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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38. 응 아니야
작성일 : 17-12-15 15:47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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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숨이 턱까지 차오른 엘레스는 무릎을 짚으며 헐떡거렸다. 그에 반해 가벼운 조깅이라도 한 것처럼 멀쩡한 모습의 비토르가 가만히 기다려주다가 의문을 제기했다.

 

 "무슨 수라도 찾은거야?"

 

 엘레스는 아무 대꾸도 없이 귀족전용 vip석의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vip석의 입구를 지키던 문지기는 딴생각하다가 경계태세를 갖추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곳은 일반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문지기는 필히 엘레스의 어린 외형과 칙칙한 겉옷을 보고 길을 잘못 든 평민 꼬마라고 억측을 한 것이다.

 

 엘레스는 낮게 목소리를 깔으며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무엄하구나. 나 또한 귀족이니 여기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평소 맹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그의 현재 모습에 비토르는 속으로 휘파람을 불렀다.

 

 문지기는 여전히 두사람을 경계했다.

 

 "네가 귀족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무례한! 나는 하인츠 가의 공자, 엘레스 인트라베룸 폰 하인츠다! 썩 길을 비켜라!"

 

 엘레스는 험상궂게 고함을 쳤고 문지기는 똥 씹은듯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뒤의 사람은 누구요?"

 

 당당한 엘레스의 행태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지기는 살짝 말을 높였다.

 

 "이 자는..."

 

 엘레스는 잠시 뒤를 바라보더니 다시 문지기를 쳐다보았다.

 

 "내 시종이다."

 

 '뭐라고?!'

 

 비토르는 욕이 튀어나올 뻔한걸 억지로 삼키며 와락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한시가 급해도 그렇지, 고귀한 엘프 후계자를 보고 친구라고는 못할 망정, 시종이라 한 모욕은 역시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그게..."

 

 "들어가시오."

 

 비토르나 신분을 정정하려던 찰나에 문지기가 vip석의 나무문을 열어주었다.

 

 엘레스는 다시 비토르의 손목을 붙잡았고 비토르는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나무문이 탁 닫히자 불만을 토로했다.

 

 "야!!! 시종?시종이라고? 너 미쳤냐?"

 

 "시끄러. 여기선 정숙해야돼."

 

 비토르는 '내가 지금 정숙하게 생겼냐?'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담으며 이마에 참을 인자를 새겼다.

 

 여기저기 떠돌던 엘레스의 발걸음이 멈춰서고 그들의 앞에는 귀티가 제법 흐르는 한 사내가 전망좋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디그나티오 황자님."

 

 황자는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다가 엘레스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상체를 틀었다.

 

 "오! 엘레스 군. 오랜만이네."

 

 그도 대충 상황을 들은 터라 힘없는 어조로 얘기했고 엘레스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진희가 그와 관계된 인물이라 걱정되기는 매한가지였나보다.

 

 엘레스는 무어라 말 한마디 없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촉촉한 눈으로 마지막 희망, 황자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마치 그의 도움만 있다면 간이고 쓸개고 모조리 빼줄 수 있다는 모습으로.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청을 드립니다. 제발 제 마스터를 도와주십시오."

 

 엘레스는 아예 바닥에 넙쭉 엎드려 절까지 했다.

 

 비토르는 자신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엘레스에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혼자 서있기 어색했는지 슬금슬금 따라서 주저앉았다.

 

 

 

 

 ****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황도청 지하감옥.

 

 주로 악랄한 죄질의 강력범죄자가 수감되어있는 이 곳의 한 독방에 진희가 갇혔다.

 

 불과 3시간 전.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화려한 검무를 보이던 영웅은 허무하게도 그 짧은 시간 안에 몰락해버렸다.

 

 다행히 아직 재판과 형이 진행되지 않아서 임시로 독방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지만 진희의 심정은 너무나도 착잡했다.

 

 평생 큰 죄 하나 저질러 본 적도 없는 꼬마가 그깟 남장했다고 이딴 취급을 받다니...

