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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15편 - 착각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2-15 16:53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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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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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각이란 무엇인가. 말의 뜻을 그대로 풀어내자면 특정 대상을 실제와 다르게 생각하는 일을 착각이라고 한다. 이 착각은 대상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보다도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에 철렁일 수가 있고, 평범한 젤리인 줄 알고 슬라임을 먹을 수도 있는 게 그런 경우다. 그리고 베이커를 두고 헤시아드리아가 내린 진단도 그와 비슷했다.

 

  해가 지도록 엘리제가 돌아오지 않으니, 어부는 불안해졌다. 영주의 부탁을 받아 키세 섬까지 배를 몰고 다녀온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자칫 엘리제의 신변에 탈이라도 생기면 자신은 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었다. 물론, 닷슈 섬에서 내릴 수 있는 처벌이라고 해야 정도가 약하긴 했지만 그걸 무시하더라도 어부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계속 신음하던 베이커는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눈을 껌뻑였다. 그러니 헤시아드리아 가까이 다가가 다시금 코를 킁킁댔다.

 

  “어라.”

 

  헤시아드리아의 말소리에 어부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번에는 베이커가 걱정되어 한 걸음에 침대에 다가갔다. 엘리제가 무사히 돌아온다고 해도, 베이커에게 탈이 난다면 그 역시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어부가 조심스레 헤시아드리에에게 물었다.

 

  “왜, 왜 그래? 증세가 심해졌어?”

  “그게 아니라...”

 

  헤시아드리아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니 어부는 괜히 걱정이 더욱 많아져 순간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앞으로는 영주가 무슨 부탁을 하더라도 들어주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는데 헤시아드리아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냄새를 잘못 맡았나 봐용. 역시 죽을병은 아니었어용.”

  “뭐?”

 

  어부가 탄식하며 제 이마를 짚었다. 그는 돌팔이부터 해서 헤시아드리아에게 쏟아낼 욕지거리를 한가득 생각했으나,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그는 끓는 속을 다듬어 베이커를 불렀다. 베이커는 두통이 남은 데다 곳곳에 난 상처가 쓰라렸으나, 전보다 선명한 정신을 붙들고 반응했다. 그 반응을 보니 어부는 얼마간 걱정이 줄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예... 여긴 어디죠?”

  “그야 닷슈 섬이죠. 용사님께서 바다에 빠져 있는 것을 저와 영주님이 건졌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베이커는 키세 섬에서 있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에이디와 있던 일을 기억하며 이를 갈았다. 그러고 나니 가방이 생각나 베이커가 주변을 둘러봤다.

 

  “뭐 찾으십니까?”

  “혹시 가방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키세 섬에 갈 때...”

  “아, 그거라면 저기 있습니다. 영주님이 애지중지하시던데요.”

 

  어부가 손으로 가방을 가리켰다. 여전히 축축한 가방이 구석에 놓인 것을 보고 베이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뒤에 그는 어색한 눈길로 헤시아드리아를 보았다. 영문은 몰랐으나, 베이커는 일단 살짝 목례하며 인사를 했다.

 

  “여기는...”

  “저는 헤시아드리아라고 해용. 살아서 다행이에용.”

  “아, 예.”

 

  베이커가 여전히 어색한 얼굴을 하고 대답했다. 그러니 어부가 헤시아드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섬에 있는 유일한 의사입니다. 돌팔이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야 나아서 사람들이 약을 타곤 합니다.”

  “그렇군요. 저기, 그런데 영주님은 어디 계시죠? 먼저 성으로 가셨나요?”

  “그게...”

 

  어부는 다시 솟는 불안감을 느끼며 말을 흐렸다. 베이커는 자신이 깨어나지 않자 지루함에 싫증을 내며 성으로 돌아가는 엘리제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어쨌든 가방을 되찾았으니, 다음 달에 빚이 더욱 늘어나는 것은 막았다는 생각에 베이커는 살짝 웃기도 했다. 그는 어지럼증을 견디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때에 어부가 고민하던 말을 털어놓았다.

 

  “저기, 용사님. 큰일이 났습니다.”

  “예? 혹시 배가 망가지기라도 했나요?”

  “그런 게 아닙니다. 실은...”

 

  어부는 천천히 지난 일을 풀어놓았다. 헤시아드리아가 처음 베이커의 상태를 진단했다가 그 다음에 증상이 심각하니 달맞이꽃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일부터 엘리제가 홀로 달맞이꽃을 찾으러 간 사실에까지. 어부가 말을 마치니 베이커는 숲에 대해 루루에게 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숲에 어떤 괴수가 살고 있다는 거죠?”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수백 년 동안 마을과 섬에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 근처를 다니다가 없어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다들 두려워 가까이도 가지 않지요. 누군가는 어둠에 숨어 사는 요괴라고도 하고 온 몸이 눈알로 뒤덮였다고 하는 얘기도 있는데...”

