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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폭군의 주인님
작가 : 정블루
작품등록일 : 2017.11.29

[걸크러쉬 여주] [마녀는 좀비의 비서?] [진짜 마녀 여주] [진짜 좀비 남주] [좀비가 마녀의 심장을 노려] [현대 배경 로맨스 판타지]

"나를 죽여줘" 콧대 높은 좀비가 나를 환멸 가득한 눈으로 노려다 보며 말했다.
"나를 당장 죽이지 않으면." "어쩔 건데?" 그의 아찔한 입가에 조소가 담겼다.
"너의 심장을 파먹어 줄게."

 
피할 수 없는 너와 나 [5]
작성일 : 17-12-15 19:03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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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다니엘은 그렇게 내 앞으로 나타났다.

 

 검정 슈트가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당장이라도 그의 품이 마성의 블랙홀처럼 보였다. 그 안으로 고스란히 빨려들 것만 같았다.

 

 저번에 본 모습 그대로였다.

 

 한쪽 이마에 은근하게 머물러있는 세련된 가르마와 보는 남자들 세상 살기 싫게 만드는 그의 조각 같은 외모 또한 그대로.

 

 그가 내 앞에 서서 여유롭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 끌어당기는 심연의 눈빛으로.

 

 싱그럽게 웃는 그의 웃음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썩은 사과를 입에 문듯이 비틀거렸다.

 

 도대체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있지?

 

 그보다 왜 모두들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거지?

 

 당혹스러운 기분이 입가를 타고 번졌다.

 

 ”당신이 여기에 어떻게......?“

 

 순간 나는 내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던 것도 망각한 채 그에게 경악에 차 대답했다.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당신이라니? 앞으로 로엔 글로벌 호텔을 이끌어 가실 회장님한테?“

 

 ”나 참, 어이가 없군.“

 

 다니엘의 곁에 있던 호텔의 최고위직급 이사 몇 명이 눈을 좁히고는 나를 노려다보다시피 중얼거렸다.

 

 회, 회장님?

 

 문득 눈을 들어 주변을 쓸어보았다. 예약부서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나를 미친 여자로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심지어 강하지는 어깨를 덜덜 떨고 있었다.

 

 이제야 사태파악을 할 수 있었다.

 

 로엔 글로벌 호텔을 매입한 사람이 저 남자였어!

 

 순간 무어라 수습해야 할지 몰라 두 눈을 끔뻑거릴 때였다.

 

 ”괜찮습니다.“

 

 별안간 낮고 안정적인 톤이 귓가를 찔러왔다.

 

 다니엘이 다가와 내 앞에 고개를 숙이고 나와 눈을 맞추며 피식 웃었다.

 

 ”우린 구면이니까요. 안 그래요?“

 

 ”......“

 

 ”이하연씨.“

 

 ”......“

 

 빌어먹을.

 

 도대체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 그러십니까?“

 

 ”어떻게 구면이신지, 하하.“

 

 호텔의 객실총괄부 부장과 차장을 포함한 이사들 몇 명이 다니엘의 눈치를 살피며 간사하게 웃었다. 그들은 이제는 내 눈치까지 보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저 남자를 아는 듯한 놀람 가득한 모습이었다.

 

 다니엘이 사람 홀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등진 채로 나만을 눈으로 담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하연씨와 나는.“

 

 곧 움츠러든.

 

 ”아주 친한 사이거든요.“

 

 상태가 되었다.

 

 ”......뭐라고요?“

 

 마치 이 공간에 나와 그만이 있는 것 같았다.

 

 밑도 끝도 없는 다니엘의 발언에 벙 찐 것은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나만이 볼 수 있게 한쪽 손으로 턱을 은근하게 쓰다듬으며 한쪽 눈을 접어 웃었다. 너 잘 걸렸다는 표정 또한 추가로.

 

 하아. 진짜 미치겠네.

 

 부담스러운 눈길 탓에 얼른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객실예약부서 이하연이라고 합니다.“

 

 그때였다.

 

 ㅡ킬킬킬.

 

 ㅡ산 채로 너를 끓는 기름에 튀겨버릴 거야. 튀겨버릴 거야!

 

 미지의 악다구니가 고막을 때렸다.

 

 순간 고개를 숙여 땅을 보고 있던 눈 속으로 무언가가 훅, 치고 들어왔다.

 

 사무실 바닥에 끔찍하게 생긴 유령들이 잔뜩 혼재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밑에서 뚫고 나와 내 다리를 잡아당기는 수십 개의 손들과, 헤이즐과 내가 신체부위를 수집했던 그들이, 그 부위가 결여된 채로 지옥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ㅡ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나도 반가웠어요. 또 보죠.“

 

 그가 무심한 걸음으로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원령들이 원한에 가득 찬 소리와 모습들이 눈가를 끔찍하게 갉아먹는 것도 모르는 채 그는 나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알약, 알약이 필요했다.

