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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의 탑
작가 : 베로니카
작품등록일 : 2016.8.22

인간의 신을 만들고자 하는 소녀의 이야기

 
CHAPTER 1. 하얀 사신 (2)
작성일 : 16-09-05 00:21     조회 : 436     추천 : 1     분량 : 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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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렌의 공방은 마법사가 기거하는 곳이라기보다 오히려 작은 도서관에 가까웠다.

 실험도구나, 수많은 장식품 따위는 에이렌에게 필요하지 않았기에 방안 어디에도 없었다. 방의 벽면을 거의 덮다시피 한, 높은 책장에 꽂힌 책들은 공용어가 아닌 마법의 언어로 적힌 책이라는 사실만이 에이렌의 방을 조금이나마 마법사의 공방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에이렌에게 마법에 대한 학습의 열의는 없었기에 오로지 흥미본위로 한, 두 권씩 모으던 것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에이렌은 공방에 촛불도 하나 켜지 않고서 입고 있던 로브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팽겨 치고선 단벌뿐인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살인을 행한 밤은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몸에서 탄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씻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에이렌은 책장으로 둘러쌓인 방 안에 어울리지 않는 호사스러운 침대 위로 몸을 뉘였다. 그리고 천천히 잠에 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에이렌은 편히 잠에 들지 못했다. 누군가 에이렌의 공방 문을 두드렸다. 에이렌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손짓만으로 문을 열었다. 공방의 문을 두드릴 사람은 굉장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짐작가는 사람도 있고.

 

 문 밖에서 머리끝까지 후드를 푹 눌러쓴 사람이 들어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문을 열자 후드를 쓴 이는 어둠속 눈이 적응되지 않았는지 주변을 더듬어 무엇인가를 찾았다. 그리고 입구 근처의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램프를 찾아들고선 익숙한 듯 램프의 장치를 조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램프 사이로 불그스름한 불빛이 주변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돌아왔구나, 렌.”

 

 에이렌은 대답도 않고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상대를 보았다.

 

 방문자가 천천히 후드를 젖히자, 후드 안쪽에서부터 풍성한 금발이 흘러내리듯 쏟아졌다. 불빛을 받은 길고 아름다운 금빛 머리칼이 별을 수놓은 것처럼 반짝였다. 초승달처럼 기울어져 부드럽게 그려진 눈썹은 누구에게나 따뜻한 인상을 주었고, 맑은 남국의 바다색깔처럼 푸른 눈동자는 누구에게나 그녀에게서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그 방문자는 에이렌에게 다가가 에이렌을 껴안았다.

 

 “수고 많았어.”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에이렌은 방문자의 따스한 체온에 지금까지 얼어붙어 있던 마음에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에이렌이 이 탑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녀의 이름은 리율, 이라고 했다. 특이한 이름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사랑했다. 자신과 가족에게 상냥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자랑이었으며,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지어준 이름을 무엇보다 아꼈다. 아버지는 밤처럼 까만 흑색머리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어머니는 금발이었다. 리율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지만 성격은 자상했던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리율이 탑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의 덕이 컸다. 시골의 대지주였던 리율의 아버지는 배움에 대한 욕구가 컸지만 그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했고 시기를 놓쳤다. 시기를 놓친 배움의 욕구가 얼마나 간절한 것이기를 알기에 자녀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학교에 진학 할 수 있게끔 대부분의 수익을 교육에 쏟았다. 그 덕에 리율이 마법적 도구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데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소질을 살릴 수 있었다.

 

 그랬던 가족이 사고로 죽자, 리율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신의 재능을 오로지 무엇인가 만드는데 썼다. 그 재능이 가장 빛난 곳은 다름 아닌 전쟁터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전쟁에 사용될 새롭고 걍력한 무기들을 만들었다. 수많은 살인 무기를 만들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후회했고 목숨을 버리려 했으나 그 재능을 안타까워한 지금의 탑의 수장이 그녀를 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이 탑의 최고기술자가 되었다. 그녀의 주된 일은 플레티아시어의 코어, 즉 마력핵의 유지와, 아무나 탑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은폐, 마법적 구성물들이 흩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마력장치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이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보고 앉자, 대조적으로 비춰놓은 거울 같았다.