  “제가 다녀오죠.”

  “위, 위험합니다. 용사님.”

  “그 위험한 곳에 영주님이 계시니까요.”

 

  베이커는 담담하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순간 비틀거리니 헤시아드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무리하면 안 돼용.”

  “괴수 처치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치료해주셔서 감사해요.”

 

  베이커가 허리를 살짝 숙여 헤시아드리아에게 인사했다. 그렇다고 당장 어부의 집을 나가지는 않았다. 그는 어부에게 길을 물어 숲에 다다르는 방향을 잡았고, 등불을 하나 빌렸다. 기름을 넉넉하게 채운 다음에 그가 어부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밖으로 나갔다.

 

  길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베이커는 하늘에 뜬 달을 보고 숨을 골랐다. 그저 기운이 쇠했을 뿐만 아니라, 걸을 때마다 상처에서 통증이 느껴져 베이커는 인상을 쓰고 걸었다. 그렇게 얼마간 걸어 베이커는 숲에 다다랐다. 그는 지금껏 겪었던 여러 괴수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숲으로 들어섰다.

 

  “영주님! 저 베이커입니다! 들리시면 말씀하세요!”

 

  베이커의 외침은 공허하게 숲에 퍼졌다. 그렇게 몇 번인가 외치면서 걸은 뒤에 베이커는 입 안이 텁텁해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는 어부의 집을 나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싸늘한 기운에 눈을 가늘게 떴다.

 

  용사학교에 지내면서 베이커는 숱한 괴수와 싸웠다. 일부 과목에 남아있는 격투나 검술 따위의 과목을 위한 싸움이 대부분이었다. 상대는 더 이상 괴수라고 부르기 어려운, 언젠가 괴수로 불리었던 이들이었고 싸움보다는 대련에 가까운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그보다 베이커가 경험을 쌓은 건 대부분 전투 실습이었다.

 

  전투 실습은 용사학교에서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여러 왕국과 맺은 협약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든 과정을 수료한 용사를 영입하기에는 자금이 모자라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전투력이 필요한 왕국이 용사학교의 학생을 전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전투 실습이었다.

 

  베이커는 동부 왕국의 내전에 참여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었고, 잊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리고 베이커는 숲을 걸으며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그런 끝에 베이커는 등의 손잡이를 입으로 물고 나무를 탔다. 나무가 많은 탓에 소리가 멀리까지 퍼지지 않을 것이란 계산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베이커는 줄기와 그 껍질에서 끈적끈적한 기운이 느껴져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고 나무를 올라 가지에 발을 디뎠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엉킨 듯이 가까이 자랐고 그만큼 가지와 가지 사이의 거리도 짧았다. 베이커는 나뭇잎과 잔가지를 몸으로 헤치면서 달렸다. 입으로는 계속해서 엘리제를 불렀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도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베이커는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 임무를 수행하는 섬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영주가 죽거나 크게 다치도록 둔 용사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베이커는 더욱 발을 재게 놀렸다. 그렇게 계속 달리면서도 베이커는 쉬이 지치지 않았다.

 

  끝내 숨이 차도록 달린 끝에 베이커는 작은 울림을 들었다. 확실하지는 않았으나, 내내 싸느랗도록 고요한 숲에서 그가 들은 울림은 엘리제의 목소리로 확신하기에 충분했다. 베이커는 소리가 들리는 지점에 다다라 나무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는 정확히 소녀와 엘리제 사이에 착지했다. 소녀가 엘리제를 향해 손을 뻗는 중이었고, 엘리제는 거기로부터 벗어나려 엉덩이걸음을 쳐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다.

 

  “요, 용사?”

  “영주님!”

 

  베이커는 빠르게 엘리제의 상태를 살폈다. 크게 다친 곳이 없는 걸 보고는 곧장 베이커의 시선이 소녀를 향했다. 그는 벌거벗은 소녀를 보고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소녀에게 가까운 발로 땅을 딛고 몸을 빙글 돌렸다. 그 힘에 실어 베이커가 허리를 숙이고 뒷발을 크게 들었다. 광경을 지켜보던 엘리제의 입장에선 눈을 한 번 깜빡일 틈도 없이 베이커의 뒤꿈치가 소녀의 관자놀이를 향했다.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낫질과도 같은 궤적이었다.

 

  이어지는 순간에 베이커는 소녀의 목이 꺾이는 느낌을 받지 못해 당황했다. 소녀는 뒤꿈치가 다가오는 방향을 살피지도 않았으면서 손을 들어 베이커의 발차기를 막았다. 정확히는 가볍게 베이커의 발목을 붙들었다.

 

  “너는 나랑 친구가 될 마음이 조금도 없구나.”

 

  소녀의 주변에 있던 반딧불이가 멀리 날아갔다. 그런 뒤에 그가 디딘 땅 아래서 덩굴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왔다. 그 덩굴이 자신과 엘리제를 붙들도록 베이커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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