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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찜한다
작성일 : 17-12-13 19:39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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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아아악!

 파앙! 팡!

 

 연검이었다.

 낭창낭창하게 휘어지는 연검의 표면에는 붉은 기광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기파를 사위에 터뜨리고 있었다.

 

 “흐으으... 소림인가?”

 

 한 손에 연검을 뽑아든 백년혈마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소림의 불암동(佛巖洞)에서 혜(蕙)자 배분의 늙은이라도 기어나온 거야? 나왔으면 모습을 드러낼 것이지... 왜 숨어서 지랄인 거지? 혜광심어(慧光深語)라... 고작 그따위 잔재주로... 재림한 혈령신마인, 이 몸을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쿠웅! 쿵!

 파앙! 파파파파팡!

 

 전음입밀의 최고 경지인 혜광심어를 구사하는 소림의 은거 고승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자신이라면 겁낼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이, 백년혈마가 연검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날뛰었다.

 

 -정신 사납다, 하지마라.

 

 “흐흐, 늙은이...! 착각하지 마라! 백 년 전의 이 몸이 아니니까! 지금 당장... 여기 있는 모두를 다 죽이고... 혈령을 흡취하겠다! 쓸모없는 창천문 놈들이지만... 한꺼번에 저 정도의 숫자를 먹어버리면... 소림이 떼거지로 덤벼도 어쩔 수 없을 터!”

 

 말을 마친 백년혈마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휘이익!

 

 “흐으으... 죄다 뒈지거라!”

 

 딱!

 

 백년혈마가 손가락을 크게 까닥인 순간!

 

 퍼퍼퍼퍼퍼펑!

 

 허공에 떠 있던 창천문도들의 몸 위로 엄청난 폭음이 터졌다. 어마어마한 기파로 인해 사위가 희뿌연 연기로 잠식되듯 가득 찼다.

 

 “흐흐흐... 좋아! 아주 좋아! 이 마을 것들도 죄다 죽여주마!”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폭연 속에서 살기어린 음성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아... 안 돼!”

 

 진혜미가 외쳤다.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검을... 잡아야 해!’

 

 진혜미는 자신을 옥죄고 있던 핏빛 연기 사이로, 몸을 내던졌다.

 

 휘이익!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청의검 위로 손을 뻗쳤다.

 

 파앙!

 

 “흐으... 어딜!”

 

 하지만 그 순간, 날카로운 파공성이 일었다.

 

 ‘전신이 마비되는 것 같아...’

 

 진혜미는 자신의 몸이 축 늘어지는 걸 느꼈다. 물먹은 솜 같은 몸이 허공에 떠 올랐다.

 

 휘우웅 -

 

 “흐흐흐... 넌 내 꺼라니까...? 스으으읍!”

 

 폭연 너머로... 소름끼치는 대상에게 빨려들듯이 날아가고 있었다. 백년혈마의 얼음장처럼 차디찬 음성과 함께 특유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돼...”

 

 진혜미는 자신의 몸이 제압당한 탓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렴... 안 되지... 흐으으... 네 몸은... 너 하나의 것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으응?”

 

 그때였다. 장광설을 늘어놓던 백년혈마의 길게 찢어진 눈이 돌연 커진 것은.

 

 “으으으으으응...?”

 

 폭연이 걷히고 드러난 창공 위의 광경은 지금까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백년혈마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흐으으... 버러지 같은 창천문 놈들이... 하나도 안 뒈졌어?”

 

 폭사했으리라 여겼던 창천문의 무사들이 무사했던 것이다. 그들 자신도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꼼짝없이 죽으리라 여겼건만, 여전히 결박된 채 허공에 떠 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이상한데...? 내가 깜빡했나...?”

 

 백년혈마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까딱였다.

 

 딱!

 콰콰쾅!

 ...안 죽었다.

 

 따따딱! 따닥!

 펑! 퍼퍼퍼퍼펑!

 ...그래도, 안 죽는다.

 

 “흐으으으으! 뭐, 뭐야아아아...! 누구냐...? 쥐새끼... 네놈이 한 짓이냐?”

