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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46. 정령계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작성일 : 17-12-15 15:53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8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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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도 안 되는...!"

 

 "서...설마 4대정령?"

 

 흥건한 핏물 위에서 엘프들은 입만 벙긋거렸다. 자신들도 평생 구경해보기 힘든 정령들이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인간에 의해.

 

 하나하나 이름부르기 귀찮아 한꺼번에 정령을 소환한 진희에게 엘프들은 처음 두려운 기색을 내비쳤다.

 

 "어...어떻게 인간이 정령을..."

 

 그야말로 '멘붕 5초전' 상태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만이 정령과 친하다고 배웠고 지금까지 그 사실을 굳게 믿어왔다.

 

 예전부터 고수해오던 사고방식이 깨지자 기세가 주춤해지고 의기소침 할 수밖에 없는게 응당 당연한 것.

 

 그러는 와중에 가운데의 노랑머리 엘프는 한층 누그러진 다른 엘프들과는 달리 부르르 떨고선 되려 역정을 냈다.

 

 부상 상태라기엔 고함 지르는 소리가 기차화통 삶아먹은 것 같았다.

 

 "감히 인간 주제에 우리를 환각마법으로 속이려 들다니!"

 

 '응?'

 

 진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본인이야말로 사경을 헤매는 주제에 입만 살았다. 다른 엘프들도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렸는지 한풀꺾인 기세가 되돌아왔다.

 

 진희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흔들렸고 비토르도 예상 외였는지 진희랑 눈을 맞대고 끔뻑거렸다.

 

 이들은 진희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자 기세등등하게 다시 업신여기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무언을 긍정으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진희의 무언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

 

 보통 이 정도까지 보여주면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는게 정상아닌가?

 

 그러나 진희가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 사람이든 엘프든 고정관념이란 쉽게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계기이던 간에 그 믿음이 깨지는 시기가 분명 찾아오지만 스스로 납득하고 알아서 판단한다.

 

 곧, 모진 현실을 직시하는 대신에 왜곡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닌 이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진희 앞의 세 엘프들은 그랬다.

 

 "소드마스터가 정령술을 배울리가 없지! 서로 이득에 눈이 멀어 죽이고 죽이는 마당에 소정령 한마리 소환하는 것도 가당키나 할까?"

 

 도가 지나친 개소리는 화를 돋구는 대신에 오히려 해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진희는 가만히 듣고 있자니 헛웃음만 나왔다.

 

 진희는 일일이 대꾸해주는 대신 진을 시켜서 기압을 조정했다. 엘프에들게 적용되는 공기의 양을 서서히 줄이자 호기롭게 반항하던 그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가이아를 시켜서 중력을 더 무겁게 조정하고 닉시를 이용해 발끝부터 서리가 일자 점점 본인들이 처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뭐...뭐야, 환각을 건게 아니었나?"

 

 "아니...환각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이 정도까지 만들 자라면 드래곤 밖에 없다."

 

 흑인엘프의 말이 끝나자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색이 되었다.

 

 "드...드래곤?!"

 

 "허나 저 자의 기운은 분명 인간이다. 즉, 이건 정령술이 맞다...인간이 어떻게..."

 

 드래곤이 아니라는 말에 한시름 놓았지만 그게 더 자존심 상한 모양이다. 침울한 분위기가 이들 사이에 만연했다.

 

 

 

 ****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진희의 정령술을 본 엘프들은 찜찜해하면서도 압도적인 힘 차이 덕분에 진희를 깍듯이 뫼셔갔다.

 

 처음에는 떨거지 축에 속하는 엘레스를 버리고 가라고 했으나 진희가 엘레스 옆에 피닉스 하나 붙혀주니까 찍소리도 못했다.

 

 모두들 불만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순순히 길안내를 해주었다.

 

 불화살이 날라오던 방향 그대로 걷고나니 수풀에 가려진 빈 공터가 있었다.

 

 크고 작은 버섯모양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걸 보면...

 

 "환영해. 드디어 도착했네."

 

 여기가 바로 엘프의 숲이었다. 아치형의 입구를 지나고 나니 여러 종류의 엘프들의 시선이 한시에 모였다.

 

 "어? 비토르님?"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탄성어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50년만에 드디어!"

 

 "비토르님 만세!"

