “그런 게 있어.”

 

 그가 씨익 웃으며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기어이 내가 먹은 라멘 쟁반을 다시금 가져가 수거까지 하고 돌아오는 치밀한 센스까지.

 

 갑작스러운 그의 친절에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의자에 다시 앉으려는 다니엘에게로 달뜬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수고하세요. 그럼 서로 갈길 가도록 하죠.”

 

 미련 없다는 듯 가차 없이 등을 돌린 나에게로 그때.

 

 “저기.”

 

 난데없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문스러움에 고개가 돌려질 무렵.

 

 “같이 갈래?”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다니엘의 다소 친근한 말투가 들려왔다.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 남자, 또 무슨 꿍꿍이야?

 
작가의 말
 

 어딜 같이가? [엉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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