 

 쾅! 쾅! 쾅!

 

 백년혈마가 미친듯이 날뛸 때.

 그의 귓속으로 나지막한 소성이 파고들었다.

 

 -쥐, 새, 끼? 그, 러, 다, 뒤, 진, 다...

 

 툭툭 내뱉는 음성. 하지만 이번 음성 속에는 서늘한 독기가 실려 있었다.

 

 “허어어어어어...?”

 

 백년혈마가 처음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시뻘게진 눈가의 아래로... 눈밑 주름이 파르르 떨렸다.

 

 빠드득!

 

 ‘흐으... 이, 이래선 안 돼!’

 

 백년혈마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깨물었다.

 

 “하... 하나만... 묻자... 스으으읍! 어째서... 본인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인지...?”

 

 -후우우우우우!

 

 다음으로 들려온 건 땅이 꺼지는 한숨 소리.

 

 ‘흐으응? 이, 이건 또 뭐란 말인가?’

 

 귓가에 잠시 울렸을 뿐이건만, 처연한 그 울림에 심장이 저릿해지는 것 같았다. 듣도 보도 못한 심오한 경지의 내공이었다.

 

 “흐으으으으.... 내가 묻는 말에 어서 대답하란 말이...!”

 

 혈령신마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고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 할 때.

 

 -조용해라.

 

 “뭐... 뭐야? 지금 감히... 혈령신마인 이 몸에게 명령하는...”

 

 -억겁의 시간 중에서...

 

 그것은 여전히 짧고 불퉁스러웠지만, 이제까지 중 가장 성의 있는 대답이었다.

 

 -...지금이 젤 중요한 때다. 협조해라.

 

 말투 속에 담겨있는 감정은...

 어마어마한 기쁨과 분노,

 희망과 좌절,

 욕망과 두려움이 한데 뒤섞인 채, 터질 듯한 울분을 꾹 눌러 참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백년혈마의 심사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기도 했다.

 

 “흐으으으... 스으으으읍!”

 

 -그거,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말고.

 

 “......”

 

 백년혈마는 째진 눈을 희번덕거렸다. 계속해서 말을 거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기감을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흐흐흐... 찾았다...! 설마... 땅 속에 숨어 있을 줄이야!’

 

 빠드드드드득!

 

 백년혈마가 송곳니를 더욱 길게 갈아댔다. 곧바로 땅속을 깨부수고 짓뭉개줄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휘우웅 -

 

 ‘흐으으... 아니야... 만에 하나라도,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지...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 계집부터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요동치던 감정부터 추슬렀다. 그런 후에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흐흐... 네놈의 얕은 수를... 역이용해주지! 땅속에 숨어있는 걸 모르는 체하면서... 유인해주지. 그런 후에 명줄을 끊어주마!’

 

 백년혈마는 짐짓 포기한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흐으... 제...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버러지들을 죽이는 것보다는... 일단 계집부터 챙겨서 여길 떠나야겠어! 흐흐흐... 어서 떠나야지이이...!”

 

 백년혈마가 다시금 손짓을 했다.

 

 휘우우웅 -

 

 허공에 떠 있던 진혜미가 곧바로 날아왔다.

 

 “흐흐흐... 그, 그래...! 저 계집만 챙겨서... 이 자리를 떠나면 그뿐이겠지이이...!”

 

 백년혈마가 고목가지 같은 팔을 뻗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혀를 날름거리면서 진혜미의 신형을 나꿔채려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건들지 마.

 

 음성과 동시에,

 

 휘익!

 

 진혜미의 몸이 튕겨지듯 허공 위로 날아올랐다. 간발의 차로 백년혈마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허우적 - !

 

 진혜미의 신형을 끌어안으려고 휘저었던 백년혈마의 두 팔이 허공에서 휘청했다.

 

 “흐으으으? 뭐... 뭐... 뭐... 뭐야아아아!”

 

 -...내가 찜한다.

 

 태연한 소리였다.