 

 "후계자께 축복을!"

 

 엘프들은 손까지 번쩍 들면서 춤을 추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어느 엘프는 사람들 위에 꽃가루를 흩뿌렸다. 이대로 저지하지만 않으면 헹가래까지 할 기세였다.

 

 엘프들은 꼭 북쪽의 김씨왕조 돼지 삼형제를 찬양하는 이들처럼 무섭도록 비토르를 찬미했다.

 

 "너, 여기서 꽤 높은 위치구나."

 

 "훗. 이제 내 진가를 알겠어?"

 

 진희는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비토르는 진지하게 받아쳤다. 매번 진희한테 무시 당하다가 찬양소릴 듣고 자존감이 회복된 모양이다.

 

 그런데 문득 축제분위기가 사그라들었다. 일순 적막해지더니 진희와 엘레스를 알아본 엘프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인간?"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렇지 큰 키와 특이한 귀 빼고 서로의 외모는 비슷하다.

 

 비토르만 후계자의 표식때문에 특이한 경우지, 대부분 엘프들은 뽀얀피부였고 몸에서 솟아난 별다른 부산물이 없었다.

 

 어린 엘프들은 소리지르면서 저 멀리 도망갔고 성인 엘프들은 경계하는 빛으로 노려보았다.

 

 엘프의 숲이 조성된지 처음으로 발을 들이는 인간들의 존재에 다들 배타적인 시선을 보냈다.

 

 비토르는 싸늘해진 분위기를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무슨 일이냐?"

 

 준엄한 목소리가 비토르의 말허리를 뚝 끊었다. 목소리 톤만 들어도 고집있는 성격이라는 굿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엄격한 어조였다.

 

 진희 일행의 주변에 모여있던 엘프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면서 길을 터주었다.

 

 "장로 할배..."

 

 비토르는 못된 짓하다가 걸린 천덕꾸러기의 표정으로 겸연쩍게 웅얼거렸다.

 

 진희에게 귀딱지가 얹힐만큼 전해들은 엘프 장로는 보통 노인네와 다를바 없었다.

 

 간달프처럼 하얗게 센 긴 수염이 멋들어지게 흔들거렸고 칙칙한 색깔의 후드 사이로 삐죽 가느다란 귀가 튀어나왔다.

 

 연륜이 느껴지는 금안은 진희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네가 그 소드마스터군."

 

 "아, 예. 안녕하세요."

 

 진희는 동방예의지국 출신으로서 꾸벅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엘프장로의 눈매가 서늘하게 휘어졌다.

 

 "그래. 소드마스터가 아우스테르까지 왔으면 드래곤이나 때려잡을 것이지, 그 귀한 시간을 쪼개고 여기까지 행차한 이유가 무엇이지?"

 

 꼬장꼬장한 그의 말 사이에는 가시가 박혀있었다. 비토르는 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낼름 대답했다.

 

 딱히 진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위기를 무마해서 나중의 잔소리를 줄여보려는 수작이었다.

 

 "정령왕이랑 계약할거래요."

 

 술렁술렁!

 

 엘프의 숲에 들어가기 전처럼 요란한 소란이 일었다. 진희를 숲에 데려온 장본인인 엘프 삼총사들은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엘프 장로는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후드가 펄럭이게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

 

 

 

 장로를 따라 들어간 곳은 굵은 나무기둥을 파서 만든 집이었다.

 

 여러모로 환경 친화적인 집이다 보니 아늑하고 몸이 저절로 노곤해졌다.

 

 엘레스는 자신이 엘프의 슾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지 연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것저것 보느라 목이 360도 돌아갔다.

 

 나무집 안에 나선형의 목재 계단을 올라가자 통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8인용 식탁과 의자 있었다.

 

 장로가 먼저 가운데 자리에 앉았고 나머지 일행들도 엉거주춤 따라 앉았다.

 

 수행원으로부터 뜨거운 차를 받은 장로는 한모금 입에 차를 머금고는 후- 한숨을 쉬었다.

 

 "기어코 속세로 떠나겠다고 해서 보내줬더니사고를 치는구나."

 

 "하하..."

 

 장로는 비토르를 주름진 눈으로 꾸짖었다. 비토르는 지은 죄를 부정할 생각은 없는지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움츠러들었다.