 

 그러나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발끝을 잠식하고 있던 공포가 스멀스멀 무릎 위로 차오르기 시작했을 때였다.

 

 ㅡ낄낄낄

 

 ”어떡해. 하연아!“

 

 그제야 온 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육체를 지탱하고 있는 뼈와 살점이 한꺼번에 원령들에게 잡아 뜯기는 정신적 고통이 덮치고서야 나는 강하지의 목소리를 끝끝내 귓가에 희미하게나마 구겨 넣고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잠재된 공포와 혼란의 소용돌이를 끝으로, 나는 누군가의 마초적인 손의 느낌에 단단히 결박되는 것을 느낀 채 정신을 잃었다.

 

 *

 

 악몽 속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헉, 허억.’

 

 ㅡ간악한 마녀.

 

 ㅡ태워 죽여라!

 

 ㅡ이 더러운 마녀의 핏줄이 나의 곳간을 모조리 비워놨지 뭐예요!

 

 ㅡ태워 죽여라! 태워 죽여라!

 

 그들의 광기와 분노는 시커먼 어둠의 공포가 되어 나를 적셨다.

 

 나는 소렌토 항에 그들에게 발가벗겨진 채 나를 에워싼 마른 장착에 갇혀 불태워지고 있었다. 살점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종래에는 뼈까지 녹아 으스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아악! 살려 주, 살려주세요!“

 

 ”환자분?“

 

 동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동시에 고르지 못한 숨이 입가를 타고 닳아졌다. 눈앞에 보이던 것은 하얀 가운을 걸친 의사와 간호사들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의사가 부랴부랴 내 눈꺼풀을 열며 혀를 찼다.

 

 ”환자분 깨어났으면 아무 말이나 해보세요.“

 

 등 뒤로 땀이 흥건하게 젖어있는 느낌이었다. 겨우 수습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부단한 애를 쓰며 대답했다.

 

 ”말.“

 

 의사가 다소 황당한 웃음을 지어냈다.

 

 ”환자분 정상이시고, 정신이 좀 드세요?“

 

 그는 연거푸 내게 정신이 드는지에 대해 재차 확인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고친 의사가 진찰한 기록지를 보며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정신적 쇼크 증상이 조금 심한 상태에요. 그에 따라 생체의 기능이 생리 범위를 넘고 급격히 저하됐어요. 호흡이 가빠진다거나 몸에 갑작스럽게 오한이 난다거나, 식은땀이 평소에 잘 일어나는 편이죠?“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말을 덧붙였다.

 

 ”일단 영양링거를 투여해놨으니 이거 다 맞고 가셔야 해요. 알았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제는 어떤 훤칠한 남자 분께서 해놨으니 걱정 마시고요.“

 

 ”누가요?“

 

 손 하나 까딱거리지 못하는 채로 물었다. 웃기게도 옆에 있는 간호사의 눈동자로 대번에 쑥스러움이 한가득 담긴다.

 

 ”어떤 수트 차림의 남자분이 환자분 들쳐 업고 와서 병원을 온통 난리북새통으로 만들어놨었어요. 그분 아니었으면 아마 불가역성 쇼크로 인해 환자분 생명이 위독해졌을 거예요. 다행히 그분이 환자분의 머리를 낮추고 사지보온을 하는 등의 응급처치를 잘 해놔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깨어나면 그분한테 꼭 밥이라도 사세요.“

 

 그분이라고?

 

 ”......“

 

 ”환자분도 밥 좀 먹고요. 김간호사, 가지.“

 

 그들은 다음 진료가 있는지 재빨리 내 앞에서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멀뚱히 누워 의사가 말했던 조금 전의 ‘그분’을 떠올렸다. 순간 머릿속에 번쩍, 아까 전의 상황이 그려졌다.

 

 ”아.“

 

 붕 뜬 신음소리가 벌어져 나왔다.

 

 하아. 젠장.

 

 환각과 환청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 거였다. 그것도 그 수많은 직원들과 이제 막 직원들을 하나하나 찾아와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던 차기 회장님에게!

 

 심지어 주요보직인 이사님들과 각종 높은 분들에게 이런 곤란한 모습을 보였으니, 아마도 불 보듯이 소문이 났을 것이 뻔했다.

 

 이를 어떻게 한다.

 

 ”진짜 망했어.“

 

 평소에 잘 숨겨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이런 사단이 일어나다니, 도저히 사태수습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무단퇴사를 해버려?

