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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은 세상의 랩소디
작가 : claret
작품등록일 : 2017.12.13

전쟁후 반년, 망해버린 세상에 무덤을 만들던 서드와 롤란트는 다시 한번 전쟁에 휩쓸리게 되는데...삽질하는 소녀와 묘비만드는 남자가 함께하는 죽은 세상에서 무덤이나 만드는 이야기.

 
p.
작성일 : 17-12-13 23:16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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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푹. 푹. 푹.

 낡을대로 낡아 곳곳에 이가 나간 삽이 끈적한 흙을 퍼내기 시작했다. 비에 젖어 습기를 잔뜩 머금은 흙은 로스팅된 커피마냥 짙은 갈색을 띠고 있어 흙을 퍼낼때마다 옷자락에 진흙이 질척하게 달라붙었지만, 삽을 푸는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일을 신경썼다면 이런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간신히 관 하나가 들어갈 크기의 구멍이 생기자, 그녀는 습기가 파고들어 거무죽죽한 색을 띈 나무관을 들어올렸다. 도저히 150cm가 될까말까한 작은 몸집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그녀는 나무관을 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관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저 구멍 아래 깔린게 시체가 아니라 돌멩이였더라도 다른사람이면 이것보다 반응을 보였으리라. 이제는 일과에 불과한 일이기에,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어떤 일이던 반복하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 불과한 것이다.

 잠시 삽을 꽂아넣고 나무관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키만큼이나 쌓여있는 흙산을 무자비하게 구멍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파내는건 한세월이지만, 덮는건 순식간이었다. 순식간에 평평해진 묘를 발로 밞아 단단하게 다진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제 몸집만한 묘비를 관의 머릿쪽에 박아두고, 낡은 헝겊으로 정성스레 닦았다.

 [이름 없는 이, 여기에 잠들다.]

 시체를 기리는 한 마디. 신원불명의 시체는 이렇게 표기하는 것이 그와 그녀, 둘이서 정한 규칙이었다. 시체가 썩어나는 이 시대에, 신원불명은 길가에 채이는 돌보다 흔하니까. 오히려 돌이 희귀할 지경이었다. 하도 마구잡이로 써댄 끝에, 이 세상에 흙과 돌 말고 남아있는건 별로 없었으니까. 세상은 요지경이다.

 그녀는 조용히 무덤 앞에서 손을 모았다. 기도는 아니었다. 세상에 신따위 없다는걸 그녀는 과거에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다. 만약 신이 있다고 해도 기도를 들어줄리 없는 위인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저, 그녀가 하는 행동은 일종의 의식에 불과한 것이다. 죽은 자를 보내는. 사후세계따위 그녀에게 알바는 아니겠지만. 아마 사후세계가 있다 해도 이미 꽉차서 발 디딜곳 하나 없을 것이다. 제 아무리 넒은 땅이라도 수십억에 달하는 인구를 수용하기엔 좁을테니까.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도구를 챙겨 무덤을 벗어났다. 집에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몸만한 가방은 거의 비어있다. 묻을 시체는 넘쳐나고, 시간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가방은 시체썩은내가 배여 역겹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것을 신경쓰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악취투성이였다.

 

 +++++

 

 까드득. 까드득. 돌을 깎는 소리가 오두막에 울려퍼졌다. 거구의 남성은 묵묵히 돌을 깎아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묘비였다. 그것이 필생의 사명이라도 되는 것마냥, 그는 한번 한번을 정성스럽게 깎았다. 돌가루가 그의 손에 들러붙어 그의 손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정성스럽게 묘비를 만드는 모습은 일견 신성해 보이기도 했다. 까드득, 까드득. 따박, 따박. 돌을 깎는 소리에 느긋한 발소리가 섞여들었다. 흙을 즈려밞는 소리에 정신없이 돌을 깎던 그의 시선이 이 집의 하나뿐인 문으로 향했다.

 “다녀왔어.”