 

 눈처럼 하얀 머리칼을 한 에이렌과, 축복받은 금빛 머리칼을 한 리율. 고집스럽고 차가운 인상을 주며 사람을 멀리하는 에이렌과, 누구에게나 따뜻한 인상을 주는 리율. 섞이기 힘들 것 같은 두 사람의 차이는 오히려 두 사람을 보다 더 강한 끈으로 엮어 자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다녀왔어요. 리.”

 

 짧은 에이렌의 대답에 리율은 입가에 빙긋이 미소 지었다. 리율은 에이렌을 끌어안았던 팔을 풀고서 갑자기 에이렌의 몸 주위로 코를 씰룩이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렌, 조금 씻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한 냄새가 나. 탄 냄새?”

 

 에이렌은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고개를 돌렸다. 에이렌의 반응에 리율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에이렌의 이마를 찔렀다.

 

 “너 이대로 잘 생각이었구나! 그러면 안 되지! 당장 가서 씻고 와!”

 

 리율에게 반쯤 떠밀려 욕실로 들어간 에이렌은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욕실로 들어가 재빨리 씻고서 나왔다. 리율은 그런 에이렌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게다가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고 나온 탓에 머리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덜어지는 것을 보고선 리율은 한숨을 쉬며 에이렌의 머리에 수건을 감아주었다.

 

 두 사람은 함께 있는 시간에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필요 없는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친해진 것이 오히려 기적에 가까웠다. 두 사람 중에 그나마 조금 더 입을 여는 것은 리율이었다.

 

 “좋은 차를 가지고 왔어, 괜찮다면 마실래? 아니면 피곤하니 오늘은 쉴래?”

 “괜찮아요 리.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나면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열여덟이 된 에이렌과 리율은 두 살 차이로, 리율은 나이와 상관없이 에이렌에게 편하게 대할 것을 원했지만 에이렌은 극구 사양했다. 때문에 리율은 반말을 사용했지만 에이렌은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리율은 자신이 가져온 다기와 찻잎으로 홍차를 우려 찻잔을 에이렌에게 건넸다. 에이렌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고 조금 마셨다. 따뜻한 향이, 넘어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또 이런데 아무데나 던져뒀구나. 가능하면 걸어두라니까.”

 

 리율은 잔소리를 하며 에이렌이 아무렇게나 던져둔 로브를 구석에 위치한 옷걸이에 걸었다.

 

 에이렌은 생활과 관련된 능력이 굉장히 떨어졌으므로, 대부분 리율이 챙겨 주는 편이었다. 에이렌에게 있어 리율은 형제이자, 어머니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세상을 지각할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던 에이렌은 어머니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좀 괜찮아?”

 

 리율은 침대 근처에 의자를 두고 앉아 그렇게 물었다.

 

 에이렌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하자 리율은 가만히 에이렌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네 마음 말이야.”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리율의 눈빛에 에이렌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느 때와 같아요. 고요하고 조용하게, 흔들리지 않는 이성을 가지는 것이 마법사의 첫 번째 덕목 아닌가요.”

 

 에이렌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어색한 미소를 리율을 향해 지어보였다. 리율은 어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에이렌을 보고선 엷게 웃었다.

 

 리율이 가지고 온 홍차는 확실히 상등품의 것이었다. 부드러운 향 위에, 엷은 달콤함이 서려 있었다. 한 모금 마실 때, 그 따뜻함이 온몸에 퍼져 피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었다.

