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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11편 - 예고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2-15 09:37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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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예고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예고는 예술적인 특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함양시켜 향후 훌륭한 예술인이 되도록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등 교육기관이 아니다. 격투를 예로 들자면, 상대를 앞에 두고 제 턱을 툭툭 치면서 너의 턱을 내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쳐 단번에 정신을 잃게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예고다. 행정적인 절차나 법률이 변경되어 그 시행을 예고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 예고라는 것은 언제나 본격적인 어느 순간을 가지고 있다. 오롯이 예고만을 위한 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허황된 예고를 하더라도 그 어딘가에는 다가올 순간을 위한 각오 따위가 스며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엘리제와 베이커를 내려다보는 키세 섬 영주의 장남, 케아릿의 시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예고였다. 물러나지 않고 신경질적인 눈빛을 보내는 엘리제도 마음 속으로 비슷한 예고를 품었다. 베이커는 내심 상대가 엘리제가 말한 키세 섬 영주의 장남이라 생각하고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딱 봐도 천해 보이는 수행원이군. 그런데 키세 섬에 와서 그 영주의 첫쨰 아들에게 예를 보이는 것 치고는 너무 무례한 것 같은데.”

 

  케아릿이 베이커의 뒤통수를 제 손으로 꾸욱 눌렀다. 베이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케아릿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얇고 날카로운 탓이었다. 케아릿의 손짓에 고개와 허리를 숙이면서도, 베이커는 그저 목소리가 남들과 다른 것만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러나 이미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은 케아릿의 목소리를 두고 저들끼리 소곤거렸다.

 

  엘리제는 베이커의 뒤통수를 짓누르는 손을 툭 치고, 케아릿에게 바짝 다가가며 말했다.

 

  “수행원? 흥, 여기는 우리 닷슈 섬을 구할 용사...”

 

  엘리제는 끝까지 말하지 않고 멈칫했다. 케아릿에게 큰 소리를 치면서 말을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베이커의 이름을 그대로 말하자니 어쩐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 때문이었다. 그 역시,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야 했으나, 베이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에 사람들이 떠올리는 모습은 천민 외에 딱히 없었다. 그렇기에 잠시 말을 고민하던 엘리제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달라슈... 요, 용사 달라슈야!”

  “신입 용사, 베이커입니다.”

 

  엘리제가 이름을 지어낸 수고를 그대로 날리며, 베이커가 허리를 숙여 이름을 밝히고 케아릿에게 인사를 했다. 엘리제는 민망함에 발을 구르며 베이커에게 말했다.

 

  “뭐야? 내가 멋진 이름을 지어 줬더니!”

  “닷슈를 대충 다르게 부른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케아릿은 전처럼 얇은 목소리로 웃었다. 베이커는 그 목소리를 일부러 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족히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식음을 전폐하고 오직 목소리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만 힘을 썼을 때의 일이었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는 100년도 부족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베이커는 자연스레 이런 목소리를 타고 난 케아릿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케아릿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흠, 우리 신입 용사께서는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 그래, 닷슈 섬 같은 열악한 곳에 있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키세 섬의 모습을 보았으니 말이야. 그러지 말고 닷슈 섬의 용사는 그만 두고 키세 섬으로 오는 건 어때?”

  “말도 안 되는 소리! 베이커는 우리 용사라고!”

 

  엘리제가 몸짓으로 케아릿을 위협하며 말했다. 그런 뒤에 베이커를 보았는데, 베이커의 눈동자가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어 그는 혀를 찼다. 그런 뒤에는 베이커의 발을 걷어찼다. 베이커가 제 정강이를 부여잡고 한 발로 겨우 균형을 잡으니, 엘리제가 그를 쏘아붙이며 말했다.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직장 옮길 생각을 해?”

  “그, 그렇지만...”