 

 "내가 보기엔 비토르는 거짓말을 할 위인이 아니지. 소드마스터 코즈니, 그래서 정령계로 가시겠다고?"

 

 나무집의 장식들을 신기하게 둘러보던 진희는 제 이름이 호명되자 불에 덴 듯이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아? 네! 그래서..."

 

 "무슨 권리로?"

 

 "네?"

 

 장로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엘프의 숲이 생겨난 이래로 이곳에 인간이 발을 들인 적은 전무하다. 소드마스터라 할지언정 이곳은 우리들의 터전이며, 우리들의 성역을 맘대로 헤집을 권리는 더더욱 없다."

 

 엘프 장로는 보기보다 완강했다. 어쩐지 순순히 자기 집 안까지 데려와주나 했다. 비토르는 '쳇' 작게 투덜거리며 혀를 날름 삐죽였다.

 

 "네 놈도 잘한거 없다. 내가 왜 빨리 호출했는지 아느냐? 네가 이런 짓을 저지를 줄 잘 알고서야!"

 

 감정이 격양된 장로는 실실거리는 비토르에게 고함을 질렀다. 늘 웃는상인 비토르는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됐다. 일단, 소드마스터. 그대는 무슨 정령을 다룰 수 있지?"

 

 장로는 기대도 안 하는 표정으로 의례상 질문을 던졌다.

 

 소드마스터가 정령을 부린다는 사실도 놀라울 법하지만 일단 돌려보내는게 급선무인 그로서는 기준치가 낮아져서 끽해봐야 한둘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부 다요."

 

 "뭣, 뭣이?"

 

 "여덟 마리요."

 

 "헛소리하지 말아라!"

 

 "정말인데요."

 

 "......."

 

 꼭 눈으로 보아야 믿는 이 믿음 약한 자들을 위해 진희가 친절하게 모조리 소환했다. 좁아터진 나무집에 정령들이 꽉꽉 들이차면서 안 그래도 숨막히는 분위기가 더욱 가중되었다.

 

 처음 만나서 본 엘프 세마리들은 다시봐도 놀랍다는 눈빛이었다.

 

 엘프 장로도 넋놓고 보다가 고개를 털었다.

 

 "거참...이거 놀랍군. 엘프도 힘든 4대 정령을 인간이 소환하다니."

 

 "그...그럼!"

 

 "좋다. 자격이 있으니 정령계의 문을 여는 것을 윤허해주지."

 

 진희는 물론 엘레스와 비토르의 표정도 다같이 환해졌다. 철벽치는 스킬이 만만치 같았던 장로가 한순간에 벽을 허물어버렸기에.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 때문에 한사람의 기대는 푸슈슈 사그라들었다.

 

 "단, 네 놈이 더 이상 같잖은 유희를 그만둔다는 조건으로."

 

 ...바로 비토르였다.

 

 인간을 동경하는 비토르의 성격이 애초에 아니꼬웠던 그는 진희의 일과는 별개로 비토르에게 조건을 걸었다.

 

 비토르 입장으로는 길가다가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었다. 그는 장로의 명을 물리기 위해 팔다리를 동원해서 변명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건 안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네 놈이 인간과 어울리는 것을 그만두게 할 것이다."

 

 "말도 안돼! 내가 가만히 당할 것 같아?"

 

 비토르는 탕소리나게 탁자를 치며 스프링처럼 튀어올랐다. 장로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피식 웃었다. 그는 진희를 턱짓으로 가리키면서 조소를 흘렸다.

 

 "그럼 저 인간에게 불이익이 가겠지."

 

 "......"

 

 "이제 너도 어엿한 성인이 아니냐. 알맞은 혼처도 구해놨으니 종족의 발전을 위해 힘을 쓰거라."

 

 장로가 말한 '종족의 발전'의 뜻이란 얼른 아이를 씀풍 낳으라는 의미였다.

 

 의도치 않게 원치않는 결혼과 유희금지령이 내려진 비토르는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비유하자면 정략결혼에 게임금지령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격인 비토르는 긴 시간 고민하다가 억지로 끄덕였다.

 

 "...알겠어."

 

 "잘 생각했다."

 

 비토르가 순순히 따르자 장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분이 좋은 듯, 차를 원샷하더니 진희에게 손짓했다.