 

 에이렌이 소중하게 여기는 몇 안 되는 것 들 중에 리율과 함께하는 티타임이 있었다. 그녀는 차도에 굉장히 조예가 있어서, 그녀가 차를 타는 모습은 굉장히 우아했으며, 평범한 찻잎으로 차를 우려내도 남들과는 다른 맛이 났다. 그녀는 물 온도 조절을 잘 할 뿐이라고 했으나 에이렌은 그녀만의 마법이 있다고 때대로 생각하곤 했다.

 

 차를 홀짝이는 소리만 두 사람 사이에 가득했다.

 

 에이렌은 그녀가 무엇을 묻고 싶어 찾아온 것인지 대강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니나 다를까 리율이 빈 찻잔을 침대 머리맡에 있는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서 입을 열었다.

 

 리율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 필립 후작은 어떻게 죽었어?”

 

 그렇게 말하며 리율은 에이렌의 손을 잡았다.

 

 에이렌은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리율의 애절한 표정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에이렌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 대답했다.

 

 “자살했어요.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그렇구나 … 다행이다. 네 손을 더럽히지 않아서.”

 “다행…….”

 

 에이렌은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손을 더럽혔든, 아니든 그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은 자신임이 틀림없으니까.

 

 리율은 그런 공허한 위로를 에이렌에게 했고, 에이렌도 그 위로가 말 뿐인 것을 알고 있었다.

 

 리율은 필립 드 노아유 후작을 사랑했다. 에이렌이 그 사실을 안 것은 아주 우연히 그녀의 공방에서 그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이렌은 내색하지 않았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것에 둔한 에이렌도 본능적으로 가능하면 이 일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를 어째서 사랑했나요.’

 

 그 질문은 리율에게 분명 상처가 될 것임은 뻔한 일이었으니까.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자식이 있었다. 그러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리율에게 있어 분명히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에이렌에게 남녀간의 사랑은 참으로 낯선 것이었다. 그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물론, 덧없고 의미 없는 감정에 내몰려 파멸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것처럼 꾸며져 음유시인의 노랫말에 섞여 들어가는 것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리율은 굉장히 슬픈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엮어 더듬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본 에이렌은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 뒤에 에이렌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은 잘 되고 있나요?”

 

 갑작스레 화제를 돌리는 건 익숙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신경 써서 하는 말은 참으로 피곤한 것이다.

 

 리율은 뜬금없는 화제전환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에이렌의 의도를 깨닫고 이마를 살짝 검지로 밀었다.

 

 “이전에 발생했던 문제는 해결했어. 하지만 여전히 현상유지, 같은 느낌일까나. 탑의 가동률을 58 퍼센트야. 탑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 또 언제 추락할지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삼십년 후에나 목표치를 달성 할 수 있으려나. 꽤 무난하게 측정 한 거지만 말이야.”

 

 다행히 리율은 에이렌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마법의 탑의 중추에는 탑을 유지하는 핵심이 되는 핵이 있다. 그 핵을 일컬어 플레티아시어, 라고 불렀으며 그 핵의 이름은 곧 탑의 이름이기도 했다.

 

 플레티아시어는 ‘인간의 신’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중추였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가동률은 80퍼센트. 하지만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 것은 58퍼센트 남짓이었다.

 

 마력을 담는 핵의 공정문제도 있었지만, 현재 탑을 유지하는 다양한 기능들 때문에 많은 마력을 계속해서 소모하고 있는 탓이었다. 리율은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때문에 탑에 모인 그들의 소망인 세계의 변혁은 아직 먼 길이었다.

 

 “전에 가지고 왔던, 마도구들은 모두 소용없었나요?”

 

 “응? 아니 그렇지는 않아. 공정에 모두 융해시켜 넣었지만, 이젠 탑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마도구의 마력으로 플레티아시어를 유지하는 마력량을 늘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리고 나날이 소모되는 마력량도 있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이상의 가동률 상승은 힘들어. 사실 소모되는 에너지량을 줄이는 공정도 이만하면 한계라고 생각할 정도야. 어디 신의 아이라도 나타나서 마력을 몽땅 주고가면 모를까.”

