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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14편 - 괴수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2-15 15:57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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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수란 무엇인가. 인간과 함께 지상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 중 하나가 괴수였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이해하기에 굉장히 두루뭉술한 면이 있었다. 애초에 한 생물을 두고 괴수라 칭하기까지의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관습에 의지하는 면이 컸다. 예를 들어 분명 인간과 생김새가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젖소를 두고 괴수라 칭하지는 않는 반면에 말이 통하고 두 다리로 걷는 것이 분명한 일부 생물은 괴수라 불리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다수의 괴수가 가축보다 인간과 가깝거나 흡사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이 괴수란 것은 인간과 다른 생물을 가리키는 말보다는 인간의 적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는 일이 많았다. 곧 마왕군의 일부로 인간 왕국에 대적했던 생물들의 총칭이 괴수가 되는 셈이었다.

 

  베이커가 닷슈 섬에 다다른 시기에 마왕군의 침략이란 그저 옛날 옛적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은 괴수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껏 괴수라 부르던 이들은 인간과 소통하며 생활영역을 공유했고, 함께 사업을 진행하거나 모험을 떠나기도 한 때문이었다. 결국 괴수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가리키는 영역으로 넘어갔다.

 

  닷슈 섬에서 부르는 괴수란 인간과 소통이 불가능하면서 아주 약한 수준의 위해를 가하는 슬라임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이는 과거의 관습이 그대로 남은 것에 가까웠고,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되지 못했다. 닷슈 섬의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괴수란 오직 한 존재를 가리켰다.

 

  헤시아드리아에게 베이커를 맡기고 엘리제가 향한 숲에 사는 존재가 바로 그 괴수였다. 사람들은 그 괴수에게 여러 이름을 붙이려고 했으나, 끝내 괴수는 그저 괴수로 불리었다. 사람들은 그 정체를 알지 못했고, 그저 소문으로 전해지는 내용으로 괴수를 안 탓이었다. 사람들은 숲 전체가 저주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근처로 다니지 않았다. 주민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숲은 영역을 넓히지 않았다. 사람들은 명절 따위에 횃불을 들고 모여 숲 주변을 돌기도 했다.

 

  엘리제라고 해서 이런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섬을 책임지는 입장이었기에 더욱 민감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키세 섬으로 가는 길에, 베이커에게 숲을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일종의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엘리제에게는 숲의 나무를 벨 이유는 있었다. 닷슈 섬에는 별달리 벌목지가 없었고, 그런 탓에 목재로 만든 가구나 주택은 낡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륙에서 목재를 들일 때의 값도 도통 내릴 기미가 없어 주민들의 불편함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숲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낼 수 있다면, 그 작업을 위해 내륙이나 군도의 다른 섬에서 노동자들이 올 터였다.

 

  다량의 목재가 생산되면, 당장 섬의 주민들에게 값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내륙에서 들여오던 목재의 값도 안정적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란 게 엘리제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숲을 향해 뛰던 엘리제는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다. 엘리제는 그래봤자 섬에 온 용사가 죽으면 모두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가 도착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망한 섬에는 누구도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엘리제는 숲을 모두 불태워서라도 달맞이꽃을 찾아내리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품고 정신 없이 뛴 탓에, 엘리제는 본인이 달맞이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단 사실도 떠올리지 못했다.

 

  막상 숲에 들어서기 직전이 되니, 엘리제는 긴장감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잠시간 고민하다 두 손으로 제 뺨을 세게 치고는 숲 안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해가 지지 않은 때였으나, 나무가 촘촘하게 자란 탓에 숲길이 어둑했다. 엘리제는 불안감을 마음 깊숙한 곳에까지 누르고 걸었다.

 

  숲의 바닥은 부드러웠다. 엘리제는 혹시 늪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걸었다. 작은 짐승조차 보이지 않아 고요한 숲의 모습을 볼 때면 그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렇게 한참을 홀린 듯이 걸어, 작은 꽃을 보았을 때에야 엘리제는 달맞이꽃의 생김새를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라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돌렸을 때엔 이미 길을 잃고 난 다음이어서 엘리제는 어쩔 줄을 몰랐다. 고민 끝에 엘리제가 낸 결론은 우선 꽃으로 보이는 건 모조리 뽑아서 가져가는 것이었다. 어느 방향으로든 계속 가다보면 언젠가는 숲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뒤로 엘리제는 꽃이라고는 하나도 보지 못해 그저 숲을 헤맸다. 해가 잘 보이지 않아 길의 방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아무리 걸어도 숲의 가장자리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그러는 중에 해는 기울어 주변이 어두워졌고, 불빛 하나 없는 엘리제는 더욱 초조해졌다.