 

 "축하한다. 역사상 두번째로 정령왕 계약자가 될 기회가 온 것을."

 

 장로는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나선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보아하니 아까처럼 따라오라는 눈치였다.

 

 진희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풀 죽은 비토르에게 소곤거렸다

 

 "정말 괜찮은거야? 괜히 나때문에 피해본거 아냐?"

 

 비토르는 처연하게 눈매를 호선으로 휘었다. 늘 발랄한 감초역할을 하던 그가 슬픈표정을 짓는게 어색했다.

 

 "괜찮아. 어차피 너가 아니었어도 할배 성격이라면 언젠가는 했을 말이야."

 

 "그래도..."

 

 "걱정마. 저 할배도 늙어서 300년 정도만 참으면 되니까."

 

 빨리 할아버지가 늙어죽길 바라는 패륜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둘 중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

 

 300년이란 시간은 인간이 버티기엔 긴 시간이니까. 이제 다시 볼일이 없고 영원한 이별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무거워진 마음 때문에 장로를 따라 집 밖으로 나올 때까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장로는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 엘프의 숲 중심부로 발을 옮겼다. 숲의 중심부로 갈 수록 저릿저릿한 파동이 진희의 몸을 간질였다.

 

 장로가 발걸음을 멈추자 덩굴로 된 원형 테두리 위로 많은 힘이 응집 되어있는 커다란 빛무리가 모여있었다.

 

 평범한 빛처럼 보여도 차원의 경계인지라 섭리를 거스리는 힘들이 모여있어 제대로 숨 쉬기도 힘들었다.

 

 엘프 장로는 진희에게 몸을 돌려 눈짓으로 빛을 가리켰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 곳을 넘으면 바로 정령계이다. 부디 계약이 성사되기를 빌지."

 

 정말로 계약하길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장로는 사탕발림을 마치고는 일보 뒤로 물러섰다. 반면 진희는 천천히 차원의 경계로 다가갔다.

 

 금빛을 뿜어내는 차원의 경계는 장엄했지만 동시에 위험해보였다.

 

 '이거, 저번처럼 감전되지는 않겠지?'

 

 한번 차원을 넘어간 전적이 있는 진희는 안 좋은 추억에 몸서리를 쳤다. 진희는 들어가려고 손을 뻗다말고 비토르에게 할말이 있어서 돌아섰다.

 

 "고마워."

 

 비토르는 수줍게 끄덕였다. 진희는 괜시리 훈훈해지다 말고 조용한 엘레스를 쳐다보았다.

 

 "너는 안 가?"

 

 "자격이 되는 자만 정령계에 들어갈 수 있다."

 

 장로 옆의 수행원 엘프가 기계처럼 사무적인 어조로 답했다. 진희는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그래도 엘레스까지 인사를 마치자 거리낌없이 차원의 경계로 몸을 던졌다.

 

 동시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압박과 함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SF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웜홀처럼 빛으로 이루어진 원통형의 통로를 지나자 일순 압박이 사라지고 통로가 뚝 끊겼다.

 

 "윽!"

 

 미끄럼틀처럼 떠내려가던 진희는 땅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높지 않은 높이였지만 허리가 끊어질 법한 통증이 찾아왔다.

 

 "아야야..."

 

 저릿한 연골을 문지르다 보니 문득 청명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책속에서나 보던 뽀샵질로 미화된 휴양지처럼 하늘은 말도 안 되게 푸르고 청명했다.

 

 하늘 중간중간에는 조그만 섬모양의 땅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까 새삼 여기가 정령계라는 것을 실감했다.

 

 고개를 중간 정도로 내리니 색색의 아기자기한 꽃들이 융단처럼 잔디밭에 깔려있었고 각자 좋은 향기를 뿜어 냈다.

 

 꽃밭 중간에는 고래처럼 물이 시원하게 뿜어져나오는 3단 분수대가 호수 위에 둥둥 떠다녔고 분수 테두리에는 금은으로 장식된 횃불이 붉은 불꽃을 뿜어내며 진열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개미 떼들처럼 여러 마리의 4대 정령들이 풀밭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횃불 아래에 딱 달라 붙어있는 살라만드라와 하늘을 날아다니며 놀고 있는 피닉스와 진 등.

 

 그야말로 꿈 속에서나 보던 동화세계.

