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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산골짜기 약물가게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2

[게임 판타지/라노벨]
이곳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산골짜기 약물가게입니다.

 
14화. 파란만장 달리기 시합 (2)
작성일 : 17-12-12 20:51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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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달리기 시합 이벤트에 참가 신청을 하는 건 간단했다. 레비릿 제국 왕궁에 도착한 엘씨와 류엔은 곧바로 신청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신청 줄에 서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한 유일한 과정이었다.

 

  “아저씨들, 비켜.”

 

  엘씨가 한 것은 단 한 마디였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줄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엘씨 덕분에 류엔은 줄을 서지 않고 참가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류엔은 역시 새치기를 하는 건 양심에 찔렸다. 하지만 긴 줄을 기다리는 건 더 싫었다. 류엔이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몰래 도망쳐온 거.”

 

  바니는 달리기 시합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때까지 따로 행동하겠다 말을 덧붙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씨가 바니를 말리지 않는 것을 보면 저것도 다 계획에 포함된 행동인 것으로 보였다.

 

  눈 깜빡할 사이 바니가 사라졌다. 류엔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엘씨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그럼, 우리도 슬슬 가볼까?”

 

  그러나 엘씨의 말을 들어줘야 될 류엔이 그녀의 옆에 없었다. 엘씨가 주변을 살피자 왕궁의 앞에 서 있는 류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국은커녕 작은 왕국의 성조차 본 적이 없는 류엔은 왕궁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기에 바빴다.

 

  레비릿 제국의 왕성은 다른 왕성과는 다르게 토끼를 닮은 모양으로 건물을 지어 엘씨 또한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건 아니지, 하고 생각한 엘씨가 류엔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네가 촌동네 사람이야? 왜 이렇게 쫄랑거려.”

 

  실타텐 마을이면 시골 맞는 거 같은데. 그러나 류엔은 엘씨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이 말을 하면 뭐라고 화낼 엘씨의 모습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달리기 시합은 무사히 등록을 했긴 했지만 그래도 안심하면 안 되지. 이번 대회는 상금이 엄청나잖아. 분명 실력자들이 많이 참가했을 거야.”

 

  “엘씨는 실타텐 마을 최강이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엘씨라면 모두를 무찌를 수 있어요.”

 

  아까 기세만으로 사람들을 몰아낸 것만 봐도 지금 저기 줄 서 있는 사람들보다 엘씨가 강해 보였다. 류엔은 엘씨가 왜 걱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거는 싸움 대회가 아니라 달리기 시합이잖아. 시합 도중에 무슨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고, 너라는 혹을 데리고 참가해야 되니까 더욱 조심해야 되는 거지.”

 

  “싸움 대회면 자신 있어요, 엘씨?”

 

  “응.”

 

  엘씨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여, 역시 최강이에요.”

 

  류엔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실타텐 마을 내에서 알게 모르게 돌고 있는 괴담 중 하나인 [엘씨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엘씨를 잡으려면 대륙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덤벼야 된다.]가 사실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유저랑 같이 싸우는 것만 아니면 이길 자신은 있어. 어차피 덩치 큰 남자들 실력이야 거기서 거기잖아?”

 

  “덩치 큰…… 정도가 아니라 저건 거인들이랑 맞먹는 크기에요!”

 

  으으, 역시 엘씨가 최강이란 소문은 진실이었어. 마을에 돌아가면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리라, 류엔은 다짐했다.

 

  류엔을 한 손으로도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엘씨는 기가 죽지 않았다. 엘씨의 옆에 있는 류엔만 점점 모이는 주변의 시선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엘씨, 목소리가 조금 커진 거 같아요.”

 

  “뭐, 어때! 원래 덩치만 큰 사람이 약한 경우가 많다고?”

 

  엘씨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이 없었다. 오히려 겁을 먹고 있는 류엔이 이상한지 가볍게 혀를 찼다.

 

  “너는 남자면서 왜 이렇게 겁이 많아?”

 

  “이건 성별 이전의 문제에요.”

 

  엘씨야 이길 수 있겠지만 류엔은 몸을 쓰는 일에는 별로 재능을 보이지 않았다.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체격이 작은 엘씨와 류엔은 부정적인 의미로 눈에 띄었다. 대련을 하는 경기였다면 가장 먼저 희생양으로 결정되어 공격당할 정도로!

 

  “우, 우선 여기서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서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요. 여기에 있는 게 너무 싫어요. 나는 약해요, 하고 류엔의 눈이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엘씨가 눈가를 비비로 류엔을 보아도 류엔은 여전히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류엔의 왼쪽 눈 가장자리에 눈물이 고였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럼 여기서 어서 탈출해요.”

 

  “탈출이라고 할 것까지야. 그것보다 너 나한테 최강, 최강이라고 하더니 결국 못 믿는 거야?”

 

  금방 전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더니 1분도 안 돼서 말을 바꿨어. 류엔의 이중적인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던 엘씨가 팔짱을 낀 채 류엔을 노려보았다.

 

  엘씨는 류엔이 솔직한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엘씨의 눈치를 살피면 류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엘씨는 최강이에요! 저는 엘씨의 실력을 믿어요.”

 

  “그럼 뭐가 문제야. 나한테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왜 자꾸 겁을 먹는 건데.”