 

  베이커도 할 말은 있었다. 그 한 달이 되면, 첫 월급을 받기는커녕 첫 번째 빚을 쌓게 될 터였다. 그런 직장에서, 언제 사정이 좋아질 것인지 알 수 없는 섬의 경제를 낙관하며 평생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멸시를 받더라도 키세 섬에서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장, 전쟁터로 달려들 각오도 했던 베이커였으나 평화로우면서 동시에 빚에 허덕이는 삶만은 달갑지 않았다. 그건 가혹한 전장을 구르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베이커가 그 내용을 입 밖으로 말하는 일은 없었다. 케아릿의 목소리 때문은 아니었고, 그가 말하는 내용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일단 닷슈 섬에 돌아갈 가능성이 큰 데다 그랬다간 자신의 직속상관인 엘리제의 심기를 크게 건들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고민이 되어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고민을 단번에 날려버린 것은 짜증스러울 정도로 얇고 고음을 내는 케아릿의 웃음소리였다.

 

  “그렇게 버티지 말고 키세 섬에 편입되는 게 어때? 슬슬 극장이나 상점을 건설할 땅이 모자라거든. 대우는 아쉽지 않게 해줄게. 뭐, 청소만 열심히 한다면 말이야!”

 

  말을 마친 케아릿이 가슴을 부풀렸다. 그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려고 하는데 엘리제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베이커가 둘을 떼어놓고 엘리제를 붙들었다. 엘리제는 베이커에게 잡힌 채로 허공에 발길질을 하며 성을 냈다. 케아릿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조심해. 아무리 영주라고 해도 더 이상 내 기분을 나쁘게 했다간 봐주지 않을 테니까.”

  “웃기시네! 두고 봐! 언젠가는 닷슈 섬이 키세 섬을 뛰어넘을 테니까!”

  “뛰어넘는다고? 닷슈 섬이 키세 섬을? 그거 기대되는군. 어떤 걸로 뛰어넘을 건데? 채무로? 아니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서? 와하하!”

 

  케아릿은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멀어지는 동안, 베이커는 계속해서 엘리제를 붙들고 있었다. 끝내 베이커가 손을 놓자 엘리제는 제 옷을 털면서 계속 성을 냈다.

 

  “저런 녀석이 기고만장하게 둘 수는 없어.”

  “영주님, 이제 그만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말씀하셨던 연극도 봤고...”

  “분이 풀리질 않아. 어딘가 불을 지르고 가자.”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라면 더더욱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어릴 때도 저딴 식으로 웃었단 말이야. 기분 나빠.”

  “웃음소리로 사람을... 됐고, 이제 돌아가요.”

  “잃어버린 도시락이랑 돈은 월급에서 뺄 거야.”

 

  엘리제의 말을 들으며, 베이커는 조금 전에 차라리 엘리제를 말리지 않고 싸우게 두었다가 케아릿에게 일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빈손으로, 엘리제와 함께 선착장으로 향했다. 내무대신이 부탁했던 간식도, 닐에게 사줄 생각이었던 칼도 얻지 못한 채 였다.

 

  선착장에서는 베이커와 엘리제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출항비 따위는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놓이거나 풀리지는 않아서 엘리제는 배에 타서도 계속 성을 냈다. 그를 기다리던 어부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으나, 엘리제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부는 선착장에 매었던 밧줄을 슬슬 풀면서 베이커에게 어서 배에 타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커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어부가 밧줄을 모두 풀었을 때까지, 베이커는 선착장에 있었다.

 

  “왜 그래?”

 

  엘리제가 조금 당황해 화를 내던 것도 멈추고 물었다. 베이커는 선착장 근처를 걷는 녹색 머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가방이요.”

  “뭐?”

  “가방.”

 

  그는 자신에게 책자를 주며, 손버릇이 나쁜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했던 남자를 발견했다. 녹색 머리가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엘리제가 그를 따라서 내리려고 하는데 선착장 관리인이 그를 막았다.

 

  “이미 밧줄을 풀었으니, 다시 정박하거나 내리려거든 20골드를 내요.”

 

  엘리제는 주먹을 꼭 쥐었다. 분한 마음에 그런 것은 아니었고, 당장 관리인의 얼굴을 후려칠 생각을 한 탓이었다. 베이커는 그런 엘리제에게 손짓을 하며 그를 달랬다. 그리고는 녹색 머리를 향해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금방 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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