 

 “흐아아아...! 이, 이런... 산 채로 내장을 들어내서... 만 조각으로 갈라낸 후에... 양념을 쳐서... 생으로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

 

 백년혈마가 광분하여 소리쳤다.

 

 “흐으으으아아아... 기필코 네 놈을... 죽이겠다아아아아!”

 

 콰앙! 쾅!

 

 백년혈마가 주먹을 지면위에 때려댔다.

 

 쿠쿠쿵...

 콰르르르!

 

 지축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백년혈마의 일권은 오래 전 만년혈권(萬年血拳)이라 불릴 정도로 위세를 떨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너무나 극심한 경동이었다.

 

 그 순간,

 

 콰직!

 

 “흐으으... 으으으으?”

 

 주먹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부... 부... 부... 부서졌...다?’

 

 금강석도 일순간에 가루로 만들던 오른 주먹이 으스러져 있었다.

 

 ‘어... 어... 어떻게?’

 

 의문을 갖는 순간,

 

 퍼억!

 

 지면에서 시커먼 주먹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백년혈마가,

 

 “컥!”

 

 ...바닥에 쓰러졌다.

 

 “흐으아으어으으으아으어어...”

 

 백년혈마의 턱이 박살났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왔다,”

 

 그 위로 소성이 울렸다.

 

 “시이이이이이...벌.”

 

 

 

 

 

 

 ‘어떻게 된 거지?’

 

 진혜미는 눈앞의 광경에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누군가의 팔에 안겨 있었다.

 

 “다... 당신은...?”

 

 진혜미는 신음성을 흘렸다. 몸을 옥죄고 있던 혈원무(血圓霧)가 한꺼번에 걷힌 탓에, 진탕된 내기가 속을 헤집고 있었다. 안개가 낀 듯 흐릿한 시야로 인해서 눈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뭐, 괜찮을 거야.”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음성만으로는 나이를 종잡을 수 없었다.

 앳된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했고, 어찌 듣기에는 꽤나 노숙한 듯싶기도 했다. 또한, 조금 불퉁스런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느낌도 들었다.

 

 ‘꼭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진혜미는 자신이 어렸을 때, 기억 속의 시골 어르신들이 맛난 것을 챙겨줄 때 들을 수 있었던 말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서툴긴 해도 진심어린 따스함이 담긴 말투라고나 할까.

 

 “누... 누구...?”

 

 진혜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내의 얼굴 윤곽이 보였다.

 

 그 첫인상은...

 

 ‘거...거지?’

 

 시야가 흐릿한 탓이기도 했지만, ‘얼굴 윤곽’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저렇게 흙먼지 투성이 얼굴은... 처음 봐.’

 

 외모만으로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아왔던 그녀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외모에 떠들썩한 것을 질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풉...!”

 

 재투성이 같은 얼굴에, 눈동자만 하얗게 빛나는 사내의 모습에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역시 괜찮네. 너무 가볍기에 병자인 줄 알았더니만...”

 

 아련하게 음성이 들려왔다.

 

 ‘으...응? 가... 가만! 지금 내가... 설마?’

 

 툭! 투욱...!

 

 자신의 몸이, 사내의 팔뚝 위에서... 갓난아기를 어르는 것처럼... 한 번씩 툭툭 퉁겨지고, 그럴 때마다 허공에 가볍게 띄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 내려야 해.’

 

 신기하게도, 한 번씩 그럴 때마다 진탕되었던 내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안개가 잔뜩 끼었던 머릿속이 맑아지고 있었다.

 

 ‘의원에게 안겨 있는 건가? 가... 가만!’

 

 번쩍!

 

 진혜미가 눈을 떴다. 생사가 오가는 현장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백년혈마는?’

 

 백년혈마라 자처하는 괴인에게 꼼짝없이 잡힐 뻔한 순간이었던 것도. 비몽사몽하던 정신이 그제야 완전하게 돌아온 것이다.

 

 ‘땅 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백년혈마가 땅 위로 무지막지하게 엄청난 공격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백년혈마가 어떻게 됐는지부터... 우선 확인부터 해야 해!’