 

 하지만 강하지가 눈에 밟혔다.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찾으러 가다 말고 주삿바늘이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아. 링거.“

 

 하얗다 못해 창백한 팔에 링거 바늘이 선명하게 꽂혀있었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휴대폰을 찾아와 다시 누워 액정을 터치했다.

 

 수없이 많은 연락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이하연, 어디야? 깨어났어? 깨어나면 연락 좀 줘.]

 

 하지의 걱정 어린 안부연락부터.

 

 [하연씨 내일 우리가 대신 병가 신청해놨어요. 어차피 내일 지나면 주말이니까 푹 쉬고 와요. 알았죠?]

 

 [하연 선배, 얼른 낫고 복귀해요. 기다릴게요.]

 

 [괜찮아? 어떻게 된 건데!]

 

 같은 부서 직원들의 연락까지.

 

 아직은 혼란스러웠지만 잔잔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내편들이 생각보다 많네.“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의 수레바퀴를 굴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어떻게 그 남자가 회장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좀처럼 해답은 찾아낼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고.“

 

 이제는 꼼짝없이 그 남자에게 옷값과 침구류의 변상을 해야 된다는 사실 또한 눈앞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덜컥.

 

 ”헙.“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소스라치게 놀라 재빨리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당겼다. 이불이 짧은 모양인지 너무 올려버린 탓에 맨발 두 짝이 수줍게 노출되었다.

 

 아. 발이 차다.

 

 덜컥.

 

 이윽고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이불을 들어 확인해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의사가 뭐라고 했지?“

 

 ......!

 

 분명 그 남자다.

 

 ”쇼크 증상이 조금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로 인해 영양불균형 또한 초래했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한명이 아닌 둘인 모양이었다.

 

 중후한 톤이 귓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 남자라고, 그 남자!

 

 ”깨어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시 잠든 모양입니다.“

 

 ”팔자가 좋은 여자군.“

 

 ”어떻게 할까요?“

 

 ”나가서 건호한테 10분 안에 간다고 말해놔. 오늘밤에 콜걸 부르는 건 잊지 않았겠지?

 

 코, 콜걸?

 

 내가 아는 그 콜걸?

 

 눈꺼풀이 빠직,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미간이 서서히 구겨졌다.

 

 역시 재벌들은 여자를 유혹하지 않고, 돈으로 사려고 하나 보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후안무치한 변태자식 같으니라고.

 

 “네. 호텔에 아무도 모르게 대기시키겠습니다.”

 

 “좋아. 먼저 나가봐.”

 

 “예? 뭘 하시려고.”

 

 “볼일이 있으니까 먼저 나가. 금방 가지.”

 

 “알겠습니다.”

 

 덜컥,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음은 이내 잦아들었다.

 

 마른 침이 꼴깍 삼켜졌다. 아마도 그와 나 단 둘만이 남아있는 상황 같았다.

 

 스륵, 의자에 앉는 소리마저도 추가로 들릴 때가 되어서야 다시 입안에 고인 침을 분산시켜 넘기기 위해 애썼다.

 

 그때였다.

 

 “자고 있는지, 자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군.”

 

 뜨끔.

 

 “......”

 

 “물론, 안자고 있는 편이 오히려 너한테 좋을 거야.”

 

 이게 대체 무슨.

 

 독백하듯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듣기 싫은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귀가 그쪽으로 향했다.

 

 “똑똑히 들어둬.”

 

 침착하자.

 

 “나는 이제부터.”

 

 침착해야 한다.

 

 “......”

 

 “너를 괴롭힐 생각이야. 그것도.”

 

 “......”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끔찍할 정도로.”

 

 살벌한 말투에 화들짝 놀랐다. 물론 티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드르렁.

 

 코고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의 코로부터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최선을 다해 괴롭혀줄게. 열과 성을 다해.”

 

 “......”

 

 “간다.”

 

 드르렁.

 

 그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스륵, 내 머리털 한 올까지 가린 이불자락을 내려 섬세하게 발까지 가려주는 치밀한 센스도 잊지 않은 채로.

 

 “잘 자.”

 

 “......”

 

 “엘리스.”

 

 ......!

 

 유유히 걷는 발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피식 웃는 웃음소리마저도.

 

 이미 나의 사지는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로기 상태였다.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몇 초가 지나자 불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어둠 속에 갇혔다. 동시에 덜컥, 문이 서서히 닫혔다.

 

 그때가 되어서야 이불을 집어 던지듯이 발로 찬 나의 온 몸으로 오소소한 소름이 잠식해오기 시작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공포가 불 꺼진 병실 안에서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작가의 말
 

 주인님 괴롭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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