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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이 나이에 재입대라니!!
작가 : 진사림
작품등록일 : 2017.11.7

2017년 5월!
대한민국의 한남 대교에서 갑자기 악마가 튀어나왔다!!
대한민국은 악마와 싸우기 위해 예비군마저 징병해버리고...
제대년수까지 무제한으로 만들어버렸다!

제대를 하려면 두 가지 뿐.
죽든가, 전쟁이 끝나든가!

 
9화 : 자진납세
작성일 : 17-12-11 15:34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5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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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그 날 저녁.

 강찬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형을 찾았다.

 

 “형!”

 

 그때, 거실에서 조용히 TV를 보던 어머니가 강찬을 제지했다.

 

 “쉿!”

 “왜요??”

 “그게…….”

 

 어머니가 세찬의 방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장례식에서 돌아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혔지 뭐니.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은데……. 표정을 보니까 물어보기가 좀 그래.”

 “아…….”

 

 강찬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네요.”

 “그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간, 세찬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었다.

 특전사로 끌려가는 건 기정사실.

 문제는 이것을 가족에게 알리냐, 마느냐였다.

 알리면 어머니가 엄청나게 걱정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비군 소집 때도 엄청 우시며 세찬을 걱정하셨다.

 그런데 거기에 특전사에 들어간다고 하시면?

 걱정이 태산을 넘어 우주돌파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휴가 복귀 후 편지로 사실을 밝히게 되면 어찌 되겠는가.

 쓰러지지나 않으시면 다행이지.

 

 입에서는 자동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역시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지금 말하는 게 좋겠지?

 

 확실히 그게 나아 보였다.

 어차피 언젠간 알게 될 일이고.

 나중에 왜 얘기 안 했냐고 한탄을 듣는 것보다는 빨리 끝내자.

 그렇게 생각이 정리될 무렵,

 

 -인간이란 참 복잡하군.-

 

 워라투스가 말했다.

 갑작스러운 워라투스의 말에 세찬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기다렸다.

 

 -악마였다면, 더욱 강해질 기회라 여겨 좋아했을 텐데.-

 ‘……어렴풋이 느꼈지만, 악마들은 모두 너 같은 전투광이냐?’

 -우리는 그저 강함을 갈망할 뿐이다!-

 

 한심하다는 듯 흘러나온 세찬의 말에 워라투스가 버럭버럭했다.

 

 ‘나는 강함 따윈 필요 없어. 그냥 제대하는 게 목표라고…….’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다. 납득하고 받아들여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거냐…….’

 

 세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즐길 수 있다면 피할 생각도 안 한다고…….’

 -정말로 걱정되는가 보군.-

 

 세찬이 허탈하게 웃었다.

 

 “그거라도 알면 다행이지.”

 -하지만 걱정 마라.-

 “그럼 걱정이 안 되겠냐!”

 

 세찬이 버럭 했다.

 하지만 워라투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아니 네 육체는 포식귀의 영향으로 악마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진다. 처음에만 버텨내면 계속 강해지겠지. 그렇다면 별로 위험하진 않을 거 아닌가?-

 “으음…….”

 

 하긴 맞는 말이었다.

 워라투스의 말대로, 포식귀의 능력이 있다면 말 그대로 무한히 강해질 수 있다.

 

 -다만…….-

 ‘다만……?’

 

 뭔가 불안하게 조건을 걸어온다.

 워라투스가 말했다.

 

 -인간 헌터는 기껏해야 능력이 2, 3개 정도다. 많아도 5개 남짓. 그런데 네가 스킬을 여러 개 갖고 있단 게 드러나면…….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으음…….’

 -예를 들면 스킬이 여러 개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인체실험을 한다든가.-

 ‘……충분히 가능한 얘기야.’

 

 세찬이 단번에 수긍했다.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다른 특전사들의 눈을 피해 악마를 먹으라는 소리였다.

 꽤 힘든 일이었다.

 

 “후…….”

 

 사실 지금 걱정해 봐야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세찬은 몸을 일으키고는 각오를 다졌다.

 

 ‘지금 말해야지.’

 -그래. 좋은 판단이다. 좋아하실 거야.-

 ‘……속 긁는 데엔 도사야.’

 

 세찬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 있던 어머니와 강찬이 방에서 나온 세찬을 바라봤다.

 세찬은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천천히 말했다.

 

 “어머니. 잠시 할 말 있습니다.”

 “무슨 일 있니?

 “저……, 각성했어요.”

 “형. 뭐라고? 각성!?”

 “어, ……아.”

 

 각성이라는 말에 강찬이 깜짝 놀라 외쳤고,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어, 어머니!!”

 

 세찬이 깜짝 놀라 어머니 쪽으로 달려갔다.

 강찬이 황급히 냉수를 떠 왔고, 세찬이 조심스럽게 소파에 눕히고는 몸을 주물렀다.