 

  “그, 그건.”

 

  류엔은 자신이 직접 말하기는 싫은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나 엘씨의 강렬한 눈빛에 결국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엘씨는 강하지만 내가 약하니까요.”

 

  “멍청이.”

 

  그래도 끝까지 자신을 강하다 말해주는 게 나쁘지 않았던 엘씨가 웃으며 대답했다.

 

  “웃으면서 대답하는 엘씨, 무서워요!”

 

  류엔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덧붙여서 주먹을 불렀지만.

 

  “으하하, 역시 젊은 사람들은 활기 차구만.”

 

  둘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던 한 남자가 외쳤다. 남자는 엘씨와 류엔의 어깨에 각각 한 손씩 올려놓았다. 그리곤 둘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류엔과 엘씨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실타텐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야 될까, 저건 그냥 본인이었다.

 

  “한스?”

 

  “한스에요?”

 

  엘씨와 류엔이 동시에 물었다.

 

  “우와, 한스가 여긴 무슨 일이에요? 역시 한스도 대회에 참가하러 온 거예요?”

 

  한스와 평소 친하게 지내는 류엔이기에 그가 이런 대회에 참가할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반가운 얼굴에 류엔은 남자의 손을 붙잡고 제자리서 뛰었다.

 

  “크흠, 자네들이 날 누구랑 착각하고 있는지 알겠구먼. 보아하기 실타텐 마을에서 왔나보지? 나는 실타텐 마을에서 살고 있지 않네.”

 

  “역시 한스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엘씨는 남자의 말에 중얼거리더니 류엔을 향해 말했다.

 

  “류엔, 한스가 아니야. 잘 보면 눈 밑에 점이 있잖아? 한스 얼굴에 있는 점은 저거와 방향이 반대라고.”

 

  “거짓말!”

 

  속고만 살았나. 엘씨는 가방 속에서 수첩을 하나 꺼냈다. 실타텐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적혀 있는 귀중한 물건이었다.

 

  한스의 이름을 찾는 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엘씨는 한스 부문을 류엔에게 보여주면서 앞의 남자와 한스의 차이점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오, 정말로 다르네요.”

 

  “으하하하, 역시 젊은 건 좋구먼. 이제 슬슬 대화에 이 늙은이가 끼어들어도 되겠나.”

 

  끼어들고 뭐고. 이미 엘씨와 류엔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남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퀭한 눈빛으로 류엔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한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 소리를 냈다.

 

  “크흐흠, 나는 자네들이 알고 있는 그 한스라는 젊은이가 아니네. 그렇지만 한스와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스한테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는 사촌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닌가?”

 

  엘씨가 남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남자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엘씨의 어깨를 두세 번 쳤다.

 

  “그래그래, 그걸 알고 있는 걸 보니 자네가 엘씨로군. 한스에게 많이 들었네. 크하하하, 그럼 저기서 멍하니 날 보고 있는 게 류엔이라는 청년이구만.”

 

  남자는 류엔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여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에 어린아이만큼 키가 작았다. 얼굴도 곱상한 것이 저건 마치 귀여운 여자 아이.

 

  반면에 엘씨는 대충 봐도 여성처럼 생겼지만, 행동하는 건 완전히 사내 대장부였다. 지금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을 두껍게 입었기 때문에 그 긴 머리카락도 가려져, 잘못하면 남자로 오해할 만 했다.

 

  즉, 남자는 류엔과 엘씨가 반대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엄청난 오해를 했어, 으하하하!”

 

  “무슨 오해를.”

 

  “크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하고 자기 위안을 하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며 말을 이었다.

 

  “레비릿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라면 저곳이지. 어때, 미안하기도 하고 자네들이랑 대화를 나눠보고 싶기도 하니 음식은 내가 사겠네.”

 

  “음식! 무료!”

 

  류엔의 두 눈이 빛나는 것 같았다.

 

  “류엔, 너무 촐랑 거리지마.”

 

  무료라고 해서 다 좋다고 볼 순 없었다. 아니, 이건 그 전의 문제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맛있는 음식, 무료. 돈이 없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

 

  “좀 진정해 너는!”

 

  엘씨가 소리를 질러도 반응이 없는 것이 지금의 류엔은 통제가 불가능했다. 음식을 먹는 대신 어떤 대가를 치러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즐겁다니! 류엔은 장사를 한다는 사람이 정말 기본도 모른다.

 

  “으하하하, 이 소년은 정말 음식을 좋아하는구먼.”

 

  아니, 공짜를 좋아하는데요.

 

  “걱정하지 말게. 오해를 한 것이 미안해서 음식을 사주는 거니까. 자네들은 이미 대가를 치렀다고 봐도 되네.”

 

  “그래도.”

 

  못 믿어, 하고 말을 덧붙일 생각이겠지. 남자는 엘씨를 설득하는 것이 어렵단 것을 알았다.

 

  어려운 길은 귀찮다. 그러면 쉬운 길을 선택해야지. 그는 옆에서 희망에 찬 눈을 하고 있는 류엔을 끌고 가게 안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크하하하하!”

 

  공주님(류엔)이 납치를 당하는데 기사님(엘씨)가 따라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남자는 가게 안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큰 웃음소리를 냈다.

 

  남자의 예상대로 엘씨는 투덜거리면서도 남자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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