 

 얼떨떨하게 평화로운 정경을 눈에 담던 진희는 순간 잔디밭 가운데에 터져나오는 빛을 발견하고는 호흡을 멈췄다.

 

 정령들과 분수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위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4개의 황금 의자가 분수 앞에 일렬로 나타났고 그 길따라 레드카펫이 쫙 깔렸다.

 

 먼거리여서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황금 의자 위에는 사람의 형체가 앉아있었다.

 

 호기심에 연말 연기대상 수상자처럼 레드카펫을 따라걷던 진희는 황금의자 쪽으로 가까이 가자마자 앉아있던 이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바로 정령왕들.

 

 희미한 미소였지만 무료함에 지치다 못해 지독하게 아련한 그것이었다. 그들은 앞에서 머뭇거리는 진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와. 정령계는 처음이지?"

 

 

 

 ****

 

 

 

 "왜 순순히 인간의 요구를 들어주셨습니까?"

 

 본인 집으로 돌아온 장로에게 복면을 찬 수행원이 무례함을 무릅쓰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까와는 달리 집 안에는 수행원을 제외하고는 장로 홀몸이었다. 엘레스는 비토르 집에 보내고는 알아서 머무르라고 지시했기 때문.

 

 장로는 수하의 무례한 행동에도 토를 달지 않고 끌끌 소리내었다.

 

 "왜냐고?"

 

 장로는 차주전자를 집어들고 찻잔 위에 콜콜 따라냈다. 후룹, 한모금 차를 머금은 장로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소드마스터의 요구는 함부로 거절하기에는 부담이 크지. 게다가 알아서 사라져 주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지 않나."

 

 "사라지다니요?"

 

 장로는 찻잔을 들면서 벽난로를 뜨겁게 달구는 살라만드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쉴새없이 불똥을 토해내는 살라만드라는 주인에게 재롱을 떨고 싶은 눈치였으나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나 또한 4대 정령을 소환했다. 하지만 정령왕들께선 내 부름에 답하는 대신 모질게 쫒아내셨지. 하물며 하찮은 인간에게도 계약을 시켜주실리가 있겠는가?"

 

 수행원은 질문에 대한 장로의 답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뭔가 부족한 눈치였다. 장로는 계속 기괴한 음성으로 웃었다.

 

 "이쪽에서 문을 열지 않으면 정령계에서 빠져나오기란 어렵다. 우리 입장에선 소드마스터도 제거하고 일석이조."

 

 "그럼 나머지 인간은..."

 

 장로는 찻잔을 딸칵 내려놓고는 주먹을 콱 그러쥐었다. 마지막까지 불똥을 토해내던 살라만드리는 그대로 투명해지면서 사라졌다.

 

 어둠이 내리앉은 방에는 장로의 금안만이 허공에 둥둥 떠다녀 으스스하게 빛났다.

 

 "오늘 밤, 비토르 몰래 죽여라. 인간 주제에 엘프의 숲을 온 것만으로도 과분하지."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복면을 눈밑까지 올리고선 나머지 부하들과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작가의 말
 

 정령계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 이여. 나는 모든 정령을 굽어살피는 깨우친 임금, 정령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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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참 쉽죠? 2017 / 12 / 15 272 0 5430   
32 32. 지옥훈련? 2017 / 12 / 15 270 0 4810   
31 31. 지옥훈련(2) 2017 / 12 / 15 246 0 4979   
30 30. 지옥훈련(1) 2017 / 12 / 15 246 0 4535   
29 29.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2017 / 12 / 15 247 0 4092   
28 28. 수업은 개나 줘(2) 2017 / 12 / 15 238 0 4680   
27 27. 수업은 개나 줘(1) 2017 / 12 / 15 250 0 5593   
26 26. 스쿨홀릭(3) 2017 / 12 / 15 235 0 5175   
25 25. 스쿨홀릭(2) 2017 / 12 / 12 260 0 6164   
24 24. 스쿨홀릭 (1) 2017 / 12 / 12 256 0 4252   
23 23. 아무도 날 막을순 없어 2017 / 12 / 12 262 0 5879   
22 22. 차원의 검 2017 / 12 / 12 253 0 4979   
21 21. Game Over 2017 / 12 / 12 273 0 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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