 잠시 후, 냉수를 먹고 어느 정도 정신이 든 어머니가 물었다.

 

 “가, 각성이라니? 세찬아, 각성이라니??”

 “그게……. 이번에 악마를 만나고 나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아니, 마나 검사 땐 이상이 없었다며!”

 “그땐 각성 초기라 측정이 안 됐던 모양이에요.”

 “그, 그럼…….”

 

 세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 부대로, 소속이 바뀔 거에요.”

 “아…….”

 

 어머니는 다시 현기증에 넘어갔다. 그녀는 한참 만에 다시 물었다.

 

 “어, 어떻게 안 되니?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도…….”

 

 그러려고 했는데 들통이 났다.

 세찬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각성자가 되면 늦든 빠르든 들통이 나요. 그럼 가족들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고. 그냥 헌터 부대로 가는 게 속 편해요.”

 “아니……. 아들을 군대 두 번 보내는 것도 서러운데……. 헌터 부대까지 간다니…….”

 “맞아, 형. 그냥 좀 숨겨서…….”

 

 강찬도 어머니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세찬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헌터 부대로 가면, 제대 일수도 줄어들고 돈도 많이 주니까. 충분히 돈 모아서 제대할게요.”

 “하지만…….”

 “군대 처음 갔을 때도 무사히 전역하고, 두 번째 악마랑 싸울 때도 무사했잖아요. 별일이야 있겠어요?”

 

 세찬이 애써 웃어 보였다.

 그는 최대한 활기차게 말했다.

 

 “일주일 뒤에 부대 복귀니까, 그 전까지 신나게 놀다 들어갈게요. 알겠죠?”

 

 어머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세찬이 다시금 괜찮다고 하며 어머니를 안아주었다.

 그런 세찬의 옆에서 강찬이 어쩔 수 없냐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형, 진짜로 가야 해?”

 

 강찬을 돌아보며 세찬이 킬킬거렸다.

 

 “괜찮아. 형은 불사신이거든.”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주제를 바꿨다.

 

 “자, 그럼! 오늘 저녁 외식을 먹으러 나가요. 나 먹고 싶은 거 많아요!”

 “그래……. 그러자꾸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강찬도 나갈 준비를 했다.

 세찬은 웃으면서 가족들과 외식을 하러 나갔다.

 

 * * *

 

 그리고 일주일 뒤.

 강찬을 먼저 학교에 보내고 세찬이 부대 복귀를 준비했다.

 현관 앞에서 전투화를 신고 있는데, 어머니가 뭔가를 잔뜩 쥐여주며 말했다.

 

 “특전사로 옮기면 바로 연락하고.”

 “네.”

 “너무 무리해서 몸 다치거나 하지 말고.”

 “네.”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야 된다. 지옥에 있으니 너무 불안해.”

 “네.”

 

 마지막으로 대답하고 세찬이 일어나 어머니를 안았다.

 

 “무사히 전역할게요. 특전사는 그래도 금방 끝나니까.”

 “정말 무사히 돌아오렴…….”

 

 세찬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녀올게요.”

 “그래.”

 

 어머니가 챙겨 준 반찬과 주전부리를 챙겨 들고 곧장 부대로 향했다.

 브릿지 시간에 맞춰 게이트에 가서, 곧장 지옥으로 넘어갔다.

 지옥에 넘어가자마자 지옥 특유의 공기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세찬이 얼굴을 찡그렸다.

 

 “음, 똥냄새.”

 -똥냄새라니. 나는 이 냄새가 정겹구만.-

 

 누가 악마 아니랄까 봐.

 워라투스는 이 빌어먹을 지옥 냄새를 정겹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간 세계야말로 매캐한 냄새가 장난이 아니더만. 대기를 오염시켜서 뭘 하려는 작정이지? 단체 멸종 방법인가?-

 ‘이 똥냄새를 항시 맡아가며 살아가니 강한 거냐, 니들…….’

 

 세찬이 가볍게 대꾸하고 나서 지옥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주차장에 세찬의 부대에서 나온 레토나가 대기 중이었다.

 물론 마중 나온 건 유 중사였다.

 

 “제시간 맞춰서 왔네.”

 “그럼 탈영이라도 하실 줄 알았습니까.”

 “뭐, 솔직히 그런 걱정이 없던 건 아니지.”

 

 유 중사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세찬이 말없이 차에 올랐다.

 부대로 향하는 도중 세찬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유 중사님.”

 “왜.”

 “저, 각성했습니다.”

 “뭐?!?”

 

 유 중사가 깜짝 놀라 세찬을 바라봤다.

 세찬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악마와 전투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계에 있을 때 깨달았어요.”

 “아니……. 그럼…….”

 “네. 이제 가서 행보관님한테 얘기해야죠. 특전사로 전출 갈 겁니다.”

 “야, 그걸 왜 지금 말해. 송별회라도…….”

 

 말을 하던 유 중사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닫았다.