 

 진희는 참담한 표정으로 빠드득 이를 갈았다.

 

 '역시 단장이 맞았어.'

 

 무슨 일로 황도에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운도 지지리도 없다.

 

 하필 길가에서 마주친 그 많고 많은 인간 중에 그딴 놈을 만나다니.

 

 '그냥 내 운명이다...'

 

 진희는 휘유우- 자조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난 여기서 나갈 수는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정령을 부르던지 검기를 이용해 감옥을 부술 수는 있다.

 

 하지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독방을 떡하니 지키는 병사들의 감시를 피해서 조용히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에 특별감시대상 신분인 진희가 여기서 깽판을 친다면 하인츠 후작가만 곤란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사면조차 못 받을 수도 있다.

 

 진희는 벌러덩 드러누워 때가 잔뜩 낀 돌천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오물이 그득한 악취, 오랜 시간 갇혀서 실성한 자들의 미친 소리.

 

 그리고 여기서 죽은 자들의 귀기.

 

 장난 많은 귀신들은 진희의 본질을 알아채고선 귀찮게 추근거렸다.

 

 옆에서 모기처럼 뭐라뭐라 웅얼대는 통에 귀가 간지러운 진희는 모기를 쫒아내듯이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귀신들은 까르르 비웃으며 창살너머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면서 큰 바람 한줄기가 진희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때, 철컹이는 금속성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몇 명의 병졸이 진희의 독방 앞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감정이라곤 1그램도 없는 무표정으로 찰칵 열쇠를 구멍에 맞물리더니 독방의 철창살문을 열어주었다.

 

 "그대에게 면회가 왔소."

 

 비록 지금은 처지가 그리 좋진 않지만 병사들의 말투에선 소드마스터를 향한 경외심이 알게모르게 묻어나왔다.

 

 병졸들은 진희의 두 팔을 붙잡고는 감옥을 빠져나왔다.

 

 면회실은 황도청의 지하감옥에 바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했다.

 

 병사들을 따라서 면회실의 나무문을 여니 세사람이 앉아서 진희를 맞이했다.

 

 병사들은 진희를 탁 놓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5분의 시간을 드리겠소. 그 이후로는 바로 즉결심판이 진행되오."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음성으로 병사는 선포를 하고서는 면회실 문을 소리나게 닫았다.

 

 쾅!

 

 "마스터!"

 

 엘레스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진희를 껴안았다. 진희는 움찔했지만 짧은 시간동안 마음고생했던 터라 굳이 말리진 않았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여기. 이분께서 도와주셨어."

 

 진희가 의자에 앉다가 그제서야 낯선 존재를 확인했다는 듯, 찬찬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에는 바짝 경계했던 진희에게 깨달음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황자...님?"

 

 엘레스의 설명에 의하면 황자는 처음에 자신이 추천한 인재가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이 열광했지만 진희가 여자라는 사실을 아니까 살짝 난처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인권이 낮은 여자의 신분으로 감히 규율을 위반했으나 애초에 자신이 아카데미에 신분을 사내로 적어놓은 것이 모든 일의 원흉.

 

 황자는 머리털 빠지게 고민하다가 때마침 vip석으로 찾아온 엘레스의 청을 듣은 후, 흔쾌히 발 벗고 나서주었다.

 

 후덕한 인상의 디그나티오 황자는 윤기나는 수염을 매만지며 지엄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 말하기에 앞서 소드마스터가 된 것을 축하하네."

 

 찌릿. 순한 눈매를 가진 황자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허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자초지종 설명은 전에 들어서 딴말 필요 없네. 굳이 왜 위험을 무릅쓰고 남장을 했는가?"

 

 "하...하하...."

 

 진희는 엘레스의 팔을 떨궈놓으며 김빠지게 웃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에 여기서 어설픈 거짓말을 꾸며내봤자 황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땡이다.

 

 진희는 단순하게 딱 한마디로 설명했다.

 

 "아우스테르 대륙에 가기위해서 입니다."

 

 "뭐라? 어찌하여..."