 

 아니나 다를까!

 진혜미가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저만 치 앞에서 몸을 일으키는 거구의 그림자가 있었다!

 

 “흐흐흐... 죽... 죽이겠다... 네놈이 감히...!”

 

 백년혈마의 소름끼치는 음성이 울려왔다. 그렇게 쉽게 당할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좀 이상해...’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왼 손으로 턱을 받쳐든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어기적거리며 다가온다는 거였다. 마치... 턱이라도 빠진 것처럼.

 

 쿵! 쿠웅!

 

 하지만 보통 위험한 자가 아니다!

 

 백년혈마가 땅을 박차고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위... 위험해요!”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진혜미를 안고 있는 남자는 무신경하게 등을 보이고 있던 것이다.

 

 “흐으... 땅속에서... 쥐새끼처럼 암습을 한 것이냐... 고작 그런 거였...”

 

 그때였다.

 

 ‘어맛?’

 

 진혜미는 자신을 안고 있는 사내가 슬쩍 한 손을 내어뻗었다고 느꼈다. 그렇다는 것은...

 

 ‘이 남자의 손이 지금... 내 엉덩이 밑에... 있...는...거...?’

 

 하기는... 의원에게 안겨서 의방(醫房)으로 이동중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일 터...이기는 했다. 그보다는,

 

 “위... 위험하다고요! 뒤를 좀 돌아보셔야...”

 

 쐐애애애애애애!

 

 지표면에 생겨 있는 커다란 구멍속에서 엄청난 파공성이 울려오는가 싶더니.

 

 퍼억!

 

 “커흑!”

 

 백년혈마가 또 한 번 신음을 토했다.

 

 부비적!

 

 의원치고는 투박해 보이는 사내의 손이, 진혜미의 엉덩이를 스쳐지나서 움켜쥔 것은...

 

 꼬질꼬질한 일참도(一斬刀)!

 

 지면에 뚫린 구멍에서 불쑥 날아와서는, 백년혈마를 강타한 후에 사내의 손에 빨려들듯 쥐어진 것이다.

 

 콰악!

 

 남자의 손이 도를 틀어쥐었다.

 그와 함께...

 

 쿠웅!

 

 백년혈마가 바닥에 또 다시 자빠졌다.

 

 “꺼어어어어어....! 꺼어어우으아으아아으어어...”

 

 입에서는 게거품을 문 채로, 내력으로 봉합했던 턱뼈가 또 다시 으스러진 채였다.

 

 “응, 왜?”

 

 사내가 물었다. 한 팔로는 진혜미를 추스르듯 가볍게 던졌다가 다시 받아들고 있었다.

 

 뭉클!

 

 진혜미의 탄력 있는 가슴이 사내의 상반신에 밀착되어 스쳐지나갔다. 사내의 넓은 가슴팍은 무척이나 단단하면서도 따뜻했다.

 

 ‘이... 이... 이... 이 치한 변태 광어 망둥이 해삼 말미잘 같은 천하에 둘도 없는 불한당 같은...!’

 

 그렇게 진혜미가 소리치려 할 때.

 

 “무슨 일 있어?”

 

 사내와 두 눈이 마주쳤다. 꼬질꼬질한 얼굴 중에서 유독 희다고 여겼던 눈동자였다. 다시 보니 묘한 눈빛이었다.

 

 ‘이 남자, 뭐지...?’

 

 한없이 가볍게 보이는 말투였지만, 형형한 안광이 찰나 간 번뜩였다. 심기가 굳으면서도, 한편으론 소름끼치는 결기가 엿보였다.

 

 그것이 진중한 의지일지, 무서운 독기일지 알 수 없기에 더욱 자세히 보려 할 때... 마지막으로 쓸쓸해 보이는 한 줄기 서광이, 부드러운 습막처럼 천천히 눈꺼풀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두근거려.’

 

 복합적인 기분을 한꺼번에 느낀 탓인지, 일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려... 주세요.”

 

 진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경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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