 

  달이 떴을 무렵이 되어, 엘리제는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으나, 속상한 마음에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방을 잃어버린 것으로 베이커를 타박했던 일이 후회됐고, 키세 섬에서 연극을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일도 후회스러웠다. 그렇게 꼬리를 물고 이어진 생각은 닷슈 섬을 부흥시키겠단 결심마저 하찮은 일로 여길 지경에 이르렀다.

 

  그 즈음이 되어 엘리제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소녀는 빛을 내고 있었다. 엘리제는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아 제 눈을 비볐다. 그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소녀의 몸이 빛을 내는 건 아니었고 그 곁을 맴도는 반디가 주변을 밝힌 때문이었다. 그러나 엘리제가 놀란 이유는 소녀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 탓만은 아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바닥에 닿을 만치 길게 늘어뜨린 소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안녕.”

 

  소녀가 손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엘리제는 저도 모르게 쪼그린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엘리제에게 있어, 소녀가 손을 흔드는 모습은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물건을 쥐고 흔드는 것과 비슷했다.

 

  “누, 누구야?”

 

  엘리제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닷슈 섬은 인구가 적었기에, 대다수의 주민들이 서로의 얼굴을 알고 지냈다. 그렇기에 엘리제는 처음 보는 얼굴에 적잖이 당황했다. 게다가 소녀가 자신에게 편히 말을 놓았기에 엘리제는 더더욱 당황했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천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괴수야.”

 

  싱긋 웃는 미소가 더할 나위가 없이 아름다워 엘리제는 넋을 놓고 말았다. 그런 직후에 엘리제는 괴수라는 말을 곱씹으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소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폈다. 분명 특이한 행색이었으나, 엘리제가 평소 생각하던 괴수와는 조금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로 괴수라 함은 치아가 서로 어긋나게 자랐고, 입을 제대로 다물 수 없어 턱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단단한 피부는 갈라져서 칼로 내려쳐도 뚫을 수 없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괴수라고?”

  “응,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야. 너는 횃불이니? 숲 안쪽에서 본 건 처음이야.”

 

  자신을 괴수라 칭한 소녀는 말을 할 때마다 싱글벙글 웃었다. 엘리제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간신히 용기를 내 말했다.

 

  “나, 나는 영주인데 알아?”

  “영주? 그렇게 빨간데 횃불이 아니야?”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엘리제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엘리제는 놀라서 뒤로 물러나다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모습에 소녀가 까르륵 웃었다. 엘리제는 옷을 털며 일어나 말했다.

 

  “그건 됐고. 혹시 달맞이꽃이라고 알아?”

  “그야 당연히 알지. 그건 왜 찾아?”

  “아픈 사람이 있어.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데... 그게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꼭 도와줘야 하는데 달맞이꽃이 있어야 약을 만들 수 있대.”

  “아프다고? 그건 안 좋은 건데. 내가 도와줄게.”

  “어디 있는지 알아?”

  “그럼.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후후.”

 

  소녀가 몸을 휙 돌려 걸었다. 엘리제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 무서우면서도, 주변이 어두운 탓에 바짝 붙어 걸었다. 소녀는 발을 내딛을 때마다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또 지나는 나무의 줄기를 쓸어내리거나 토닥이기도 했다.

 

  엘리제는 소녀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껏 섬의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괴수가 정말 저 소녀일까 싶은 의심도 들었다. 듣기로는 몇 백 년에 이어진 얘기라 했는데, 엘리제가 보기에 소녀는 저와 비슷한 나이나 될까 싶었다.

 

  한참을 걸어 소녀는 비교적 나무가 성긴 지점에 다다라 멈추었다. 나뭇잎 사이로 달빛이 내리쬈고 그 아래 소녀가 춤을 추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작스런 몸짓에 엘리제는 당황스러웠으나, 소녀를 제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춤을 춘 뒤에 소녀가 비켜서니 있던 자리에서 달맞이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게 달맞이꽃이야.”

 

  엘리제는 곧장 달맞이꽃에 다가가 몸을 숙였다. 그가 줄기를 움키니 소녀가 표정을 바꾸고 엘리제를 밀쳤다. 엘리제는 달맞이꽃을 뽑아내지 못한 채로 넘어져 황망한 표정으로 소녀를 쳐다봤다.

 

  “가, 갑자기 왜 그래?”

  “우린 친구가 될 줄 알았어. 네가 숲을 해치려는 줄은 몰랐거든.”

  “그냥 꽃이 필요할 뿐이야. 당장 숲을...”

 

  소녀가 엘리제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가 집게손가락으로 엘리제의 입술을 막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까지 보였던 미소와는 다른, 차가운 표정을 짓고 소녀가 말했다.

 

  “내가 달맞이꽃을 잃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병에 걸린다면, 그 병을 고치기 위해 네 앞다리 살을 내게 줄 수 있겠어?”

 

  엘리제가 마른침을 삼켰다. 동시에 소녀는 전과 같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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