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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23. 찰나의
작성일 : 17-12-11 10:36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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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벽이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허리에 승조의 팔이 감겨 있다. 조심스럽게 팔을 떼어내자 팔이 힘없이 떨어진다. 깊이 잠 든 것 같은데. 나는 감긴 그의 눈을 응시하다,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그의 티셔츠를 대충 입고 방을 나섰다.

 

 거실에는 어젯밤, 시간대를 전혀 상관하지 않고 먹어댄 케이크며 커피, 와인 등이 그대로 테이블 위에 어질러져 있었다.

 

 나는 승조가 잠든 방문을 힐끗 본 다음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다.

 

 

 “…하여튼, 윤승조.”

 

 

 언제 치운 거야. 의외로 철저하다니까.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쓰레기통을 닫았다.

 

 

 ‘죽여 버릴 거야’

 

 

 스쳐지나가는 잔상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쳤다.

 

 주먹을 꽉 쥐며 떨리는 손을 감추었다. 다시 방에 들어 가,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흐트러진 머리, 속눈썹. 아스라한 새벽 빛 속에서 그림처럼 잠이 든 네가 있었다.

 

 

 '배우 윤승조 씨가 지난 밤 11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국에서 애도의 물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알고 있는데, 지금 심정을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정해진 운명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네가, 누구보다 간절하게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

 

 

 “…제발.”

 

 “음… 뭐야.”

 

 

 승조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픽 웃으며 그의 머리를 넘겨주었다. 뒤척이던 승조가 눈이 잘 떠지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다가 다시 눈을 감는다.

 

 

 “자자….”

 

 

 내 팔에 손을 얹은 그가 잠결인지 중얼거린다. 이내 다시 잠에 든 듯 그의 숨소리가 차분해진다.

 

 

 “…잘 자.”

 

 잘 자, 승조야. 그리고…

 

 차마 이을 수 없는 말을 속으로 넘기며, 나는 그냥 웃었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건 왜일까. 5년 전, 너에게 반했던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는데도.

 

 

 

 

 * 순간을 위한 왈츠 *

 

 

 

 그러고 보면, 그런 기억이 있다.

 

 

 ‘택배야?’

 

 ‘어? 아. 아니야. 들어가 있어.’

 

 

 둘이 있을 때 눌리곤 하던 초인종. 내가 다가가자, 황급히 상자를 닫던 승조의 모습.

 

 

 ‘이상한 냄새 같은 거 나는데.’

 

 ‘별 거 아냐. 저번에 주문한 반찬인데, 상했나봐.’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네 얼굴은, 생각해보면 사실 아무렇지 않지 않았었다. 그 때의 일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미아.”

 

 

 나는 잠에서 깬 듯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도경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긴장 돼? 표정이 심각하네.”

 

 

 그제야 표정을 풀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오늘의 스케줄은 토크 프로그램이었고, 낯익은 얼굴들이 꽤 있었다. 같이 출연하게 된 도경이 어깨를 두드렸다.

 

 

 “세트 준비 다 됐대. 갈까?”

 

 “아, 네.”

 

 

 생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송이 시작할 시간이었다.

 

 

 *

 

 “토요일 토크 쇼, 오늘의 게스트는 김도경 씨, 강효주 씨, 미아 씨 그리고 영아 씨입니다!”

 

 

 방청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조금 긴장된 얼굴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도경을 힐끗 보았다. 도경이 눈짓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부터 잡혀 있는 스케줄이었지만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던 토크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나오게 될 줄 알았다면 튕기지 말고 조금 더 빨리 나오는 건데.

 

 

 “강효주 씨는 최근에 드라마 정말 대단했죠? 시청률부터 해서-”

 

 “뭘요- 호호.”

 

 

 그러면 이렇게 불편한 사람이랑 만날 일은 없었잖아. 나는 내 옆에서 생글생글 미소 짓고 있는 강효주를 힐끗 보았다. 때마침, 도경이 물었다.

 

 

 “서로서로는 친분 있으신가요?”

 

 “아, 네 그럼요. 미아 씨 너무… 착하시잖아요.”

 

 “네. 친하죠. 화장실이나 휴게실에서 주로 만나는 사이인데.”

