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일)
1. 나는 오늘 울었다. 아빠가 시멘트를 나르다가(마당에 패인 구멍을 메우려고) 허리를 삐끗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집에 누워있다. 아빠의 시중을 들고, 늦게 일어나고, 시험공부도 못하고. 이제 D-36, D-172인데. 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눈물이 났다.
그래서 더 공부만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되서. 전국의 고3들이 다 힘든데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봐도 TV가 보고싶고, 자고싶고, 책도 읽고 싶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애들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 같다. 하루종일 핸드폰만 했다는 것도, 낮잠을 자느라 공부를 못했단 말도.
코피 나게 공부 했으면서 다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나만 바보 같다. 이 세상에서.
2. 윤리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하는 딴 소리를 들어보면 참 웃기다.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는 꼴이랄까. 점점 문과가 힘들어 지고(프라임 산업이다 뭐다 해서) 이과가 점점 취업하기 좋아질 거란 말을 한다. 그러면서 “한 2050년 쯤 되면......” 이따위 말을 지껄인다.
그 때 쯤 넌 연금 받아먹으면서 탱자탱자 놀고 있을 거 아냐? 수업준비는 전혀 하지도 않으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 무능력한 교사이면서 대단한 사람인 것 마냥 우리를 가르친다.
아내가 고등학교 교사인데 남편은 더 좋은 직장이고 당연히 연금도 많겠지. 그렇게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살면서 아침에 조간신문이나 보면서 세상을 한탄하겠지. 그럼 뭐해? 네가 신문에서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아-주 행복하고 안락한 생활인데? 그러면서 우리에게 대학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거지? 이쪽 상황은 지금 생사를 넘나드는 불구덩이인데 너희들 시대 잘 타고난 어른들은 그 피튀기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거냐고. 현실에 눈물이 난다. ‘말레피센트’에나 나오는 동화 같은 숲을 꿈꾸는 나를 그 사람들은 광대취급 하겠지.
5월 3일(월)
1. 청소시간에 바닥을 쓸다보면 반 아이들의 꼬리표가 나뒹굴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벌써 두 명의 꼬리표를 봤다. 김은주와 전지영. 사실 김은주는 저번주에 봤다.
반 13등, 전교 110등. 점수는 대략 50,40점 대였던 것 같다. 오늘 주운 건 전지영 것. 법대가 목표라고 하길래 얼마나 잘 할까 긴장했는데 꼬리표를 펴보니 화작문이 47점? 확통이 36점?(40점대인 내가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지만. 그리고 나머지는 다 50점대였다.
중간에 92점이 하나 있었는데 역사나 생윤, 지리 중 하나다. 내가 보기에는 생윤같다. 1차 꼬리표여서 등수는 없었다. 정말 대박이다. 최정아 만큼은 아니지만 대박.
2. 점심시간에 하는 영어듣기 시간에 개의치 않고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한테 딱 걸렸다. 갑자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길래 고개를 들었더니 선생님의 머리가 코 앞까지 와 있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신문을 덮었다.
3. D-170. 벌써 100일까지 2달이 조금 넘게 남았다. 심장이 쫄린다. 뼈가 삭는 느낌.
4. 현재시각 2시 35분. 오혜운이나 남민희는-해인과 1학년 때 친했던 아이들- 아직까지도 공부하고 있을까. 다른 애들도 다 공부하고 있겠지. 근데 지금 안 자면 4시간도 못 자는데?
6월 4일(토)
울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힘들고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 겨우 이런 걸로 안 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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