 

 황자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황자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자의 신분으로 간도 크게 대륙법에 도전한 것이다.

 

 "그대의 강함은 내가 직접 보아서 잘 알겠네. 자네라면 아우스테르에 던져놓아도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대륙법을 위반한 행위는 내가 어찌 손 쓸 도리가 없네."

 

 "...네?"

 

 최후의 카드였던 황자마저 도움을 주길 거부하자 엘레스는 다급하게 물었다.

 

 황자는 낭패라는 표정으로 '허허...' 실소를 지었다.

 

 "단순히 승급심사 규칙을 위반한 행위라면 황자의 권위를 내세워서 어찌 묻어갈수는 있다. 하지만 대륙법이라면 다르다."

 

 황자의 논리는 이거다.

 

 제국 내에서 적용되는 규율이라면 비난은 피하지 못할 지언정 황자의 빽으로 무혐의 처분은 받을 수 있지만 대륙법은 제국 외에 여러 연합왕국이 합의를 보아 만든 법.

 

 제국 외에도 보는 눈이 많아서 황자의 힘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제국이 베스페라 대륙의 패권을 쥐고 있지만 진희의 죄는 명분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대신에 형은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얼마나요?"

 

 "20년 형으로."

 

 기대한게 잘못이다. 형을 줄일 수 있다기에 눈을 반짝였지만 여전히 터무니 없는 형량에 엘레스는 다시 풀이 죽었다.

 

 면회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뾰족히 떠오르지 않는 묘안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있어."

 

 거의 면회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 침묵을 깨트린건 역시 비토르였다. 그의 말에 황자, 엘레스, 진희 모두 동시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토르는 싱긋 웃으며 꼬아놓은 팔과 다리를 풀었다.

 

 "내게 생각이 있다구."

 

 

 

 ****

 

 

 

 "소드마스터 코즈니의 즉결심판을 시작한다."

 

 황도청 밖의 마당.

 

 높은 단 위에 성치된 살벌한 교수대에 진희가 포박이 된 채로 무릎을 꿇었고 그 옆엔 종이와 펜을 든 판사와 서기관이 서있었다.

 

 전례없는 소드마스터의 심판에 여러 군중들은 우글거리며 수군수군 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나 말이야."

 

 "조용!"

 

 한 병사가 소리높여 소란을 잠재웠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차츰 잦아들자 판사가 포박된 진희를 향해 말했다.

 

 "소드마스터 코즈니. 그대는 성별을 속이고 아카데미에 무단입학, 대회출전 혐의로 피소되었다."

 

 웅성웅성!

 

 판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군중들은 눈에 불을 켜며 다시 수군거렸다.

 

 "성별을 속였다고?"

 

 "그렇다면 저 자가 계집이라는 거야?"

 

 병사는 높이 손을 들어서 다시 그들을 제지했고 판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최후의 변론을 하기에 앞서, 증인의 말을 먼저 듣겠다."

 

 그 때, 한 사내가 단 위로 올라오더니 답답해보이는 회색후드를 벗었다.

 

 후드를 벗은 뒤 드러나는 사내의 금발은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모두들 그의 수려한 외모에 탄복했지만 진희에게는 이 세상 그 어떤 마물보다 추해보였다.

 

 단장은 추잡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상은 했다만...'

 

 진희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증인은 당연하게도 하인츠 가의 전 기사단장이었다. 그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고소하다는 듯 진희의 추한 꼴을 감상했다.

 

 "예. 저는 예전에 지금은 후작위의 하인츠 자작가의 기사단장으로 있었습니다."

 

 단장은 말하다가 진희 뒤편에 서있는 엘레스와 눈이 마주쳤다. 엘레스는 이글이글 분노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단장은 섬뜩한 그의 눈빛에 움찔거리다가 두고보자는 표정으로 응수해주었다.

 

 "제가 불명예스럽게 해임이 되던 날, 한 계집이 집사의 손에 이끌려서 오더군요. 그 계집의 뻔뻔함에 서로 결투를 하였고 결투가 끝나던 때에 미처 제 공격을 피하지 못한 저 계집의 머리는 단숨에 잘려나갔습니다."