 

 

 내 대답에 강효주가 세차게 눈을 굴렸다.

 

 

 "호호, 두 분 정말 너무 친해 보이는데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 지 궁금해요."

 

 

 막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어떻게 엿을 먹일지 궁리하는 표정이던 강효주가 잽싸게 입을 열었다.

 

 

 "저는 미아 씨를 되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 무슨 일화가 있었나요?"

 

 "일화는 많은데.. 오늘 같은 경우에도 말씀드리면, 미아 씨 보자마자 담배 냄새가 나더라구요. 나이도 저보다 어린데, 역시 멋있다고 생각해요."

 

 

 순진한 척 뱉은 효주의 말에,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아하하, 미아 씨. 뭔가 청순한 이미지인데, 의외…네요. 그렇죠?"

 

 "그쵸?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담배는 못 피우거든요."

 

 

 이 골초가 뭐라는 거야. 제법 성격이 있다고는 해도 설마 공중파에서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할 줄 몰랐기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

 

 

 "아, 죄송해요. 아까 제가 대기실에서 피우는 바람에. 저한테 옮으신 거죠?"

 

 

 도경과 눈이 마주쳤다. 도경은 가볍게 미소를 띤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제가 오늘 제일 먼저 왔었거든요. 저 때문에 기침을 하시길래 얼른 껐는데. 죄송해요."

 

 “아, 그러고 보니 시설 수리 때문에 대기실을 모두 같이 쓰고 있죠? 그런 오해가 있었네요. 하하… 어, 그럼 미아 씨는 효주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 지 여쭤볼게요."

 

 "네, 네? 아. 저는."

 

 

 나는 그제야 번뜩 정신을 차리고 횡설수설 대답을 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도경이 진행자, 스태프들과 심각히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효주는 대형 사고를 쳐 놓고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짧게 한숨을 내쉬며 보는 둥 마는 둥 했던 대본을 수습해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어쩐지 더욱 짜증이 서린 얼굴의 효주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저 가요.”

 

 

 짤막히 던진 효주가 나를 보고 잠시 멈춰서더니, 이내 힘을 주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덕분에 대본이 떨어지면서 바닥에 흩어졌다.

 

 

 "어머, 미안."

 

 

 효주가 잔뜩 비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꾸하고 싶지 않아 흩어진 대본들을 주우려던 찰나였다. 손 하나가 먼저 내가 집으려던 대본들을 주워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히 서 있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유치하게 굴지 말죠.”

 

 

 나에게 대본을 내민 도경이 나를 보호하듯 뒤에 세운 채 효주를 돌아보았다. 도경의 널찍한 등 너머로 효주의 당황한 얼굴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난 그쪽이 손해일 것 같아서.”

 

 

 앙칼지게 입술을 깨문 효주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향했다.

 

 

 "너 남자 후리는 거 진짜 대단하네. 부러울 정도야?"

 

 

 찬바람이 일도록 쌩하게 녹화장을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치해서 봐줄 수가 없다. 도경이 말없이 가자는 몸짓을 취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스태프들이 수군거리는 시선이 따가웠다.

 

 

 어쩌면 나는 적을 만드는 타입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적대 받는 걸 보면. 무거운 마음으로 대기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나직한 탄성을 질렀다.

 

 흰 색의 대기실 테이블 위에 빨간 장미 다발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야?”

 

 “언니 앞으로 왔던데요?”

 

 

 다경의 말에 나는 천천히 다발을 집어 들었다. 선명한 빨간색 사이에 흰 카드 한 장이 있었다.

 

 

 [여자는 꽃을 좋아한다는데, 네가 그냥 여자는 아니라 고민하다가.]

 

 

 삐뚤빼뚤한 익숙한 글씨체.

 

 

 “승조네.”

 

 

 카드를 보며 도경이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를 바라보다, 나는 다시 꽃다발에 시선을 내렸다. 어색할 만큼 환한 미소가 내 얼굴을 채우고 있었다.

 

 

 “승조네요.”

 

 

 의외로 로맨티스트라니까. 중얼거리는 도경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꽃을 한가득 품에 안았다. 한품에 다 안지 못할 만큼 가득했다.

 

 

 이 순간, 이 찰나의 행복이, 부디 너무 빨리 끝나버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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