 방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온 그녀는 도구들을 내려놓고, 방 구석에 기대어 앉아 흙투성이 삽과 헝겊을 꺼내들었다. 삽을 닦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정성스레 삽을 닦기 시작했다. 삽은 그녀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중 하나였다. 소중하게 여길만한 것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요즘, 이런 사소한 도구는 무엇보다 귀한 물건이었다. 인간은 도구를 쓰는 생물이니까. 도구가 없이는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다. 편리한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인간은 도구에 의존하는 생물이란걸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깨달았다. 그녀는 삽을 좋아했다. 삽이 땅을 파고들어 흙을 퍼낼때면, 어쩐지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유사시에는 위협적인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프라이팬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도구, 그게 삽이었다. 그녀의 목숨을 가장 많이 구한 것 또한 총이 아니라 삽이었다. 이쯤 되니 그녀는 삽을 한 몸처럼 아꼇다. 흙투성이 였던 삽은 금새 제 빛깔을 되찾았다. 흙을 푸던 자국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끝부분이 갈색으로 물들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철 특유의 회색빛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가 나간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하다못해 갈만한 숫돌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삽으로 무덤을 만들었으니 이정도만 상태인 것만해도 다행이었다. 그녀는 깨끗하게 닦은 삽을 벽에 기대어 두고, 자신의 몸보다 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건강에 그다지 좋은 자세는 아니었지만, 당장 한달도 살 수 없을지 알수 없는 세상에서는 건강보다 편한게 더 중요했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서 돌을 깎는 남성에게 향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다섯명을 묻었어.”

 “그래.”

 “오늘은 몆개?”

 “4개다.”

 단문으로 이루어지는 무미건조한 대화. 그들에겐 일상이었다. 둘중에 수다를 떠는 취미를 가진 사람은 없었고, 어느쪽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대화거리조차 많지 않았다.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기엔 세상은 이미 너무 망가졌고, 조금이라도 경솔하게 행동하면 이승과 작별하게 될 정도로 살벌했다. 그들 이외의 인간을 보지 못한 것이 몇 달 전의 일인지 두 사람은 기억하지 못했다. 몇 달전의 일이 수십년 전의 일 같았다. 당장 한달전에 어떤일 했냐고 묻는다면, 둘은 몇 년 전의 일을 회상하는 노인마냥 아련한 기분을 품으리라. 기억을 되짚을 만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딜가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인간이란 생명체는 이제 그들이 자랑스럽게 지정하곤 했던 멸종위기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였다. 그래. 인류는 사실상 멸망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니 뭐니하는 그들의 우스갯소리가 어처구니없게도 현실에 강림했다. 정확한 원인같은건 두 사람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다. 그런걸 생각할 여유도 없고,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원인이 있으니 따라오는게 결과라지만, 결국 남는건 결과뿐이니까.

 어쩌면 두 사람이 최후의 인류일지도 모르지만, 어느쪽도 그게 사실이라 한들 크게 신경쓰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걸 신경 쓸 위인이었다면 모두가 떠나간 도시 한구석의 공원에서 오두막을 짓고 묘지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을 테니까. 애초에 두사람 다 질릴정도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던 인간들이었으니, 갑작스레 새로운 생존자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환대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믿는다는건 그만큼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거니까. 꿈도 희망도 겨울과 함께 사라진 세상속에서 인정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니.

 그들은 이런 일상에 만족했다. 조용히, 묵묵하게 묘지를 만들고, 묘비를 세우고, 아주 잠깐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적당히 구해온 식사와 함께 잠을 자는. 이런 일상이야말로,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거라고 그들은 믿었다. 작은 몸뚱아리 하나 편히 뉘일곳을 찾기 힘든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집이있고, 할 일이있고, 이부자리 하나 있는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던가.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런 일상이 깨지기를 원치 않았다. 죽을때까지 평생, 이렇게 지나가기를 바란다. 세상은 평화롭게 살아가는 인간들을 볼때마다 배알이 뒤틀리는지, 언제나 사람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법이다. 이야기가 언제나 그렇듯이.

 

 

 
작가의 말
 

 공모전용. 은 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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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 2017 / 12 / 13 364 0 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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