 

 ‘신의 아이’

 

 대륙에서는 가끔 창조신 루아의 금빛 날개를 상징하는 문신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타고날 때부터 굉장한 마법적 소질을 지니고 있었으며 정령들과 이야기하고, 배우지 않아도 한 가지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과거에 그들은 신들과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지금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는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현재 두 사람의 신의 아이가 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궁정 마법사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딤아즈에, 다른 한 사람은 포레이스트에. 하지만 그 두 사람 역시 루아와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이후로 ‘신의 아이’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이 버린 세계는 신과 소통할 방법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룬을 구해볼까요?”

 “분명 있으면 도움은 되겠지만 룬은 워낙 희귀하니까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야. 그래도 신의 아이보다는 찾기 쉬우려나?”

 

 룬은 고대의 마법석으로, 고대의 현자들이 남긴 연구나 흔적들을 상징적으로 기록했던 연구서 같은 것이었다. 그것 역시 마도구들에 비해서 상당한 마력량을 축척하고 있어, 탑의 마력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에이렌 역시도 거의 본적 없을 만큼, 룬은 희귀했다.

 

 “그럼 이번에도 소집으로 보충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아참, 그 말 전하러 왔는데 깜박했네. 내일 자정에 소집 있어. 적당히 일어나는 데로 오면 될 거야. 뭐, 정시에 시작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안 들지만. 마법사들은 워낙 시간을 안 지키니까.”

 

 그렇게 말하며 리율은 흘끗 에이렌을 보았다.

 

 “…….”

 

 마법사인 에이렌 역시 기술자인 리율의 푸념에 입을 다물었다.

 

 “다른 대안이 강구될 때 까지 우선은 탑의 마법사들에게 도움을 받는 수밖에. 마력을 공급받으면 현상유지는 가능할 테니까. 기술적으로 최대한 공정을 개선해서 마력을 조금이라도 아끼는 수밖에 없을 거 같네.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야. 렌 피곤할 텐데 내일은 빼줄까?”

 

 “괜찮아요. 빠지면 그보다 더 피곤한 일이 생길 테니까.”

 

 에이렌은 자신이 참석하지 않으면 보충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마법사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자신의 연구에 욕심이 넘치고, 연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그러한 개인적 목적으로 협력하고 모여 있는 탑에서 그들이 에이렌이 빠진 보충량을 대신해서 채워 줄 것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었다.

 

 만약 그 모자란 분량을 그들이 채운다고 해도 분명 에이렌에게 비난의 화살은 돌아올 것이 뻔했다. 사실 그들이 무엇이라 하던 귀를 닫고 지내는 에이렌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한동안 피곤해 질 것은 뻔했다. 잠시간 피곤하더라도 다녀오는 것이 낫다.

 

 리율과 에이렌은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탑의 바깥세상에 관해 별 관심 없는 에이렌에게는, 리율이 들려주는 바깥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전부였다. 리율은 때로, 자신의 옛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최근에 떠도는 음유시인의 노래, 또는 소문에 관해서 이야기하곤 했다. 에이렌은 거의 듣기만 했지만 리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았다. 잘 웃지 않는 에이렌도 때론 피식, 하고 웃을 때도 있었다.

 

 즐거운 듯 이야기를 이어가는 리율에게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있었지만, 에이렌은 못 본 척 했다. 그것이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한밤중의 티타임은 거의 끝났다. 찻잎은 다시 우려도 처음의 향과 맛은 나지 않았다. 이 때 쯤 이면 리율은 주변을 정리하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럼, 푹 쉬어 렌.”

 

 에이렌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을 끄덕였다.

 

 리율은 처음에 에이렌의 방에 왔던 것처럼,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서 등의 불을 껐다. 에이렌의 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에이렌의 시야가 순식간에 까맣게 되었다. 잠시간 옷깃이 사각거리며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리율이 문을 닫고 방을 나가는 소리가 났다. 에이렌은 그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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