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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12편 - 감기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2-15 10:55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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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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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란 무엇인가. 그리 대단한 질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정복해 세상에서 박멸할 수 있는가하면 또 그렇지는 않은 대단한 질병이 감기다. 애초에 감기는 하나의 원인으로부터 발생하는 하나의 증상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거니와, 여러 증상을 뭉뚱그려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아리아네 군도는 내륙에 위치한 왕국에 비하면 인구나 산업 규모 등등에서 모두 뒤처졌으나, 의료에 있어서는 밀리지 않는 자신감이 있었다. 특히 외상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는 그 수준이 높았는데, 과거 마왕군과의 전투가 잦았던 일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맥락이 맞지 않는 문단이 둘이나 이어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각종 질병과 상처를 다루는 데에 이골이 난 아리아네 군도에서도 감기의 원인은 명확하게 잡아내지 못했다. 그만큼 예방법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 어쩌다 보니, 조심하지 않아서, 밤에 잘 때에 옷을 얇게 입고 잤거나 잠결에 이불을 걷어찬 것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감기의 원인이었다.

 

  어쨌든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에, 감기에 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거기서부터 면역체계의 혼란에 이르기까지 지식이 축적되지는 않았으나, 본능적인 감각이 섞여 사람들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베이커가 녹색 머리를 쫓는 것에서부터 갑작스레 감기에 대한 것으로 이야기가 달라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베이커가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한참을 떠다니다가 겨우 엘리제와 어부에 의해 목숨을 건져 배에 오른 때문이다. 그 전까지 있었던 일은 이렇다.

 

  베이커는 급한 마음에 사람들을 밀치면서 녹색 머리를 쫓았다. 녹색 머리는 자신이 쫓기는 줄도 모르고 여유롭게 걸었기에 쉬이 베이커에게 붙잡혔다. 베이커는 팔을 붙들고 남자에게 말했다.

 

  “가, 가방. 가방 돌려줘요.”

 

  남자는 자신을 보는 주변 시선을 보고, 베이커를 보고, 자신이 들고 있는 가방을 보았다. 그렇게 차례차례 시선을 옮길 때마다, 베이커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그런 뒤에 남자는 한숨을 쉬고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에는 붙잡혔으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겠다는 따위의 기척은 전혀 없었다. 그는 요란스레 손을 움직이더니 발로 베이커를 걷어차고 곧장 뒤돌아서 내달렸다. 베이커는 잠시 주춤하다가 균형을 잡고 남자를 뒤쫓았다.

 

  길이 익숙하지 않음에도 베이커는 어렵지 않게 남자를 따라갈 수 있었다. 7년 동안 거친 교육을 받은 덕에 숨이 차지도 않았다. 끝내 남자는 바다를 접한 막다른 길에 놓여 발을 멈췄다. 평범하게 발을 담글 수 있는 해안가는 아니었고, 발을 헛디디면 허공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다 깊은 바다로 빠질 곳이었다. 키세 섬의 지형을 따졌을 때 흔치 않은 절벽이기도 했다. 어쨌든 거기 서서 남자는 입을 비죽였다.

 

  “이렇게 몰릴 줄은 몰랐는데.”

  “가방만 돌려주면 날 속인 건 용서하지.”

  “용사한다고? 말은 똑바로 하자고. 나는 손버릇 나쁜 녀석들이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했어. 먼저 경고를 했다고.”

  “쓸모없는 얘기하지 말고 어서 가방을 돌려줘. 더 도망칠 곳도 없으니까.”

 

  베이커가 천천히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니 남자가 가방을 바다 쪽으로 스윽 내밀면서 말했다.

 

  “별 것도 없던데 이 가방이 그렇게 소중해? 뭐, 도시락은 맛있게 먹었어. 자, 진정해. 계속 다가오면 이 가방 던져버릴 테니까. 그걸 바라지는 않겠지?”

 

  베이커는 머릿속으로 남자에게 다가가 그를 제압하고 가방을 뺴앗는 상황을 그렸다. 몇 걸음이면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비틀어 꺾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남자가 손뼉을 치며 베이커의 주목을 끌었다.

 

  “무슨 생각해?”

 

  베이커는 남자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발을 뗐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은 남자에게도 분명하게 보였다. 그러나 보는 것과 반응하는 것은 다른 문제여서, 베이커가 허벅지 근육을 튕기며 달려드는 것을 막아내진 못했다. 남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베이커가 주먹이나 발을 휘둘러 그를 치는 일은 없었다. 베이커는 오직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고 끝내 손에 쥐었다.

 

  남자는 가방을 빼앗긴 채로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뒤이어 자신에게 날아들 공격을 생각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조심스레 눈을 뜨니 제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가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절벽의 끄트머리에 베이커가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제 체중을 버티고 있었다. 남자는 그 손가락 앞에 서서 한숨을 쉬고 쪼그려 앉았다.

 

  “그러니까 다가오지 말라고 얘기했잖아. 그러니까 소매치기나 당하고, 이렇게 위기에 처하는 거야. 뭐, 빠른 건 인정할게. 명색이 도둑인데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는 속도였어. 대단해.”

 

  베이커는 파도가 치는 저 아래 바다를 보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무엇이 즐거운지 미소를 지으면서 베이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절벽 끄트머리를 쥔 베이커의 새끼손가락을 쥐었다.