 자원이 아니 각성으로 가게 될 경우 보고 즉시 전방으로 전출 가게 된다.

 그래서 보고 전에 친한 이들끼리 송별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부대 상태를 생각하니 그조차 못할게 뻔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세찬이 말했다.

 

 “제가 생각해도 송별회는 못 할 거 같아서요. 그래도 유 중사님한테 먼저 말한 겁니다. 알아두시라고…….”

 “하……. 야. 너희 중대 행보관님에게 얘기하고 잠깐 짬 좀 내라. 담배 좀 같이 피자.”

 “네.”

 

 그 사이, 차는 빠르게 부대로 돌아갔다.

 유 중사가 중대 행정반을 향하는 세찬에게 말했다.

 

 “흡연실에서 기다리마. 일 끝내고 나와라.”

 “네.”

 

 세찬은 유 중사에게 경례하고 곧장 행정실로 들어갔다.

 

 “왔냐.”

 

 지난 10일간 초췌해진 행보관이 세찬을 맞이했다.

 

 “이 하사, 오자마자 미안한데 일 좀 해야겠다.”

 

 그 말에 세찬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오자마자 ‘휴가는 잘 보냈냐.’, ‘힘들지는 않았냐.’, ‘전우는 잘 보냈냐.’ 등의 형식적인 인사도 없다.

 

 ‘차라리 끌려가는 게 나았으려나.’

 

 행보관에게 제대로 엿을 먹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뭐, 그랬다간 가족들한테 피해가 가니까.’

 

 세찬이 수긍하고 행보관에게 말했다.

 

 “저, 행보관님. 휴가 중에 헌터로 각성했습니다.”

 “그래. 각성했으면 다행이고. 그럼, 일을……?!”

 

 별생각 없이 곧바로 일과 지시를 하려던 행보관이 멈춰 섰다.

 

 “뭐?”

 

 행보관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저 각성했습니다. 악마랑 싸운 영향인 듯싶습니다.”

 “진짜냐?”

 

 행보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세찬은 그 표정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적당히 부려먹을 사람 한 명이 빠져서 아쉽다고 느끼는 생각을 읽었다,

 세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전사에 연락해 주세요. 전출 가겠습니다.”

 “끄응……. 작업 잘하던 애가 전출이라니…….”

 

 행보관이 입맛을 다시다 물었다.

 

 “능력이 뭐냐?”

 “괴력입니다.”

 “괴력……. 어우, 그 능력으로 작업하면 딱 맞았을 텐데.”

 

 끝까지 정나미 떨어지는 말만 한다.

 그는 행정반 내 유선 전화를 집어 들고 인사과에 전화를 걸었다.

 

 “어. 여기 9중대인데. 각성자가 나왔어. 어, 이세찬 하사말야. 휴가 중에 각성했다네. 특전사에 알려서 데려가라 그래.”

 

 행보관이 전화를 끊고 세찬에게 말했다.

 

 “그래, 가서 몸조심하고. 욕봐라.”

 

 세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짐 좀 챙기겠습니다.”

 

 행보관은 아직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찬은 생활관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 시간이면 왁자지껄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텅 빈 상태였다.

 비어 있는 관물대 사이로 세찬의 관물대만 가득 차 있었다.

 세찬은 사망한 소대원들을 생각하며 공허함을 느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관물대에서 더플백을 꺼내 관물대의 짐을 쏟아부었다.

 그것만으로 모자란 건 따로 가져온 배낭에 정리했다.

 그렇게 짐을 거의 다 정리했을 무렵, 행정병이 세찬을 찾아왔다.

 

 “충성.”

 “충성.”

 “이세찬 하사님, 특전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선 국군지옥병원에서 마나 검사를 받고 있으면, 이후에 자기들이 알아서 데려가겠답니다. 부대 측에서 레토나 대기시켜놨습니다.”

 “그래.”

 

 세찬은 더플백의 입구를 꽉 봉하며 일을 마무리했다.

 그는 행정병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럼, 고생해라.”

 “이 하사님이야말로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행정병이 이번에 각을 재고 경례를 올렸다.

 

 “충, 성! 나중에 꼭 밖에서 뵙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세찬이 씁쓸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무사 전역해라.”

 “감사합니다!”

 

 그러고 나서 세찬은 흡연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새 유 중사는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세찬이 그 옆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자, 유 중사가 천천히 말했다.

 

 “야.”

 “네.”

 “몸 성히 제대해라. 건강이 최고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유 중사와 세찬은 그 자리에 앉아 말없이 담배만 피워댔다.

 잠시 후, 세찬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유 중사에게 말했다.

 

 “나중에 몸 성히 봬요.”

 “오냐.”

 

 세찬은 짐을 챙겨 들고 국군지옥병원으로 가기 위해 레토나에 올랐다.

 점점 멀어져 가는 부대를 보면서 세찬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어째, 처음 훈련받으러 갈 때 기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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