 

 묘하게도 단장은 진실에 살짝 거짓말을 섞어서 은근히 자신의 패배사실을 숨길 뿐만 아니라 책임까지 회피했다.

 

 그는 교활하게 입을 말아올리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자작가에서 해임이 된 이후로 황립기사단을 지원하러 황도를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승급시험에 소드마스터가 출전한다는 소식에 호기심에 동해서 구경하러 갔더니..."

 

 그는 진희를 삿대질 하면서 말했다.

 

 "그날 제가 본 계집과 소드마스터와 얼굴이 똑같더군요."

 

 판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깃펜으로 마구 갈겨썼다.

 

 "그대가 계집이란 사실을 인정하는가?"

 

 판사는 어느새 단장에게 설득되어 납득이 간 표정으로 질문했다. 진희는 당당해게 끄덕였다.

 

 "네."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승급시험은 제아무리 계집이라도 여인의 몸으로 입학과 신청이 가능하다. 그대가 굳이 남장까지 해서 무단입학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건 내 잘못도 있네."

 

 긴장감있는 분위기를 깨트리고 단 위에 등장한 이는 디그나티오 황자였다. 그는 여러 시종들을 대동하며 판사 앞에 걸어나왔다.

 

 단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인 황자의 등장에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디...디그나티오 황자 전하..."

 

 판사 또한 그의 변호가 의외라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의 손에 잡힌 깃펜이 사시나무처럼 달달 떨렸다.

 

 황자는 담담하게 진희의 변론을 해주었다.

 

 "내가 저 아이를 처음 본게 스켈레스 공작의 난 당시, 마물이 이미 쓰러진 이후의 지하실이었네. 그때는 어두컴컴해서 내가 사내라 오인를 했고 아카데미 추천서에 사내라고 적어버렸지. 그러니 저 아이에게 아무쪼록 선처를 바라네."

 

 황자의 비호에 진희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었다.

 

 단순히 소드마스터인줄 알았는데 요즘 대륙의 핫이슈였던 공작의 난을 진압했던 장본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더 말할 것도 없이 주변은 요란스러워졌다.

 

 끝까지 황자의 반론을 들으며 붉그락푸르락 했던 단장이 체면도 버리며 판사에게 한이 맺힌 목소리로 짙게 호소했다.

 

 "하...하지만 그게 선처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저 계집은 분명 자신의 신분을 정정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고 굳이 승급시험까지 사내라고 속일 이유는 더더욱 없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황자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승급시험까지 성별을 속인 점은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피고는 위험을 감내하며 굳이 사내라고 속여 출저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때, 엘레스가 손을 번쩍 들며 변론했다.

 

 "이미 소드마스터가 남자라고 알려졌는데 여자라고 하면 사회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을 고려해..."

 

 "판사께선 피고에게 질문하셨으니 자중하십시오."

 

 단장은 괘씸하게 엘레스의 말허리를 끊었다. 다시 엘레스의 눈동자에선 불똥이 튀겼다. 진희는 잠시 말하기를 망설였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스테르 대륙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시오."

 

 진희는 느긋한 자세를 취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우스테르 대륙으로 가는 여행증은 남자 기사들에게만 발급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갈 수 없으니 이렇게 속인 것입니다."

 

 단장은 거 보라는 듯이 아주 입꼬리가 귓가로 승천할 지경이었다. 아예 알아서 자폭해주는 멍청한 년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엄한 대륙법은 그 누구도 어길수 없는 법. 알고서도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그대의 죄는 더욱 무겁도다."

 

 판사는 더 볼것 없다는 듯이 깃펜으로 무언가를 쓱쓱 적었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계집의 몸으로 아우스테르 대륙에 가는 것을 시도하는 행위는 엄연한 대륙법 위반. 소드마스터 코즈니는 대륙법 위반한 혐의로 사..."

 

 "잠깐만요."