 

  “지금 뭐, 뭐하는...”

  “얍.”

 

  남자가 새끼손가락을 끄트머리에서 떼어냈다. 순간, 베이커는 아래로 떨어질까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했다. 남자는 깔깔댄 뒤에 이번에는 약지에 손을 뻗었다. 그는 손가락을 떼어내진 않고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는 건 어때? 내가 잘 기억해줄게. 빠르게 달려서 빠르게 죽은 형씨로 말이야.”

  “웃기지 마.”

  “그럼 내 이름이나 알려줄게. 저승에서 왜 죽었냐고 물어보면, 에이디에게 당했다고 꼭 얘기해.”

  “에이디?”

  “그래, 에이디. 지금은 좀도둑이지만, 곧 군도에서 제일 유명해질 사나이지. 그럼, 안녕.”

 

  에이디가 약지부터 엄지에 이르기까지 베이커의 손가락을 모두 떼어냈다. 베이커는 에이디의 얼굴을 눈에 새기면서 떨어졌다. 이렇게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묘한 편안함이 있었으나,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동안에도 어딘가에 닿지 않는 감각이 어색했다. 그러던 베이커는 바다가 가까워졌다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커다란 물보라를 만들어 내며 베이커가 바다에 빠졌다. 그는 바닥에 닿을 만치 물을 가르고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바위에 몸을 잔뜩 긁혔다. 수면에 몸이 떠올랐을 때, 그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서 피를 흘렸다. 동시에 바닷물을 뚫고 들어갈 때의 충격으로 그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에이디는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베이커를 건져낸 것은 앞서 말했듯이 엘리제와 어부였다. 그들은 어슬렁거리면 정박비를 징수하겠다는 선착장 관리인의 등쌀에 밀려 배를 움직이다 베이커를 발견했다. 엘리제는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난 베이커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베이커는 손에 가방을 꼭 쥐고 있었다. 어부가 응급처치를 끝내고 숨을 돌렸다.

 

  그길로 엘리제는 어부를 재촉해 배를 닷슈 섬으로 몰았다. 그러는 동안 베이커는 숨은 쉬었으나, 의식은 찾지 못했다. 딱히 물기를 닦아낼 것도 없어서 엘리제는 그저 앉은 채, 마음속으로 발만 굴렀다. 어부는 베이커를 힐끔 보면서 그 상처를 살폈다. 베이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수준이 절망적이어서 어부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엘리제는 어쩔 줄을 몰라 동동거리다 베이커의 뺨을 치기도 하고 가슴을 내려치기도 했다. 끝내 바닷길을 보던 어부가 달려와 그를 말린 뒤에야 엘리제는 조금 진정해 자리에 앉았다.

 

  섬에 다다르기까지 엘리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을 떠올렸다. 혹시,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루루나 데미안이 선착장에 나와 있지는 않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언제 자신과 베이커가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어딘가 몸이 다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니 마차를 준비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말과 마부는 늙었으니, 직접 끌더라도 베이커를 데려가기에는 마차가 좋을 듯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제는 몸을 웅크렸다. 어부는 바다를 살피고 배를 모느라 정신이 없었고, 베이커는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엘리제는 그저 생각만 하고, 상상이나 하면서 배가 닷슈 섬에 다다르길 기다렸다.

 

  선착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성에서 그들을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거기에 더해 일반 주민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닷슈 섬에서 어부랍시고 배를 끄는 일이 희귀한 일이었다. 엘리제는 어부의 도움을 받아 베이커를 겨우 선착장에 올렸다. 어부는 늙은 남자였고, 베이커를 업고 성에까지 갈 기력까지는 없는 노인이었다.

 

  “영주님, 우선...”

  “영감, 우선 영감네에 데려가도 돼?”

 

  어부는 자신이 하려던 말을 빼앗겨 어안이 벙벙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제는 어부와 함께 베이커를 들었다. 그 무게가 견디기 어려워 엘리제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들은 선착장에서 가까운, 어부의 집에 들어섰다. 아무도 없는, 삭은 나무로 겨우 구조나 유지하고 있는 집안에서도 제일 낡은 침대에 베이커를 누이고 어부가 숨을 돌렸다.

 

  “의사 없어? 의사.”

  “의사라면... 다들 떠났잖습니까.”

  “그래도 비슷한 거라도.”

  “비슷한 거라면... 어... 헤시아드리아가 있기는 하지만...”

  “맞다!”

 

  엘리제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어부의 어깨를 붙들고 베이커와 그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영감, 의사를 데려올 때까지 용사 좀 지켜줘. 알겠지?”

 

  어부는 얕게 숨을 쉬는 베이커를 보며 떨떠름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영주를 태워주고, 그의 용사를 보살펴 준다고 딱히 보답을 받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커다란 벌을 받을 일도 없었다. 경비 병력이 셋 밖에 없는 성에 기거하는 영주가 내릴 수 있는 벌이라고 해봐야 우스운 수준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어부는 열다섯 먹은 영주가 다급하게 하는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엘리제는 급한 마음으로 어부의 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닷슈 섬에 남은 유일한 의사인 헤시아드리아의 집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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