 

 비토르는 이제껏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가 판사가 선고를 시작하자 손을 들었다. 판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지금 선고를 내리는 중이니 끊는건 자중하시게."

 

 "그게 아니라요, 만약에 대륙법 위반행위가 아니라면?"

 

 "그게 무슨 궤변인가?"

 

 판사는 터무니 없는 비토르의 말에 저절로 언성이 높아졌다. 비토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여자의 몸이어도 아우스테르 대륙엔 갈 수 있잖아요?"

 

 비토르의 최후의 변론에 교수대 주변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판사는 신음하는 소리를 내다가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정령왕과 계약할 자격이 충분한 자는 계집이라도 갈 수는 있지. 허나 저 자는 정령술사가 아니지 않는가?"

 

 판사는 재판시간이 길어지자 달갑지 않은 투로 뇌까렸다.

 

 비토르와 판사의 말대로, 비록 여인의 몸이어도 아우스테르에 건너갈 자격이 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단 한가지 존재한다.

 

 바로 정령왕과 계약하러 갈때.

 

 일반 소정령이니 정령들과는 달리 정령왕의 힘을 빌리려면 소환을 못하고 직접 정령계로 가서 계약을 해야한다.

 

 비록 정령이지만 정령왕도 엄연한 왕.

 

 막강한 힘이 있다 한들 한나라의 국왕에게 오라가라 감히 명령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니 사실상 이거는 아예 여자가 그곳으로 가려는 생각을 단념하라는 이야기이다.

 

 소정령 외에 적어도 정령 두마리 이상을 소환해야 정령왕과 계약할 자격이 되는데 인간의 몸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령을 소환하는 경우가 엘프의 후손이 대다수라 이들은 굳이 대륙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여태껏 이런 방법으로 여자가 건너간 선례는 전무했다.

 

 단장은 무슨 꿍꿍이가 있어보이는 비토르의 말에 그를 다급하게 꾸짖었다.

 

 "그게 무슨 논리인가? 제 아무리 정령술사라고 쳐도 겨우 소정령 하나 소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만회하려는 심사면 당장 관두거라."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는게 낫죠."

 

 비토르는 단장의 쓸데없는 집착증에 멸시하는 어조로 대꾸하고 뒤는 진희보고 알아서 하라는 듯이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진희는 단장을 보고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것이 제 최후의 변론입니다."

 

 '설마...'

 

 심상치 않은 그녀의 조소에 단장은 오소소 소름이 돋으며 오한을 느꼈다. 진희의 손에서는 순수한 대자연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눈을 감은 채로, 진희는 정신을 집중하며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살라만드리, 피닉스, 닉시, 네레이드, 진, 제피루스, 테라, 가이아..."

 

 허공에서 칼바람이 휘몰아치며 대지가 갈라져 솟아올랐다.

 

 주변에 물가조차 없는데 많은 양의 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고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에 단장은 물론 판사, 서기관, 병졸, 군중들 너나할 것 없이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진희가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이적을 바라보았다.

 

 진희는 번쩍 눈을 뜨며 자신의 마지막 변론을 마무리 지었다.

 

 "모두 다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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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지옥훈련(2) 2017 / 12 / 15 246 0 4979   
30 30. 지옥훈련(1) 2017 / 12 / 15 245 0 4535   
29 29.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2017 / 12 / 15 246 0 4092   
28 28. 수업은 개나 줘(2) 2017 / 12 / 15 237 0 4680   
27 27. 수업은 개나 줘(1) 2017 / 12 / 15 249 0 5593   
26 26. 스쿨홀릭(3) 2017 / 12 / 15 235 0 5175   
25 25. 스쿨홀릭(2) 2017 / 12 / 12 260 0 6164   
24 24. 스쿨홀릭 (1) 2017 / 12 / 12 256 0 4252   
23 23. 아무도 날 막을순 없어 2017 / 12 / 12 261 0 5879   
22 22. 차원의 검 2017 / 12 / 12 252 0 4979   
21 21. Game Over 2017 / 12 / 12 273 0 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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